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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내 사람이 아닌 남자

권진아의 차는 빨간 포르쉐였다.

그녀의 집안은 김씨 집안만큼 큰 가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해성시에서는 꽤 유명한 가문이었다.

권진아는 집안의 외동딸이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 그 일을 제외하고는 인생이 힘들었던 적이 없었다.

“그 아파트로 돌아가지 말고 호텔에도 가지 마. 그냥 우리 집에 와 있어.”

“병원에 데려다줘.”

순간, 권진아는 어이가 없었다.

“뭐야? 실연의 아픔을 일로 마비시키겠다는 거야?”

“아니.”

“근데 병원은 왜? 어렵게 휴가 낸 거잖아. 아니면 우리 여행이라도 갈까? T국에 가서 잘생긴 남자들이나 구경하자.”

잠시 머뭇거리던 안서희가 입을 열었다.

“아이 지우려고.”

18살부터 의학 공부를 했고 대학에서는 임상의학을 대학원에서는 산부인과를 전공했었다.

인턴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의사 생활하면서 아이를 지우러 온 여자들을 수없이 봐왔다.

근데 어느 날 이렇게 의사에서 환자의 신분으로 바뀌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직은 임신 초기라서 수술 없이 바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었고 그 절차에 대해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는 알리지 않고 임수경을 찾았다.

이 사실을 알고 임수경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서희 씨, 정말 결정한 거예요?”

“수경 씨가 그랬잖아요. 임신과 출산이 일과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요. 난 수경씨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서희 씨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잖아요. 왜 지우려는 거예요?”

“내가 행복해 보여요?”

“서희 씨 정도면 행복하죠. 우리 병원 여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얼마나 서희 씨 부러워하는 줄 알아요? 남편이 잘생기고 다정하고 배려심도 많고. 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임산부를 병원까지 데려다주는 남자,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남자죠.”

100년?

2년 전 태풍이 몰아칠 때 뉴스에서 100년 만에 있는 태풍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산모가 아이를 낳는데 어디 시간을 정하고 낳는가? 그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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