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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바람이 세게 분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먹구름이 달빛을 가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만 같다.

길가에 서 있던 손화영은 밤이라 쌀쌀한 바람에 손가락을 움츠렸다.

이미 예상한 일이라 별 감정 기복은 없었다.

그냥 뭔가 심장을 찌르는 듯한 느낌, 그렇게 아프진 않았지만 은근히 전해지는 둔탁한 통증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 마음에 담아둔 첫사랑인데 당연히 임청아를 선택하겠지.

대역에 불과한 그녀를 두고 떠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손화영은 옅은 핑크빛 입술로 비스듬히 웃고는 외투를 여민 채 계속 걸어갔다.

순간 이 넓은 세상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맸다.

아버지와 동생의 상황을 생각하며 손화영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아버지를 구할 방법도 없고 동생에게 수술해 줄 방법도 없었다. 지금 한약으로 시간을 끌고 있지만 그래도 될지 모르겠다.

당장 돈이 필요했고 동생을 위해 최고의 의사를 찾아야 했다.

손화영은 민 교수님을 떠올렸다. 민 교수님께 연락하면 그에게 어떤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을 찾던 손화영은 휴대폰이 있는 가방을 차에서 놓고 내렸다는 게 생각났다.

박연준은 임청아를 찾으러 갔고 그녀는 이제 무일푼에 휴대폰도 없는 상태였다!

손화영은 순간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꼈고 병원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심나정 곁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휴대폰도, 돈도, 아무것도 없이 도와줄 사람조차 없었다.

손화영은 길가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얼굴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몰려온다더니.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더니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했고 손화영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가로등 아래 빗물이 대지를 촘촘히 씻어내는 와중에 도로엔 차들이 바쁘게 달리고 있었다.

빗줄기가 유리창을 때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자 박연준은 차 속도를 늦추며 미간을 찌푸린 채 전화기 너머 진태원에게 말했다.

“전화해서 집에 데려다주고 아주머니한테 음식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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