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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손화영은 서윤성이 건네준 재킷을 재빨리 입었고 그녀의 눈동자는 토끼처럼 빨갰다.

“고마워요.”

말하는데 목소리가 이미 갈라져 있었다.

“빚진 거 갚는 거예요.”

서윤성의 잘생긴 얼굴에는 어떠한 동요도 없이 그는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너무 약한 거 아니에요?”

손화영은 무섭고도 억울한지 눈가가 빨개진 채 서윤성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놀란 그녀는 울기까지 한 탓에 아직도 흐느끼고 있었다.

“박연준 씨한테 전화해요. 데리러 올 때까지 같이 기다려줄게요.”

서윤성이 다소 짜증스럽게 미간을 구겼다.

“데리러 오지 않을 거예요.”

손화영은 실망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이 가장 필요로 할 때, 가장 나타나길 바랐을 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 임청아와 함께 있느라 그녀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도 모를 거다.

그가 이곳에 버려두고 갔을 때부터 이미 그녀가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를 위해 모든 걸 바쳤지만 가끔 그녀를 생각해 주고 잘해줄 때도 그저 그녀에게서 다른 여자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제 주인이 돌아왔는데 한낱 대역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그녀가 산산이 부서지고 찢겨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설령 무슨 일이 생긴 걸 알아도 귀찮다고 생각하며 신경 쓰지 않겠지.

“돈 좀 빌려도 될까요?”

손화영은 고개를 들어 애원하는 눈빛으로 서윤성을 바라보았다.

“아니면 저 좀 태워다 줄 수 있어요?”

갈 곳도 없고, 손우영을 찾으러 병원에 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민영빈이 아직 있다고 해도 지금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심나정의 곁뿐이었다.

“어디로 가요?”

서윤성은 별다른 말 없이 그녀를 자신의 차로 이끌었다.

“일단 타요.”

손화영은 고마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차에 올랐다.

차 옆에서 서윤성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비서를 보며 소리쳤다.

“도진택, 내버려두고 와서 운전해.”

“네!”

도진택이 돌아오자 서윤성은 문을 닫고 반대편으로 차에 올라탔다.

그는 수건을 꺼내 옆에 있던 손화영에게 건넸다.

손화영은 흠뻑 젖은 채 헝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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