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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최선의 선택

양쪽에 늘어뜨린 그의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조금은 낯설었다.

“정말 이성적이군.”

“이성적이고 잔인한 게 우리 세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이겠죠.”

“세 사람?”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난 김씨 가문과 얽히지 않고 이혼 후에 내 삶을 살 수 있을 거고 당신은 아이 때문에 발목 잡힐 일도 없을 거고요. 나중에 당신이랑 안유진 씨 사이에 아이가 생기면 이 아이 때문에 안유진 씨와 싸울 일도 없겠죠. 그리고 안유진 씨는...”

그녀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허구한 날 상속법을 뒤져볼 필요도 없을 거고 자신이 낳은 아이에게 재산을 더 물려줄 방법을 궁리할 필요도 없을 거예요.”

그녀의 말에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으니 안유진이 어떤 성격인지 그녀가 어떻게 할지는 그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난 내 아이가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태어나길 바라요. 최소한 아이의 아빠가 날 사랑하길 바라요. 난 사랑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고개를 들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후, 그녀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만 해요. 당신은 당신 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잘 살아요. 이렇게 헤어지는 게 우리한테는 최선의 선택이에요.”

그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남자는 쉽게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산부인과에서 일을 하면서 남녀 사이의 별의별 일들을 다 봐왔었다. 아내가 안에서 죽을 듯이 아파하는데도 남편은 밖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장면을 너무 많이 봐왔었다.

처음에는 화가 나서 남편들한테 한 소리 했었다.

근데 어느 날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다.

“우리 와이프도 뭐라 하지 않는데 당신이 무슨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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