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식은 상당히 남에게 미움을 살수 있었다.그러나 이천용의 미움을 사는 것과 자신의 생명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 사이에서 엄병은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했다.그도 이때 책상을 두드리며 발끈하며 근위를 향해 소리쳤다."이놈아! 뭐하는 짓이냐?설마 이감찰사가 날 해하겠느냐?이감찰사에게 빨리 사과하지 않느냐"근위가 탁 하고 손을 들고 목소리가 우렁차게 경례했다."죄송합니다!"이천용은 여전히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엄병이 입을 열었다."이감찰사, 부하들이 철이 없으 그러오!이 술은 내가 사죄의 의미로 한번에 마이겠소."말하면서 엄병은 술그릇을 들고 고개를 들어 단숨에 다 마신 다음 크게 웃었다."하하하, 좋아! 좋은 술은 과연 통쾌하구만!"이톈룽은 숨을 내쉬며 억지로 웃었다."엄 감독이 이렇게 말했는데도 제가 더 따지면 너무 옹졸해보이죠."말을 마치고 그도 고개를 들어 그릇의 술을 모두 마였다."이감찰은 주량이 좋구만!"엄병은 이천용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후에야 근위를 바라보며 엄하게 소리쳤다."아직도 여기서 멍하니 무엇을 하고 있느냐?꺼져!돌아간 후에 엄벌이 널 기다리고 있을것이다!""네!"근위는 다시 인사를 하고서야 물러서서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이천용이 뒤를 돌아보는 눈빛이 차가웠다."엄 감독, 아직도 절 믿지 못하십니까?""제 잘못입니다!"엄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너희들은 꺼져!나와 이감찰사와 술을 마시는 것을 방해하지 마라!""네!"넷은 그제야 문밖으로 나가 방문을 닫았다."이감찰사, 이제 만족합니까?"이천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엄병은 다시 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감찰사, 이분도 나가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엄 감독은 실력이 뛰어나지만 저는 아무 능력이 없어 만약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한다면 그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근위를 곁에 두어야 엄 감독을 위해 술을 따를 수도 있습니다."엄병은 웃으며 이천용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자신의 행동
이천용이 서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도 딸이 있는데 군사는 왜 안돼요?”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일리 있는 말이었다. 모든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하물며 군사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고 말했었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고 결혼하기로 했는데 결국 결혼하지도 못하고 남강이 위험해졌고, 남주 각 곳에서 징병하고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남강에 진입하였다.그 후 군사는 돌아간 적이 없고 그 여자와도 연락이 끊겼다. 지금 이런 세대는 옛날과 달라서 결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해도 당연한 거고 딸 한 명쯤 있는 것도 너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군사의 딸이 어디에 갇혀 있는데?”“천양성에 있어요...”엄빈이 군사의 딸이 갇힌 곳을 말했다. 이천용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저 자식이 깨어나면 어떻게 할까요?”“팽곤에게서 보고 배운 것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을 거야. 그의 의식과 생각은 환신향을 마신 그 순간에 멈춰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기억하지 못할 거야.”“팽곤이 물은 시간이 꽤 오래돼, 하지만 곧 깨어날 거야.”그 후로 서현우는 또 많은 걸 물었다. 환신향의 약효에 의해 엄빈은 사실대로 숨김없이 말했다. 10분도 안 돼 서현우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한 엄빈의 눈빛을 발견하고 엄빈이 곧 깨어날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넌 도대체 누구냐?”“난... 난...”안간힘을 다하는 듯한 느낌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졌다.“어서 말해!”서현우가 나지막하게 소리치자 엄빈이 네 글자를 내뱉었다.“진국 군신.”그 순간 서현우와 이천용은 멍해졌다.진국 군신이라니? 그럴 리가? 그럴 수 없다.놀란 마음을 다잡은 서현우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고개를 들고 허리를 곧게 폈다. 이천용은 마음속에 파도가 이는 것 같아 황급히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엄빈이 흠칫하더니 두 눈에 정기가 돌다가 곧 다시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엄 총사령관님, 왜 넋 놓고 있어요? 어서 마셔요.”이천용은 입가에 묻
천양성의 외딴 지역, 평범한 농촌 자체주택에 피비린내가 감돌았다. 서현우의 몸에는 피가 한 방울도 묻지 않았지만 인사불성이 된 6세 정도 되는 여자아이를 업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그때 고급 승용차 한 대가 길가에 멈추더니 뒷문을 열고 부티가 흐르는 중년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서현우와 그의 등에 업힌 여자아이를 번갈아 보더니 미소를 짓고 물었다.“안녕하세요. 임원희라고 하는데 그쪽은 누구시죠?”“남영이라고 해요.”서현우가 대답했다. 임원희의 웃음이 좀 더 진지해졌다.“남영 씨, 차에 오르시죠. 서현우 씨께서 저한테 전화가 왔는데 잘 모시라고 했습니다.”“고마워요.”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커다란 임씨 저택은 미로 같아서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안내하지 않으면 많은 시간을 들여도 자신이 가려는 곳에 도착할 수 없다. 임원희는 서남의 갑부로서 목숨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는 거액을 들여 도인을 찾아 구궁 팔괘진을 쳐놓았다.이름만 들으면 아주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참조물로 사람의 눈을 끌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길을 잃게 되며 무한 반복되는 이상한 곳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수단을 가진 사람이 적긴 했지만 너무 적은 편이 아니었다. 적어도 서현우는 요점을 한눈에 알아봤다. 다시 말해, 진법이라고 하는 이것은 그를 막지 못한다.임씨 저택에서 세수하고 식사하고 잠시 휴식하고 난 서현우는 임원희에게 개인 비행기로 중연시에 보내 달라고 했다. 서현우의 분부가 있었기에 임원희는 눈앞에 있는 이 ‘남영’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았다.해가 중천에 뜰 무렵 임원희의 개인 비행기가 하늘로 뜨더니 중연시를 향해 날아갔다.그와 동시에 금용의 최고레벨 군사 법정에선 군사가 적국과 손을 잡고 역모를 꾀한 사건에 관한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출석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모두 용국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아무나 발을 한 번 굴러도 용궁이 흔들릴 정도였다.이번 사건을 위해 군사 법정은 3일 동안 꼬박 준비했다. 하지만 재판은 겨우 15분 동안만
눈에 들어온 첫 번째 사진은 서현우가 임진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애걸하는 사진이었는데 나쁜 여자에게 차인 순정남 이미지였다.서현우는 어리둥절해졌다. 누군가 망치로 뒤통수를 가격한 듯 눈앞이 캄캄해 났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고 차가운 기운이 발밑으로부터 올라와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그는 황급히 사진을 뒤로 넘겼다. 백 장이 넘는 사진이 전부 서현우와 임진의 다정한 모습이었다. 사진을 본 서현우는 막장 멜로 영화를 본 것 같았다. 두 주인공은 만나서 알아가고 사랑하다가 분쟁이 생겨 서로 싸우고 끝내 헤어지게 되는 그런 영화 말이다.서현우는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마음속의 복잡한 갈등과 심장이 찢어질 듯한 슬픔이 고스란히 보였다. 휴대폰이 택시 좌석에 떨어졌지만 서현우는 퀭한 눈빛으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서현우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치고는 짙은 살기가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오! 재! 훈!”서현우가 마음속으로 외쳤다. 택시 기사는 자기도 모르게 몸서리치고는 고개를 숙여 에어컨을 너무 낮게 튼 건 아닌지 확인했다. 백미러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서현우가 흉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본 기사는 가슴을 졸였다. 운전 경험이 많은 기사였지만 여러 번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하고 밟을 뻔했다.30분 정도 허둥대던 택시는 겨우 무사히 순찰총국 앞에 멈춰 섰고 택시 기사는 잔뜩 긴장한 채 말했다.“저... 도... 도착... 했는데요.”서현우는 차 문을 열고 조수석 쪽으로 걸어가 무표정하게 손을 내밀었다.“계산...”붕!모터 소리와 함께 택시 기사는 가속페달을 밟고 쏜살같이 질주해 순간 눈앞에서 사라졌다.“해야 하는데...”바람이 서현우의 흐트러진 머릿결을 날렸고 그는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순찰총국 전담팀 사무실. 순경들이 각자 자기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현우로 위장한 오재훈이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신을 벗은 채 다리를 꼬고
많은 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서현우는 임진과 함께 전담팀 사무실로 들어갔다. 순경들은 모두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임진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다 나가.”“알겠습니다.”사람들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잇달아 사무실을 나섰다. 임진이 사무실 문을 닫고 커튼도 내리자 순경들의 호기심은 더 강해졌다. 서현우와 임진이 너무 신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임진이 대머리 중년남에게 넘어가다니... 이런 이상한 삼각관계는 어떤 결말을 맞이 할 것인가.“설마 싸우는 건 아니겠죠?”“정말 싸운다면 그분의 실력으로 대머리 중년은 아무것도 아니죠.”“설마 인명사고가 나는 거 아닐까요?”“임 국장님이 안에 계시는데 인명사고가 나게 하겠어요?”“어쨌거나 임 국장님은 여자이니 감정 문제에선 우세가 없지 않을까요?”“그건...”“정말 인명사고라도 나면 우리가 나서야 하나요? 이건 역사상 경찰이 가장 빨리 출동한 사건이 되지 않을까요?”“...”문 하나를 사이 두고 밖에선 의논이 펼쳐졌고 커다란 사무실 안에서 서현우와 임진, 그리고 오재훈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숙, 고마워요.”서현우가 살기등등하게 웃었다. 오재훈은 손을 내저으며 시큰둥한 태도로 대답했다.“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이 사숙이 널 돕지 않으면 누가 돕겠어? 안 그래?”“사숙의 조상님들에게까지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네요.”오재훈이 대답했다.“그럴 것까진 없어. 어차피 내 조상님은 네 조상님이기도 하잖아.”서현우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화를 풀 곳이 없었다.“어서 신분을 되돌려.”임진은 서현우의 예리한 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이 모습은 너무 이상해.”“임 국장, 미안한데 자리를 좀 비켜줘.”서현우가 말했다.“그건...”오재훈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가 있다가 조금 있다가 다시 만나요.”“알았어요.”임진은 복잡한 마음으로 자리를 뜨며 두 사람이 싸우기라도 할까 걱정했다. 두 사람을 걱정한다기보다는 사무실을 난장판으로 만
오재훈의 말을 들은 서현우는 눈빛이 움찔했다.“사숙님, 이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사숙님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봤고 저랑 그 사람에게 귀여운 딸도 있다는 걸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임진이랑...”“그래야지.”서현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재훈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하지만 너 저 계집애가 너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연애해본 적이 없어서 여자의 마음을 잘 모르긴 하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임진의 행동은 평소와 별다른 점이 없었으나 눈빛으로 보이는 감정은 숨길 수 없었다.“너도 알고 있어? 그럼 내가 설득하지 않아도 되겠군.”오재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임진 그 계집애는 사랑과 미움이 확실한 사람이야. 열정도 넘치고... 아니지, 이것뿐이 아니야. 임진의 열정은 늘 억눌려 있어. 마치... 그래, 화산, 맞아 화산처럼 말이야. 이 화산은 널 만나기 전에 얼음으로 감싸 있었는데 이제 널 만나고 나니 얼음이 거의 다 녹아 억눌렸던 화산이 분출되기 직전이야. 만약 임진이라는 존재가 너랑 진아람에게 문제를 가져다준다면 너 어떻게 할래?”서현우는 할 말을 잃었다.“할 말 없지? 원수로 생각하고 죽일 수는 없겠지만 일부러 거리를 둔다면 화산은 더 심하게 굼틀댈 거야.”오재훈은 감정 트레이너처럼 말을 이었다.“시간이 모든 걸 해결한다는 헛소리 따윈 믿지 마.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도 거짓말이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생기든 마음이 연결돼 있고 그리움이 따를 거야. 그리고 그리움은 시간과 거리의 걸림돌 앞에서 점점 더 짙어지고 미쳐 버릴 거야. 절대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은 없어. 마음 앞에서 누구든 이성을 잃기 마련이야. 너는 진아람 앞에서 절대적인 이성을 유지할 수 있어? 상천랑 그 일도 네가 충동했던 거 아니야? 무슨 일인지 제대로 묻지도 않고 기세등등하게 순찰총국에 쳐들어가 하마터면 죽일뻔했잖아. 상천랑을 죽인 후 진실을 알게 되면 너 후회하지 않
남산별장. 진아람은 웃고 있지만 누구든 그녀의 눈에서 슬픔을 읽을 수 있었다. 진 노마님은 진아람과 마주 앉아서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낮은 소리로 위로했다.“아람아, 쓸데없는는 생각하지 마. 서현우가 너한테 늘 잘해왔잖니, 안 그래?”진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휴...”진 노마님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예전이나 지금이나 이 세상은 여자에게 불공평해.”진아람이 입술을 깨물었다.“남자들이 나가 놀면 사람들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지. 그리고 그들을 위해 여러 가지 핑곗거리도 만들었어. 접대라느니, 그냥 잠깐 논 것뿐이라느니, 돌아올 수만 있다면 된다느니 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여자는 잘못을 저지르기만 하면 사람들 구설에 오르고 온갖 독한 말로 질책하며 돼지우리에라도 가둬야 할 것처럼 행동하잖아. 왜 그런지 알아? 예전부터 남자가 이 세상의 기둥이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여자는 대부분 남자에게 의지해 살아야 했어. 그래서 첩을 몇 명씩 둬도 되지만 여자가 남편을 몇 명씩 두면 어떨 것 같아? 어림없는 소리야.”진 노마님이 진아람의 손등을 다독이며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야. 서현우가 임진이라는 그 여자에게 정말 마음이 있을지는 몰라도 서현우의 마음속에서는 네가 일 순위라고 이 할머니는 믿어. 임진이 너의 자리를 빼앗지 못할 거야.”“할머니, 무슨 말 하시는 거예요?”“아람아, 서현우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 그의 능력으로 어떤 여자를 못 사귀겠어?정말 세컨드를 들인다고 해도 용납 못할 만큼은 아니야. 너도 마음을 크게 먹고 서현우에게 화내지 말아. 임진이 네가 가진 모든 걸 빼앗아가면 네가 아무리 슬퍼하고 아파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 그러니...”“할머니!”진아람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할머니는 서현우가 다른 여자를 찾기를 원하세요?”“아람아, 흥분하지 말고, 이건 내가 원하고 원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야.”진아람이 손을 내저었
개 제 버릇 못 준다더니, 진 노마님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예전에는 권세에 아부했고 지금은 그 사람이 서현우로 바뀐 것 뿐이었다. 오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든 권력이 있고 세력만 있으면 진 노마님은 똑같이 말할 것이고 진아람에게 억울하더라도 참으라고 하며 별것도 아닌 일로 부귀영화를 버리지 말라고 충고할 것이다.이런 잘못된 생각을 그녀는 인생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염치가 없는 것이다.“진아람 씨, 따로 얘기해도 될까요?”임진이 진지하게 물었다. 진아람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 노마님이 또 입을 열었다.“얘기할 게 뭐가 있어요, 우리 아람이는 괜찮아요.”서현우는 그녀를 뻥 차 버리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차갑게 말했다.“두 사람 따로 얘기하게 해요.”그러자 진 노마님은 또 말을 바꿨다.“그래요. 따로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어요. 서로의 우정도 쌓고 앞으로 트러블이 안 생기게 그게 좋겠어요. 아람아, 임진 아가씨를 네 방으로 모셔.”진아람은 서현우를 빤히 바라보다 방으로 들어갔다. 임진은 서현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따라 들어갔다. 진 노마님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 서현우에게 말했다.“현우야, 걱정하지 마, 내가 아람이를 잘 설득할게. 걔는 내 손녀라서 내가 잘 알아. 다 이해할 수 있을 거야.”서현우는 속으로 혐오감을 느끼며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진 노마님은 화를 내지도 않고 눈빛을 반짝이며 속으로 생각했다.“아람에게 어떻게 가업을 빼앗아 오는지 가르쳐야겠어...”진아람의 방은 깨끗하고 산뜻했다. 여자의 성격은 침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진아람이 입을 열었다.“앉아요.”“네.”임진은 소파에 앉아 우아하고 웃음기 하나 없지만 진지한 표정을 지은 진아람이 맞은 편에 앉는 것을 바라보았다.“진아람 씨, 요즘 나와 서현우의 일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걸 알아요.”“서현우는 능력 있는 사람이에요.”진아람이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