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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저 참 재미없죠?

고유현은 헛웃음을 짓더니 자리에 앉아 술을 두어 모금 마시며 어색함을 감추려 애썼다.

“사실 갖고 논 건 아니지. 유진 누나는 계속 형을 제일 좋은 친구로 여긴다고 말했잖아.”

“친구? 그걸 믿어?”

주호민은 불만을 털어놓았다.

“형이 오랫동안 누나한테 마음이 있었는데 그걸 하나도 몰랐다고? 누가 믿어.”

고유현은 두 손으로 컵을 감싸 쥔 채 그저 웃을 뿐 더 반박하지 않았다.

주호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일에서 제일 불쌍한 건 안서희야. 유진 누나 대역이었는데 하나도 몰랐고 형이 잘해준 것도 본인 때문이 아니라 유진 누나 때문이었잖아. 지금 유진 누나가 마음을 돌려서 그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데 참 안됐어.”

고유현은 크게 웃었다.

“왜, 형이랑 결혼한 게 그렇게 억울한 일이야? 이혼할 때 재산 많이 가져가잖아.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이 애쓰지도 않고 편히 살 수 있잖아.”

주호민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여자 집안 형편은 어때?”

“별로야. 해성에서 집도 못 마련하고 형네 집에서 나온 뒤로 친구 집에서 지내. 아, 그 친구가 권진아야.”

고유현은 술을 마시며 허허 웃었다.

“그럼 됐네. 형이랑 몇 년 결혼하다가 곧바로 차든 집이든 다 살 수 있잖아. 오히려 유진 누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유진 누나 아니었으면 그럴 기회나 있었겠어?”

...

다음 날, 안서희는 마침 쉬는 날이었지만 다리를 다쳐 오전에 병원에 와서 치료해야 했다. 약을 바른 후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것도 귀찮아 바로 사무실로 갔다.

점심시간에 임수경이 병원 식당으로 가서 밥을 가져다주다가 안서희가 진료기록을 살펴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곧장 달려가 단숨에 덮어버렸다.

안서희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

“왜요?”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그거 보지 말고 밥부터 먹어요.”

안서희는 웃으며 도시락을 열었다.

“어차피 한가해요.”

“한가하면 잠을 자든가 게임을 하든가 하세요.”

안서희는 처음엔 미소를 지었다가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졌다.

“임수경 씨.”

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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