손량은 참지 못하고 예쁘게 생긴 여 순찰 임진을 바라보며 물었다.“솔이하테 독을 내린 사람이 이 사람 손자라는 건가?”“네.”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말도 안 돼!”좌권은 또 미친 듯이 소리치며 두 눈이 빨개지면서 사람을 잡아먹을 기세였다.“몇 번이나 말해! 민우는 내성적이고 사교성도 없다고! 그런 착한 애가 왜 그런 짓을저질러! 그것도 현우 도련님 딸한테!”그러나 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이게 사실이에요. 가는 길에 좌민우씨는 직접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보여준 모든 모습이 범인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어요.”“모독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민우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데 애를 죽이려고 달려들어!”좌권은 온몸을 심하게 떨며 불공대천의 원수를 보듯이 임진한테 삿대질 하며 말했다.“우리한테 현우 도련님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나 해! 침대에 누워 평생을 보내야 했던 나를 고쳐주신 분이라고!”“민우도 현우 도련님이 치료해 줬어!”“우리한테 목숨을 다시 주신 분인데 어떻게 우리가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어! 생명의 은인인데 어떻게 솔이한테 독을 내릴 수 있겠는가 말이야!”옆에서 지켜보던 강한송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혹시 무슨 오해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민우 그 아이는 저희가 의관에서 매일 접촉하는데 아주 착한 아이예요.”“내 말이 그 말이에요!”김윤희도 거들었다.“민우 동생은 착하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에요. 매사에 열정적이고 책임성도 강한 아이인데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손량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임진, 증거 있어?”임진은 고개를 저었다.“증거는 아직 없습니다.”“그럼, 그냥 네가 일방적으로 하는 말이네.”“만약 이렇게 사건을 처리하면 너 오래 못 가.”손량이 말했다.임진은 손량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금의 두려움도 없이 말했다.“좌민우씨는 의관에서 일을 하고 집에서 어르신과 함께 있는 외에는 그 어떠한 사교생활도 없습니다. 당연히 낯선 사람들이랑 깊이 교류할 기회도 없겠죠. 그럼, 저 사람
“찾았어? 어디있어?”임진은 눈을 부릅크게 뜨고 급하게 물었다.그러자 순찰은 숨을 돌리며 대답했다.“서북동 한로대교 아래요! 강변 공터에서 발견됐어요! 근데 세 사람 다 총 맞아 죽었어요! 말하면서 그는 사진 몇 장을 건네주었다.임진은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물었다.“좌민우는?”“발견하지 못했습니다.”좌권은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아 두 눈은 초점을 잃었다.그러나 임진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사진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다들 이거 좀 보세요. 좌민우씨를 납치해 간 용의자인데 바로 전에 제가 보여드린 사진과 일치하잖아요.”사진을 보고 나더니 그들은 조용해졌다.손량도 두 사진을 자세히 비교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똑같긴하네.”“그럼, 저 사람들이 좌민우씨를 사주하여 솔이한테 범행을 저지른 걸로 단정 지을 수 있겠네요!”임진은 사진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판단을 확정했다.“말도 안 돼!”좌권은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그럴 리가 없어! 이거 다 조작된 거야! 우리 민우가 왜...... 절대 그럴리가 없어! 내 목숨으로 증명하지! 민우는 절대 범인이 아니야!”말하면서 그는 오른손을 높이 들어 이마를 세게 쳤다.......금용.거센 모래바람에도 해는 어김없이 밝게 떠오르며 햇빛이 대지를 뒤덮고 있다.황성의 오래된 건축물은 수천 년의 비바람을 거쳤다.그리고 아침 햇살은 곧 건축물을 금색으로 탈바꿈해 주며 장엄함과 숙연함도 함께 안겨줬다.서고 대전에서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온 서현우는 눈빛 마저 약간 흐리멍덩해졌다.그의 곁에는 책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500명의 서고 직원들은 모두 이미 지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하룻밤 사이에 그들은 모든 책을 선별해 냈다.무릇 현양조, 명백초, 현양명백 이 세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찾아내어 자세히 훑어보았다.그것도 하이테크 제품의 도움으로 진행된 일이다.제품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500명이 아니라 그의 10배나 되는 인력과 시간을 들이더라도 불가능한
10월 8일.햇살이 눈 부신 날이다.서현우가 드디어 돌아왔다.그는 지금 한 걸음씩 천천히 서씨 저택으로 걸어 들어 오고 있다.“현우 도련님!”뇌창은 줄곧 문신처럼 대문을 지키다가 멀리서 서현우의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곧 그는 온몸을 벌벌 떨며 벼락을 맞은 듯 제자리에 그대로 멍해졌다.뇌창의 큰 목소리는 집안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서태훈, 서나영, 홍성, 진개해, 조순자, 손량, 진국 군신, 상천랑, 강한송, 김윤희...... .소리를 듣고 그들은 웃음이 만발한 얼굴로 달려나왔다.서현우가 돌아왔다는 건 솔이를 구해 낼 방법이 생겼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들의 웃음은 곧 극도의 충격과 놀라움으로 바뀌게 됐다.서현우의 발걸음은 변함없이 차분했다.그는 등을 곧게 펴고 가슴을 활짝 열고 더없이 당당하게 걸어왔다.조각 같은 얼굴에는 사람을 살살 녹이는 웃음도 곁들여 있었다.얼굴이 창백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 이상한 점이 없어 보였다.“다들 계시네요?”서현우는 웃으며 말했다.“여기 서있지 말고 들어가서 얘기하시죠.”그의 말에 그들은 일제히 길을 비켰다.서현우는 저택 문으로 먼저 들어서다가 따라서 들어 오지 않는 그들을 보며 물었다.“날도 좋은데 밖에서 얘기 할까요?”그들은 억지로 웃으며 서현우의 걸음을 따라갔다.겨우 두 걸음 걸었는데 그는 화단에 국화가 산뜻하게 피어난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빠, 엄마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꽃이네요. 아직 살아계셨다면 좋아하겠죠? 집에 꽃이 예쁘게 핀걸 보고...... .”서태훈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서나영은 자신의 입을 꽉 막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서현우는 또 몇 걸음 걷더니 흰 벽에 산수화가 그려져 있는 걸 잠시 자세히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멋지네! 이거 누가 그렸어? 나도 한번 배워야겠어.” 뇌창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술을 떨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목이 막힌 듯 한마디도 하지 못
“아름아! 나 왔어!”서현우는 성큼성큼 뒤뜰로 들어갔지만, 진아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때 그는 가시덤불을 메고 땅에 무릎을 꿇은 좌권을 보게 된다.“현우 도련님! 머리가...... .”하얘진 서현우의 머리카락을 보고 좌권은 놀라기도 하고 죄책감이 밀려들기도 했다.미안한 마음에 그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서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가 좌권을 일으키려고 했다.“현우 도련님!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죽을 놈입니다!”좌권은 허우적거리며 서현우에게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의 소리에 사람들은 이곳으로 부랴부랴 달려왔다.“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말 좀 해줘!”서현우는 그들을 보고 분노하면서 물었다.“현우 도련님...... .”애써 울음을 참고 있던 홍성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임국관이 범인이 밝혀냈습니다! 솔이한테 독을 내린 범인...... .”“누구?”서현우는 동공이 갑자기 확장되더니 광포한 살의가 히스테리 하게 터져 나왔다.손량과 진국 군신 외에는 그 누구도 침착을 유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설사 서현우의 이 무서운 살의가 그들에게 발부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살의는 천적과 같은 공포감을 지니고 있다.홍성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범인은...... 좌권의 손자...... 좌민우 입니다.”범인의 이름이 밝혀지자, 서현우는 그대로 멍해졌다.아주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한 참 지나서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아직도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는 좌권을 바라보며 그는 간신히 치밀어 오는 분노를 삼키며 물었다.“네 손자였어?”좌권은 고통스웠러지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비록 믿고 싶지 않지만, 확실한 증거 앞에서 무작정 손자의 결백의 주장하는 것은 힘이 없었다.“좌민우는?”서현우는 좌권의 멱살을 잡고 광기를 드러냈다.그때 홍성이 대신 답했다.“
그는 용소희의 볼을 살짝 잡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짜내면서 말했다.“고마워 여보. 여보는 정말 내 생의 최고의 선물이야.”용소희 사랑에 푹 빠져 달콤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그녀는 볼을 가리키며 애교섞인 말투로 말했다.“뽀뽀해 줘.””그래! 내가 뽀뽀 해줄게.”영지호는 아이의 애교를 보는 듯한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용소희의 볼로 다가갔다.그는 마음속으로 용솟음치는 살의를 참으며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뽀뽀했다.“히히...... .”몹시나 만족한 용소희는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눈빛으로 영지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그러나 심취되어 있는 그녀와 반대로 영지호는 밀려오는 역겨움을 참으며 말했다.“소희야, 나 지금 동해 전구로 얼른 출발해야 해. 도착하면 전화할게! 밥 잘 챙겨 먹어.”“우리는 이제 막 결혼했는데, 어떻게 떨어져서 지내...... .”그녀의 말에 영지호는 그대로 멍해졌다.그러자 용소희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서프라이즈! 나 너랑 동해 전구 같이 가!”“뭐?”영지호는 감정이 다소 과격해져 살의가 하마터면 그대로 나타날 뻔했다.이러한 표정을 본 용소희는 단지 놀라움을 벗어나 너무 기뻐서 그러는 거라고 여겼다.“어때? 감동 받았어? 우린 부부고 난 네 아내잖아. 그럼, 당연히 여보 옆에서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그래야지...... .”말하면서 그녀의 얼굴에 붉은 노을이 피어올랐다.“우리 아이도 가져야 하잖아...... 내가 이름까지 생각해 놓았는데, 남자아이면 영규민그리고 여자아이면 영수지...... 어때? 이름 예뻐?””예쁘네...... .”그는 어느새 소매에 움츠린 손을 주먹을 꽉 잡아당겼다.손톱이 거의 손바닥에 박힐 지경으로 말이다.“근데 그곳은 조건이 너무 나빠...... 기후 조건도 좋지 않은데 나 따라가서 고생이라도 하면 어떻게...... 그럼, 내가 너무 못나 보이고 가슴 아프잖아. 그냥 금용에 남아있어.”영지호의 말에 크게 감동한 용소희는 감동 했다.“날 그렇게까지 아끼지 않아도 돼.”“내가
중영.서씨 저댁.모두가 한자리에 모여있지만, 침묵만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안돼, 더는 안 돼.”손량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서 소리쳤다.“서현우 지금 너무 불안정해. 저러다가 통제력을 잃기라도 하면 어떻 할거야? 누가 쟤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 있기나 해?”“저도 오빠가...... .”서나영은 눈물을 터뜨리며 말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좌민우가 범인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오빠는 좌권 어르신한테 저렇게까지 않았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어떡해요?”김윤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처음 보는 눈빛이었어요...... 현우 도련님이 저렇게 화를 내는 건 본 적이 없어요.”“어찌할 방법이 없네요...... .”강한송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솔이 몸에 있는 독이 제거되지 않는 한 아무런 방법도 없을 거예요.”그때 손량은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이 반짝였다.“그럼, 먼저 서현우부터 통제하자! 그리고 천용 군신더러 천용각 사람들 다 데리고 오게 하자!”“안 돼요!”홍성은 그의 의견에 즉시 반대했다.“그렇게 하면 오히려 자극만 더 될지도 몰라요. 일단 현우 도련님한테 문제가 생기면남강 전구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그게 무슨 뜻이야? 남강 전구로 날 협박하는 거야?”손량은 노호하며 소리쳤다.하지만 홍성은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고 무거운 소리로 말했다.“아무튼 현우 도련님을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서현우도 미쳤는데, 너네도 따라서 미치려는 거야?”손량은 위압을 발산하며 소리쳤다.“가만히 두었다가 용국에 얼마나 큰 재난을 초래할지 알기나 해?”“모릅니다! 근데 현우 도련님은 안 됩니다!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홍성은 손량의 위압을 무릅쓰고 한 글자씩 곱씹으며 눈에는 확고함과 고집이 가득했다.이때 뇌창도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칼을 뽑아 손량에게로 달려들었다.손량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워졌다.“죽으려고 환장했어!”험악해진 분위기를 느끼고 서태훈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황급히 물러났다
금용 시간, 오후 12시 15분 32초.번화한 산책로의 백화점 외벽 전광판에는 광고가 나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리가 나면서 전광판이 어두워졌다.거리를 누비고 있던 사람들은 다들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어 어두워진 전광판을 바라보았다.같은 시간, 텔레비전을 보고 있든, 인터넷 플랫폼에서 각종 정보를 탐색하는 사람이든, 모두 갑자기 어두워진 스크린을 멍하니 보고 있다.“뭐야? 기록 깰 뻔했는데!”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화를 내며 이어폰을 벗어 던지고 일어나 소리쳤다.“어떻게 된 겁니까? 품질 보장이 안 되면 문을 열지 말아야죠!”“고장 났어? 산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했다.“한창 틱톡 챌린지 찍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야!”이따금 떠드는 소리가 중영 각지에서 들려왔다.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얼마 지나자 않아 모든 전자제품의 스크린은 다시 켜졌다.그리고 스크린에 나타난 화면은 아무런 표정도 없는 한 남자의 얼굴이었다.일련의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멍하니 있다가 그의 정체를 알고 놀라 소리쳤다.대부분의 사람들이 멍하니 있다가 놀라서 소리쳤다.그 남자는 바로 3일 전에 국혼을 거행했던 남자 주인공이었다.“서현우!”“현우 도련님!”서씨 저택에서 그들은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는 서현우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삐걱-광전 빌딩의 신고를 받고 달려가고 있던 임진은 차의 중앙통제 스크린에 서현우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서현우......너...... .”광전 빌딩 제어실.서현우는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전 서현우라고 합니다! 제 딸이 지금 극히 보기 드문 독에 중독되어 앓고 있습니다.”말하면서 서현우의 표정은 점점 험상궂어졌다.“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 상관없어요. 지금부터 그 누구든 제 딸의 독을 풀어 줄 수만 있다면 제가 3가지 소원을 들어드리죠.”잠시 멈추더니 서현우는 이어
“......국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 절 믿고 다들 움직여 주시죠! 단, 시간은7일입니다! 7일이 지나면 모든 건 거품으로 돌아갑니다!”동해전구, 군사저택.영지호는 휴대폰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영지호 앞에 서 있는 집사 같은 중년 남자가 공손하게 물었다.“도련님, 이제...... .”영지호는 웃으며 말했다.“범철아 네가 보기에는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7일 동안 시간을 더 줄까 아니면 지금 당장 목줄을 채울까?”만약 좌민우가 여기에 있다면, 그는 반드시 범철의 정체를 알아볼 것이다. 영지호가말하고 있는 범철은 바로 암암리에 그를 통제하고 협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범철은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감히 그의 질문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는 영지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고, 감히 함부로 추측할 수도 없었다.아니면 죽어도 어떻게 죽는지 무었 때문에 죽게 됐는지 영영 알지도 못한 채로 죽을 것이다.“어디 대답 좀 해 봐.”영지호는 기분이 좋은 듯 말투가 온화했다.그러나 그럴수록 범철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무릎을 꿇었다.“죄송합니다. 저도 어떻게 좋을지 모르겠습니다.”그러나 영지호는 내내 웃음을 유지하며 우아하게 말했다.“아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선택해 봐. 아니면 너부터 죽일까?”범철은 이마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땀이 볼을 따라 주르륵 땅에 떨었다.“그......그게...... 제 생각에는 좀 지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좀...... 더 기다렸다가 서현우가 좀 더 절망했을 때...... 그때 잡아 오는 것도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통제하기도 쉬울 것 같고...... .”영지호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영지호의 말을 듣고 그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그러나 한숨을 채 돌리기도 전에 영지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근데 말이야...... .”법철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머리를 땅에 박고 감히 들어 올리지도 못했다.영지호는 아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