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0화 김주혁, 그 여자 좋아하지?

안유진은 미친 듯이 팔을 휘두르고 있었고 김주혁은 그녀가 임신한 걸 생각해 그저 손을 들어 방어하면서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느라 몇 번이고 세게 맞았다. 그 때문에 콧등의 금테 안경이 벗겨질 정도였다.

“그만해요,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

여경이 소리를 질렀다.

“경찰서에서 미쳐 날뛰지 말고 싸우고 싶으면 돌아가서 싸워요.”

안유진은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서 등을 돌린 채 씩씩거렸다.

“난 저 사람이랑 안 가요!”

김주혁은 옷을 정리하고 지친 듯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화풀이 다 했어?”

“아니, 절대! 김주혁, 나 아직 안 끝났어!”

김주혁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소매를 말아 올렸다.

“그래, 그럼 난 먼저 갈게.”

“김주혁, 감히 어딜 가! 임산부인 날 밖에 혼자 둘 거야? 만약 무슨 일이라도 나면...”

김주혁은 비웃었다.

“오늘 안서희를 길 한복판까지 끌고 갈 때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겁 안 냈잖아?”

“김주혁, 너 그 여자 좋아하지?”

“...”

“요즘 들어 점점 나 귀찮아하잖아. 예전에는 잘 달래줬으면서 그 여자랑 결혼하고 그 여자 편만 들잖아!”

그 여자 편을 든다고?

김주혁은 매우 무기력하게 웃으며 무엇보다도 후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20년 넘게 사랑했던 사람과 이제야 만나게 되었고 줄곧 안서희가 최대 걸림돌이라 생각했다.

그랬다.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도 아니고 그가 일방적으로 이혼을 제기하며 심지어 안서희가 소란을 피우면 거액의 돈을 줘서 남은 인생을 편하게 살게 해줄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

아니면 안서희의 커리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을 찾아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상상했던 걸림돌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는 얽히지 않으려 과감하게 아이까지 낙태했다. 그와 안유진 사이 마지막 남은 장애물까지 완벽하게 사라진 셈이었다.

그런데 20년 넘게 기다렸던 여자를 만났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

고유현이 말했다.

“유진 누나 원래 그런 사람일 수도 있지 않아?”

고유현은 그보다 몇 살 어렸고 그와 안유진의 후배였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