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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법

인기 레스토랑 안은 여느 때처럼 만원이었고 열댓 명의 웨이터로는 부족해 여기저기 접시를 끌고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권진아는 안서희를 빈자리로 끌어당겨 앉히더니 고개를 기울이며 푸념했다.

“재수 없어, 맛있는 밥 먹으러 왔다가 쓰레기를 만났네.”

고유준은 천천히 두 여자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진아야, 너 제인 알아?”

권진아는 잠시 멈칫했다.

“죄인이 누구야?”

“아까 밖에 있던 그 임산부.”

권진아는 그제야 깨달은 듯 조롱하며 웃었다.

“영어 이름이야? 허, 그래도 주제 파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네. 자기랑 딱 어울리는 이름을 지었어.”

고유준은 메뉴판을 돌려 두 여자에게 건넸다.

“두 사람이 알아서 시켜.”

권진아가 건네받으며 말했다.

“내가 주문할게. 인터넷에서 미리 검색해 봤어. 여기 메인 요리도 다 알아. 절대 맛없을 리가 없어!”

고유준이 물었다.

“안 닥터는?”

안서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다 괜찮아.”

“못 먹는 건 있어?”

“아니, 난 뭐든 다 괜찮아. 주는 대로 먹어.”

고유준은 금테 안경을 콧등에 슥 올리며 눈썹을 찡긋하더니 가볍게 웃었다.

“먹여 살리기 쉽네. 요즘 여자들은 굉장히 까다롭게 굴어서 밥 한번 사주기도 힘든데. 혹시나 싫어하는 음식 시키면 그 자리에서 아웃이라고 하더라.”

안서희가 물었다.

“경험담이야?”

“아니, 다 주변 친구들한테 들은 거야.”

안서희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사실 연인 사이엔 무슨 음식을 시켰는지, 어떤 걸 먹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여자들은 남자가 자기를 신경 쓰고 있는지, 자기 음식 취향이나 습관에 관심을 가졌는지가 더 중요하니까. 마음 편히 먹고 살게 해주는 것보다 그런 태도에 더 신경 쓰지.”

고유준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수 배웠네.”

“허, 넌 그럴지 몰라도 아닌 사람도 있어.”

권진아는 출입구 방향을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

“누구는 네가 재벌가 생활을 포기하지 못해서 김주혁에게 매달리고 편히 먹고 지내는 생활을 바란다고 단정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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