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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권진아는 얼떨결에 그 남자에게 끌려서 소파 쪽으로 가더니 앞에 내민 과일을 먹기 시작했다.

한편 그 남자는 마침 권진아의 자리, 바로 안서희의 옆자리에 앉았다. 한편 매너를 지키며 일정한 거리를 두었고 이에 안서희도 썩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서로의 말소리가 적당히 들리는 딱 그 정도의 거리였다.

노래가 시작되고 쓸쓸한 이별 장면의 뮤비가 재생됐다.

한때 이별의 잔잔한 미련을 담은 노래, 아직도 여전히 노래방 애창곡으로 꼽히는 그 유명한 노래였다.

안서희는 눈에 띄게 어여쁜 외모는 아니지만 참하고 단아한 모습이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고 우아하면서도 청순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권진아는 그녀를 보면 덩달아 마음이 차분해지고 온화해지는 기분이라고 했었다.

“자, 시작해요...”

안서희는 마이크를 잡고 리듬을 타는 그 남자와 함께 천천히 노래를 불렀다.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아직도 너의 손길을 느껴, 오늘도 난 너의 흔적 안에 살았죠...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 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의 그 공기 속에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네가 있어 그래...”

남자 가수의 노래라 음역이 낮은 덕인지 안서희의 목소리와 유난히 잘 어울리고 듣는 이에게 매우 편안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이때 옆에서 누군가가 권진아의 팔을 툭툭 쳤다.

“진아 뭐야? 네 친구 노래 엄청 잘하잖아. 못 부르긴?”

권진아도 한창 수박을 한 입 깨물다가 그녀의 노랫소리를 듣고 멍하니 넋을 놓았다.

“나도 몰랐어. 서희 노래방 온 적이 없어서 나도 지금 처음 듣거든.”

“야 뻥 치지 마. 다들 20대 중반인데 노래방이 처음이라고?”

“진짜라니까. 널 속여서 뭐해? 우리 서희는 그 귀하다는 의느님이야. 의대 다니랴, 병원 출근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쳐요. 어디 너처럼 종일 빈둥거리는 줄 알아?”

상대가 살짝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장담하는데 서희 씨 무조건 와봤어. 단지 너랑 안 온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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