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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은 그녀를 잊지 못해
대표님은 그녀를 잊지 못해
작가: 미야

제1화 완전히 다른 사람

“서희야, 서희야...”

그의 낮고 부드러운 중저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안서희는 여전히 침대 위에서의 김주혁과 침대 밖에서의 김주혁은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만 같았다.

평소 김주혁은 다정하고 매너도 있었지만 밤마다 부부 관계를 할 때면 안서희는 그의 체력을 따라가지 못해 힘에 부칠 정도였다.

겨우 버티다가 끝났을 때 안서희는 온몸이 쑤셨고 팔도 들지 못했다.

김주혁이 그녀의 팔을 갑자기 덥석 잡았다. 지쳐버린 안서희는 눈을 뜰 힘도 없어 부탁하면서 애교를 부렸다.

“그만 해요. 내일 우리 출근해야 하잖아요.”

요즘 승급 준비에 안서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보고서를 다 작성했을 때 이미 새벽이 되었지만 또다시 김주혁에게 끌려 잠자리를 가졌다. 안서희는 너무도 힘들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김주혁이 가볍게 웃었다.

“뭔 생각 하는 거야?”

안서희의 두 볼이 발그스름해졌다.

“그럼...”

김주혁은 가늘고 긴 커다란 손으로 안서희의 어깨를 잡고는 욱신거리는 곳을 마사지해주었다.

힘이 셌고 또 마침 아픈 곳만 꾹꾹 눌러 시원한 느낌이 순식간에 온몸에 퍼졌다. 안서희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시원해?”

김주혁의 매력적인 중저음이 귓가에 들려왔다. 변치 않은 다정함에 안서희의 두 볼이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산부인과 의사인 그녀는 사실 이쪽 지식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론은 빠삭했지만 실전은 서툴기 그지없었다. 진짜 관계를 할 때면 그녀 자신이 봐도 심하게 모를 정도였다.

다행히 김주혁은 참 젠틀한 사람이었다. 평소 다른 신혼부부들처럼 깨가 쏟아지진 않아도 그래도 서로 존경하며 사이좋게 지냈다.

사실 안서희도 보수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맞선을 통해 알게 된 사이라 연애는 건너뛰고 바로 결혼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지금 이렇게 지내는 것도 꽤 잘 지내는 정도였다.

“지금 움직여 봐. 어때? 좀 나았어?”

안서희는 다시 어깨를 움직였다. 마사지 덕에 확실히 많이 가벼워졌다.

“고마워요. 많이 나았어요.”

그녀가 몸을 돌렸다.

“이런 건 또 언제 배웠대요?”

“예전에 한의사한테서 조금 배웠었어. 오래전이라 까먹지 않았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손에 익었어.”

김주혁은 그녀의 손을 이불 안에 넣고 당부하듯 말했다.

“자.”

행복한 결혼 생활이란 어떤 것일까?

천 명에게 물어보면 아마 천 가지 대답일 것이다.

가끔 안서희도 아쉬울 때가 있었다. 과거 학업과 일에 모든 정력을 쏟아붓느라 뜨거운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만족하면서 살았다. 집안 형편, 얼굴, 인품, 학벌 등 김주혁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을 정도로 완벽한 결혼 상대였다.

김주혁은 술과 담배를 멀리했고 술자리도 별로 나가지 않았기에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들어와 안서희와 함께했다.

늘 남자에게 좋은 인상을 느낀 적이 없었던 안서희의 절친 권진아마저도 가장 완벽하다면서 이런 남자가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서희는 이런 남편이 있어서 매우 만족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에게는 아이도 생겼다.

그녀는 아랫배를 가볍게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주혁 씨 다음 주에 생일이잖아요. 당신 주려고 생일 선물 준비했어요.”

그때 김주혁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김주혁의 표정이 급변하자 안서희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김주혁이 일어서며 대답했다.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

“회사 일이에요?”

“응...”

그의 목소리는 제 발 저린 듯 낮았다가 이내 다시 조급해졌다.

“나 갈게.”

“알았어요. 운전 조...”

쾅 하고 문이 닫혔다.

“운전 조심해요.”

안서희는 닫힌 문을 향해 마저 말했다.

결혼 3년 동안 김주혁이 이토록 조급해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회사에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큰일이 일어난 듯싶었다. 며칠 전에 뉴스를 봤는데 한솔 그룹이 최근에 인수 합병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경제 채널의 뉴스에 실리기도 했다.

의학을 전공한 안서희는 사업을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경제 채널에 실릴 정도면 간단한 일은 아닌 게 확실했다.

안서희는 두 손을 꼭 모으고 그의 회사 일이 잘되기를 빌었다.

그런데 그녀가 쉬려고 눕자마자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선생님, 얼른 병원에 오세요. 지금 산모 한 분의 상태가 아주 위험해요.”

의학계에 오랫동안 몸을 담그다 보면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안서희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조수 임수경이 병원 문 앞에서 목이 빠져라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수경은 안서희를 보자마자 의사 가운과 장갑을 건넸다.

“드디어 오셨네요, 선생님.”

안서희는 그래도 실력 있는 의사였다. 그녀는 재빨리 병원 안으로 들어가면서 흰 가운을 입고 장갑을 꼈다.

“환자분 상태가 어때요?”

“교통사고 당했는데 현장이 아주 참혹했다고 해요. 환자분 임신 6개월이고 과다 출혈로 현재 의식을 잃었고 쇼크 증상도 나타났습니다.”

6개월이면 아이도 꽤 큰 상태이기에 자궁 경부를 봉합하든 출산을 유도하든 꼭 수술해야만 했다.

“가족분한테 연락했어요?”

“했어요.”

“가서 사인받아와요. 환자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해요.”

“네.”

안서희는 곧장 수술실로 향했다.

환자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당직 의사의 진료 기록을 본 후 자궁 경부 봉합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녀는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수술실로 들어가 응급 수술을 진행했다. 그렇게 6시간 가까이 되는 수술이 끝나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수술실에서 나올 때 맥이 다 풀려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임수경이 안서희를 부축했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안서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저기 의자까지만 부축해줘요.”

임수경은 그녀를 부축하여 의자에 앉힌 후 따뜻한 물 한 잔을 떠오더니 걱정스럽게 말했다.

“선생님이 임신하셔서 이렇게 힘든 수술을 부탁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환자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이 병원에 저 환자를 구할 수 있는 의사가 선생님밖에 없더라고요.”

임신이라는 소리에 안서희가 손을 파르르 떨었다.

“내가 임신한 거 어떻게 알았어요?”

임수경이 웃으면서 눈을 깜빡였다.

“임신은 좋은 일인데 왜 숨겨요? 어제 선생님 책상 위에 놓인 검사 결과를 봤어요.”

안서희가 쑥스러워하며 웃었다.

“그렇죠. 좋은 일이죠.”

“남편한테 얘기했어요?”

“아직요. 며칠 후에 남편 생일이라 그때 얘기...”

쿵쿵쿵!

누군가 수술실 문을 세게 두드렸다.

임수경이 말했다.

“환자 남편일 거예요. 아내랑 아이 상황이 궁금해서 저러겠죠. 선생님은 쉬고 계세요. 제가 가서 얘기할게요.”

“내가 갈게요.”

안서희가 말했다.

“내가 주치의인데 병원 규정에 따라 환자 가족한테 상태를 설명하는 건 주치의가 해야죠.”

안서희는 벽을 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임수경이 재빨리 수술실 밖의 문을 열어주었다.

밖에 있던 남자는 거의 뛰쳐 들어올 것 같은 기세로 물었다.

“선생님, 어떻게 됐어요?”

“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환자분 병원에서 며칠 더...”

그런데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그대로 멍해졌다.

“안서희?”

안서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주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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