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할머니가 안색이 변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나머지 사람들은?"진개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첫째, 셋째, 넷째는 모두 순찰 본부에 있어. 그들은 아마도... 아마도..."“감옥 가야 되는 거지?”진할머니가 전혀 놀라지 않고 물었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나왔니?""아람이 서현우에게 부탁해서 개해씨를 구해낸 겁니다." 조순자가 말했다.진할머니가 경악해 하며 서현우를 바라보았다. "네가?"서현우는 여전히 진할머니를 공기 취급하고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당신 괜찮아?"진아람이 서현우가 흘린 땀을 보며 물었다.서현우가 고개를 저었다. "나 밖에 나가 좀 앉아있을게.""응." 진아람이 고개를 끄덕였다.서현우가 나간 후 진할머니가 물었다. "나도 서현우가 구했어?"진아람이 또 고개를 끄덕였다."에휴, 아람아, 내가 너희들에게 미안하다."진할머니가 진아람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리 와봐."진아람이 걸어가 침대 옆에 앉았다."얘야, 할머니가 늙어서 멍청해졌나보다. 예전에 너한테 나쁜 짓들을 너무 많이 했어. 그래도 할머니를 미워하지 마. 알았지?" 진할머니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진아람이 고개를 저었다."우리 착한 아람이. 그래서 서현우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할머니께 말해봐." 진할머니가 진아람의 손등을 토닥이며 물었다."저도 몰라요."진아람이 말했다. "여러 번 물었었지만 말해주지 않았어요."진할머니가 잠시 침묵에 빠지더니 다시 말했다. "그럼 됐어. 아람아, 할머니 대신 서현우에게 사정을 해서 너의 큰아버지들도 구해달라고 하면 안 될까?""네?"진아람이 멍해졌다. "저...""할머니도 네가 많이 난처할 거라는 걸 알아."진할머니가 씁쓸해하며 말했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서 너한테 부탁하는 거야. 너의 큰아버지들이 정말 감옥에 가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잖아? 예전에 우리 진씨 가문이 휘황찬란했을 때 한 가족이 얼마나 즐겁게 지냈었는지 생각해 봐. 그런데 지금은? 풍비박산이 됐어! 할머니도 이젠
밤은 깊어가고 인기척은 점점 드물어졌다.서현우가 차를 몰고 진아람과 함께 남산 별장으로 돌아왔다."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 오늘부로 우리는 우리의 나날들을 조용하게 지내기만 하면 돼. 결혼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어. 나 반드시 당신을 위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결혼식을 준비할 거야. 당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모두가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신부로 만들거라고." 서현우가 진아람을 보며 말했다.진아람이 다가가 주동적으로 서현우를 안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조각 진 얼굴을 보며 감동에 겨워 말했다. "당신이 나를 위해 한 모든 것들 나도 다 기억하고 있어. 현우씨, 나 당신의 여자로서 당신한테 잘 할게."그윽한 향기가 코끝에 감돌자 서현우는 참지 못하고 머리를 숙였다.진아람의 초췌한 볼에 홍조가 띠기 시작했다. 진아람이 눈을 감았다.고분고분하고 부드러운 모습이 서현우의 마음속에 불씨를 지폈다.입술이 서로 닿은 순간 진아람이 열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순간 분위기가 뜨거워졌다.서현우가 힘을 주어 진아람을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격렬하게 키스하면서 진아람을 침대에 눕혔다. 허리춤에 대고 있던 두손이 그녀이 몸에서 오가기 시작했다.송이송이 검은 구름이 흩날리며 화창한 달을 반쯤 가렸다. 밤이 더욱 짙어졌다.서현우가 진아람의 치마를 풀려고 하던 찰나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진아람이 긴 속눈썹을 떨며 눈을 떴다. 서현우의 사람을 심취하게 만드는 부드러운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당신 많이 피곤한데 오늘은 푹 쉬어. 우리에겐 시간도 많으니 급할 필요가 없잖아." 서현우가 진아람의 매끄러운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진아람은 수줍어하면서도 또 감동에 빠졌다.이토록 이해심이 많은 남자가 곁에 있으니 그녀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내일 저녁은 어때?" 서현우가 가슴속 두근거리는 충동을 참으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꼭 내가 당신이랑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말하네..."진아람이 서현우를 가볍게 톡 치고는 눈을 깜박였다. "현우씨, 잘 자."
진개산 삼형제가 황급히 병원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머리를 붙잡고 복도에 앉아 있는 진개해를 보며 입을 열었다. "개해야!""형님?"진개해가 고개를 들어 세사람을 보고는 잠깐 멍해지더니 얼른 물었다. "다들 어떻게 나왔어?""둘째 형님, 우리 영원히 나오지 말았으면 한 거 아니예요?" 진개군이 차가운 얼굴로 물었다."내가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잖아!" 진개해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진개군이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 "셋째 형님, 둘째 형님을 모독하지 마요. 당연히 우리가 나오기를 간절히 바랐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어머니의 노후를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데 얼마나 피곤하겠어요.""너희들..."진개해가 분노하는 표정을 드러냈다."그만해. 형제들끼리 싸우긴 왜 싸워? 우리 모두 이렇게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으니 더욱 단결해야지."진개산이 그들을 말리며 물었다. "엄마는? 어떻게 됐어?""엄마 병실에 계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진개해가 이를 악물었다. "다리에 감각이 없으셔."진할머니가 괜찮다는 말을 듣고 세 형제는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그뒤의 말을 듣고 다시 놀라움에 빠졌다. "그게 무슨 뜻이야?""처음엔 병원에서 엄마가 살아나지 못할거라 했었는데. 아람이 서현우더러 엄마를 살려달라고 부탁했어. 그렇게 목숨은 건졌지만 다리가 감각을 잃었어. 의사들이 이미 검사를 했고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했는데 이상하게 다리를 쓸 수가 없대. 앞으로 휠체어를 탈 수밖에 없을 것 같대."진개산이 듣자마자 생각도 하지 않고 이를 갈며 말했다. "틀림없이 서현우가 꾸민 짓일 거야!""엄마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진개해가 씁쓸하게 물었다.순간 세 형제의 안색이 모두 변했다.진할머니가 스스로 생활을 할 수가 없다는 건 앞으로 항상 누군가가 곁에서 돌봐야 한다는 뜻인데.만약 이전의 진씨 가문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나 퇴원할래! 나 집에 갈래! 집에 갈래!"이때 병실에서 진할머니의 분노에 찬
진할머니의 고함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던 가족들이 분분히 조용해졌다.못난 자식과 후손들을 바라보며 진할머니는 분노에 차 포효했다. "우리 진씨 가문이 망해서 남에게 얹혀야 살아남을 수 있을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너희들은 뭐가 그렇게 의기양양해? 응?""내가 의기양양하게 웃고 또 의기양양하게 웃지~ 술을 노래로 삼아 오늘을 틈타..."경쾌한 핸드폰 벨소리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식당에서 갑자기 울려 퍼졌다.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진개군에게 집중되었다.진할머니의 안색이 무섭게 어두워졌고 눈빛에는 광기를 띠고 있었다. 중학교를 다니는 진태가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놀라움에 빠졌다.진개군은 얼굴색이 빨갛게 상기되어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고는 멋쩍게 일어섰다. "엄마, 백소가 전화 와서 잠깐만 받고 올게요..."급히 자리를 뜬 진개군이 수신 버튼을 누르고 지금까지 모아둔 모든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고통의 정서들을 진백소에게 쏟았다. "진백소! 너 어디가서 죽은 거야? 뻔뻔스러운 년! 내가 너를 그렇게 힘들게 키웠는데 넌 이렇게 나에게 보답하는 거야..."식당에 감돌고 있던 기쁨과 따스한 분위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다들 묵묵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귀가에는 진개군의 분노에 찬 욕설이 끊임없이 메아리치고 있었다.한바탕 호통을 친 후 진개군이 전화를 끊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와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다들 밥을 다 먹고난 후에야 진백소가 도착했다.진개군은 즉시 일어나 진백소를 향해 뺨을 내리쳤다.따귀 소리가 극도로 우렁찼다."개군씨. 당신 미쳤어?"진백소의 어머니가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딸에게 달려가 감쌌다. "당신이 능력이 없으면서 왜 딸에게 화를 내?""내가 능력이 없다고?"진개군이 화난 짐승처럼 격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당신 딸이 전에 뭐하고 있었는지 물어보기나 하라고!"“제가 뭘 했는데요?”볼이 벌겋게 부은 진백소가 울부짖었다. "저도 아빠를 순찰 본부에서 구해내려고 그런 거 잖아요!""누가
간단히 몇 마디 하고는 진백소가 전화를 끊었다. "곧 도착할 거예요.""장난치지 마!"진할머니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양아치들을 찾아와서 우리의 복수를 도우겠다고? 너는 여전히 너무 어리고 유치해."진연아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백소도 집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 잖아요. 그 심정이 이해는 가네요.""백소야. 소란을 피우지 말고 조용하게 있어. 복수하려면 아무래도 유 도련님에게 의지하는 게 맞아. 너의 연아 사촌언니가 나서면 서현우와 진아람은 틀림없이 좋은 나날을 보내지 못할 거야. 그러니 너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마.""그래..."다들 너나 할 것 없이 은근히 진연아에게 아첨을 떨고 있었다. 진백소는 아예 무시한 채.진할머니가 진연아를 대하는 태도는 더욱 사뭇 달랐다.그 장면이 진백소의 마음을 깊이 찔렀다.그녀는 한쪽에 앉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벼르고 있었다. "오빠가 오면 나의 능력을 알게 될 거야!"진씨 가족들은 서현우가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때 어떻게 본때를 보여 줄지 세부적인 내용들을 토론하기 시작했다.마치 서현우가 도마 위의 고기가 되어 그들이 도살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마냥.그러다가 또 사업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더니 진연아에게 반드시 유 도련님의 동아줄을 잘 잡고 있어야 된다며 신신당부하였다. 될수록 유씨 가문의 부인이 되면 진씨 가문도 자연스레 금용으로 가서 다시 궐기할 수도 있다면서.따르릉...바로 진씨네 가족이 미래를 상상하면서 마치 이미 아름다운 꿈이 실현이 된것처럼 기뻐하고 있을 때 핸드폰 벨소리가 그들을 현실로 끌어들였다.다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진백소를 쳐다 보았다.진백소가 수신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더니 눈빛이 밝아졌다. "오빠 왔어? 내가 문을 열어줄게!"말하면서 진백소가 빠른 걸음으로 대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자기야, 너를 괴롭힌 사람이 어디에 있어? 누가 눈이 멀어서 자기를 괴롭혔는지 어디 한 번 봐보자!""오빠, 나를 괴롭힌 사람은
"진씨 가족이 풀려났다고?"서현우가 아침을 먹고 솔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던 중 최윤정이 전화가 와서 서현우에게 보고했다."네, 어제 저녁에 풀려났어요. 바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어 휴식에 방해라도 될 까봐 이제서야 보고 드립니다." 최윤정이 말했다."어떻게 나왔지?" 서현우가 물었다.최윤정이 말했다. "진개산의 딸 진연아의 대학 동창중에 유신주라는 분이 있는데 금용 유씨네 큰 도련님이에요. 유씨그룹은 경제력이 매우 강하고 북방에서 도륜 협회와도 맞서 싸울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있는 세력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서남방까지 통제하려고 유씨 가문에서 유신주를 중연시로 파견해 금융투자회사를 차렸다고 합니다..."최윤정의 상세한 보고를 들고나서 서현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풀어주면 풀어줬지 서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진씨 가족이 더 이상 진아람과 자신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보고도 못 본 척할 수 있으니.그러나 만약 진씨 가문이 여전히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른다면 서현우도 더이상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현우 아저씨, 다 그렸어요! 어서 와서 봐봐요!" 솔이가 손을 들어 서현우를 향해 소리쳤다.서현우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백지에는 세일러문이 그려져있었고 옆에는 "달을 대표하여 너를 소멸한다."라는 글들이 비뚤비뚤하게 씌여져있었다."참 잘 그렸네! 솔이 너무 장하다!" 서현우가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이에 솔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솔직히 말해 솔이의 글씨는 이쁘지 않았지만 그림은 진짜 괜찮았다. 어쩌면 솔이가 그림쪽에 재능이 있을 지도 모르니 서현우는 나중에 솔이를 전문 그림쪽으로 배양할 생각이였다.서현우에게 칭찬을 받은 솔이는 더욱 흥미가 돋아 즉시 두 번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우르르르릉...모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검은색 비지니스 승용차 네 대가 남산 별장을 향해 질주해 왔다.그러고는 별장 구역에 도착하
"형님. 그 자식이 너무 날뛰어요! 솜씨가 상당한 경호원들을 믿고 형님을 전혀 안중에 두지도 않습니다!""제가 남맹의 사람이라고, 형님의 가장 충성스러운 동생이라고했는데도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요! 그러고는 형님이 간다해도 때릴 거라고 했습니다!""형님! 제가 맞는 건 괜찮습니다. 절 때려죽여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그 자식이 형님을 업신여겼다고요! 그래서 제가 그 자식이랑 필사적으로 싸우고 싶었는데 저를 죽은 개처럼 내던졌어요! 제가 형님의 얼굴에 먹칠을 했습니다..."질주하는 비지니스 승용차 안에서 노구 형님이 콧물과 눈물을 흘리며 과정을 과장하여 말했다. 뇌창의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없는 말까지 죄다 붙여가면서.뇌창이 처음에는 개의치 않았지만 노구 형님이 그토록 화를 내며 하는 말을 듣다나니 그의 눈빛에도 살기가 드러났다.그는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중연시에서 뇌창의 체면을 세워줄 자도 없을 것이니.그러면 이렇게 큰 남맹을 관리하고 지하의 질서와 규칙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질 것이다."걱정 마. 내가 너의 형님이잖아. 내가 반드시 그 자식을 네 앞에 잡아다 무릎 꿇게 하고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어주마!" 뇌창이 엄하게 말했다."감사합니다, 형님! 앞에서 우회전해."노구 형님은 내심 미친 듯이 기뻐했다. 그는 이미 서현우가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끊임없이 절을 하며 용서를 구하는 장면을 본 듯했다.비지니스 승용차가 노구 형님의 지시에 따라 오른쪽으로 돌고나서 계속 달렸다.뇌창이 처음에는 깊게 생각하지 않다가 갈수록 길이 익숙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남산으로 가는 길이였다. "노구야, 너를 때린 사람은 어디에 살아?""남산 별장이요!"노구 형님이 매섭게 말했다. "형님, 여기에 살 수 있는 자들은 틀림없이 돈도 많을 겁니다. 저희 나중에 그 자식의 돈도 크게 뜯어내서 인간 세상의 험악함을 알게 합시다!"뇌창은 안색이 변하더니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그 사람의 이름이 무엇이지?"노구 형님은
"현우 도련님..."뇌창이 착한 아이처럼 서현우 앞에 서 있었다. 거친 얼굴은 겁에 질린 채.적국의 병사들이 지금의 뇌창을 봤더라면 자신의 눈을 후벼 땅에 밟고 싶었을 것이다.전장에서 등칼을 들고 미친듯이 돌격하던 용국 남강장교의 손에 묻은 선혈은 장강의 물을 다 써도 깨끗이 씻어낼 수 없을 정도인데 어떻게 겁에 질려있을 수가 있는 거지?하지만 남강 군사들의 눈에서는 너무 정상적인 한 장면이였다.뇌창은 서현우가 친히 훈련해낸 장교다. 하지만 머리속에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놈이라 사고하기를 싫어하고 무모하기만 해서 서현우에게 몇번이나 징벌을 받았는지 모른다."왜 왔어?" 서현우가 모른 척 물었다.뇌창의 입가가 떨렸다.서현우가 겉으로 보기엔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았지만 사실 정반대였다."잘못했습니다."뇌창이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 "앞으로 반드시 수하들을 엄격히 단속하여 더는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토록 하겠습니다.”서현우가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그는 확실히 화가 났었다.하지만 노구 형님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행패를 부린 것 때문이 아니라 뇌창이 부하를 잘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때문이였다.지금의 남맹은 중연시 지하의 무관의 왕으로 전반 중연시의 백성들을 상대해야 했다.그리고 뇌창은 남맹의 두목으로서 중연시의 지하질서와 규칙을 짊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수하들도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수하들이 권세만 믿고 백성들을 업신여기고 흉악한 짓들을 하고 다니기라도 하게 되면 독종과 다를바가 없으니.일찍이 삼중문이 멸망되었을 때 중연시 백성들은 왜 설날을 맞이하는 것처럼 기뻐했을까?삼중문이 온갖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남맹은 결코 제2의 삼중문이 될 수 없다."현우 도련님,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뇌창이 울먹이며 말했다.서현우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뇌창, 너의 책임은 아주 무거워.""저도 압니다... 미안합니다. 현우 도련님의 신임을 저버렸습니다." 뇌창이 고개를 숙였다.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