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아주 용한 의사라 하지 않았어? 우리 할아버지가 집에서 고작 이틀 정도밖에 누워있지 않았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된거야?”동구는 미친 사냥개마냥 으르렁거리며 서현우를 향해 삿대질했다.“우리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기기라도 하면 그땐 너도 목숨을 잃게 될거야.”“당신도 당신 형님처럼 환자가 되고 싶은거야?”서현우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나는…….”동구는 기세가 죽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트집을 잡으며 말했다.“우리 할아버지 병 고쳐내야 할거야. 안 그러면 내가 가만 안둬.”“시끄러워. 내 앞에서 알짱대지 않는게 좋을거야. 거슬리니까.”서현우는 호정식을 들어 의관 침대에 눕혔다.이때 저쪽에서 한 사람이 걸어왔다.서현우는 뒤를 돌아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영지호였다.“선배.”영지호는 서현우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서현우 얖에 서있던 강한송의 눈이 커졌다. 강한송은 영지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서현우를 선배라고 부르다니?금용시 부마가 귀의문의 후계인이라고?“부마는 여기 무슨 일로 오셨는지?”서현우가 시답지 않게 물었다.영지호는 침대에 누워있는 호정식을 바라보더니 말했다.“어르신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네요. 선배 먼저 사람부터 구하시지요.”서현우는 묵묵부답으로 은침을 꺼내들었다.서현우의 의술로 호정식을 구하는건 일도 아니었다.신맥손상으로 생명이 위험할수도 있지만 서현우의 의술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이것보다는 혼을 빼앗긴 향을 들이마신 용소희 공주님을 구하는것이 훨씬 번거로웠다.강한송이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호정식을 고의로 노린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신맥손상은 의외로 초래된것이였다.“신기하네!”서현우의 치료과정을 지켜본 강한송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귀의문의 침술은 현란하고 복잡했기에 강한송의 실력으로는 자세히 보아내기 힘들었지만 대단한 의술이라는것만은 알수 있었다.영지호는 사색에 잠겼다.“이걸로 끝이에요?”동구도 서현우가 치료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서현우는 은침을 어르신한테
의관 안에서영지호가 떠나자 동구가 또다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닥쳐.”서현우는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동구를 향해 웨침과 동시에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호정식을 바라보았다.호정식의 눈꺼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깨어났다.호정식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동공의 홍채가 보이기 시작했다.“어르신, 깨셨어요?”서현우가 물었다.호정식이 일어나려 하자 서현우가 부축했다.“할아버지!”동구는 할아버지가 깨어나자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후후…….”호정식은 긴 숨을 들이마시며 서현우를 바라보았다.위아래로 깐깐하게 훑어보더니 의심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청년, 지네는?”“저는 서현우라고 합니다. 여기 이 의관의 의사입니다.”“젊은데 능력까지 있군!”호정식은 거듭 칭찬하며 말했다.“이렇게 머리가 맑은지가 얼마만인지 몰라. 집에서 날 데리고 많은 의사들을 보러 다녔지만 다 속수무책이었어. 뜻밖에 이렇게도 젊은 의사의 덕을 보게 되었네.”“운이 좋으신 겁니다.”서현우가 웃으며 말했다.“겸손은 괜찮지만 너무 겸손하면 그건 가식적인거야.”호정식이 말했다.“재능 있는 사람은 재능 있는 사람이기에 좀 자만해도 괜찮아. 재능 없는 사람은 그런척도 못해.”“어르신 말씀이 맞으십니다.”서현우가 머리를 끄덕였다.호정식은 멈칫거리더니 또다시 물었다.“내가 자네 몸에서 쇠 냄새를 맡았는데 군대 갔다 온건가?”“어르신 눈이 참 밝으십니다. 남강에서 군사생활을 했었습니다.”서현우가 머리를 끄덕였다.강한송이 옆에서 입을 삐쭉거렸다.군대만 갔다온게 아니면서. 서현우는 남강에서 제일로 잘나가는 군인었다.용국을 지키는 주인이었다.호정식은 서현우를 다정다감하게 바라보며 물었다.“군 생활을 몇년 했지?”“6년 했습니다.”“어디 군인이었나?”“정예 부대였습니다.”호정식은 멈칫했다.“현 남강 총사령관이 직접 만들었다는 전설의 부대? 백성들을 지키는 그 정예 부대 말인가?”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칭찬을 듣는건 처음인지라 서현우는 담담하게 머리를 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적들을 물리치고 땅과 배상금을 모조리 되찾다니!”호정식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강산에 대대로 인재가 나타나니 용국을 지켜나갈 사람이 있어서 한시름 놓았어.”서현우가 머리를 저었다.“아닙니다. 선배님들이 없었다면 백성들의 안전도 없었을것입니다. 우리는 그저 선배님들의 발자취를 따라 나라를 지키고 있는것 뿐입니다.”“조급해하지도 않고 듬직한걸 보아 자네 장군 감이네.”호정식이 웃으며 말했다.“정예 부대에서 작은 병사는 아니었지?”서현우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전 그저 작은 병사에 불과했습니다.”말을 마친 서현우가 계속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둑판에 검정색과 흰색 바둑알이 가득 놓여있었다.호정식은 식지와 중지 사이에 검은 바둑알을 들고 있더니 묵묵이 도로 회수했다.바둑알이 바둑판에 떨어지면서 경쾌한 소리를 내었다.호정식은 서현우를 바라보며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난 늙었어.”“사람은 누구나 늙어가기 마련입니다. 가치있게 늙었는지 아닌지만 차이 있을 뿐입니다.”“하하하…….”호정식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인가?”“네, 그렇습니다.”서현우는 호정식을 향해 인사를 올리며 말했다.“장군님과 선배님들이 용국을 위해 하신 모든 일들은 백성들의 머리속에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것입니다.”“그럼 된거네!”호정식은 손을 흔들더니 감개무량해 하며 말했다.“자네는 아주 좋은 세대에 태여났네. 우리 세대는 너무 어려웠어. 그리고 그때의 남강 총사령관은 지금 사령관보다도 특출한 능력을 갖투지 못했어…….”“하지만 그 사람의 애국심은 의심할바가 되지 못해. 그 사람은 황족 친척 관계로 총사령관이 되었어. 실력은 없었지만 말이야.”“내가 직설적이라 말이야. 그 놈 어떨땐 좀 쫄보기도 했어. 안 그러면…….”서현우는 말없이 듣기만 했다.호정식은 나무랄 자격이 있었지만 서현우는 그럴 자격이 없었다.백성들과 나라를 위해 피터지게 싸운 선열들을 자신히 감히 평가할수는 없었다.호정식은 서
서현우가 집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저녁이었다.솔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가려고 했지만 날씨가 흐리기 시작했다.우뢰가 움과 동시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어느망할 놈이 하늘에 비오라고 맹세라도 한듯이.아쉽지만 동물원에는 가지 못하게 되었다.솔이는 울음을 꾹 참고 가여운 얼굴로 서현우를 바라보았다.서현우는 너무 미안한 나머지 집에 동물원을 짓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비가 그치면 우리 동물원 갈가?”솔이는 머리를 끄덕였다.“좋아.”하지만…….이 비는 무려 연속 두날밤이나 내렸다.서남각지에 내린 폭우로 손실이 어마어마했다.서현우도 남몰래 기부를 했다. 이런 자연재해에 있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여러 부문의 협조와 지원도 있었고 의사와 간호사들도 많았다.세번째 날에야 비가 그치고 해빛이 쨍쨍 비추기 시작했다.동물원은 문을 열지 않았고 따로 시간을 공지한다고 했다.“나 시설에 할머니 보러 가고싶어.”진아람이 문득 할머니 말을 꺼냈다.서현우가 머리를 끄덕였다.“같이 가자, 솔이도 데리고.”진 노마님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라 지나간 일을 굳이 따질 필요는 없었다.아람이도 진 노마님이 이젠 이 집에 들어올 일이 없으니 가 보아도 괜찮을거라 생각했다.세 식구는 진 노마님을 모신 양로원으로 향했다.서현우가 주차를 마치고는 영양제를 사들고 걸어왔다.“어떻게 오셨어요?”양로원 경호원이 서현우를 보고는 보안실에서 걸어나오며 물었다.“어르신 뵈러 왔어요.”진아람이 대답했다.경호원은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예약은 하셨어요?”서현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집 어르신을 뵈는것도 예약해야 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요?”“여긴 보통 양로원이 아니에요.”배가 넙죽하고 코로 사람을 보고있는 이 아저씨는 40대쯤 되어보였는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당신들 이 양로원 누가 꾸리는지는 알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히는거야?”“누구의 소유든 우리가 가족을 볼 권리를 박탈할수는 없어요.”서현우의 목소리가 가
진아람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나 또 하늘을 날래!”솔이가 흥분해하며 말했다.“다음번에 다시 날자.”서현우는 웃으며 솔이를 진아람의 품에 안겼다.진아람은 솔이를 받아안고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경호원들을 쳐다보았다. 두렵기도 하고 멍하기도 했다.“솔이야, 괜찮아, 엄마가 있어.”솔이가 또박또박 얘기했다.“아까 엄청 재미있었어.”진아람이 멈칫했다.“현우 아저씨가 사람 때리는걸 보지 못한거야?”“보았어. 현우 아저씨는 히어로야. 나쁜 사람들을 때렸어.”솔이가 서현우에게 존경스러운 눈길을 보냈다.진아람은 흠칫 놀랐다. 서현우의 쭉 빠진 뒷보습과 잘생긴 얼굴과 매혹스러운 웃음까지.그렇다.이 남자만 곁에 있으면 두려울것이 없었다.“무슨 사람들이야? 여기에서 소란을 피울 생각을 하다니, 살고 싶지 않은건가?”양로원 건물밖으로 스커트를 입은 중년 아줌마가 걸어나오면서 미간을 찌푸리며 서현우한테 소리 질렀다.“우리가 가족 보러 오는데 당신들 허락을 맡아야 하는거야?”서현우가 차갑게 물었다.중년 아줌마는 서현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한발 물러서더니 금세 노기등등해하며 말했다.“우리 양로원에는 규정이 있어. 가족들을 뵈려면 먼저 예약을 해야 해! 당신들은 예약도 안 했을뿐만아니라 막무가내로 무단친입에 우리 경호원들까지 때렸어! 이건 법을 어기는 일이야!“법을 어기는 일인지 아닌지는 우리 집 어르신을 보고 따져도 늦지 않아.”말을 마친 서현우가 성큼성큼 층계로 향했다.중년 아줌마가 서현우를 막아나서려 했지만 서현우에 의해 뿌리쳤다.중년 아줌마는 바닥에 쓰러지는척 하며 서럽게 웨치기 시작했다.“여기 사람 죽여! 사람 죽이려고 해! 거기 아무도 없어요? 살려주세요!”서현우는 어이가 없었다.진아람은 불안했다.서현우가 곁에 있는한 위험은 없겠지만 그래도 일이 커지는건 다른 문제였다.진아람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평범한 인생을 살고 싶을 뿐이였다.하지만 서현우는 굽힐줄을 몰랐다.눈가에 살기가 일었다. 서현우는 막무가내인 중년
"너희들 빨리 꺼져! 경비원 불렀어!"화가 단단히 난 중년 여자는 벽에 있는 벨을 연신 쳐대며 버럭버럭 소리질렀다."당신 그러고도 사람이에요?"진아람은 화가 나서 몸을 떨며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우리가 돈을 들여 로인을 양로원에 보냈는데 바로 당신들에게 이렇게 대하라고 했어요? 어쩐지 예약을 해야 들어올 수 있더라고... 예약이 잡히면 그제서야 자신들을 치장하느라 정신이 없었던게지!""이미 70살된 노인네입니다, 어찌 이리도 맘이 악독할수가 있어요?"진아람은 호통을 쳤다. 진할머니의 어리석고 멍청한 모습을 보고 감정을 통제할 수 없어 심지어 눈물이 뚝뚝 떨어지려 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중년 여여자를 가리키며 소리쳤다."당신은 부모도 없어?! 당신의 부모가 이렇게 대접받으면 과연 어떻게 생각하거에요?그리고 당신 본인도 늙으면 자녀에게 양로원으로 보내지게 될건데, 인과응보란 말 모르세요?""그... 그러니깐... "중년 여자는 할말을 잃었다.다만 경비원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예전에 이런 일이 생기면 경비원이 아주 빨리 왔었는데 오늘따라 굼떴다.왜 이러지...?"당신은 양심이 조금이나마 있습니까?" 진아람은 분노하여 물었다.중년 여자는 안정할 수 없어서 발을 내디디면 곧 가려고 한다.진아람이 그녀의 몸으로 앞을 가로막았다.중년 여자는 이윽고 구정물통을 진아람에게 던졌다.서현우는 눈치 빨리 이내 진아람이 흠뻑 젖기 전에 발로 찼다.아악 하는 비명 소리와 함께 구정물통은 중년 여자에게 부딪혔다. 그 안에 있던 남은 음식과 썩어빠진 밥이 그녀의 얼굴을 흠뻑 젖혔다.삐걱-타이어가 지면에서 심하게 마찰하여 발생하는 브레이크 소리가 멀리서 울린다.서현우는 창문으로 내다 보았다.양로원 밖에는 여러 대의 승용차가 대문을 가로 막고있었다.꽃무늬 체크 셔츠를 입은 청년이 먼저 나왔고, 뒤에는 팔에 문신을 한 사람들이 많이 뒤따라 나섰다.각각의 흉악한 놈들로 보기만 해도 만만하지 않다는것이 느껴졌다.서현우는 눈을 돌려 중년 부
경찰들이 순찰하러 나온 모양이었다.길죽한 다리에 늘씬한 몸매를 가진 사람을 중심으로 한 무리 경찰들이 몰려오는것을 보고 꽃무늬 셔츠는 퍽 난감했다. 임진이었다.“아이고, 임 대장님, 여기는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꽃무늬 셔츠는 싱글벙글 하며 임진에게 인사를 올렸다.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하동훈, 네가 여긴 웬 일이야?”“아무 일도 아닙니다. 대충 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꽃무늬 셔츠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경찰 언니, 저 사람들 다 나쁜 사람들이야!”솔이의 앳된 소리가 들려왔다.임진의 두눈에서 동공지진이 일어났다.“계집애 참 귀엽게도 생겼네. 어려서 그런지 말을 거리낌 없이 하네, 하하하, 어려서 그래, 어려서.”꽃무늬 셔츠는 솔이를 노려보았다.서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하동훈을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하동훈은 반항할 틈도 없이 서현우 발길에 걷어차여 뒤에 서 있던 사람들과 함께 바닥에 와르륵 쓰러졌다.하동훈은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신음소리도 나지 않았다.서현우는 복도에 차가운 눈빛을 하고 서있는 임진을 바라보았다.“모두 돌아서서 벽 마주하고 두 손 머리뒤로 올려. 그리고 민증 꺼내!”임진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수가 없었지만 서현우의 날카로운 눈빛에서 큰 일이 일어났음을 예측하고 있었다.임진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을 통제하려고 했다.하동훈도 한참이 지나서야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서현우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는 겁이 난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하동훈이 데려온 사람들은 하나둘씩 벽을 마주하고는 두 손을 머리뒤로 올리고 있었다.임진과 함께 동행한 경찰들이 사람들의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다.“서현우, 무슨 일이야?”임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서현우는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한번 봐봐.”임진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방안으로 들어갔다.임진은 쌀뜨물 범벅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구역질을 하고 있는 중년 아줌마를 보았다. 옆에는 멍청해 보이는 진 노마님이
임진은 순찰 본부의 대장이었다.한걸음 한걸음 자신의 노력으로 이 자리에까지 올라왔다.임진의 아버님이신 천부성의 임 도자사님이 몰래 도와주셨을수도 있다.임진은 악랄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을 이미 몸소 체험해보았다고 생각했다.앞에 놓여진 광경을 보고서야 자신이 사람 마음을 아직 잘 모르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얼마나 오랜 시간의 고통을 겪어야 어르신이 무의식간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걸까?“임 대장님……. 우웩…….”양로원의 책임자를 찾으러 갔던 경찰이 달려왔다.소리 내여 외치기도전에 악취를 맡은 경찰은 얼굴색이 창백해지더니 구역질을 해댔다.애써 참고 있던 임진도 경찰의 구역질 소리에 속이 울렁거렸다.임진도 복도로 달려나와 헛구역질을 해댔다.서현우는 비통한 마음으로 모퉁이에 움츠리고 앉아있는 어르신을 바라보더니 자리를 떠났다.여긴 수많은 방들중 하나에 불과했다.진 노마님이과 이 어르신은 결코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었다.7층에 위치해있는 양로원, 300미터쯤 되는 이 복도에 얼마나 많은 방들이 있는지 아직 모른다.얼마나 많은 어르신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는지 모른다.서현우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앞섰다.사람은 누구나 다 늙어가기 마련이다.사람이 늙어가기 시작하면 머리숱도 적어지고 이도 빠지고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된다.그들은 자식들의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부모님들이 자식들을 키우듯이 자식들도 부모님에게 효도하는것이 자식이 해야할 도리이다.서현우는 많은 자식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어르신들을 양로원에 모셨으리라 믿었다.매달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년로하신 아버지, 어머님이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시길 원했을 것이다.하지만…….만약 어르신들의 자식들이 지금 이 광경을 보았다면 어떤 심정일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사람으로 태여나 사람이 아닌 짓을 하고 있다.경찰은 한참이 지나서야 안정 되었는지 창백한 얼굴로 임진에게 보고를 올렸다.“임 대장님, 책임자가 CCTV 화면을 지우고 있는걸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