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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오빠?”

손화영은 그렇게 한참을 꽉 안겨 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품에서 벗어난 그녀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두 눈을 마주하자 두 사람 다 눈에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눈앞의 남자를 살펴보다가 손을 들어 남자의 눈가를 어루만졌다.

코끝이 시큰거리고 심장마저 떨렸다.

그가 맞다, 오빠였다!

그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년 동안 그를 찾아 헤맸고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그의 행방에 대해 알아봤지만 전혀 소식을 알 수 없었는데 이 순간, 그녀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고 믿기지 않았다.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 아니지?”

손화영은 그와의 만남을 고대하며 온갖 시나리오를 상상했지만 그가 갑자기 자신을 부르며 이렇게 눈앞에 서 있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는 전보다 훨씬 키가 크고 성숙해졌고 잘생긴 얼굴에 소년 같은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그대로였다.

“나야!”

눈앞의 남자는 그녀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키에 정장을 입고 있었고 훤칠한 두 다리를 자랑하며 뚜렷한 이목구비가 아주 멋들어졌다.

“오빠, 나도 오빠를 계속 찾았어. 다시는 못 볼 줄 알았어.”

손화영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줄곧 그에게 사고가 생겨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그의 모습을 보니 그는 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몸에는 맞춤 정장을 입고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는 수억짜리였으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트러짐 없는 모습에 마음속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화영아,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윤원우가 부드럽게 물었다.

“난 잘 지냈어, 오빠는?”

손화영은 윤원우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윤원우는 보육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 당시 외톨이로 늘 왕따를 당하던 그녀를 마찬가지로 마르고 약했던 윤원우가 지켜주었다.

친오빠가 아니라 같은 시기에 보육원에 들어온 아이였다.

손화영은 어렸을 때 성격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귀엽게 생기긴 했어도 소심하고 겁이 많았고 항상 조용해서 시설의 어른들과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직 윤원우만이 항상 그녀를 챙겨주었고 좋은 게 생기면 절반씩 나눠주곤 했다.

이런 성격 탓에 그들은 입양된 적이 없었다.

애초에 입양될 생각도 없었던 둘은 보육원에서 함께 자라서 어른이 되어 사회로 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렸을 때 사고가 생겼고 손화영은 지금까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늘 죄책감을 느꼈다.

자신이 뛰어나가지 않았다면 그녀를 지키기 위해 달려온 윤원우가 사고를 당할 일도 없었을 텐데 다행히도 지금은 괜찮아 보였다.

“나도 잘 지내!”

윤원우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손화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지내서 다행이야! 화영아, 연락처 알려줘, 나중에 연락할게. 지금은 처리할 일이 있어서 오래 얘기 나눌 수 없어.”

“그래.”

손화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원우와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윤원우의 휴대폰이 울렸고 중요한 일이 있는지 그는 몇 마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화영아, 지금 중요한 일이 있어서 얘기 못 해. 나중에 내가 연락할 테니까 다시 만나서 제대로 얘기하자.”

“그래, 괜찮으니까 가 봐.”

손화영은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가 멀쩡히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남은 시간은 많으니까 얘기는 언제든 나눌 수 있었다.

윤원우는 가면서 이따금 뒤를 돌아보았다.

손화영의 시선은 한참 동안 윤원우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윤원우를 바라보는 동안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박연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찡그린 표정으로 손화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서 진태원이 중얼거렸다.

“저 남자는 윈드 경매장 윤원우 아닌가요? 사모님과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요, 게다가 다정해 보이는데... 사모님께서 안고 얼굴까지 쓰다듬지 않았어요? 설마 사모님 첫사랑은 아니겠죠?”

말을 마친 진태원은 말실수라도 한 듯 얼른 입을 막았다.

그의 말에 박연준의 표정이 한층 더 굳어졌다.

저 자식 때문에 이혼하자고 한 건가?

“저, 박 대표님, 사모님과 얘기 나누실 건가요?”

진태원이 묻자 박연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긴 다리를 움직여 재빨리 손화영의 뒤로 걸어갔다.

손화영은 누군가 다가오는 걸 느끼고 서둘러 눈물을 닦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다 됐어?”

“뭐가 돼?”

차가운 박연준의 목소리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손화영은 자신의 뒤에 있는 사람이 심나정이 아니라 박연준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당,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그녀의 눈은 겁에 질린 흰토끼처럼 약간 충혈된 상태였다.

박연준의 깊고 차가운 눈빛이 손화영을 노려보더니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며 손화영을 구석으로 몰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만들었다.

“난 여기 있으면 안 돼? 누구를 기대하는 거야? 새로운 사람을 찾았으니 이혼하겠다고 한 거야? 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겨서?”

박연준의 손이 손화영의 턱을 움켜쥐며 매섭게 노려보았다.

“외모가 마음에 들었어, 아니면 신분이 마음에 들었어? 그것도 아니면 밤일이 만족스러웠나?”

손화영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박연준을 노려보았다.

“박연준 씨,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박연준이 코웃음을 쳤다.

“손화영, 잊지 마. 넌 여전히 내 아내고 내가 이혼해 주지 않는 한 넌 내 사람이야! 내 심기 건드리지 마. 안 그러면 내가 저 자식 가만 안 둬.”

“박연준 씨 미쳤어요?”

손화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의 아내 자리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기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두 눈에 임청아밖에 안 보이면서 대체 왜 이혼은 하지 않겠다는 걸까.

그녀를 괴롭히는 게 재밌어서?

“이거 놔요!”

손화영은 힘껏 반항했다.

“박연준 씨, 나한테는 마음대로 해도 윤원우는 건드리지 마요!”

오빠가 다시는 누구에게도 상처받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손화영은 박연준의 팔을 매섭게 뿌리쳤다.

그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며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분노가 눈동자에 담겼다.

“허!”

박연준이 비웃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윤원우가 그렇게 신경이 쓰여? 사모님께서 그동안 참 잘도 감추셨네. 왜, 나한테 반기를 들 만큼 저 자식이 걱정되는 거야?”

손화영은 박연준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이혼해요. 그래야 당신도 당신 첫사랑이랑 함께 할 수 있죠. 대역인 나한테 이럴 필요는 없잖아요?”

“대역?”

대역이라는 말에 박연준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

누가 그래, 대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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