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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친구라는 말

남자와 선배 사이에서 선배를 고른 임수경은 의리를 지키며 다가와 그녀에게 물 한 잔을 건네고 등까지 토닥여주었다.

“안 선생님, 왜 그렇게 급하게 먹어요? 채혈은 내일이나 돼야 하는데요.”

안서희는 목이 메어 말하지 못하고 손을 흔들었다.

“아, 아뇨, 괜찮아요. 좀 매워서요.”

“국물 좀 먹어.”

고유준이 보온 도시락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약재 삼계탕인데 기력 보충에 좋을 거야.”

이라며 보온 도시락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밖에서 사 왔어?”

병원 구내식당에는 이렇게 좋은 음식이 없었고 미역국이나 끓여주면 다행이었다.

“내가 직접 끓였어. 천천히 마셔. 난 원장님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이따 도시락 가지러 올게.”

고유준은 담담하게 웃었고 나갈 때도 조용했다.

안서희만 홀로 요란하게 밥을 씹고 있었다.

임수경은 얼굴을 감싼 채 은근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을 길게 늘어뜨렸다.

“안 선생님...”

그 소리에 안서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제대로 말하면 안 돼요? 그런 말투는 듣기 힘든데.”

임수경은 다 꿰뚫어 봤다는 표정으로 손으로 보온 도시락을 두드렸다.

“고 선생님은 안 선생님 때문에 오신 것 같은데요?”

안서희는 고개를 숙여 밥을 먹었다.

“무슨 소리야? 집이 해성에 있고 우리 병원 내부 관계가 복잡하지 않아서 왔다고 했잖아.”

“쳇.”

임수경이 나른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손수 국까지 끓여서 줘요?”

안서희가 말했다.

“자기 점심으로 먹으려고 한 걸 수도?”

“그렇다면 참 친절하시네요.”

안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계속했다.

임수경이 손을 뻗어 보온 도시락을 열어보려고 했다.

“국물 냄새나 맡아봐야지. 고 선생님 솜씨 한번 볼까나...”

손을 뻗으려는 순간 안서희가 탁 때렸다.

“건드리지 마요, 그대로 돌려줘야 해요.”

임수경이 입을 삐죽거렸다.

“그렇게 매정하게 굴 필요 있어요?”

안서희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서로 알아갈 생각 없으면 처음부터 오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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