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이 허허 웃었다.“왜 당신이 아니라 저 여자한테 전화했는지 정말 몰라요?”안유진은 입술을 깨문 채 굴하지 않았다.“괜찮아요, 다음엔 절 부르세요.”여경은 더욱 할 말을 잃었다. “왜요, 김주혁 씨가 여기 또 왔으면 좋겠어요?”한 방 먹은 안유진은 상대가 경찰이라 밖에서는 마음대로 횡포를 부려도 경찰서에서 경찰을 상대로 난동 부릴 수는 없었기에 타깃을 안서희로 바꿨다.“안 선생님.”앞으로 다가온 그녀가 가식적으로 웃었다.“오늘 신세 많이 졌네요. 주혁이는 모르는 사람 상대하기 싫어해서 제가 대신 고맙다는 인사 할게요. 너무 신경 쓰지 마요.”벽을 붙잡고 서 있었던 안서희는 안유진과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고 오늘 다리를 다쳐 빨리 걷지 못하는 게 한이었다. 진작 자리를 떠났으면 저런 시답잖은 소리를 들을 일도 없는데.“네.”그녀는 무덤덤하게 대꾸하면서 계속해서 벽을 붙잡고 밖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안유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안서희의 다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의심과 경멸이 뒤섞인 눈빛으로 말했다.“오늘 차에 살짝 부딪힌 것 같은데 이렇게 심각할 건 없지 않나요?”안서희가 웃었다.“안유진 씨.”“네?”“지금은 절 멀리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왜요, 내가 또 도로로 끌고 갈까 봐?”“내가 참지 못하고 당신 뺨이라도 때릴 것 같아서.”안유진은 살짝 당황했다.“당신...”“안유진 씨, 오늘 여기서 확실하게 얘기할게요. 앞으로 또다시 내 앞에서 허튼수작 부리고 시답잖은 소리 했다가 나한테 맞아도 날 원망하지 마요.”그 말을 믿지 않았던 안유진은 자기 배를 더 앞으로 내밀었다.“나 임산부예요. 안 선생님은 산부인과 의사인데 저를 건드려서 제 아이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하시려고요...”“그건 걱정하지 마요. 내가 유산 안 하고도 제대로 정신 차릴 수 있게 때려줄 거니까.”안서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득 김주혁을 돌아보았다.“김주혁 씨, 그 쪽한테 하는 말이기도 해요. 개를 키우는 건 상관없
안유진은 미친 듯이 팔을 휘두르고 있었고 김주혁은 그녀가 임신한 걸 생각해 그저 손을 들어 방어하면서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느라 몇 번이고 세게 맞았다. 그 때문에 콧등의 금테 안경이 벗겨질 정도였다.“그만해요, 언제까지 이럴 거예요?” 여경이 소리를 질렀다.“경찰서에서 미쳐 날뛰지 말고 싸우고 싶으면 돌아가서 싸워요.”안유진은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서 등을 돌린 채 씩씩거렸다.“난 저 사람이랑 안 가요!”김주혁은 옷을 정리하고 지친 듯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화풀이 다 했어?”“아니, 절대! 김주혁, 나 아직 안 끝났어!”김주혁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소매를 말아 올렸다.“그래, 그럼 난 먼저 갈게.”“김주혁, 감히 어딜 가! 임산부인 날 밖에 혼자 둘 거야? 만약 무슨 일이라도 나면...”김주혁은 비웃었다.“오늘 안서희를 길 한복판까지 끌고 갈 때는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겁 안 냈잖아?”“김주혁, 너 그 여자 좋아하지?”“...”“요즘 들어 점점 나 귀찮아하잖아. 예전에는 잘 달래줬으면서 그 여자랑 결혼하고 그 여자 편만 들잖아!”그 여자 편을 든다고?김주혁은 매우 무기력하게 웃으며 무엇보다도 후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20년 넘게 사랑했던 사람과 이제야 만나게 되었고 줄곧 안서희가 최대 걸림돌이라 생각했다.그랬다.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도 아니고 그가 일방적으로 이혼을 제기하며 심지어 안서희가 소란을 피우면 거액의 돈을 줘서 남은 인생을 편하게 살게 해줄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아니면 안서희의 커리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맥을 찾아줄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가 상상했던 걸림돌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는 얽히지 않으려 과감하게 아이까지 낙태했다. 그와 안유진 사이 마지막 남은 장애물까지 완벽하게 사라진 셈이었다.그런데 20년 넘게 기다렸던 여자를 만났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고유현이 말했다.“유진 누나 원래 그런 사람일 수도 있지 않아?”고유현은 그보다 몇 살 어렸고 그와 안유진의 후배였다.
“고유준, 나랑 한 글자 달라.”김주혁의 눈이 위험하게 가늘어졌다.“의사야?”고유현이 기뻐했다.“형, 우리 형 알아? 대단한데, 우리 형 잘난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잘났어? 형처럼 본 적 없는 사람도 다 알 정도로...”김주혁이 피식 웃었고 마침 웨이터가 술을 가져오기에 건네받아 단번에 들이켰다.고유현이 말렸다.“형, 이거 보드카야. 한 모금에 다 들이켜는 게 아니라고, 천천히 마셔.”“네 형이 누구 좋아하는지 알아?”고유현은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하도 철저히 숨겨서 우리 엄마도 몰라.”이야기를 나누던 중 고유현은 지인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 “주호민, 여기야!” 주호민은 한걸음에 달려와 인사를 건넸다.“형.”고유현은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형이 한참 기다렸어.”“차가 막혀서, 밖에 차 엄청나게 막혀.”주호민은 김주혁 옆에 앉자마자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잠금 화면 비밀번호를 입력하며 물었다.“형, 내가 알려줄까 아니면 직접 볼래?”김주혁이 물었다.“또 올렸어?”“응, 조금 전에.”고유현이 물었다.“뭘 올려? 얼마인데? 주호민, 왜 이렇게 흥분해?”주호민은 그를 흘겨보았다.“SNS에 사진 올렸다고, 돈이 아니라.”“누가 사진 올렸는데?”“권진아.”고유현은 순간 당황한 듯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그 여자 SNS는 왜 보는 거야?”주호민은 콧방귀를 뀌었다.“형 일에 참견하지 마.”그러고는 SNS를 열어 김주혁에게 건넸다.“형, 봐.”김주혁은 전화를 건네받았고 권진아는 글 없이 사진 한 장만 올렸다.사진 속 장소는 그도 아는 곳이었는데 오늘 그 식당 밖이었다. 권진아가 주위 구경꾼들을 모자이크 해놓아서 가운데 있는 두 사람이 무척 눈에 띄고 분위기가 있었다.남자는 카메라를 등진 채 여자를 품에 안고 달리고 있었다.그리고 그의 품에 안긴 여자는 너무 작아서 그의 몸에 완전히 가려져 폭포수처럼 늘어뜨린 검은 머리카락과 날리는 치맛자락만 보일
고유현은 헛웃음을 짓더니 자리에 앉아 술을 두어 모금 마시며 어색함을 감추려 애썼다. “사실 갖고 논 건 아니지. 유진 누나는 계속 형을 제일 좋은 친구로 여긴다고 말했잖아.”“친구? 그걸 믿어?” 주호민은 불만을 털어놓았다.“형이 오랫동안 누나한테 마음이 있었는데 그걸 하나도 몰랐다고? 누가 믿어.”고유현은 두 손으로 컵을 감싸 쥔 채 그저 웃을 뿐 더 반박하지 않았다.주호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 일에서 제일 불쌍한 건 안서희야. 유진 누나 대역이었는데 하나도 몰랐고 형이 잘해준 것도 본인 때문이 아니라 유진 누나 때문이었잖아. 지금 유진 누나가 마음을 돌려서 그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데 참 안됐어.”고유현은 크게 웃었다.“왜, 형이랑 결혼한 게 그렇게 억울한 일이야? 이혼할 때 재산 많이 가져가잖아. 평생 먹고 살 걱정 없이 애쓰지도 않고 편히 살 수 있잖아.”주호민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그 여자 집안 형편은 어때?”“별로야. 해성에서 집도 못 마련하고 형네 집에서 나온 뒤로 친구 집에서 지내. 아, 그 친구가 권진아야.”고유현은 술을 마시며 허허 웃었다.“그럼 됐네. 형이랑 몇 년 결혼하다가 곧바로 차든 집이든 다 살 수 있잖아. 오히려 유진 누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유진 누나 아니었으면 그럴 기회나 있었겠어?”...다음 날, 안서희는 마침 쉬는 날이었지만 다리를 다쳐 오전에 병원에 와서 치료해야 했다. 약을 바른 후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것도 귀찮아 바로 사무실로 갔다.점심시간에 임수경이 병원 식당으로 가서 밥을 가져다주다가 안서희가 진료기록을 살펴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곧장 달려가 단숨에 덮어버렸다.안서희가 고개를 들어 물었다.“왜요?”“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그거 보지 말고 밥부터 먹어요.”안서희는 웃으며 도시락을 열었다.“어차피 한가해요.”“한가하면 잠을 자든가 게임을 하든가 하세요.”안서희는 처음엔 미소를 지었다가 서서히 웃음기가 사라졌다.“임수경 씨.”임수
안서희도 사실 불안했다. 임수경에게 약을 받았을 때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다.즉, 현재 센트럴 병원의 데이터에는 그녀가 낙태했다는 기록이 없었다.이 과정을 엄격하게 따진다면 임수경은 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다.안서희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나중에 원장님이 책임을 묻게 되면 모든 책임을 나한테 돌려요. 내가 시킨 거고 내 조수라서 거역할 수 없었다고.”임수경은 난감한 표정이었다.“안 선생님, 저는...”안서희는 그녀를 다독이는 눈빛을 보냈다.“그냥 그렇게 말해요, 겁내지 말고.”10분 후,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임수경이 목을 움츠린 채 문을 열었다.“원장님.”원장은 그녀를 힐끗 보았다.“내가 그렇게 무서워?”라는 표정을 지었다.“무서운 게 아니라 원장님을 존경하는 거예요.” 원장님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젊은 사람들은 자기밖에 모른다는데 수경 씨는 좀 다르네.”임수경은 입꼬리를 당기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원장이 들어오자 안서희는 책상을 붙잡고 일어섰다.“원장님.”원장은 다리를 다친 것에 크게 놀라지 않는 듯 손을 들어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다리가 불편하니 얼른 앉아.”“원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업무에 지장 없고 걷는 데 조금 불편할 뿐이지 앉거나 서서 수술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요.”원장님은 안심시키듯 웃었다.“그렇게 능력이 뛰어난데 아직도 내가 해고할까 봐 겁나? 그래, 당분간 푹 쉬고 무슨 일 있으면 조수한테 시켜. 절대 잔병 남기면 안 돼. 센트럴 병원 산부인과는 서희 씨한테 달렸다고.”“원장님 과찬이세요.”“잘하면 칭찬을 받아야지. 참, 요즘 병원에 피가 부족한데 헌혈 차로 가 있어. 채혈은 앉아서 하니까 힘들지도 않고 푹 쉬면서 마음도 추스르고.”안서희가 물었다.“원장님, 무슨 일로 저를 찾으셨어요?”“아, 원래는 다음 주 월요일 정기 회의 때 발표하기로 했는데 우리 병원에 유학파 마취과 선생님을 데려왔어. 학력이나 이력서도 아주 훌륭하고 외국에서 높은 연봉도
“응.” 고유준은 주저하지 않았다.“전에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그때 네가 교통사고 당한 걸 보고 내가 병원에 데려온 거야.”안서희는 마음을 내려놓았다.고유준이 연애편지 이런 걸 언급한 줄 알았다.원장이 말했다.“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면 더 좋지. 서로 알아가는 시간도 줄어들고 두 사람 능력이면 우리 산부인과는 나날이 좋아질 것 같네!”“원장님...”구석에 서 있던 임수경이 나지막이 말했다. “안 선생님 보러 오신 게 그거 때문인가요?”“그래, 이것 말고 뭐가 있겠어? 안 선생이 이렇게 잘해주는데 내가 트집 잡을 일은 없지 않나?”임수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다행이고요, 전 또...”“뭐라고 생각했는데?”“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 안 선생님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승진시켜 주실 줄 알았어요.”원장이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사실 그럴 생각도 있긴 하지만 고민하고 있어. 안 선생 결혼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임신이라도 했다고 하면 집에 가서 쉬어야 하는데 그건 큰일이니까...”“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안 선생님은 이혼하셨고 임신하실 일 없어요.”빠르게 얘기를 마친 임수경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입을 가렸다.원장은 놀란 눈으로 임수경을 바라보다가 안서희를 돌아보았다.“이혼했어?”안서희는 다소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언제?”“연차 휴가 중에요.”“뭐 때문에? 둘이 사이도 좋았고 남편이 매일 출퇴근할 때 태워다 주는데 왜 이혼했어?”안서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말끝을 흐렸다.“전...”고유준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원장님, 약품 창고 보여 주신다고 하지 않았어요?”“아, 맞다 맞다.”원장은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말했다.“가지, 내가 지금 데려다줄게.”나가는 길에 고유준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안서희를 돌아보았다.안서희는 그가 무슨 말을 할 줄 알았는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짝 미소만 지으며 원장을 따라 나갔다.임수경은 멍하
남자와 선배 사이에서 선배를 고른 임수경은 의리를 지키며 다가와 그녀에게 물 한 잔을 건네고 등까지 토닥여주었다.“안 선생님, 왜 그렇게 급하게 먹어요? 채혈은 내일이나 돼야 하는데요.”안서희는 목이 메어 말하지 못하고 손을 흔들었다.“아, 아뇨, 괜찮아요. 좀 매워서요.”“국물 좀 먹어.” 고유준이 보온 도시락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약재 삼계탕인데 기력 보충에 좋을 거야.”이라며 보온 도시락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밖에서 사 왔어?”병원 구내식당에는 이렇게 좋은 음식이 없었고 미역국이나 끓여주면 다행이었다.“내가 직접 끓였어. 천천히 마셔. 난 원장님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이따 도시락 가지러 올게.”고유준은 담담하게 웃었고 나갈 때도 조용했다.안서희만 홀로 요란하게 밥을 씹고 있었다.임수경은 얼굴을 감싼 채 은근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을 길게 늘어뜨렸다.“안 선생님...”그 소리에 안서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제대로 말하면 안 돼요? 그런 말투는 듣기 힘든데.”임수경은 다 꿰뚫어 봤다는 표정으로 손으로 보온 도시락을 두드렸다.“고 선생님은 안 선생님 때문에 오신 것 같은데요?”안서희는 고개를 숙여 밥을 먹었다.“무슨 소리야? 집이 해성에 있고 우리 병원 내부 관계가 복잡하지 않아서 왔다고 했잖아.”“쳇.”임수경이 나른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손수 국까지 끓여서 줘요?”안서희가 말했다.“자기 점심으로 먹으려고 한 걸 수도?”“그렇다면 참 친절하시네요.”안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계속했다.임수경이 손을 뻗어 보온 도시락을 열어보려고 했다.“국물 냄새나 맡아봐야지. 고 선생님 솜씨 한번 볼까나...”손을 뻗으려는 순간 안서희가 탁 때렸다.“건드리지 마요, 그대로 돌려줘야 해요.”임수경이 입을 삐죽거렸다.“그렇게 매정하게 굴 필요 있어요?”안서희는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서로 알아갈 생각 없으면 처음부터 오해하지
“안 선생님...”“돌려주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마요. 사진만 찍을게요.”임수경은 망설였지만 결국 과자를 그녀에게 건넸다.“선생님도 사게요? 이 과자 진짜 맛있어요. 게다가 살도 안 쪄서 엄청나게 잘 팔려요. 사기 무척 힘들어요...”안서희가 사진 촬영을 마치자마자 임수경은 재빨리 과자를 다시 낚아챘다.“걱정 마요, 돌려주라고 안 해요.”그제야 임수경은 안심했다.“그럼 다행이고요. 안 선생님, 저한테 사주시려고요? 우와, 선생님 최고!”안서희는 급히 손을 뻗어 포옹하려는 그녀를 막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네, 지난번 낙태할 때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줬으니 고마워서 반년치 과자 내가 다 책임질게요.”“앗싸!”임수경은 다리가 불편한 안서희를 병원 대문까지 부축해 주고 그녀가 택시를 타는 것까지 지켜보았다.안서희는 차에 앉아 권진아에게 사진을 보냈다.[?][인맥 넓으신 권진아 씨, 이 브랜드 과자 살 수 있을까?][문제없지, 몇 개나 필요해?][200박스 정도.][친구야, 장사라도 할 생각이야? 그렇게 많이 사서 뭐 하게.][내 조수인 아가씨가 이걸 좋아해. 내가 유산할 때 도와줘서 보답하고 싶어.][아, 그 아가씨 기억나. 의리가 있었지. 알겠어, 도와줄게. 200박스? 기다려.][진아야, 두 박스 더 부탁해.][네가 먹게?][나 단 거 안 좋아하는 거 알잖아.][그럼 나한테 주는 거야? 수고비로?][그럼 5개 더. 세 개는 네가 갖고 두 개는 내가 빚 갚는 데 써야겠어.][빚을 갚아? 무슨 빚?][마음의 빚.]...다음 날 아침, 안서희는 일찍 일어났다.권진아는 그녀의 다리가 불편했기에 기어코 차로 병원까지 데려다주겠다며 고집을 부리면서 말했다.“김주혁이 하는 건 나도 할 수 있어.”안서희의 다리에 생긴 찰과상은 가볍지 않았고 더운 날씨에 바지를 입으면 분명 상처가 곪을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치마가 없었다.없는 게 아니라 전부 김주혁의 집에 있는데 그 남자가 보내주지 않았다.권진아의 눈빛이 갑자기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