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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그녀의 결혼을 깬 사람

안유진은 여전히 믿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휴대전화 줘.”

김주혁이 두 눈을 감았다.

“억지 좀 부리지 마, 응?”

“달라고!”

김주혁이 꿈쩍도 하지 않자 안유진은 바지 주머니에서 직접 꺼내려 했다. 김주혁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임산부라 힘을 세게 주지 못했다. 결국 안유진은 뜻대로 기름 범벅인 손으로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보고 있어. 샤워하고 올게.”

김주혁은 곧장 욕실로 향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니 술기운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오늘 전까지만 해도 안서희가 잘 살기를 진심으로 바랐었다. 어쨌거나 그가 잘못했으니까.

그런데 아까 병원에서 안색도 밝고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병원으로 달려가는 걸 보니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다. 마치 이혼한 적이 없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한 달 사이 안서희는 아이를 지웠고 이혼도 했으며 심지어 몸조리까지 했다. 권진아의 SNS를 통하여 대충 알게 되었는데 아이를 지우면서 몸이 많이 상한 바람에 가끔 배가 아프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번 만났을 때는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낮에는 다정하게 진료도 보곤 했다. 안유진이 찾아와서 귀찮게 굴어도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달인 배를 다시 돌려보내는 여유를 보여줬다. 그리고 저녁에 갑자기 불려와 야근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한 달 전의 그녀와 비교하면 훨씬 더 덤덤하고 차분했다.

김주혁은 이런 자신이 너무 모순적이라 생각했다. 안서희가 이혼의 아픔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길 바라면서도 잘 지내는 그녀를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오늘 오후 식사 자리가 있어서 술을 조금 마셨다. 원래는 대리운전을 불러 집으로 올 생각이었지만 알코올 탓인지 저도 모르게 병원의 주차장까지 와서 안서희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주차장에 잠깐 서 있다가 가로등이 켜진 걸 보고서야 시간이 늦었다는 걸 알아챘다. 이 시간이면 안서희가 진작 퇴근하고 집에 간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또 만난 건 완전히 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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