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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김주혁은 서서히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손에 있는 핏빛 휴지 뭉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가 손을 뻗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만져볼 수 있어?”

그녀는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바깥바람이 세게 분 탓인지 그의 손이 많이 떨렸다.

손뿐만 아니라 온몸이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고 손등의 핏줄이 솟아올라 마치 한 줄기 나무뿌리 같았으며 금방이라도 껍질이 벗겨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동작은 조심스러웠다. 죄책감과 후회와 그리고... 아픈 감정이 섞여 있었다.

점점 눈이 빨개지고 이를 악무는 그의 모습을 그녀는 담담하게 쳐다보았다.

떨리는 손을 통제할 수가 없어서 한 손으로 손목을 꽉 잡은 채 조심스럽게 휴지 뭉치를 건드렸다.

바로 이때, 그녀가 재빨리 손바닥을 오므려 휴지 뭉치를 거두었다.

조금 전까지 악몽에 빠져있던 그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주혁 씨.”

그녀의 낯선 부름에 그가 정신을 차린 것이었다.그를 부르는 호칭은 주혁 씨에서 김주혁 씨로 바뀌었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어?”

“그렇지 않으면요?”

“진작에 말했어야지. 네가 우리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았다면 난...”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거예요.”

그녀는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평생 누군가의 그림자로 사는 거 난 원치 않아요.”

“그럼 아이는?”

그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내가 아이의 아빠잖아. 아이를 지울 생각이었으면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미리 말했다면요? 아이를 위해 당신이 안유진 씨를 포기했을까요?”

“최소한 내 아이를 지우라고는 하지 않았을 거야.”

“내 물음에 정확한 답이 없네요. 왜 피해요?”

“당신은 당신 대로 안유진 씨와 함께하고 나는 나대로 아이를 낳으라는 말이에요? 아이 생각은 해본 적 있어요? 이 아이가 커서 나한테 아빠의 아내가 왜 안유진이라고 물으면요? 그땐 뭐라고 대답해요? 네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이가 아빠가 필요할 때 뭐라고 해요? 다른 아줌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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