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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짝사랑

고유준이 어깨를 들먹였다.

“아쉽게도 귀국할 때 짐을 잃어버려서 가져오지 못했어.”

권진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럼 그 연애편지에 뭐라고 적혀있었는지 기억나?”

“오래전인데 기억 날 리가 있겠어?”

안서희가 말했다.

“그리고 연애편지니까 당연히 고백하는 내용이겠지. 아니면 좋은 시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고.”

“유준아, 네가 직접 말해봐.”

가십거리가 노래보다 훨씬 더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권진아는 사람들을 일고여덟 명 정도 불러왔다. 과일을 먹던 사람, 술을 마시던 사람, 노래를 부르던 사람까지 전부 몰려들었다.

사람들에게 물 샐틈 없이 둘러싸인 안서희는 마치 동물원의 동물이 된 것만 같았다.

고유준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 연애편지 똑똑히 기억나. 첫마디가 바로...”

그는 잠깐 멈칫하다가 계속 말했다.

“남대문이 열렸는데.”

현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고유준이 또 말했다.

“커 보여였어.”

쨍그랑.

누가 걷어찼는지 테이블 위의 과일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유리그릇이 산산조각이 났고 과일도 여기저기 널브러졌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권진아가 안서희의 어깨를 힘껏 내리쳤다. 그러더니 마치 자식을 다 키운 어머니처럼 뿌듯해했다.

“안서희, 너 대박인데?”

고유준이 한마디 보충했다.

“글재주가 있더라고. 라임도 맞췄던 것 같고.”

안서희의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목까지 다 빨개졌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안서희가 다급하게 설명했다.

“내가 쓴 게 아니라 내 룸메이트가 쓴 거야. 그때 걔가 어떤 사람을 좋아했었는데 그게 너인 줄 몰랐어. 그냥 나한테 가리키니까 연애편지를 네 폴더 안에 넣었던 거야. 근데... 그때 주변에 사람이 없었는데 내가 넣은 거 어떻게 알았어?”

고유준의 두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

“하늘의 뜻인가 봐.”

허무맹랑한 해명에 룸 안의 분위기가 다시 설렘으로 변했다.

안서희는 지금까지 이런 상황을 마주해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남학생들이 고백한 적은 있었지만 다 학교를 다닐 때라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를 좋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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