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할머니는 그렇게 버려졌다.원래 나이가 많아서 모실 사람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또 불구가 되어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고 생활도 스스로 할 수가 없었으니.진씨 가족은 처참한 지경에 이르러 일반인만도 못하게 됐는데 진할머니까지 모시기에는 너무 부담이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도 문제였고."허허... 하하... 하하하하..."진개군과 진개국 두 가족마저 어두운 밤속에 사라지는 것을 보며 진할머니는 미친 듯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웃음소리가 쓸쓸하고 처량했다.......남산 별장.솔이와 윤 아주머니는 모두 잠들었다.서현우와 진아람은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그러나 두 사람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분명 드라마의 내용에 관심이 없었다.벽에 걸린 시계는 이미 9시 정각에 이르렀다.서현우가 조용히 고개를 돌려 진아람의 완벽하고 흠잡을 데 없는 옆모습을 쳐다 보았다. 그러고는 설레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여보, 나 오늘 멋있어?""누가 당신 여보야? 뻔뻔스럽기는!"진아람의 볼에 순간 연홍빛이 돌았다. 그녀는 화내는 척 서현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서현우의 뜨거운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즉시 고개를 숙였다.그리고 그 쑥스러워하는 모습은 서현우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침을 삼키며 진아람 쪽으로 엉덩이를 두 번 옮겼다.서현우가 점점 다가오자 짙은 남자의 숨결이 진아람의 얼굴을 스쳤다. 진아람은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거칠어졌다. 가슴도 마구 뛰고 있었다."내 여보는 당연히 당신이지."서현우가 손을 뻗어 진아람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졌다.진아람의 팔에는 끊임없이 소름이 돋았다.그러다 서현우가 그녀의 턱을 돌렸고 그의 얼굴도 점점 가까워졌다.비록 서현우와 처음으로 친밀하게 접촉하는 건 아니지만 진아람은 여전히 긴장하여 간드러진 몸을 떨며 눈을 감았다.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서현우는 바로 코앞에 있는 앵두같은 붉은 입술을 보며 입을 맞추었다.순간 두 사람의 몸에 불이
“이런 경우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임진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개산 그들은 원래 죄를 지은 자들이라 수시로 조사를 받아야 하거든요. 더군다나 지금은 노인까지 버렸으니 8년 내지 10년은 쉽게 선고받을 수 있을 겁니다.""아니요..."진아람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잠시 침묵에 빠지더니 그윽하게 말했다. "할머니는 제가 모시겠습니다.""당신은 너무 착해요."임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당신의 선량함은 그들의 범죄를 방임하고 있는 것과 같아요. 어차피 당신들의 집안일이니 저에겐 참여할 권리가 없습니다. 노인을 버리는 일만 일어나지 않으면 되니까요. 그럼 이 위에 서명하고 노인을 모시고 가세요.""감사합니다."진아람이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고 또 임진에게 깊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임 대장님, 고마워요. 정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별일도 아닌데요 뭐, 밥 한끼만 사주면 됩니다."임진은 서현우를 도발적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서현우의 입꼬리가 작게 떨렸다."물론이죠, 내일 점심에 시간 괜찮으세요?""큰 사건이 없으면 괜찮을 거예요." 임진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내일에 연락 드릴게요, 정말 너무 고마워요."“천만에요,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 돌아가서 일찍 쉬세요.”"네, 그럼 저희는 먼저 갈게요. 내일에 봬요.""내일 봐요."서현우가 비통에 빠진 진할머니를 밀고 순찰 본부를 나왔다. 그러고는 차에 안아 올리고 휠체어를 트렁크에 넣었다.진아람은 진할머니의 곁에 앉아 끊임없이 위로했다.남산 별장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0시가 넘었다.밤이 깊어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진할머니는 바지에 오줌을 지렸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진아람도 진할머니에게 목욕을 시키려 할 때에야 발견했다. 그녀는 마음이 아파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밤은 매우 조용하게 하지만 또 그리 평온하지는 않게 지나갔다.서현우는 진아람이 무슨 계획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가 보기엔 진할머니는 그냥 자업자득이었다.만약 진씨 가족 중 한
"장난 치지마."금용, 진국부.상천랑이 부시시한 머리를 한 채 일어나 하품을 했다. "너 유씨그룹 도련님이라고. 금용에서도 그렇게 양반인 척 잘 나가다가 중연시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유신주는 곧 울 것 같았다. "정말이야!""장난 치지 말라니까. 날 놀리려고 그러는 거지? 난..."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천랑이 입을 다물었다.곰곰이 생각해 보면, 진국 군신의 외아들로서 금용 부잣집 도련님의 정점에 서 있던 그도 중연시에서 제대로 발렸잖아?그러고 보면 유신주가 괴롭힘을 당한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었다.그리고 이 자식 아무리 그래도 유씨 그룹의 도련님인데 울며 자기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체면 따윈 다 버린 건가?"잠깐, 왜 괴롭힘을 당한 거야?" 상천랑이 물었다.유신주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한 여자때문에."상천랑이 눈이 가늘게 떴다. "강요하지 않았어?""내가 어떻게 감히 강요하겠어? 너가 줄곧 우리에게 아릿다운 여인은 군자의 좋은 짝이라고 가르쳐 주었잖아. 그러니 돈을 주든지 마음을 주든지 하되 절대 강요와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나 줄곧 마음속에 기억하고 그렇게 행동해왔단 말이야." 유신주가 억울해하며 말했다."그럼 임자가 있는 여인을 건들였네!"상천랑이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너 이 자식. 내가 임자있는 여자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한 거 다 잊었어?""하지만 결혼을 안 했다고! 남자친구가 있으면 어때? 다들 공평하게 경쟁해야잖아. 마지막 결정권은 그 여자한테 있는 거고." 유신주가 목을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상천랑이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그는 하품을 하고는 일어나 스피커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바지를 입으며 말했다. "그럼 왜 괴롭힘을 당했어? 중연시에서 네가 평정할 수 없는 사람이 많지는 않잖아?"물으면서 상천랑은 문뜩 서현우가 생각났다.만약 정말 그 사람이라면 상천랑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유신주는 더 말할 것 없을 것이다.
유신주가 멍하니 서 있었다.비록 상천랑의 말투는 매우 평온했지만 폭팔하기 일보직전임을 알 수 있었다."천랑 도련님... 너... 그게 무슨 뜻이야?" 유신주가 떨며 물었다.상천랑이 또 그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차는?""저기."유신주가 길 옆에 세워져 있는 호화 비지니스 승용차 한 대를 가리키며 대답했다."가자."유신주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상천랑이 먼저 차에 올랐다. 그리고 유신주도 차에 오르자 그는 덩달아 차에 오르려는 운전기사와 경호원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잠깐 기다리고 있어. 나 유 도련님과 할 얘기가 있어.""예."차문이 닫혔다.유신주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긴장해하며 침을 삼켰다. "천랑 도련님,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 서현우...""제기랄!"상천랑이 주먹을 들어 유신주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아이고... 아이고... 으악..."유신주의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그러나 차내의 방음이 너무 잘 되어있고 차창막도 두꺼운 거라서 바깥의 사람들은 전혀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고 안의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유신주의 경호원들은 흔들리는 비즈니스 승용차를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했다.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춰 한 번 보고는 침을 뱉었다. "이렇게 훤한 대낮에 차안에서 저런 짓을 하다니! 돈 많은 사람들은 저렇게 꼴 사나운 짓을 해도 되는 거야?”한참 후 승용차가 흔들림을 멈추었다.차문이 열렸다. 유신주의 경호원이 완전히 돼지머리가 된 유신주를 보더니 놀라서 식은 땀을 흘렸다."뭘 봐? 어서 타고 운전해! 남산 별장으로!" 상천랑이 불만이 어린 말투로 말했다."네... 네..."운전기사와 경호원들이 모두 차에 올라 탔다. 그리고 운전기사가 가속페달을 밟아 천천히 남산별장구역으로 향했다.차 안은 고요했고 가벼운 타이어 소음만 울려퍼졌다.유신주가 생의 낙을 잃은 표정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상천랑이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울지 마. 네가 나를 팔았
상천랑이 누군가?말 한마디면 100억을 꺼낼 수 있고, 도륜 협회 서남대구 화사인더러 최윤정을 데리고 아람솔그룹에 와서 진씨 가족에게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하게 할수 있는 사람이라고!그런데 지금 상천랑이 서현우 앞에 무릎을 꿇고 전례 없는 공손한 표정을 짓고 있다니.그리고 유신주는 금용 유씨 그룹의 큰 도련님으로서 유씨 그룹이라고 하면 도론 협회와 맞서 싸울 수 있는 거물이다.그런데 유신주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서현우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유씨 벤처 투자회사의 소유권을 두손으로 바치고 있었다.경외하고, 비위를 맞추고, 떨고 있고, 경배하고 있다!도대체 어떤 사람이여야 진씨 가족이 모든 심혈을 퍼부어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면서까지 아부했던 상천랑과 유신주더러 이토록 비굴하게 무릎을 꿇고 꼬리를 흔들며 동정을 구걸하게 할수 있는 거지?진할머니는 생전 처음으로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렇게 깊이, 죽어라 서현우를 쳐다보았다.지금처럼 이렇게 열심히 서현우를 훑어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진씨 가문이 뿔뿔이 흩어지게 하고 진씨 가족들로 하여금 고기를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만큼 뼈에 사무치게 했던 원수를 살펴보고 있었다."푸!"갑자기 진할머니가 묽은 피를 뱉어냈다.진아람이 깜짝 놀라 실색했다 ."할머니! 괜찮으세요? 현우씨, 빨리 구급차를 불러! 빨리!""난 괜찮다."진할머니는 늙은 나무껍질처럼 마른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열심히 웃었지만 우는 모습보다 더 흉했다.눈을 감자 눈물이 그녀의 볼을 따라 굴러 떨어졌다.후회...너무 후회돼!그녀는 후회돼서 미칠 것 같았다.일반 상인은 상품을 본다.좀 강한 자들은 인품을 본다.진정한 상업계의 거두만이 미래를 보며 안목을 겨룬다.진할머니는 일생 동안 상업계에서 종횡무진하며 광풍과 사나운 파도를 직시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스스로 거두라고 자칭했었는데!그러나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우습기만 했다.어쩐지 상천랑이 진씨 가족이 좋은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 판을
"잘 됐다!"진아람이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그럼 먼저 할머니를 방으로 데려다주고 올게.""그래."진아람이 진할머니를 밀고 집으로 들어갔다. 서현우가 남강정예팀의 대장더러 진할머니를 방까지 안아옮기라고 명했다.고개를 돌린 후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상천랑과 유신주를 보며 서현우가 입을 열었다. "꺼져, 유신주. 이번은 그냥 넘어가겠지만 내가 한 말을 잊지 마.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면 반드시 너의 두개골을 딸거야!"유신주가 부들부들 떨며 얼른 말했다. "예! 당장 꺼지겠습니다, 바로 꺼질게요..."말하면서 그는 정말 일어나지 않고 구더기처럼 열심히 땅에서 발버둥치며 굴러갔다. 그러다 겨우 차 옆까지 굴러가서는 재빨리 일어나 차문을 열고 차 속으로 들어갔다.힘껏 차문을 닫은 유신주는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고 목숨을 건진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고는 차창을 사이에 두고 몰래 훔쳐보기 시작했다."넌 왜 안 꺼져?"서현우가 여전히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상천랑을 보며 물었다.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상천랑이 진국 군신의 아들이라해도 서현우는 체면을 세워 줄 생각이 없었다."현우 도련님, 저는 꺼질 수 없어요. 제가 꺼졌다간 목숨을 잃을 거라고요."상천랑이 입을 헤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서현우가 그를 죽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듯 했다.서현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상천랑이 틀림없이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아무리 기다려도 서현우가 묻지 않자 상천랑이 멋쩍게 코를 만지작거리다가 정색했다. "국주님의 명을 받들어 현우 도련님과 부인의 경국례 전단계 배치와 기획을 책임지러 왔습니다. 국혼이 순조롭고 약속대로 성사되도록 보장하기 위하여.”이에 서현우가 의아해하며 눈썹을 치켜세웠다.국주의 뜻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럼 네 일이나 하러 가." 서현우의 말투가 조금은 누그러졌다."알겠습니다!"상천랑이 웃으며 일어섰다. "현우 도련
"안녕하세요, 가을 특혜라 카드 발급..."서나영은 전단지를 돌리며 누군가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것을 느꼈을 뿐 보지도 않고 곧바로 전단지 한 장을 건네며 수없이 많이 해본 말을 또 했다.그러나 맞은편에서 전단지를 받은 후 말소리가 들려왔다."우리는 그래도 지인인데 20% 밖에 할인하지 않는거야?"목소리는 귀에 익었다.어디서 들어본 목소리였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다.이런 생각들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았다.나영이 고개를 들었을 때, 상천랑의 그 웃는 얼굴을 보고 즉시 눈을 거꾸로 세웠다"너야?지난번에 이미 충분히 얻어맞지 않았니?"상천랑은 웃으며 말했다."잠깐만, 봐봐, 이렇게 많은 사람속에서 우리가 두 번째로 만났는데 이거 운명 아니야?""누가 너랑 인연이야? 갈 거야 말 거야? 안가면 우리 오빠한테 전화한다!"말하면서 나영은 기세등등하게 핸드폰을 꺼내려 했다.천랑은 황급히 말했다."아니! 나 카드 만들게!""누가 너보고 카드 만들라고 했어? 절로 가지 못해!" 나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진짜 카드 만들겠다니까!"천랑은 정색하며 말했다"100장 만들게!"나영은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정말 백 장이야, 한입으로 두 말하기 없기야!"천랑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카드를 만들면 얼마나 할인할 수 있어?""골절까지 할수 있어."나영이 핸드폰을 꺼내 현우의 번호를 찾았다."내가 졌어!전화 하지마."상천랑의 순식간에 억울한 얼굴을 하고 두 손을 들어 항복을 선언하였다."나는 너한테 정말 악의가 없어.""그럼 빨리 가, 내 일에 지장 주지 말고." 니영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다시 넣었다."나도 일하는 거야, 심지어 네 형을 위해 일하는 거야." 상천랑이 말했다.나영은 코를 훌쩍거리며 바보를 보는 것과 같은 눈빛으로 상천랑을 보았다."아직도 소란을 피우려는 거지? 그래, 그대로 서 있어. 도망가지 마. 우리 오빠를 부를게.""진짜야!"상천랑이 엄숙하게 말했
화가 나서 위층으로 뛰어오르는 현우를 보고 나영은 히히거리며 웃었다.예쁜 눈에 교활함이 가득했다.분명 현우는 입을 열었을 것이다.나영이 기분 좋게 별장을 나서자 남강의 정예대장은 공손하게 차문을 열었다."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나영은 거절하지 않고 예의 바르게 감사 인사를 드렸다.올 때는 택시를 탔는데 돌아갈 때 차가 없다면 그녀는 걸어서 산으로 내려가야 했다.9월의 중연시는 여전히 더워서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차를 타고 나영는 중심 광장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회사로 바로 가서 전단지를 다시 받으려고 했지만, 멀리서 상천랑이 많은 인파속에서 어슬렁거리며 전단지를 돌리는 것을 보았다.원래 품에 두툼하게 쌓아 올린 전단지는 이제 책 한 권만큼 얇게 남아 있었다."이 녀석, 꽤 신용을 지키는데."나영은 쑥덕거리며 다가가 일부러 짓궂은 말투로 말했다"왜 이거밖에 안 남았어? 너 내 전단지를 쓰레기통에 버린 거 아니야?""내가 어디 그런 배짱이 있니? 분명히 한 장씩 나눠준 거예요!" 상천랑이 맹세하며 말했다.나영은 그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것을 보고 입을 삐죽거리며 돌아섰다."야!할머니!""내가 그렇게 늙었니?다시 한번 함부로 외치면, 내가 두 배로 널 골절시켜 줄거야!"나영은 고개를 돌려 이를 드러냈지만 그 두 쪽의 덧니는 천랑에게 매우 사나운 느낌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귀엽다고 느꼈다."난...""꼼짝 말고 거기 서 있어!"나영은 천랑이 말을 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소리쳤다."아직 전단지가 더 있으니 다 보내지 않으면 못가!"말이 끝나고 나영은 몸을 돌려 떠났다.천랑은 얼굴에 쓴웃음을 지으며 손에 얼마 남지 않은 전단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그 후 그는 정말 순순히 전단지를 계속 뿌렸다.천랑이 전단지를 다 뿌릴 때쯤 땀을 닦자 나영이 멀지 않은 나무 아래 돌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 한 개를 입에 물고 입안 가득 먹는 것을 보았다.천랑이 달려와 어깨를 으쓱거렸다."다 나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