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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우린 아이가 없어요

직원은 그 말에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예상하고 시선을 들어 안서희를 바라보았지만 안서희의 얼굴은 의외로 평온했고 입가에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직원이 자신을 올려다보자 안서희가 정중하게 물었다.

“왜요, 혹시 추가해야 할 내용이 있나요?”

“아뇨, 충분합니다.”

“네, 다행이네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참, 자녀 양육권 문제도 있는데 그것도 상의하셨나요?”

“저희는...”

아이 얘기가 나오자 안서희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김주혁 역시 말을 하지 않으려는 듯 얼굴을 돌렸다.

안서희가 말했다.

“우리는... 아이가 없어요.”

“아, 잘됐네요. 그러면 더 수월하겠어요, 걸릴 게 없으니까.”

“맞아요.”

“좋아요, 그럼 바로 접수해드릴게요.”

“네.”

직원은 김주혁에게 물었다.

“남성분은요? 계속 여성분만 얘기하시는데 더 질문 있으세요?”

김주혁은 고개를 들고 가로저었다.

“이 사람 말대로 해요.”

직원은 웃으며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요, 집 사려고 이혼한 척하는 거죠?”

김주혁은 얼굴을 찡그렸다.

“네?”

“됐어요, 다 알았으니까 연기하지 마세요.”

안서희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물었다.

“뭘 아셨는데요?”

직원은 그들의 뒤로 알아서 보라는 듯 턱을 까딱했다.

그들 뒤에는 이혼을 앞둔 부부 몇 쌍이 줄지어 서 있었는데 누구는 목까지 벌게진 채 다투고 있었고 누구는 등을 돌린 채 모르는 사람처럼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누구는 여자가 남편이 어리고 젊은 여자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에 대성통곡했다.

“봤죠? 저게 진짜 이혼하러 온 사람들이에요. 두 분은 아무런 갈등도 원한도 없어 보이는 게 관계가 깨진 것 같지 않아요. 그렇다면 왜 이혼하겠어요? 빈틈을 노려서 집을 장만하려는 거죠.”

안서희는 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에요, 저희 정말 이혼하러 왔어요.”

직원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

“두 사람 대화도 아주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감정을 소진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안서희는 힘없이 웃었다.

“애초에 금이 갈 감정조차 없어서 그렇다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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