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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트루먼 쇼와 같은 결혼 생활

권진아네 집으로 급히 오는 바람에 갈아입을 옷 몇 개와 가방 말고는 거의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오늘 병원에서 나올 때 가방으로 피를 막긴 했지만 그래도 몸이 젖고 말았고 머리카락도 조금 젖었다.

평소 가죽 가방보다 클로스 백을 자주 들고 다녔다. 천이라 비를 막을 수 있긴 했지만 가방이 다 젖어서 내일 출근하기 전까지 마르긴 어려울 것 같았다.

다른 물건은 다 쉽게 살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이 가방은 명품 가방도 아니고 그냥 길거리 가게에서 산 것이었다. 김주혁은 무슨 수로 똑같은 가방을 구했을까?

피곤했던 안서희는 그 이유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 대한 죄책감이든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든 아무튼 그녀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오늘 안유진이 했던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다. 안서희는 다시는 두 사람의 대화에 나타나고 싶지 않았다.

권진아가 물었다.

“하던 대로 그냥 돌려보낼까?”

“버려.”

권진아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

“돌려보내지 않고?”

“돌려보냈다가 안유진 씨가 보면 귀찮아져.”

권진아는 그제야 완전히 이해했다.

“지난번에 그 여자를 먼 곳에서 봤었어. 딱 봐도 보통내기가 아니더라고.”

사실 따지고 보면 안서희와 안유진 사이에는 그렇게 큰 원한은 없었다. 안유진의 공세는 김주혁에게 향했었고 마지막 선택을 한 것도 김주혁이었다. 결국에는 그녀와 김주혁 두 사람의 일이었다.

안서희는 권진아와 함께 박스를 아파트 쓰레기통에 버린 다음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러고는 권진아에게 보냈다.

권진아는 그녀의 뜻을 바로 알아들었다.

“지금 당장 SNS에 올릴게. 아, 글은 뭐 쓸까? ‘이딴 거 필요 없어’ 어때?”

“글은 쓸 필요 없고 사진만 올리면 돼.”

“알았어.”

권진아가 사진을 올리자마자 주호민이 좋아요를 눌렀다.

“이 자식은 휴대폰을 쥐고 사나. 1분도 안 됐는데 벌써 좋아요를 눌렀어.”

안서희가 말했다.

“됐어. 삭제해.”

“벌써?”

“봐야 할 사람이 봤으니까 그럼 됐어.”

권진아는 안서희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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