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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언제 온 걸까.

그가 이렇게 자신을 품에 안고 잠을 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 품을 갈망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오랜 세월 그를 사랑했으니 실망스러워도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토록 오랜 인연은 말 한마디로 쉽게 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박연준의 품이 너무 따뜻하고 포근해서 떠나기가 조금은 망설여졌지만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박연준이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고 단지 임청아와 비슷해서 이렇게 안고 있는 것이다.

임청아가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는 진작 자신을 버렸을지도 모른다.

임청아가 이미 결혼했기에 자신과 이혼하지 않으려는 걸 수도 있다.

손화영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내 가치가 겨우 이 정도라니.

그는 박연준의 품에서 벗어나 일어나려 했다.

그의 온기가 아무리 탐났어도 그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미처 일어나기도 전에 강한 힘이 그녀를 이끌며 또다시 남자의 품에 안겼고 단단한 두 팔로 꽉 붙잡고 있었다.

“깼어?”

머리 위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너무 늦게 잤으니까 좀 더 쉬어.”

방금 잠에서 깬 탓인지 목소리가 잠겨 있긴 했어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좋았다.

손화영의 심장은 저도 모르게 빠르게 뛰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비록 거듭 그녀를 실망하게 해도 그녀의 마음은 매정하게 끊어내지 못했다.

“깼으면 일어나요. 할 일 있어요.”

손화영이 벗어나려고 애를 써도 그의 품에서 나올 수가 없었고 그는 그녀를 단단히 감싸 안고 도망갈 틈을 주지 않았다.

귓가에 비비적거리는 느낌에 손화영은 박연준을 밀어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연준 씨, 이거 놔요...”

“손화영, 이제 그만해. 내가 잘못한 거 인정해. 어제 일은 내가 사과할게.”

박연준이 부드럽게 말했다.

“청아한테 정말 무슨 일이 있어서 찾으러 간 거지 일부러 널 버려둔 건 아니야.”

그래, 임청아한텐 일이 생겨서 달려가고 날 두고 떠나는 건 아무것도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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