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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바보 취급하지 말아요

연애는 실패했어도 일은 술술 잘 풀린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맞는 말인 것 같다. 두 달 넘게 그녀를 괴롭혔던 보고서를 하룻밤 사이에 완성해 낸 걸 보면.

아침 5시 반, 권진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나 지금 출발해.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야.”

그녀는 조금 감동받았다.

“이렇게 일찍 올 필요 없는데. 7시쯤 출발해도 돼.”

“더 늦으면 출근 시간이라 차 막혀.”

“그럼 수고. 나중에 내가 밥 사줄게.”

“밥은 무슨. 우리 사이에 서먹하게 왜 그래? 얼른 준비나 하고 있어. 기다리는 거 딱 질색이니까.”

사실 정리할 것도 없었다. 핸드폰 충전기랑 옷 몇 벌이 전부라서 벌써 짐 정리는 다 끝난 상태였다. 가방은 거실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바로 챙겨서 출발하면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보고서를 쓸 계획이 없어서 노트북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보고서를 다 쓰고 나니 눈이 빠질 것 같았다.

권진아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걸려서 그녀는 베란다로 향했다. 아침은 기온이 낮고 공기가 차가웠지만 왠지 모르게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몸 안의 탁한 공기를 모두 배출하듯 심호흡을 몇 번 했다.

디럭스 스위트룸은 역시 좋았다. 넓은 테라스까지 갖춰져 있어서 산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다만 1층에서 누군가 싸우고 있는 소리가 들려 조금 아쉬웠다.

아침의 산속은 고요했고 2층 테라스에 선 그녀는 8층의 말다툼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안유진의 목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안유진이 아주 슬프게 울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지금 날 버리겠다는 거야?”

“나 이미 결혼한 사람이야.”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차가웠다.

“하지만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잖아.”

...

“너 안서희 씨랑 결혼한 게 나 때문 아니었어?”

그가 차갑게 웃으며 조롱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네가 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 친한 친구?”

“지금 내 탓 하는 거야?”

차가운 그의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옅은 담배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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