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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세상에 남자가 하나뿐인가

안서희는 권진아에게 거의 끌려가다시피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앞줄로 갔다.

김주혁과 안유진을 본 권진아는 충격을 받은 듯 안서희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재밌는 구경이 저 두 사람이었어?”

안서희는 할 말을 잃은 듯 고개를 끄덕였고 권진아는 차가운 비웃음을 터뜨렸다.

“김주혁도 웃긴다. 20년 넘게 저 여자 좋아했다며? 왜 너랑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여자를 보고 움직이지도 못해?”

안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말할 틈이 없었다.

안유진은 시종일관 기관총처럼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내며 번호 확인을 담당하는 식당 종업원을 혼냈다.

다행히 그 웨이터는 남자라서 울지 않았지만 옆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여기 유명한 레스토랑이라 오기 전에 이미 사람 많이 올 걸 알아야 하지 않나? 줄 서기 싫으면 안 오면 되지, 굳이 새치기까지 하다니. 정말 웃겨.”

“그러게. 임산부는 사회적인 약자라 보호받아야 한다지만 저렇게 가차 없이 욕설을 퍼붓는데 저게 어디 보호받아야 할 사람 모습인지.”

“저런 사람들은 자기 능력 좀 있다고 다른 사람들 우습게 보잖아. 대중교통에서 젊은이들한테 자리 양보하라고 강요하는 노인들과 다를 게 뭐가 있어?”

“어르신보다도 못해. 어르신은 그래도 정말 연세가 있긴 하잖아. 저 여자는 임신 한번 한 것 갖고 온 세상이 다 양보해 줘야 한다는 거야 뭐야. 아까 지나가는 아가씨도 한바탕 욕했잖아.”

수군거리는 말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고 그 와중에 안유진이 소리치는 게 들렸다.

“나는 임산부인데 당신들은 임산부 배려 안 해? 경고하는데 나 변호사야. 내가 당신네 가게에서 무슨 일 생기면 당신들이 책임져야 할 거야!”

하도 욕설을 들어 이젠 익숙해진 웨이터가 조용히 설명했다.

“저기요, 저기 기다리는 곳에 의자가 있어요. 제가 손님이 앉을 소파까지 내드렸는데 그걸로도 부족하세요?”

“그냥 날 먼저 들여보내면 다 해결되지 않나?”

“다들 줄을 서고 있어요. 저기 봐요,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분들, 어린 아기를 안고 있는 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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