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 도련님..."뇌창이 착한 아이처럼 서현우 앞에 서 있었다. 거친 얼굴은 겁에 질린 채.적국의 병사들이 지금의 뇌창을 봤더라면 자신의 눈을 후벼 땅에 밟고 싶었을 것이다.전장에서 등칼을 들고 미친듯이 돌격하던 용국 남강장교의 손에 묻은 선혈은 장강의 물을 다 써도 깨끗이 씻어낼 수 없을 정도인데 어떻게 겁에 질려있을 수가 있는 거지?하지만 남강 군사들의 눈에서는 너무 정상적인 한 장면이였다.뇌창은 서현우가 친히 훈련해낸 장교다. 하지만 머리속에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놈이라 사고하기를 싫어하고 무모하기만 해서 서현우에게 몇번이나 징벌을 받았는지 모른다."왜 왔어?" 서현우가 모른 척 물었다.뇌창의 입가가 떨렸다.서현우가 겉으로 보기엔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았지만 사실 정반대였다."잘못했습니다."뇌창이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 "앞으로 반드시 수하들을 엄격히 단속하여 더는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토록 하겠습니다.”서현우가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그는 확실히 화가 났었다.하지만 노구 형님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행패를 부린 것 때문이 아니라 뇌창이 부하를 잘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때문이였다.지금의 남맹은 중연시 지하의 무관의 왕으로 전반 중연시의 백성들을 상대해야 했다.그리고 뇌창은 남맹의 두목으로서 중연시의 지하질서와 규칙을 짊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수하들도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수하들이 권세만 믿고 백성들을 업신여기고 흉악한 짓들을 하고 다니기라도 하게 되면 독종과 다를바가 없으니.일찍이 삼중문이 멸망되었을 때 중연시 백성들은 왜 설날을 맞이하는 것처럼 기뻐했을까?삼중문이 온갖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남맹은 결코 제2의 삼중문이 될 수 없다."현우 도련님,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뇌창이 울먹이며 말했다.서현우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뇌창, 너의 책임은 아주 무거워.""저도 압니다... 미안합니다. 현우 도련님의 신임을 저버렸습니다." 뇌창이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내가 네년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잖아! 고기를 먹지도 못하고 냄새만 뭍여오다니! 어때? 기뻐 죽겠지?"진개군이 크게 노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남맹이 뭔데? 지하 세력일 뿐 본질은 안 바뀐다고! 그런 놈들이 어떻게 우리같은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어? 너 정말 내가 화나 죽는 모습을 보고 싶은게냐? 우린 지금 금지령때문에 중연시를 나가지도 못하는데 그 노구 형님이라는 사람이 복수하러 오기라도 하면 도망칠 곳도 없다고!""노구 형님 같은 사람은 딱 봐도 마음이 모질고 악랄한데 진짜 우리한테 화풀이를 할 까봐 무서워. 그러면 우리는 어떡해야 해? 지금 경찰에 신고해서 우리를 보호해달라고 할 수는 없겠지? 그렇다고 정말 와서 복수한 다음에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는 거잖아.""그럼 어떡해? 진백소! 넌 어떻게 그런 사람을 건드릴 수가 있어! 생각도 없이!""너 정말 우리 일가족을 죽일 셈이야?"진씨 가족들이 모두 놀라서 잇달아 진백소에게 호통을 쳤다.진백소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억울하고 두려워 소파에 웅크리고 끊임없이 떨고 있었다."조용!"진할머니가 노호하며 말했다."백소야, 연아에게 전화를 걸어 너를 보호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해. 지금으로선 그게 제일 방법이야.”"맞아, 딸. 어서 연아한테 전화해!"진백소가 얼른 울음을 멈추고 진연아한테 전화를 걸었다."언니, 나 좀 살려줘..."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진백소가 울먹이며 소리쳤다."왜 그래?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오빠 말이야..."진백소는 더듬거리며 자초지종을 말했다. 하지만 진연아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단지 그 노구 형님이 진백소에게 복수하겠다는 것만 알아들었다.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진연아가 말했다. "백소야, 넌 왜 이리도 순진한 거니? 그런 자들이 어디 우리가 함부로 엮여도 되는 사람이야? 전에 그렇게 자랑을 하더니, 지금 봐봐. 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언니,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나 좀 살려줘, 나 너무 무서워!" 진백소가 또
공기가 촉촉한 새벽.먼 곳의 산들은 흰 안개에 휩싸여 있었고, 햇빛은 엷은 안개를 뚫고 주황색빛을 땅에 뿌렸다. 순간 산성은 그림과 같이 아름다워 보였다.서현우는 셔츠를 입은 채 풀밭에서 권법을 연습하고 있었다.권법이라고 하기엔 오히려 춤추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이 있었고, 강인함 속에 또 부드러움이 섞여있었다.매 동작마다 느리지만 율동을 내포하고 있었다. 창가에 서서 바라보고 있던 진아람은 눈이 즐겁기만 했다.아침식사 후 솔이는 서현우가 낸 글씨 연습 임무를 완수하고 애니메이션을 틀었다.서현우가 솔이의 곁에 앉아 함께 보고 있었다.진아람이 OL 투피스를 입고 2층 복도에 서서 내려다보며 핸드폰을 꺼내 텔레비전을 보고있는 두 부녀를 찍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피어났다.그녀가 하이힐을 밟고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서현우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렇게 차려입고 어디 가려고?""일자리 찾으러." 진아람이 말했다.서현우는 반대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끝내는 포기했다. 그러고는 웃으며 물었다. "내가 기사 되어줄까?""됐어. 당신은 솔이이랑 놀고있어. 나 혼자 차를 몰고 나가면 돼.""그럼... 좋은 소식을 기다릴게!""당연하지!"진아람이 자신만만하게 별장을 나섰다.곧 모터가 굉음을 내며 점점 멀어졌다.서현우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진아람은 분명 용모로 먹고 살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능에 의지하려했다. 그녀가 도대체 누구에게 증명하려고 하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서현우는 그녀를 구속하려 하지 않았다. 일자리를 찾고싶다면 찾으라지 뭐. 어차피 큰 일도 아닌데, 그녀가 기쁘다면 된 거다.중연시 강구, CBD센터.진아람이 차를 세운 후 폴더를 들고 자신만만하게 구직 여행을 시작했다.하지만 순탄치 않았다.진할머니가 어릴 때부터 정성껏 양성한 상업 천재로서 또는 아람솔그룹의 대표로서 진아람의 개인 능력과 안목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진아람의 재능을 받아들일 수 있는 회사가
"우리 회사 면접 요구의 최저 학력이 대학원생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넌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을 건데?"진연아가 비꼬았다. "그러고도 유씨 벤처 투자회사에 면접보러 왔어?”"난 비록 학력이 부족하지만 전에 한 대형 그룹의 대표직을 맡았었어. 유씨 벤처 투자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유씨 그룹이라 해도 나는 면접을 볼 자격이 있어." 진아람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진연아 앞에서 그녀는 결코 연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진연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 아람솔그룹은 어떻게 됐는데?"진아람이 이를 악물고 할 말을 잃었다."흥!"진연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꺼져. 내가 여기에 있는 한 너는 영원히 유씨 벤처 투자회사에 들어와 일할 생각을 하지 마.""죄송."진아람이 일어나서 진연아를 직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유씨 벤처 투자회사에 있으니 이미 이 회사가 난장판이 될 미래가 보이네. 너가 나를 초대하더라도 나는 오지 않을 거야."말하면서 진아람이 방을 나서려 했다."너..." 진연아가 크게 노하여 즉시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그러나 바로 이때 방문이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먼저 열렸다.유신주가 진아람을 보자마자 멍해졌다. 진아람의 미모에 놀란 듯 했다."유 도련님, 잘 왔어!"진연아가 입을 열었다. "이 여자가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으면서 감히 우리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거야. 그래서 내가 거절했더니 막 악담을 퍼부었어. 유씨 벤처 투자회사는 도산할 거라며. 정말..."“면접보러 온 분이야?”진연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신주가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신주라고 합니다. 당신처럼 이렇게 우수한 분은 당연히 유씨 벤처 투자회사에 입사할 자격이 있죠.""유 도련님!"진연아가 믿을 수 없어 소리쳤다."넌 입 닥쳐. 내가 적합하다고 하면 적합한 거지. 네 앞의 일이나 잘 해."유신주는 진아람을 보고난 후 더는 진연아를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사정없이 호통을 쳤다. 그러고
"네가... 감히 나를 때려?"유신주가 멍해서 말하더니 표정이 갑자기 험상궂어졌다. "너의 온 가족을 죽여버릴 거야!"그는 금용 유씨 가문의 도련님으로서 금용 그 대단한 분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도 자유자재하게 살아왔었다. 오늘같은 이런 대우는 처음이였다.유신주의 험상궂은 울부짖음에 서현우의 눈빛은 아주 덤덤했다. 그는 유신주의 배를 발로 찼다.순간, 유신주는 땅에 마찰하면서 10여메터밖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그러다 승용차의 앞바퀴를 들이받고서야 멈추었다.그는 몸을 구부린 채 얼굴은 익은 새우마냥 빨갛게 달아올랐다. 입을 한참 뻐끔 거렸지만 결국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마치 온 세상이 고요속에 빠진 것 같다.서현우가 앞으로 다가갔다."현우씨!"진아람은 서현우가 큰 사달을 낼까 봐 얼른 그를 붙잡고는 다소 화가 나서 말했다. "왜 이렇게 충동적이야? 이 사람은 나를 귀찮게 하지 않았어! 어떻게 함부로 사람을 때릴 수가 있어?""내가 때리지 않으면 무조건 당신을 귀찮게 할 거야." 서현우가 말했다.진아람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논리야?""나만의 논리."서현우가 진아람의 눈동자를 똑바로 보며 평온하게 말했다. "이 자식이 그런 생각을 가지기도 전에 내가 제대로 싹을 잘라 버릴거야.""당신 왜 이렇게 포악해!"진아람이 입으로는 불만스럽게 말했지만 눈빛속에는 노여움이 어느새 사라지고 달콤함과 행복함이 피어났다.그녀는 서현우가 자신을 아끼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속에는 안전감이 가득했다. 마치 이 남자가 곁에 있는 한 어떤 위험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처럼."나 원래 이렇게 포악하거든!"서현우가 일부러 흉악한 척하면서 진아람을 들어 안았다. "가자, 집에 가서 둘째나 만들자고!"진아람이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소리쳤다. "장난치지 마! 큰길에서 뭐하는 짓이야. 어서 나를 내려줘...""가... 가지... 마!"서현우가 발걸음을 멈췄다.진아람이 발버둥쳐 착지하고서는 서현우
서현우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진아람을 쳐다보았다.진아람의 이쁜 얼굴에는 고집이 묻어있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유신주는 화가 나서 몸을 돌려 휴지로 코피와 치아에 묻은 혈흔을 닦은 후 소질이 없이 피로 물든 휴지를 뒤로 던졌다. "다 같이... 덤벼!"펑펑펑..."아!"바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신주의 입가에는 차가운 웃음기가 피어났다."아..."따라서 두 번째 비명이 귀에 들어왔지만 첫 번째 비명과 달랐다.유신주가 곰곰이 생각하기도 전에 비명소리가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가사가 단조로운 대합창단과 같았다.유신주는 가슴이 덜컹거리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그러자 담담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서현우가 언제 그의 뒤에 나타났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바로 반미터도 안 되는 곳에 서있었다.그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더 없어? 다 불러내." 서현우가 말했다.유신주의 눈빛이 흩어졌다. 그는 서현우를 넘어 뒤쪽의 상황을 살피더니 동공이 순간 움츠러들었다. 심장도 매섭게 조여들었다.공터에는 여기저기 그의 수하들이 널려 있었다.예외 없이 모두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있는 자가 한 명도 없이!진아람도 넋을 놓고 멍하니 서있었다.그녀도 똑똑히 보지 못했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면서 얼굴을 가려버려서.하지만 귓가에는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그녀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후에는 바닥에 이미 사람들이 누워있었다. 그래서 그녀도 놀란 나머지 멍해있었다.짝!따귀 소리가 울려퍼졌다.서현우의 따귀가 넋이 나간 유신주와 진아람을 깨웠다.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속으로는 감격에 겨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비록 그녀 무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그다지 지지하지는 않지만 무력은 가장 직관적인 느낌을 준다.그녀는 갑자기 서현우의 뒷모습이 멋있다고 느껴졌다! 그한테 호되게 뽀뽀를 해야만 마음속의 격한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유신주의 왼쪽볼이 높이 부어올랐고 심지어
유신주의 애타는 기다림 속에서 날이 드디어 점점 어두워졌다.그는 경호원의 보호하에서 차를 몰고 천란 호텔로 질주했다. 그러고는 다이아몬드의 룸으로 들어갔다.얼마 후 천우성도 도착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잠깐 멍해 있더니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 "유 도련님?""천 도지사님... 습..."유신주가 웃으면서 얼굴의 상처를 건드렸는지 자기도 모르게 아파하며 이를 드러냈다.천우성이 놀라며 실색했다. "유 도련님, 어떻게 된 거예요?""천 도지사님도 웃으시겠네요. 저 금용에서도 이토록 큰 피해를 본 적이 없었는데 도지사님의 구역에서 이 지경이 되도록 얻어맞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유신주가 한스러워하며 말했다.천우성의 얼굴색이 변하더니 엄숙한 어투로 말했다. "걱정마요유 도련님. 저 지금 바로 순찰본부에 전화를 걸어 똑똑히 조사해보라고 할게요. 고의로 사람을 다치게 한 범인이 법망을 벗어나는 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천 도지사님이 이토록 나라와 국민을 위하며 공평하게 법을 집행하다니. 중연시에 부임한 시간이 짧으면서도 중연시 백성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이유가 다 있었네요!"유신주는 아첨을 떨며 얼른 일어나 천우성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그러고는 잔을 들어 말했다. "천 도지사님, 제가 먼저 원샷하겠습니다."천우성도 술잔을 들고 말했다. "유 도련님, 사양할 필요가 없습니다. 도련님이 중연시에 투자하러 온 건 중연시의 건설에 보탬이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제가 도련님에게 감사를 표해야지 어찌 억울함을 당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참, 그래서 누가 도련님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는데요?"유신주의 눈에는 흉악한 기운이 반짝였다. "서현우라는 놈이요. 천 도지사님, 꼭 그 놈이 평생 감옥에서 보낼 수 있게 해줘요.""당연하..."천우성이 대답하려던 찰나 술잔을 든 손이 세게 떨렸다. 그러자술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놀라서 물었다. "서현우? 어느 서현우?"유신주는 여전히 서현우에 대한 한에 잠겨있어 천우성의 반응을 차마 눈치
"하, 유 도련님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나요?"최윤정이 비꼬며 자료를 집어들었다.사진 한 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최윤정의 웃음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눈빛도 괴상해졌다. 그녀가사진에 찍힌 서현우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사람을요?""그래요, 바로 그 사람!"유신주는 흉악한 얼굴을 드러냈다. "그 사람 실력이 아주 강해요. 저는 중연시에 아는 사람이 없으니 최 책임자님이 저 대신 해결해줘요. 나중에 제가 유씨 그룹의 주인이 된 후에 이 은혜를 갚을 게요.”최윤정이 자료를 살짝 내려놓고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팔을 에워싸고 입가를 올렸다. "유 도련님, 길이 점점 졻아지네요.""뭐라고요?" 유신주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최윤정이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초롱초롱했던 아름다운 눈동자가 갑자기 매서워졌다."꺼져요."유신주는 믿을 수가 없었다. "당신...""꺼지라고요! 못 알아듣겠어요?"최윤정이 탁자를 두드리며 엄하게 소리쳤다.순간 방문이 열리고 검은 양복 네 명이 무표정으로 들어왔다.몸에 짙은 살기가 감돌고 있는 게 딱 봐도 쉬워보이지 않았다.유신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가 극에 달해서였다."유씨 그룹과 도륜 협회는 경쟁하는 사이라고요. 근데 무슨 낯짝으로 도와달라고 하시는 거죠? 제가 도와준 후 윗선에서 알게되면 제가 어떻게 될까요? 은혜를 갚는다고? 풉, 유씨 그룹의 주인도 아닌게 왜 제 앞에서 잘난 척을 하는 거죠? 당장 꺼지시죠!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밖으로 내던지라고 할 겁니다!"유신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눈을 뒤집고 기절할 뻔했다. 그는 고함을 질렀다. "나는...""밖으로 내버려!" 최윤정이 소리를 쳤다.그러자 검은 양복 두 명이 유신주의 경호원을 막고, 나머지 두 명이 손을 뻗어 펜치마냥 유신주를 잡고 빌딩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바로 던졌다."아!"유신주는 순간 온몸의 뼈가 흩어지는 것처럼 아파났다. 그렇게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