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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사과하러 왔어요

그날 오후, 김주혁과 안유진이 함께 찾아왔다.

안유진은 한 손으로 허리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볼록 나온 배를 어루만졌다. 널찍하고 편한 임산부 복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도 살이 오른 모습이었다.

임신하면 얼굴이 붓기 마련이었다. 원래 V라인이었던 안유진은 살이 오르니까 오히려 더 나아 보였다. 안색도 좋은 걸 보니 옆에서 잘 생겨준 모양이다.

김주혁이 옆에서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그녀를 감싸주었고 왼손에는 여자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보냉백도 들고 있었는데 도시락통 같은 게 들어있었다.

임수경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면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제 왔는데 오늘 왜 또 왔대요...”

안서희는 병원에 온 그들을 내쫓을 수가 없었다. 이미 온 이상 상황에 맞춰 대책을 세우면 되었다.

안유진은 배를 잡고 안서희의 앞에 앉더니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랜만이에요, 선생님.”

안서희는 그녀와 김주혁을 번갈아 보았다. 김주혁이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컴퓨터에서 안유진의 진료 차트를 꺼냈다.

“어디 안 좋아요?”

“아니요. 주혁이가 잘 챙겨줘서 괜찮아요. 어제저녁에 검사했는데 나랑 아기 다 건강하대요.”

안서희가 피식 웃었다.

‘멀쩡한데 왜 왔대? 자랑하려고?’

안유진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선생님, 오늘은 사과하러 왔어요.”

안서희가 문 쪽을 가리켰다.

“사과는 필요 없고 불편한 데 없으면 나가주세요. 밖에 다른 산모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다른 사람들 시간 지체해선 안 되죠.”

“주혁이한테 접수하라고 했어요. 이거 영수증이에요.”

“접수만 하고 검사는 받지 않고.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안유진 씨?”

“선생님, 날 너무 적대하지 말아요. 선생님이랑 주혁이는 어울리지 않았을 뿐이에요. 그게 어디 내 탓인가요?”

안서희는 피곤이 밀려와 김주혁을 보며 말했다.

“계속 빙빙 돌리기만 하는데 주혁 씨가 말할래요?”

김주혁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서희야, 난...”

“내가 얘기할게요.”

안유진이 가볍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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