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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삼 년, 천 일이란 시간은 결국 거짓이 아니었음을

시간이 지나면? 대체 얼마나 지나야 하는 걸까?

한 시간? 하루? 한 달? 그것도 아니면 일 년일까?

안서희는 이 남자가 과연 얼마 만에 고통에서 벗어날지 가늠이 안 됐다. 그가 무려 20여 년 동안 기다렸던 애인이 돌아왔으니 꿈에도 그리던 그 여인과 극적으로 다시 행복에 빠져들 테고 또한 아이에 관한 일은 금세 잊히겠지.

일생에 있어서 가장 기쁜 일이 네 가지가 있다면 신혼 첫날밤, 대학 입시 통보를 받은 날, 오랜 가뭄 끝의 단비, 그리고 타향에서 옛 지인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대학 입시 통보를 받은 것’과 ‘타향’ 이 두 소재를 제외하면 김주혁은 무려 두 가지 일을 이루고도 절반을 더 이룬 셈이다.

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으니 아마 요즘이 그의 삶에서 가장 기쁜 나날일 지도 모른다.

한편 그 아기라면...

아니 어쩌면 고작 수정란이겠지,. 이건 그가 31년 동안 살아온 인생에서 아주 희미하고 작은 유감으로 남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옆에 있으니 나중에 둘만의 아이가 생길 테고 두 명, 세 명 낳아서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듯싶다.

슬하에 귀여운 자녀를 두고 사랑하는 아내가 옆에서 지켜주는 더없이 아름다운 나날을 보낼 듯싶다...

권진아는 그녀를 호텔에 데려가지 않고 본인 집으로 향했다.

권진아의 부모님은 일찌감치 딸아이에게 집을 마련해줬는데 평수가 너무 크진 않아도 H시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매우 고급스러운 단지였다.

눈부신 아침 햇살이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올 때 그녀는 한창 창가 옆에 앉아서 바깥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일 년 중 가장 완연한 늦봄이라 아파트 단지에 수목이 푸르싱싱하게 자라서 생기가 차 넘쳤다.

이때 교복 차림의 한 남자아이가 집 아래에 서서 돌멩이를 줍더니 위에 힘껏 내던졌다. 그 돌멩이는 결국 여자아이의 방 안에 있는 창문 유리에 부딪히고 말았다.

여자아이는 재빨리 집 밖으로 내려가 배시시 웃으며 남자아이 앞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남자아이는 교복 지퍼를 열고 안에서 따끈따끈한 찐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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