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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박연준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손화영이 짐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

“또 어디 가려고?”

“여기서 나가려고요.”

손화영은 고개를 들지 않고 말했다.

“손화영, 그만하라고 여러 번 말했잖아. 네가 어디 갈 수 있는데?”

박연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심나정 집은 너도 봤겠지만 민영빈이 수시로 들락거려. 너랑 같이 지내기 불편하다고. 다른 친구도 없고 집도 없는데 어디로 가려고? 여기가 너한테 최적의 선택지야.”

손화영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캐리어를 천천히 정리한 뒤 천천히 고개를 들자 검은 눈동자가 결연한 의지로 반짝거렸다.

“여긴 나한테 최적의 선택지가 아니에요.”

“손화영!”

박연준은 짜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고 손화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난 집이 없어요, 있어 본 적이 없죠. 아빠는 구속됐고 동생은 병원에 입원했는데 내가 집이 어디 있어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박연준은 가슴이 답답했다.

“여기가 네 집이야!”

이미 결혼까지 했는데 그의 집이 그녀의 집이 아닌 적이 있었나?

그가 언제 그녀를 쫓아내기라도 했나?

손화영은 박연준을 바라보다가 문득 헛웃음을 터뜨렸다.

여기가 그녀의 집이라고?

아무런 소속감도 없이 결국 조만간 임청아를 위해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집이 아니던가.

손화영은 고개를 숙였다. 그녀도 여기가 자기 집이었으면 좋겠다. 영원히 이곳에서 사랑하는 남자의 곁에서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더 이상 대역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젠 지쳤다.

하루 종일 그의 눈치를 보고 그만 기다리고 말 한마디에 도와줬다가 어느 순간 동생을 치료해 주던 의사까지 돌려보내야 하는 그런 일상을 살고 싶지 않았다.

겪은 게 하도 많아서 이젠 무서웠다.

사랑은 동생의 심장을 치료해 주지도, 아빠를 구해주지도 못한다.

손화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짐을 모두 챙긴 뒤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했다.

“이혼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난 당신 재산 하나도 바라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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