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8화 김주혁이 누굴 먼저 구할까

“미안해 서희야, 난...”

“미안해야죠.”

안서희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 말고 다른 말은 못 해요?”

이를 악문 김주혁의 목울대가 위아래로 꿈틀거렸다.

“나한테 시간을 줘, 내가 해결할게.”

“김 대표님께서 뱉은 말은 지키셨으면 좋겠네요. 다시는 그쪽 ‘절친’이 내 일상 방해하는 일 없길 바라요.”

김주혁이 직접 안유진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가자 안유진은 정신없이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김주혁, 너 뭐 하는 거야! 나 안 가! 나 여기 밥 먹으러 왔어!”

“이러고도 밥이 넘어가?”

김주혁이 거칠게 소리쳤다.

“난 이미 너 때문에 안서희도 잃고 내 아이도 잃었는데 뭘 어떻게 더 해줘야 만족할래?”

힘으로 그를 이길 수 없었던 안유진은 아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그에게 삿대질하며 울먹거렸다.

“김주혁! 이젠 원하는 걸 가졌다고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거야? 너 요즘 점점 이상한 것 같아! 아까 문 앞에서 그 여자도 빤히 쳐다보더니, 그 여자가 안서희랑 닮아서 그랬지?”

원래는 작게 소란을 피우고 있었는데 이 난리에 주위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의 이목이 쏠렸다.

오늘 레스토랑이 유난히 붐비고 시끄러운 데다 그들이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어 이쪽의 치정극에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안유진이 너무 심하게 울었고 게다가 배가 많이 나온 임산부였기 때문에 크게 이슈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일부러 일을 크게 만들려는 듯 김주혁의 큰 소리로 불렀다.

“김주혁! 넌 날 쫓아다닐 때 자전거로 학교 데려다주고 자기는 비를 맞으면서 난 막아주고 체육대회 때 발목 다치니까 선생님보다 더 걱정하면서 안고 보건실로 달려갔어. 우리 사이 20년도 더 됐다고! 근데 이제 내가 임신하고 몸도 망가지고 예전처럼 예쁘지도 않으니까 싫어진 거지?”

안서희는 처음으로 우리 말의 정수를 느끼게 되었다.

안유진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지만 한 마디로 조합하니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말끝마다 김주혁을 긴 애정에 지쳐 마음이 변한 나쁜 남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진실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