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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이 집의 안주인

“응.”

안서희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당분간은 조심해야 해. 아직 임신 초기라서.”

권진아는 어색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네가 산부인과 의사이니 나보다 더 잘 알고 있겠지. 아무튼 조심해.”

“알았어.”

옆에서 운전을 하고 있던 김주혁이 웃으며 물었다.

“누구랑 얘기하는데 그렇게 신났어?”

“권진아요.”

“권진아라는 이름은 부모님이 지어주신 건가?”

“아니요. 열여덟 살 때 바꾼 이름이에요. 생일 다음 날 바로 구청에 가서 개명 신고 했어요.”

“왜?”

“고등학교 때 연애를 한 적이 있었는데 안 좋게 헤어졌었거든요. 상처를 많이 받은 건지 그 이후로는 남자를 거들떠보지도 않더라고요. 이름도 싹 바꾸고.”

“그럴 필요까지 있어? 누구나 어렸을 때는 풋풋한 사랑이 있는 거지. 지나간 일에 뭐 하러 그리 신경 써? 앞을 보고 살아야지.”

“당신한테도 그런 사람 있었어요?”

그 물음에 그는 흠칫했다.

“있었겠지... 근데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

“그래요?”

“서희 넌?”

“예전에 좋아하던 남자 있었어?”

“있었죠.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던 것뿐이지 마음을 닫고 살지는 않았어요. 근데 내 기억으로 아주 어렸을 때였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요. 네다섯 살 쯤? 그때는 좋아한다는 게 뭔지도 잘 모를 때죠. 그저 그 친구가 되게 좋은 사람 같아 보여서 짝사랑했던 거예요.”

“그 나이면 남자 여자에 대해 알고도 남을 나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고.”

“경험이 있는 사람처럼 말을 하네요?”

피식 웃던 그가 손을 뻗어 꽃가지를 바깥쪽으로 눌러주었다.

“조심해, 눈 다치지 말고.”

...

아파트는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였다.

사실 이 집은 고급 아파트가 아니다. 다만 안서희의 병원과 가깝기 때문에 김주혁이 먼저 이곳을 선택한 것이다.

그의 회사와는 거리가 조금 멀었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어차피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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