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방문이 열렸다.서현우는 성큼성큼 걸어 나왔는데 걸음마다 힘이 가득 차있었다.“현우야, 만두 좀 먹어.”서태훈은 조심스럽게 큰 그릇을 들고 걸어왔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을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어 받았다.“좀......뜨거워.”서태훈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서현우는 이미 벌컥벌컥 먹기 시작했다.그는 오래 굶은 것처럼 허겁지겁 먹었다.2분도 안 돼 만두 한 그릇을 국물도 남기지 않고 깡그리 먹어버렸다.서태훈에게 빈 그릇과 젓가락을 건네고 물었다.“사숙은 어디에 있어요?”“네가 지내던 방에 있어.”서태훈이 답했다.쉬야오중도.“네.”서현우는 답을 듣고 곧장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그러자 서태훈이 바삐 물었다.“솔이는 어때?”“괜찮아요. 몇 번 더 치료하면 나을 수 있을 거예요.”서현우는 뒤로 돌아보지도 않고 떠났다.“정말이야...... .”서태훈은 밝은 등불을 바라보며 눈에 눈물이 반짝였다.“콜록콜록...... .”서현우가 전에 지내던 방에서 오재훈은 두다리로 무릎을 접고 침대에 앉아 기침을 멈추지 못했다.제호관정은 원기를 가장 소모한 기술인데 그는 지금 매우 허약하다. 겉보기에는 곧 목숨을 거두는 노인과 별 차이가 없다.서현우는 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오재훈의 모습을 보고 깊이 절을 올렸다.“솔이를 위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서현우가 공손하게 말했다.“나야 뭐 이미 살만큼 살았으니 괜찮은데 넌...... .”오재훈은 걱정스럽게 서현우를 바라보았다.“사숙, 안심하세요. 저 괜찮습니다.”서현우는 고개를 들어 차분하게 말했다.“저의 아내와 딸에게 있어서 제가 하늘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져서는 안 되죠.”솔이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오재훈이기 때문에 그의 앞에서 서현우는 강한 척을 할 필요가 없다.“에휴...... .”오재훈은 서현우의 지친 눈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이제 어떻게 할 거야?”“누가 그랬는지 알아내야죠. 그리고 솔이를 구할 방법도 찾아 내야죠.”
비록 서현우는 지금 몸이 허약하지만 정식적으로 붙게 된다하더라도 진국 군신은 그를 이길 수 없다.그러나 진국 군신은 여직 서늘한 기운이 머리 위로 치솟고 있었다.서현우는 지금 어떤 눈빛일까?중상을 입고 죽어가는 외로운 늑대가 최후의 일전을 벌리고 애를 쓰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런 상태의 서현우는 오히려 극도로 위협스럽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어린 아이에게 손을 댈 이유가 없어!”“이유가 왜 없습니까? 남강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고 음모를 벌이고 그 음모가 들통나면서 엄빈은 권력을 잃게되고 당싱도 진국군의 병권을 잃지 않았습니까! 한을 품고 그 한을 서현우한테로 돌렸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손량은 이어 엄한 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서현우의 능력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그의 딸인 솔이한테 손을 댄거죠! 파렴치한 인간이 어린아이를 이용하여 복수하는 거죠!”원 부관이 죽은 후부터 손량은 진국 군신을 죽도록 미워했다.설사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자가 진국 군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진국군신한테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기를 바랬다.“미친놈!”진국 군신은 광포한 사자처럼 소리를 질렀는데 무서운 위압이 장내를 휩쓸어 쓰나미처럼 끊임없이 용솟음쳤다.그러나 손량에게 모두 막혔고 눈에는 살의가 끓어올라 수시로 싸울것만 같았다.두근......두근...... .많은 사람들이 벌벌 떨며 땅에 주저앉았다.양대 군신급 강자들이 맞서는 위압은 설령 드러난 여파라 하더라도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홍성과 뇌창은 즉시 몸을 돌려 서현우의 몸 앞을 막았는데 마치 두텁고 높은 담장과 같았다.“그만해.”두 사람이 곧 대전이 일어날 때 서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하늘을 찌를 듯한 핏빛이 거실 전체를 휩쓸었다.모든 사람의 눈빛이 흐리멍덩하여 마치 피로 물들인 피바다가 만연하는 것을 본 것 같았다.담이 작은 사람은 바지에 오줌을 지를 정도였다.진국 군신과 손량은 놀라며 일제히 고개를 돌려 서현우를 바라보았다.서현우의 눈은 이미
홍성과 뇌창은 엄빈의 모함으로 인해 군적에서 제명되어 남강을 떠났다.이 일은 줄곧 남강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시가 되었다.만약 두 사람이 남강으로 복귀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가장 좋은 것이다.“미안하지만 저는 당분간 남강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습니다.”홍성은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뇌창도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마찬가지에요!”영박문은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급히 거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남강은 언제나 두 사람을 향해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돌아와도 좋습니다. 현우 도련님도 저와 같은 생각이라고 믿는데...... .”영박문은 서현우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영 총사령관님의 뜻이 맞습니다.”“현우 도련님, 저 안 갈래요!”홍성은 얼굴에 초조함이 떠올랐다.뇌창은 급히 말했다.“저도요! 저도 안 갈래요!”서현우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영박문에게 말을 했다.“제가 지금 이 두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일을 마치고 나면 그때 꼭 남강으로 돌려보내겠습니다!”“그럼, 그렇게 믿고 먼저 가보겠습니다.”영박문은 인사를 전했다.“살펴가세요.”“현우 도련님, 그럼, 저희도 이만 남강으로 돌아 가겠습니다! 저희가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군사들이 정중하게 말했다.서현우는 거듭 손을 흔들었다.“가봐.”그들이 떠난 후 서현우는 호정식에게 말했다.“어르신도 이만 돌아가시죠.”“나야......아이고...... .”호정식은 고개를 끄덕였다.“딸아이는 무사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네......감사합니다.”갈 사람은 다 가고 남은 사람을 훑어보더니 서현우는 임진에게 물었다.“도지사님, 천 도지사는요?”임진은 복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솔이한테 사고가 난 후 천 도지사는 잡혀 갔습니다. 중영의 도지사로 국혼 당일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책임을 면할 수 없죠.”서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누가 데려갔습니까?”“국주가 직접 명령을 내렸습니다.”임진이 답했다.어쩌면 이번에 천우성은 큰 대가를 치
“이신의 이럴 필요 없어요.”서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물었다.“만약 칠황산으로 간다면 그 약농 후손이라도 찾아 네온의경 볼 수 있을까요?”“그건 저도 잘...... .”이용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도 그나마 형편이 좋아지고 나서 그 댁으로 다시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뭐라고 답례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받지 않으셨고 오히려 저에게 밥을 먹고 가라고 하셨지요. 떠나기전에 그분이 그러셨는데 더 이상 그의 평온한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습니다.”“하여 여러해 동안 난 그 분의 뜻을 따르면서 한 번도 찾아 가지 않았습니다. 어느덧41년이나 흘렀는네 아직 살아 계시는지......현우 도련님이 그곳으로 가 보고 싶으시다면 제가 길을 안내해드릴게요.”“네, 고마워요.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천양성으로 출발합시다.”서현우는 바로 응했다.“현우 도련님에게 도움이 되다면 그건 저의 영광입니다.”이용명은 오히려 좀 흥분하기 시작했다.일찍 중영에서 손량의 상처가 재발하면서 원 부관은 신의들을 감옥에 가두었는데 이용명이 바로 그중의 하나다.천남의관이 개업할 때 그도 현장에 가서 서현우의 신기한 의술을 직접 목격했다.그래서 이번에 국혼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어떠한 보수를 원하십니까?”서현우가 물었다.이용명은 얼른 일어나서 손을 흔들었다.“아닙니다...... .”서현우는 무거운 소리로 거듭 물었다.“원하시는게 꼭 있어야 합니다. 그냥 말씀하시지요.”“그럼......주제를 무릎쓰고 현우 도련님께 제호침을 전수해 받고 싶은데...... .”이용명은 긴장해 마지않았다.강한송도 서현우의 의관을 지키면서 힘은 들었지만 이득을 보았다.그는 상림의사 모임 때 여러 사람들에게 제호침을 배웠다고 자랑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자리에 있던 의사들은 질투가 났지만 함부로 사석에서 강한송에게 배우지는 못했다.제호침은 여러해동안 실전되였고 현재의 발원지는 서현우에 있으니 강한송은 감히 서현우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타인에게 몰래 전하지 못했고 감히 배움을
이른 아침.전투기 한 대가 아침 햇살을 맞으며 하늘을 찌르고 사라졌다.같은 시간, 금용 부마부.영지호는 정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고 집사와 비슷한 중년 남자가 빠르게 다가와서 보고했다.“도련님, 서현우와 오재훈이 중영을 떠났다고 하는데 소식에 따르면 천양성으로 갔을 것입니다.”“천양성?”영지호는 눈썹을 들썩이며 조롱하는 웃음을 자아냈다.“귀의문도 해결할수 없는 독을 용나라에 해결할 수있는 사람이 있다고? 그럴리가.”중년 남자는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씨 저택에...... .”영지호는 찻잔을 내려놓고 손가락을 내밀어 컵 입구를 닦았다.“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망칠 수도 있어. 지금 서현우는 미친 개와 다름없어. 그 누가 감히 머리를 내밀면 틀림없이 물리게 될거야.”“미치고 나서야 자기가 한 모든것이 헛수고라는 걸 알게 될거야. 그럼, 그때 순순히고랑이를 차고 내 발밑으로 기어 오겠지.”말하면서 그는 흥미진진해져 말했다.“오히려 좀 더 오래 발버둥쳤으면 해. 너무 십게 끝나면 재미가 없잖아.”중년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상경은 어떻게 처리할까요?”상경의 이름을 듣는 순간 영지호의 눈에는 뼈에 사무치는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계속 원래 정한 계획에 따라 행동해. 난 그가 반역하고 반역이라는 꼬리표가 붙이는 것을 한시라도 빨리 보고싶거든.”“지호야! 지호야!”멀지 않은 고아한 다락방에서 용소희의 애정 어린 외침이 울려 퍼졌다.영지호의 얼굴에 혐오의 빛이 번쩍이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차를 연못에 붓고 중얼거렸다.“저 여자 입이라도 찢어 버리고 싶다...... .”......아침 8시.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천양성 지역으로 들어갔다.천양성 수군 전투기는 즉시 맞이하여 신분을 명확히 한후에야 흩어졌다.아무런 지장도 없이 전투기가 귀성 상공으로 날아갔다.서현우는 이미 먼 곳에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보았다.이때 이용명이 말했다.“현우 도련님, 저 산이 바로 칠황산입니다.”
오금희는 고대에 화씨성을 가진 상림대능이 창조한 것이다.귀의문의 전승전적에서 그중의 한 문주는 이 화신의와 적지 않은 연원이 있다.애석하게도 지금 오금희는 태극과 마찬가지로 이미 진정한 핵심의 방법을 끊고 그 모양만 남겨두어 어르신들이 몸을 단련하는 꽃받침이 되었다.서현우와 오재훈은 서로 마주 보며 상대방의 눈에서 의아함을 알아차렸다.이 아이가 연습한 오금희는 호흡법이 있다.“이신의, 그때 당신을 구해준 약농의 성이 무엇인지 기억납니까?”서현우가 물었다.“성은 유씨입니다.”오재훈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화신의의 오금희는 전승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기록에 따르면 화신의에게는 여러 명의 제자가 있는데 화신의가 조난당한 후 각자 숨어지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그러나 그 중에는 유씨 성을 가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1700여년의 역사는 파란만장을 겪으면서 그중에는 알려지지 않은 일이 너무 많다.이 유씨 약농은 도대체 화신의 제자인지 아니면 다른 경로에서 오금희의 진정한 전승을 얻었는지는 말하기 어렵다.“우리가 이곳에 온 건 오금희때문이 아니잖아요.”서현우가 말했다.이때 그 오금희를 연습하던 남자아이는 이미 세 사람을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경계하며 물었다.“누구십니까? 여긴 뭐하러 왔습니까?”“꼬마야, 너 유각선생님 후손이지?” 이용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아이는 당황하면서 물었다.“우리 할아버지 이름인데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당연히 알지, 네 할아버지가 내 목숨을 구해줬으니까.”이용명은 이내 온화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아이는 잠시 생각 하더니 물었다.“여긴 어쩐 일로 오신겁니까?”서현우는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유철 선생님께 묻도 싶은게 있어서 왔어.”“너무 늦게 오셨네요. 할아버지는 이미 5년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저희집은 외부인은 접대하지 않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죠.”“뭐? 돌아가셨다고?”이용명은 크게 놀랐다.목숨을 찾아 주신 분이 돌아가셨다는 말에 놀라움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서현우는 이곳에 아무도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러나 이곳에는 사람이 있으니 일단은 대화를 해가면서 소통을 가져야 한다.그러나 이치가 통하지 않으면 몸으로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다.아무쪼록 네온의경을 가져야만 한다!오재훈은 도자기병을 꺼내 이용명이 냄새를 맡게 했다.이용명은 고통에서 회복되어 얼굴이 약간 창백해져 물었다.“제가 어떻게 증명하면 되겠습니까?”남자는 잠시 사색하더니 말했다.“41년전에 우리 아버지가 구해준 그 사람이라면 우리 아버지 옛날 모습을 기억하고있겠죠?”이용명은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당연히 기억은 하고 있다만 제가 그림을 그릴 줄 모릅니다.”“제가 할게요.”“종이랑 펜 있어요?”서현우가 말했다.남자는 서현우를 한 번 보고는 아내에게 말했다.“민아, 종이와 펜 가져와.”“알았어.”여자는 아들을 데리고 황급히 집으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는 종이와 펜을 들고 나왔지만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서현우가 기습할까 봐 남자는 종이와 펜을 바닥에 내려놓고 10미터 정도 물러섰다.그리고 서현우는 앞으로 나가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말했다.“말씀하시죠. 제가 그리겠습니다.”“네.”이용명의 설명을 들으면서 서현우는 펜을 들고 종이에 그렸다.한참 지나서 이용명은 입을 다물었고 서현우는 일어나 종이를 세워 남자에게 보였다.남자는 한눈에 보고 얼굴의 경계심이 사라지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우리 아버지 젊었을 때 모습이 확실하네요.”이용명은 한숨을 돌렸다.“그럼, 이제...... .”“이걸로 부족해요.”남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서현우의 눈 밑에 매서운 빛이 번쩍였다.그는 상대방과 원한이 없다. 그러나 네온의경은 솔이의 생사와 관계된다. 도의와 딸의 생명 사이에서 서현우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네온의경 보셨겠네요?”남자은 이글이글 거리는 눈빛으로 이용명을 쳐다보았다.이용명은 고개를 끄덕였다.“여러번이나 봤었죠.”“그럼 봉독현초라는 독단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유씨 어르신은 어디에 모셔 놓았나요? 찾아뵙고 싶은데...... .”이용명은 유요한을 물었다.그러자 유요한은 아들을 불렀다.“묵아.”아이는 안방에서 걸어 나왔다.“이분 모시고 할아버지 묘로 가봐.”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쪽으로 모실게요.”“감사합니다......41년전에는 혼자 외로이 계시더니 이젠 10살이 되는 손주도 있고......가시는 길 함께 해들이지 못해 위감스럽네요...... .”이용명은 이내 슬퍼하며 아이의 인솔하에 자리를 떠났다.이때, 하민아는 손에 양피지 소포를 들고 돌아왔다.서현우는 격동되고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보았는데 하민아가 양피지를 젖히자 아주 낡은 책 한 권이 눈앞에 나타났다.표지는 누르스름하지만 “네온의경”이라는 네 글자는 여전히 힘이 있어 사람들에게 깊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이 네 글자만으로도 서현우는 이 의경을 쓴 사람이 결코 예사롭지 않다고 단정할 수 있었다.“그쪽이 보고 싶어하던 네온의경입니다.”하민아는 서현우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사실 이 의경은 귀중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집은 대대로 의학을 전수했지만, 위에 기록된 모든 것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기에 옛사람들의 기발한 사고로 간주해 왔습니다.”“하지만 시아버지가 유일하게 남긴 유물이기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거죠.”말하면서 하민아는 입을 오므렸다.“만약 보고나서 쓸모없다고 생각하시고 전에 그 약속을 번복하고 싶다면 그래도 좋습니다. 제가 너무 급한 마음에 너무 실례가 많았습니다.”서현우는 얼른 손을 흔들었다.“아닙니다. 도움이 되든 안 되든 제가 약속드린 일은 꼭 해드리겠습니다.”자신의 수요를 밝히고 전에 했던 날카로운 말에 대해 사과를 하면서 그들은 이젠 마음으로 대면하는 사이가 되었다.“그럼 저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고 이번 일만 잘 된다면 저희도 있는 힘껏 돕겠습니다.”하민아는 허름한 의경을 서현우에게 건네주었다.서현우는 마치 절세의 보물을 들고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받았다.“두 분 정말 안 드실겁니까? 비록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