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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일편단심인 바보

안서희가 말했다.

“주혁 씨도 없어.”

줄곧 안유진에게 친한 친구라는 명분에 갇힌 나머지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유준이는 김주혁이랑 달라. 잊지 못하는 첫사랑도 없고 바깥세상의 일에 관심이 없어서 공부만 했어. 해외에서도 옆에 성인 가게가 있어도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대.”

“진아야.”

“왜?”

“고3 때 연애하다가 헤어진 다음에 만약 이튿날에 바로 누가 고백하면 받아줄 수 있어?”

권진아는 아무 말이 없다가 몇 분이 지나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아픔에서 빨리 벗어나긴 힘들지.”

“응...”

“근데 괜찮아. 유준이가 칠팔 년이나 기다렸는데 조금 더 기다리는 것쯤은 아무 문제 없지. 아무튼 걔 괜찮은 애니까 한번 생각해 봐.”

안서희는 두 눈을 꼭 감고 쉬는 척했다.

‘생각해 보라고? 내가 어떻게?’

권진아네 집과 대대로 친분이 있는 집안이라면 해성시에서 나름 체면이 서는 집안일 것이다. 그렇다면 김주혁을 알 가능성이 컸다. 잘 아는 사이는 아니더라도 만난 적은 무조건 있을 것이다.

그런 집안에서 한 번 다녀온 그녀를, 그것도 김주혁의 전처였던 그녀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게다가 아이를 지운 경험까지 있는데?

고유준은 초혼인 데다가 젊은 인재였다. 그런 그가 배경도 없고 순결도 잃은 돌싱과 결혼하려고 할까?

권진아가 반박했다.

“김주혁은 받아들였잖아. 게다가 남의 애까지 키울 생각인 것 같던데. 안유진 배 속에 있는 아이 이미 받아들인 거나 마찬가지야.”

안서희가 말했다.

“이 세상에는 주혁 씨처럼 일편단심인 바보가 별로 없어.”

권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과 많이 달랐다.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은 이혼 후에도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와 결혼했지만 현실은 마주해야 하는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권진아는 조금 전 갑작스러운 소식에 잠깐 이성을 잃어서 자기 마음대로 생각한 거지, 일일이 따진 후에는 그녀도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후 안서희는 나름 잘 지냈다.

센트럴 병원에 출근해서부터 휴가를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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