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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박연준, 우리 화영이 괴롭히지 마!”

심나정이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미친 사람처럼 손화영 앞으로 달려와 손화영을 뒤로 숨기며 보호했다.

박연준은 서슬 퍼런 얼굴로 심나정을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켜.”

“안 비켜!”

심나정은 손화영을 보호하며 고개를 들고 붉은 입술로 비웃음을 터뜨렸다.

“왜, 우리 화영이가 이혼하겠다는데 불만 있어?? 박연준, 당신이 우리 화영이 안 좋아하면 우리 화영이도 당신 만날 필요 없어! 당신이 정말 그렇게 대단해서 세상 모든 여자가 당신만 바라보는 줄 알아? 경고하는데 나도 당신 싫어하고 우리 화영이도 당신 같은 스타일 안 좋아해! 사람 괴롭히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박연준은 심나정을 바라보았다.

“나랑 손화영 일에 끼어들지 마. 심나정, 본인 일이나 신경 써. 민영빈이 요즘 당신 미친 듯이 찾던데 내가 여기 있다고 알려줄까?”

심나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박연준, 당신은 여자만 협박하는 거야?”

박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심나정이 뺨을 때리려 하자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그의 힘이 너무 세서 심나정은 온 힘을 다해도 손을 빼지 못했다.

그녀는 격분하며 소리쳤다.

“이거 놔!”

“박연준 씨, 나정이 놔 줘요!”

손화영은 얼굴을 찡그리며 심나정을 보호하려고 다가가면서 박연준을 밀어내려 했지만 두 여자가 달려들어도 힘으로 박연준을 이기지 못했다.

박연준은 심나정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고 그녀는 고통스러운 듯 숨을 헉 들이켰다.

보다 못한 손화영이 급한 마음에 박연준의 단단한 팔뚝을 꽉 깨물었고 찌릿한 고통에 박연준은 심나정을 놓아주며 미간을 찌푸린 채 이미 입을 뗀 손화영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팔에 선명하게 남은 이빨 자국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손화영, 너 개야?”

손화영은 무심하게 박연준을 쳐다보면서 경고하듯 말했다.

“박연준 씨, 나한테는 마음대로 해도 내 주변 사람들은 건드리지 마요.”

“네가 뭔데 나한테 경고를 해? 손화영, 넌 내 덕에 산다는 것 잊지 마. 나 없으면 네가 살 수 있겠어?”

박연준은 다소 역겨운 표정으로 심나정을 힐끗 쳐다보았다.

“본인 코가 석 자면서 자기 하나 못 지키는 여자가 너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심나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 코가 석 자라도 화영이를 지킬 테니 당신이 걱정할 필요 없어!”

“뭐로 지킬 건데, 몸을 팔아서?”

박연준이 비웃었다.

“그래, 내 몸을 팔아서라도 화영이를 지킬 거야.”

심나정은 눈을 가늘게 떴다.

“당신 같은 개자식들은 그런 마음을 이해 못 해! 내 목숨보다 얘가 더 중요해!”

박연준은 손화영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다그치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화영도 박연준을 덤덤한 눈빛으로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심나정을 데리고 가버렸다.

박연준은 차가운 그녀의 모습에 가슴 한구석에서 미친 듯이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박 대표님, 사모님께서 주제넘은 것 같은데 손 좀 볼까요?”

진태원이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했어?”

박연준의 눈빛에 냉기가 감돌았다.

“주제넘다니, 그게 네가 할 말이야?”

진태원은 박연준의 말에 깜짝 놀라며 침을 꿀꺽 삼켰다.

“대표님 걱정돼서 그러는 거죠. 대표님 같은 분이면 매달리는 여자가 가득한데 사모님은 고작 윤원우 때문에 이러시잖아요. 윤원우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사모님은 모를 거예요. 겉은 번듯하니까요.”

박연준은 진태원을 힐끗 쳐다보았다.

“내 곁에 남고 싶으면 그 입이나 꿰매!”

...

손화영은 심나정과 함께 병원에 가서 손우영도 만나고 그녀의 짐도 챙겼다.

손우영의 현재 상태는 상당히 안정적이라 손화영도 한결 안심이 되었다.

지금은 박연준과 이혼하는 것보다 동생과 아버지 상황이 더 급했고 심나정 쪽도 다소 걱정이 됐다.

심나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박연준의 말을 들어보면 민영빈이 그녀를 괴롭힌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박연준과 민영빈은 꽤 가까운 사이였고 두 사람은 사업적으로도 많은 협력을 하고 있었기에 민영빈은 손화영도 아는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이 아닌 터라 심나정이 민영빈과 엮일 때부터 사실 조금 걱정이 됐지만 그녀의 쓰레기 같은 아버지가 자식을 팔아넘기는 걸 막을 방법이 없었다.

“너랑 민영빈은 요즘 어때?”

심나정의 집으로 돌아온 손화영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물었다.

“똑같지 뭐, 뭐가 있겠어.”

심나정은 가볍게 웃으며 손화영의 그릇에 음식을 집어주었다.

“민영빈이 나쁘긴 해도 나도 좋은 사람은 아니야. 걱정하지 마, 괜찮아!”

“정말? 근데 박연준 말로는 민영빈이 널 찾는다던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우리 사이에는 비밀이 없으니까 뭐든 말해줘야 해.”

“알았어!”

심나정은 싱긋 웃으며 손화영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내 걱정은 하지 마!”

손화영은 심나정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더 질문하지 않았다.

심나정과 민영빈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쉽게 풀리기에는 너무 복잡했다.

심나정은 오랫동안 민영빈을 좋아했지만 결국 민영빈의 노리개가 되어버렸다.

둘 사이의 갈등은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얽혀 있었기에 심나정의 복잡한 마음을 손화영도 이해할 수 있었다.

“참 나정아, 나 오늘 오빠 만났어.”

손화영은 눈을 번쩍 뜨더니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심나정은 잠시 생각했다.

“네가 계속 찾던 오빠?”

“응.”

“아직 살아있어?”

“그래, 클럽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나서 연락처를 주고받긴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볼 기회가 없었어.”

손화영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옷차림을 보니 잘 지내는 것 같아.”

“잘됐네, 드디어 마음의 짐 좀 내려놓겠다.”

심나정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연락처도 있겠다 나중에 연락해서 얘기 나눠봐. 잘 지내는 거 알면 너도 더 걱정 안 해도 되잖아.”

“그래.”

손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고 심나정과 손화영 둘 다 깜짝 놀랐다.

“누구야, 미친 거 아니야?”

심나정은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박연준 개자식이 널 찾아온 건 아니겠지? 널 대역으로 생각하면서 이혼은 안 하고, 아내 두고 임청아랑 붙어먹는 게 자극적이고 재밌나 봐?”

“내가 열게.”

젓가락을 내려놓은 손화영도 박연준이 찾아온 건 아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박연준의 생각이 바뀌어 이혼하겠다고 말하려는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문 앞으로 다가간 손화영이 손잡이를 돌리려는 순간 엄청난 힘에 문이 열리며 그녀는 바깥으로 쓰러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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