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의관이 개업하는데 많은 신의들이 축하하러 온 것도 모자라 더우기는 서량 군신마저 직접 현장에 나타났다.이 소식이 퍼지자마자 언론사 기자들이 피비린내를 맡은 상어마냥 의관 앞으로 몰려들었다.구경꾼들이 갈수록 많아지자 마지막엔 천우성이 부득불 임시로 파병하여 거리의 질서를 유지하게 했다.“오장 쇠갈!”“심맥이 매우 흐려요!”“혈기침곡!”“경말,혼이 허약하고,기운이 흐리멍덩한 게 천인오쇠의 징조입니다!”강한송이 먼저 앞장 서 환자를 살펴보더니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육 신의 등들은 의아해하며 분분히 앞으로 다가가 관찰하기 시작했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간을 찌푸렸다.“어때요 신의님들?"손량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강한송이 쓴웃음을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군신님,이 사람은 이미 천인오쇠의 말기에 이른 사람입니다.숨만 가까스레 붙어있으니 언제든지 죽을 가능성이 있습니다.그래서...”“그래서 못 고친다고요?"손량이 물었다.육 신의가 탄식했다."군신님.이 자는 확실히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신의님들께서 치료할 수 없다고 해서 서현우도 치료할 수 없는 건 아니잖아요.안 그래요?”손량이 서현우를 바라보며 웃었다."제가 오래된 상처로 앓고 있었을 때 서현우가 남강 총사령관이 올때까지 시간을 끌어주지 않았었다면 전 이미 시체로 되고도 남았죠.전 서현우가 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그러니 한 번 기대해 보죠.”많은 사람들이 즉시 서현우를 쳐다보았다.눈빛에는 걱정을 품고있었다.진아람이나 서태훈이나 최윤정을 비롯해서.절묘한 의술을 가지고 있는 신의들도 모두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데 서현우더러 치료해라고 하니.이건 서현우를 괴롭히는 것과 다름이 없다.육 신의 등들도 서현우를 바라보았다.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서현우의 의술이 확실히 그들로 하여금 경복하게 했지만 어쨌든 서현우는 사람이지 신이 아니다.이 환자한테서 나타난 천인오쇠의 심각한 정도로 봐서는 신선이 내려와도 만회하기 어려울 것인데.하지만
“이 봐 젊은 친구.충고하는데 입 조심해.안 그러면 죽어서 좋은 꼴을 못 볼거니.”강한송이 차갑게 진원을 주시하고 있었다.말투에는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에 진원의 어머니가 화를 내며 말했다."당신이 이러고도 신의야?어떻게 사람을 위협할 수 있어?여긴 천리도 없나.왕법도 없나?”“사람은 오곡잡곡을 먹고 생로병사를 벗어날 수 없지.난 뛰어난 재능은 없지만 그래도 말 한 마디면 당신네 진씨 가족들이 병 날 때 누구도 치료 못하게 할 수 있어.믿는가?"강한송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오래전부터 진씨 가족들의 어리석음과 권세나 이익만 중히 여기는 모습이 매우 혐오스러웠다.그래서 말할 때 조금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았다.“당신...”진개국이 안색이 크게 변하더니 아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즉시 사과했다."강 신의 죄송합니다.제가 아들을 잘 가르치지 못했습니다.애가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 허튼소리를 한 거니 마음에 두지 마세요!진원,어서 강 신의에게 사과해!”진원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마음속으로는 분개했지만 감히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강한송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를 했다."죄송합니다 강 신의.제가 못할 소리를 했습니다.부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세요...”“흥,젊은이.침착해지는 법을 배우게.어떤 말은 해도 되지만 어떤 말은 해서는 안 돼.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는 입으로 나온다는 걸 기억해 두게!서현우를 봐서 이번에는 따지지 않겠으니 썩 꺼져.”강한송은 귀찮게 손을 흔들고 나서 서현우가 실침하는 과정에 정신을 가다듬었다.이번이 그에게 있어서 아주 어렵게 주어진 기회이니 절대 무지한 부잣집 도련님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강한송에게 파리 쫓기 듯 쫓겨진 진원은 이를 힘껏 악물었다.눈동자도 충혈되어 붉어졌지만 감히 독설을 퍼붓지 못했다.그는 실력이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긴 하지만 강한송을 알고 있었다.자신이 미움을 살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도.“신의 여러분,은침을 잠깐 빌려주세요.”서현우의 목소리가 울렸다.“자.받게!”강한
“아!!!”순간 진연아는 벼락을 맞은 사람마냥 가슴이 찢어지듯 비명을 질렀다.서현우가 손량을 바라보며 말했다."군신님,저 여인이 계속 비명을 지르다 제 손이 잘못 떨려 사람을 치료해내지 못하면 저를 탓하지 마세요.”“닥쳐!”손량이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이에 진연아는 놀라서 부들부들 떨며 비명소리를 뚝 그쳤다.두 눈에는 증오로 가득 찬 채 서현우를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너 일부러!욱......”검은 피는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린 냄새를 풍겼다.진연아 주변의 진씨 가족들.그의 부모조차도 코를 막은 채 멀리 떨어져 있었다.냄새는 진짜 한 마디로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지독했다.두 모금만 더 맡으면 죽을 것 같았다.서현우는 다시 들것에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사형수를 가리키며 웃었다."이 사람처럼 피를 토하며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하하하......”강한송이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그러자 구경꾼들도 모두 분분히 크게 웃었다.진연아는 순간 서현우와 목숨 걸고 싸우고 싶었다.하지만 더 이상 얽히면 굴욕만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크게 울면서 구토를 참으며 몸을 돌려 도망쳤다.가는 곳마다 모두들 그녀를 피했다!진연아가 자리를 떴지만 악취는 오래동안 흩어지지 않아 손량마저도 괴로웠다.결국 강한송이 약가루를 공기 중에 뿌린 후에야 악취가 순식간에 사라져 숨을 참고 있던 사람들로 하여금 숨을 길게 내쉬게 했다.서현우가 침을 뽑고 있었다.하나하나 꼼꼼하게.뽑힌 침마다 혈에 들어갔던 부분이 검은색으로 변한 게 중독된 듯한 느낌을 줬다.“천인오쇠도 독입니다.다만 외적인 독들과 다를 뿐.이 사람을 치료하려면 먼저 독을 제거해야 했죠.그리고 아까 그 독혈들이 분출되면서 이 자의 생환 확률을 1퍼센트 더 가했습니다."서현우가 말했다.손량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지금은 생존 확률이 얼마지?”서현우가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1퍼센트.”손량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죽을 수 밖에 없는 것과 뭐가 다르지?”“전에
“그건...”신의들은 여전히 터무니없다고 느꼈다.그들은 일생 동안 의학을 배우며 기황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왔지만 이렇게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치료 방법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이건 너무 모험적이다.자칫하면 사형수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그럼 그때가서 손량이 책임을 묻기라도 하면 문제는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것이다.서현우는 다른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손을 내밀어 사형수의 몸을 가볍게 누르기 시작했다.사실 서현우도 이렇게 모험적인 치료수단을 사용하는 건 처음이다.하지만 이 사형수는 천인오쇠라 이미 죽을 명이었다.중병은 맹약이 필요하다고 서현우는 도박을 걸 수 밖에 없었다.더군다나 그는 일단 결심을 굳히면 두려워하지도 주저하지도 않는 성격이다.스승님께서 생전에 의사는 망설임을 가장 꺼린다고 하셨다.망설이는 순간 반드시 패할 것이라고.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서현우는 사형수의 몸을 빠짐없이 한 번 눌렀다.얼마 후 좌민우가 나왔다.모두의 시선이 그의 손에 아직 김이 나고있는 작은 항아리로 옮겨졌다.순간 그는 온몸을 떨더니 약 항아리를 떨어뜨릴 뻔했다.다행히도 서현우가 재빠르게 약 항아리를 받아 쥐었다.그러고는 자세히 보더니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약이 아주 잘 달여졌다.좌민우는 확실히 이 방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숟가락으로 검은색의 끈적끈적한 약물 한 숟가락을 퍼낸 후 서현우는 사형수의 입을 벌려 약을 밀어넣었다.그러고는 좌권이 준비한 따뜻한 물도 사형수의 입에 부은 후 손량을 보며 말했다."군신님.저를 도와 이 자의 심맥을 보호해 주세요.2중 내력이면 됩니다.”“제가 할게요."원 부관이 바로 말했다.“아니.내가 직접한다.핑계를 댈 기회를 만들어주랴.”손량이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러고는 손바닥으로 사형수의 심장을 천천히 눌렀다.순간 손량의 눈빛이 변하더니 누구도 모르게 5중의 내력을 발휘했다.“아!”혼수상태에 빠진 사형수는 즉시 비명을 질렀고,동시에 온몸을 떨며
화가 나!손량은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았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어야 했다!“참 의외네.유암화명이라고.서현우.너 운이 좋았네.”손량은 떨리는 눈가를 누르며 될수록 평온한 자태를 유지했다.설사 마음속이 이미 뒤범벅이 되었더라도.그는 빌어먹을 사형수와 서현우를 함께 잘게 썰어 고기즙을 만들지 못한것이 한스러웠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소란을 피우며 서현우를 조롱하던 사람들은 모두 몸 둘 바를 몰랐다.진씨 가족들이 더 그랬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특히 진원은 답답해서 피를 토하고 싶었다.이미 숨이 끊어진 사람이 다시 살아날 줄 누가 알았겠냐고!서태훈도 얼굴이 누구한테 맞은 것 마냥 아파났다.그는 어색하게 거기에 서서 어쩔 줄 몰랐다.그러나 전반적으로 그는 서현우를 위해 기쁘기만 했다.결국 사람은 살렸으니까.손량이 담담하게 말했다."너의 운이 확실히 좋았어.하지만 앞으로 치료할 때 그래도 조심하고 주의 해.필경 행운이 줄곧 따르는 건 아니니까.”서현우가 웃었다."그냥 운뿐인가요?"“당연히 운만이 있었던 건 아니죠!”강한송이 즉시 서현우를 위해 성원했다."서 신의는 나이도 어린데 벌써 이런 훌륭한 의술을 갖고있다니.나 강한송도 두 손을 들었습니다.”“저희도 두 손을 들었습니다.”신의들의 찬탄이 끊이지 않았다."처음엔 천유보,후엔 36침을 동시에 날리는 기술,마지막엔 모든 이들의 상식을 벗어나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의술까지,이 탁월한 심지와 침착한 마음가짐,저는 진심으로 탄복합니다.”“저도요!서 신의,저에게도 남아서 진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이런 영감탱이.운몽적을 옮겨오기라도 할 건가?서 신의,제 신농의곡은 바로 중연시 교외에 있어요.저에게 그 진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전 제 제자와 손제자들을 모두 끌고 와서 잡일을 도우게 할 수 있어요!”“파렴치한 늙은 영감탱!진료 의사의 자리는 내거야!묘의와 중의학은 상호 보완되는 점이 많아 마침 절장보단해 만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오늘 천남의관에서 발생한 모든 일에 관해 어떤 언론신문이든 인터넷에서든 한 마디도 보고 싶지 않아.”천천히 달리는 승용차 안에 앉아 있는 손량의 얼굴색은 음침하기 그지없었다.그가 중연시로 돌아왔을 때 얼마나 기고만장했으면 지금은 얼마나 낭패스러웠다.서현우와의 모든 대결은 매번 그의 참패로 끝났었다.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었다.한 번도!이건 도도한 서량군신에게 있어서 정말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다!“알겠습니다!”운전하고있는 원 부관은 대답 외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왜 손량이 서현우에게 시비를 걸지 못해서 안달이 났는지 알 수가 없다.하지만 속으로 서현우가 확실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조용하고 떠벌리지 않는 성격이 손량의 오만함과 비하면 완전 극과 극이라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 기봉이라는 기자 영리한 편인 것 같더만.가서 안배해.천남의관과 아람솔그룹을 잘 주시하라고.그리고 어떤 문제든 찾아내기만 하면 확대해서 보도하라고.”원 부관은 마음속으로 탄식했다."예." 손량이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숨길 필요 없어.똑바로 알려 줘.내가 그렇게 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거라고.”“예!”이점이 바로 원 부관이 손량한테 진심을 받치게 된 부분이다.손량은 설사 무엇을 하더라도 대놓고 하지 절대 뒤에서 몰래 하지 않는다.천남의관.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순조롭게 개업했다.손량이 떠난후 구경꾼들도 모두 흩어졌다.언론 기자들도 돌아가서 군중들의 이목을 끌 원고를 써서 업적을 올려보려 했지만 천우성한테서 오늘에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해 한마디도 써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았다.이에 모두들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군신님과 같은 큰 인물에 대해서 쓰지도 방송하지도 못한다는 경고를 받은 한 절대 거슬러서는 안된다.그렇지 않을 경우 일자리를 잃는 건 둘째 치고 국가기밀을 루설했다는 큰 죄명을 쓰게 되는 순간 인생은 끝나는 거다.서태훈은 더는 남아있을 면목이 없었고 서나영은 학교로 돌아가 보충수업을 받아야 했다.진씨 가족들도 의기소침
천남의관이 문을 연 지 사흘이 지났다.비록 손량의 원인으로 개업할 때 발생한 일들은 전부 숨겨졌지만 강한송이 진료를 받고 있는 덕분에 여전히 적지 않은 환자들이 방문했다.강한송은 한 곳에 머물러 있을 때도 없이 바빴다.그래서 부득이하게 제자 김윤희에게 일부 일반적인 환자를 맡겼다.김윤희는 나이가 비록 어리지만 의술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데다 강한송의 진수를 물려받아서 일반적인 질병은 그녀를 당해낼 수 없었다.하지만 그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강한송의 구조요청 전화를 받은후 서현우도 시간만 나면 의관으로 가서 매일 5~6시간씩 환자들을 진료해야 했다.이날 저녁 무렵,만성 기관지염 환자에게 처방전을 내린 후 서현우는 진료를 끝내려 했다.하지만 마침 체격이 웅장한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남자는 야구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싸맸다.“의사 선생.저를 진찰해 줘요."남자가 거칠게 서현우에게 말했다.서현우는 그 남자를 힐끗 보고는 안으로 모시고 자신도 진찰하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남자는 서현우의 맞은편에 앉아 오른손을 내밀어 진찰대에 놓았다.서현우가 두 손가락을 남자의 맥박에 누르며 물었다."무슨 병이죠?”“마음의 병이요.”남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마스크를 내려 잘 생긴 얼굴을 드러냈다.남강 무생군 십이장 중의 한 명인 동원이었다.“어떤 마음의 병이죠?”서현우는 진작부터 그인 줄 알고 놀라지 않았다.“현우 도련님.남강에 변화가 생겼어요.그 사람이 정보기관을 강제적으로 수중에 넣고 무생군을 감원하려 해요.”동원의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얼굴에 노기를 띠었다."후방군의 형제들 대부분 전쟁터에서 손발을 잃고도 상처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여전히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데.그 사람은 모든 불구로 된 형제들을 남강에서 내쫓으려 해요.지금 남강이 전체가 발칵 뒤집혔어요.”“병변이 일어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서현우의 눈빛이 순간 사나워졌다.동원이 침울하게 말했다."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위에서 누군가가 그의 짓에 지
“서현우! 그 입 닥쳐!”손량은 격노하여 일어나서 주먹을 날렸다.주먹이 도착하기도 전에 권풍은 이미 날카로운 칼날처럼 휩쓸렸고, 책상 위의 빈 처방전은 모두 수많은 조각으로 찢어져 눈송이처럼 흩날렸다.팍!손량의 분노한 눈빛이 순간적으로 굳어지고, 그의 동공은 급격히 줄어들었다.맞은편에서 서현우는 태연하게 그의 주먹을 잡았고, 조금 힘을 주자 손량의 주먹이 칵칵하고 뼈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너…….”서현우의 다섯 손가락이 풀리고, 손량을 팍 치자,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다 몸이 벽에 닿은 후에야 얼굴을 붉히며 멈추었다.“말도 안 돼!”손량은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표정이 통제 불능이 되었고, 얼굴이 꼬였으며, 고개를 돌려 서현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너의 실력이 어떻게 이런 수준에 이를 수 있지?"“왜 안 되지?”서현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말했듯이, 남강 전장에서 너 같은 군신은 나는 9명이나 죽였어.”“웃기는 소리!”손량은 분노한 사자저첨, 이를 갈며 외쳤다.“적국의 쓰레기 같은 군신들이 어찌 나와 비교할 수 있어?”“정말 순진하네. 전국의 9대 군신의 실력은 이전의 너보다 약하지 않아. 설사 네가 치유되고 실력이 향상되였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둘이나 셌을 상대할 수 있지. 그러나 나는…….”서현우의 눈빛은 손량의 마음을 떨게 할 정도로 예리했다.“9명을 죽였어!”둥둥…… 둥둥……손량의 마음은 북소리처럼 끊임없이 떨렸고, 그는 갑자기 한 가지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다.눈앞에 있는 이른바 남강에서 쫓겨난 집 잃은 개가, 정말 강제로 쫓겨난 걸까?그의 실력과 보여준 지모웅략, 그리고 개세의 공적과 남강 백만 대군의 충성심까지 합한다면, 남강 총사령관의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아주 작었기 때문이다.“왜?”손량의 눈빛은 약간 어두워졌고, 그동안 서현우와 맞서고 싶었던 그 투지는 갑자기 말끔히 사라졌다.높은 자리에 서 있는 서량 군신께서 남강에서 쫓겨난 집 잃은 개에게 지다니!그것도 참패!“어떤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