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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원망도 없어

“저 사람 제 차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운전기사도 뭔가를 알아채고 놀란 표정을 짓자 안서희가 대답했다.

“설마요.”

“맞아요. 우리 차 보고 있는 거. 내가 저 사람 차를 긁었나? 그럴 리가 없는데. 나 운전 잘하는데...”

안서희가 물었다.

“기사님, 아까 도착했을 때부터 저 사람 저기 있었어요?”

“네. 아까부터 비를 맞고 있었어요. 손님 태우고 유턴했는데도 계속 맞고 있으니까 바보라고 한 거죠.”

안서희는 숨을 깊게 들이쉰 후 시선을 거두었다.

“기사님, 저 사람 그만 보고 운전에 조심하세요.”

“어머머!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그 순간 안서희는 병원 문 앞의 교통 체증 때문에 짜증이 났다.

‘와서 뭐 하려고 그러지? 유리창을 두드릴까, 아니면 차 문을 열까? 그나저나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해? 이미 다 깔끔하게 끝난 사이인데 병원에는 왜 찾아오고 저래?’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안서희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기사님, 앞에 차 피해서 돌아서 갈 수 있나요?”

“안 돼요. 너무 막혀서 아예 돌 수가 없어요...”

김주혁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졌다. 안개 사이로 그가 택시 앞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안서희는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고 김주혁을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생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주혁이 택시 앞으로 돌아서 반대쪽으로 가더니 다른 택시 옆에 멈춰 섰다.

그는 허리를 숙여 차 문을 열었다. 안유진이 배를 부여잡고 차에 내린 다음 김주혁이 건네는 손을 잡았다.

“깜짝이야. 와이프 기다리는 거였군요.”

그 택시가 길 가운데 서 있었고 행인이 끊임없이 오갔다. 마음이 급한 운전자들이 클랙슨을 울렸다.

안서희는 시선을 거두고 자신을 비웃었다.

“아가씨, 왜 웃어요?”

안서희가 대답했다.

“기사님, 아까는 왜 저 사람이 올까 봐 무서워했어요?”

“분위기가 무섭잖아요. 안 무서워요?”

안서희가 고개를 내저었다.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

김주혁은 무서운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결혼한 3년 동안 김주혁이 화내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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