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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축복뿐

김주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 여자를 구해줄 줄은 몰랐어.”

그가 말하자 안서희가 웃으며 답했다.

“구해줄 생각은 아니었어요.”

김주혁은 알아듣지 못했다.

“넌 의사라 아무래도 아픈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미 뼛속 깊이 박혀 있는 거겠지. 우리가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큰 태풍이 왔을 때도 넌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병원으로 달려갔잖아...”

“잊어요, 왜 그런 쓸데없는 일을 기억해요.”

“안 잊어.”

김주혁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오늘... 웃긴 모습을 보였네.”

“안유진이요?”

“...그래.”

“안 웃겨요, 하나도.”

김주혁은 입꼬리를 당기며 헛웃음을 지었다.

“요즘 여기저기 창피당할 일이 많아.”

안서희가 말했다.

“당신 인생에 대해 내가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네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축복뿐이죠.”

“무슨 축복?”

“백년해로하고 일찍 아이 낳길 바라는 거?”

김주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날 때리는 말 같은데.”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알아, 너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날 의심하는 거야.”

“20년 넘게 좋아했는데 뭘 의심할 게 있겠어요?”

김주혁이 말했다.

“그래, 20년 넘게 좋아했지만 실제로 만나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

안서희는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건 당신 일이니까 난 할 말 없어요.”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러던데 오늘 너 아니었으면 안유진이 차에 부딪혔을 거래. 미안하다는 말은 듣기 싫으니까 안 할게.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는 하고 싶어.”

안서희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여기요.”

“뭐야?”

안서희는 결혼반지를 그의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당신이 산 거라 난 가격 몰라요. 진아 말로는 해성에서 집 한 채 살 만큼 비싼 명품이라고 하더라고요.”

김주혁의 펼친 손이 허공에서 얼어붙었다.

“안서희...”

“됐어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필요 없다면 이건 그냥 버릴게요. 제 생각 잘 알 거예요. 우린 부부도, 친구도 될 수 없고 그냥 남남으로 사는 게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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