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밤 가족 모임은 그렇게 서로 상처만 남긴 채 끝났다. 강주혜는 돌아온 첫날부터 화가 치밀어 남궁성우를 데리고 강 씨네 본가에서 나와 호텔로 갔다. 남궁성우가 옆에서 달래줘서야 강주혜는 화가 가라앉았다. “성우 오빠, 미안해. 오늘은 오빠를 우리 가족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는데, 이렇게 됐네.”“괜찮아.”미안해하며 사과하는 강주혜에게 남궁성우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강주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렇지만 너도 너희 어머니한테 그렇게 화내는 거 아니야. 너희 오빠 일은 오빠가 알아서 잘 해결할 거야.”“오빠를 보면 마음이 아파서 그래.”강주혜는 이렇게 말하며 남궁성우의 품에 안겨서 손으로 그의 셔츠 단추를 끼웠다 풀었다 또다시 끼웠다 하며 반복했다. 단추를 만지며 자신이 알고 있는 강주환과 윤성아의 이야기를 했다. “언니가 다시 돌아와서 오빠랑 있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나는 정말 엄마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왜 성아 언니는 그렇게 싫어하면서 송아름은 그렇게 좋아하는 것인지.”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강주혜의 손은 멈추지 않았고 남궁성우의 눈동자는 잔잔한 욕망으로 파도쳤다. 그는 강주혜의 작은 손을 덥석 잡았고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동자는 지그시 강주혜를 쳐다보며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계속 이러면 내가 참기 힘들 것 같은데.”강주혜는 멀뚱히 남궁성우를 쳐다보다가 말뜻을 알아채고는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지만 속으로는 ‘내가 언제 하지 말라고 했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강주혜도 기대하고 있었다. 남궁성우는 그 모습을 보고 웃다가 몸을 기울여 자신의 입술을 강주혜의 도톰한 입술에 가져다 댔다. 두 사람은 폐 속의 공기마저 빨아들일 듯이 깊게 키스했다. 두 사람의 호흡이 가빠졌다. 애초에 그들은 연인이었고 지금은 호텔 방 소파에 있었으며 이렇게 사랑스러운 분위기에서는 마땅히 다음 순서로 무슨 일이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궁성우는 자신의 욕망을 자제하고 강주혜를 바라보며
강주혜는 남궁성우를 보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문젠지 보아냈어?”남궁성우는 머리를 끄덕이며 강주혜를 데리고 나가 말했다.“아마도 최면에 걸린 것 같아.”“뭐?”놀란 토끼 눈이 된 강주혜는 불현듯 뭔가 생각나서 화를 내며 말했다.“설마 송아름이 한 짓이야?”“아마도. 설사 송아름 씨가 아니라고 해도 다른 사람을 시켜서 하성이에게 최면을 걸었을 거야. 하지만 아름 씨는 하성이를 좋아해. 그러니까 처음부터 지금까지 하성이를 다치게는 하지 않았어. 사용한 최면도 약한 거고.”“그게 무슨 말이야. 최면이 아무리 약하다 해도 하성이를 최면한 사실은 변함이 없어. 자기를 좋아하게 하고 성아 언니를 싫어하게 만들었잖아. 이런 방법은 너무 비겁해.”직설적인 성격의 강주혜는 지금 당장 가서 송아름의 실체를 폭로하려 했다. 남궁성우도 딱히 말리지는 않았다. 그는 방임적인 태도로 강주혜를 따라 강 씨네 집 거실로 돌아왔다. 강주혜는 화가 나서 얼굴이 터질듯했다. “송아름,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어떻게 이렇게 낯짝에 철판을 깔고 있을 수 있어?”그 소리를 들은 남궁성우는 눈가가 미세하게 구겨지며 나긋한 목소리로 강주혜에게 말했다. “주혜야, 여자애가 나쁜 말 하는 거 아니야.”“알았어.”강주혜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지만 남궁성우의 말에 순순히 동의했다. 그리고는 쑥스러워하며 혀를 살짝 내밀었다 들여보냈다. “저 간사한 여자 때문에 너무 화가 나.”강주혜는 송아름을 간사한 여자라고 욕했다. 그 말에 고은희는 눈살이 찌푸려지며 강주혜에게 한소리 했다.“얘가 정말, 우리 강씨 집안 아가씨 같은 기품은 하나도 없어. 그리고 내가 너한테 계속 말했지. 너는 아름 언니랑 친해져야 한다고.”“엄마, 그 여자가 엄마한테 무슨 주술이라도 걸었어? 설마 엄마도 그 여자한테 최면 당한 거야?”그 소리를 들은 송아름은 순간 얼어버렸고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리고는 강주혜 뒤에 서 있는 남궁성우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때 강주혜는 송아름을 쳐다보며 말했다.“이
윤성아는 냉소를 지으며 송아름을 보고 말했다.“감히 내 아들한테 최면을 걸어? 그렇다는 건 내 분노를 감당할 준비가 되었다는 거겠지?”말을 마친 윤성아는 또다시 손을 들어 송아름의 뺨을 내려쳤다.쫙,쫙,쫙 연이어 세 번의 마찰음이 들리고 송아름의 뺨을 빨갛게 부어올랐고 입술에서는 피가 났다. 송아름은 피하고 싶었고 지어는 자신을 때리는 윤성아의 손목을 잡아채고 싶었다. 그러나 때리는 거에 소질이 있는지 윤성아의 손은 빠르고 정확했고 매서웠다. 송아름은 도무지 피할 길이 없었다. 고은희는 조악해진 눈빛으로 째려보며 소리쳤다. “이 년이, 누가 너더러 감히 내 딸을 때리라고 했어?”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얼어버렸고 강주혜만이 말을 꺼냈다.“엄마, 그게 무슨 말이야? 송아름이 어떻게 엄마 딸이야?”할 말이 없어진 고은희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아름이는 내가 선택한 미래의 며느리야. 내 마음속에는 내 딸이나 마찬가지야.”모든 사람이 놀랐고 강주혜가 말했다.“엄마, 송아름이 하성이에게 최면을 걸었어. 엄마는 저 여자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런 여자를 어떻게 엄마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있어?”고은희가 말을 꺼내려 할 때 얼굴이 퍼렇게 멍이 든 송아름이 말했다.“난 아니야. 당신들이 믿든 말든 하성이 일은 나도 모르는 일이야. 무슨 최면? 난 아무것도 몰라.”송아름은 인정하지 않았고 고은희도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다들 들었지? 아름이는 아무것도 몰라.”고은희는 송아름을 편들며 두 눈을 부릅뜨고 윤성아에게 말했다.“너 또 아름이한테 손대기만 해봐.”윤성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송아름 씨, 정말 몰라요? 내 아들이 갑자기 나한테는 차갑게 대하고 당신한테는 살갑게 대하며 종일 당신한테 가고 싶어 했어요. 이건 어떻게 설명할건데요?’송아름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하성이는 원래부터 저를 좋아했어요.”옆에서 고은희도 맞장구를 쳤다.“그래, 하성이는 원래부터 아름이를 좋아했어. 어쨌거나 아름이는 하성이를 구해준 사람
강주환이 떠나고 송아름은 얼굴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은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은희 이모, 미안해요. 이모 며느리 되기는 글렀나 봐요. 주환 씨와 주혜는 저를 좋아하지 않네요. 다들 제가 하성이에게 최면을 걸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요. 하지만 주환 씨는 이렇게 쉽게 그 말을 믿어버리네요.’고은희는 마음이 아팠지만 당장은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아름아, 먼저 다른 데로 가서 나를 믿고 기다려줘. 내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낼게. 너와 주환이가 결혼에 성공해서 너를 꼭 내 며느리로 만들 거야.”결국 송아름은 그 집에서 나와 영주시에 있는 고은희 명의로 된 다른 집으로 옮겨갔다. 물론 옮긴 집도 화려했지만 강씨 집안 본가에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여기는 낮에 청소해주는 도우미만 왔다 갈 뿐이지만 강씨 집안 본가에 있을 때는 항상 돌봐주는 사람이 있었고 입을 옷이 필요하면 가져다주고 배가 고프면 식사를 대령해주었다. 그때 생활에 비하면 지금은 스산하기 그지없었다. 맞아서 부어오른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춰볼 때면 송아름의 순진하게 빛났던 눈동자가 음산하게 변했다. “젠장, 윤성아, 반드시 너도 똑같이 당하게 해줄 거야.”송아름은 모든 면에서 훌륭한 강주환을 좋아했고 그 남자가 가진 권력과 여러 가지가 송아름이 그 남자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자신이기를 갈망하게 했다. 강주환의 계속되는 냉대는 송아름의 소유욕을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 그동안 집에서 오냐오냐 자란 송아름은 자신이 갖고 싶은 걸 못 가진 적이 없었다. 그런 자신을 때린 윤성아로 인해 윤성아를 이기고 싶은 승부욕은 더욱 거세졌다. 반드시 윤성아의 손아귀에서 강주환을 빼앗아 그 여자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할 것이라 다짐했다.한편, 강주환은 윤성아가 있는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몸이 회복되자 또 윤성아에게 붙어있는 하성이와 그런 하성이를 보고 웃는 윤성아를 보자 강주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윤성아가 물었다.“왜 웃어요?”
이세훈은 내색하지 않고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윤성아 씨, 우리의 원만한 계약을 위하여!”윤성아는 이세훈의 행동을 지켜보고 차가운 눈으로 앞에 있는 술잔을 들여다보았다. 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술잔을 받아들고 자연스럽게 그대로 입에 넣었다. 하지만 윤성아는 술을 삼키지 않고 입안에 담고 있다가 이세훈이 보지 않는 틈을 타 조용히 뱉어 버렸다. 술도 마셨겠다 이세훈은 계속하여 다른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윤성아는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다가 이마를 잡고 온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척 의자 위로 넘어졌다. 윤성아는 마치 당황한 것처럼 이세훈을 바라보았다.“이 대표님... 저한테 뭘 먹이신 거예요?”이세훈은 웃으며 걸어와서 한 손으로 윤성아를 일으켜 세웠다. “윤성아 씨, 그러고 보니 윤성아 씨 정말 이쁘게 생기셨어요. 그렇게 많은 여자를 만나봤지만 당신만큼 아름다운 사람은 처음 봤어요.”이세훈은 윤성아를 데리고 룸을 나섰다. 목적이 명확한 이세훈은 윤성아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윤성아는 계속하여 이세훈에게 맞춰 연기했다. 호텔 방 문이 닫히고 이세훈은 윤성아를 침대로 던져버렸다. 그는 음침하게 웃으며 자신의 가방에서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성아 씨, 오늘 밤 우린 반드시 즐거울 거예요.”그 말을 들은 윤성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세훈의 개인적인 추문에 대해 윤성아도 못 들어본 건 아니지만 이세훈이 일에서만큼은 원칙적으로 하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칠흑 같은 눈동자가 차갑게 식은 윤성아는 몸을 일으키며 이세훈이 자신의 가방에서 꺼내는 물건들을 쳐다보았다. 밧줄, 수갑, 채찍 등등 이세훈의 취향이 드러나는 물건들이었다. “이 대표님, 저는 XC 그룹의 대표예요. 이 사장은 친구와 파트너에게 항상 의리를 지키고 선을 넘지 않는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만약 오늘 저를 건드리시면 XC 그룹과 한섬 컴퍼니의 계약은 여기서 끝나요. 당신의 명성에도 영향을 끼
차가운 강주환의 목소리에 긴장이 묻어있었다. “성아는 어디 있어? 성아한테 계속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던데.”미간이 좁혀진 김은우는 그 즉시로 윤성아와 이세훈이 식사를 하던 룸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고 들여다보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번뜩 생각이 든 김은우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 대표님, 윤성아 씨에게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강주환의 목소리는 한층 다급해져 있었다.“무슨 일이 생긴 거야?”“방금 저도 최면에 걸린 것 같습니다.”계속 뒤에서 윤성아를 지켜보다 윤성아의 문자를 받고 송아름이 이 호텔에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서던 그때 송아름이 자신을 향해 걸어왔다. 몇 마디 말을 한 것까지 생각나는데 그 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김은우가 시계를 한번 보았고 송아름이 그를 향해서 오더니 그 후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처럼 서 있기만 했다. 방금 강주환에게서 온 전화가 울려서야 정신을 차렸고 그동안 벌써 십여 분이 지나 있었다. “제기랄.”김은우는 낮게 욕을 하고 전화 너머 강주환에게 말했다.“제가 꼭 윤성아 씨를 찾아내겠습니다.”김은우는 그 길로 바로 호텔 CCTV를 부탁해서 돌려보았고 그 안에서 이세훈 대표에게 끌려가는 윤성아의 모습을 발견했다. 김은우는 바로 윤성아를 찾으러 달려갔고 그 모습을 송아름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송아름은 김은우가 찾아간 것을 보고 미간이 좁혀졌다. 분명히 김은우에 최면을 걸었는데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알수 없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윤성아 그 년이 감히 나를 때리다니, 내가 반드시 그 년을 못살게 할 거라고 다짐했다. 설사 살아 있다 해도 이세훈에게 농락당해서 평생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도 자신의 계획을 망치게 해서는 안된다. 저 경호원이 윤성아를 찾도록 놔두면 안 된다. 송아름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급하게 지나가는 김은우의 앞을 가로막으며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를 띠고 김은우에 말을 걸었다. 다시 한번
송아름의 눈동자는 정말 진실하고 무고해 보였고 마치 송아름이 억울한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윤성아 씨,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한테 그런 짓을 하더라도 그건 이상한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이 당신에게 도움을 줬고 당신의 친구라는 이유로 그 사람만 믿고 저를 모함하면 안 되죠. 주환 씨, 당신도 남자잖아요. 남자는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 해요. 어떻게 항상 성인군자처럼 있겠어요.”이렇게 말하고 송아름은 또다시 윤성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성아 씨, 당신은 그 친구에 대해 너무 믿고 계세요.”윤성아는 송아름의 얼굴 뒤집기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도 송아름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과 강주환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려는 노력까지.“좋아요. 그럼 말해보세요. 운성 시에는 어째서 몰래 간 건가요? 사적으로 은진 씨와 이림 씨를 만난 이유는요? 당신과 어떠한 연관도 없는 사람들 아닌가요?”“아니에요.”송아름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자기는 계속 영주시에 있었고 운성시에는 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가서 누군가를 최면한 일은 없고 자신은 최면할 줄도 모른다고 했다. “정말 끝을 보기 전에는 그만둘 생각이 없나 보네요.”윤성아는 웃으며 전화기를 들고 여은진이 보내준 동영상을 열었다. 화질이 깨끗한 동영상에는 여은진과 원이림이 사는 아파트 밑에 송아름이 있는 화면이 보였다. 송아름이 고의로 여은진에 접촉한 장면, 호텔에서 원이림과 만난 장면, 마지막으로 다시 여은진을 찾아간 장면까지 차례로 보여주는 동안 윤성아는 까만 눈동자로 계속해서 송아름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된 마당에 더할 말이 있으세요?”송아름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다.“사실 운성시에 간 거 맞아요. 하지만 주환 씨, 믿어주세요. 저는 최면 할 줄 몰라요. 윤성아 씨가 말하는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어요. 저건 다 윤성아 씨가 추측한 일이에요. 운성시에 간 건 윤성아 씨를 미행하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하
이 약은 한 알만 먹어도 흥분하게 되었기에 만약 한 병을 다 먹는다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다.게다가 워낙 맞아서 온몸이 상처투성이라 일어나기도 힘든데, 만약 약을 전부 다 먹었다면…이 사장은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김은우가 원했던 게 바로 이런 반응이었다. 그는 이 사장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의 여자들은 돈 때문이지만 자발적으로 당신을 따랐어요! 그들도 자존심이 있어요!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당신 같은 짐승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을 해 본 적 있나요?”"그들을 그렇게 대하다니…”김은우는 원래 차갑고 감정변화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동자에는 원한이 서려 있었다. 뭔가 슬픈 일,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는 듯했다.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사장님, 이걸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드세요, 아니면 지금 당장 죽여버릴 거니까.”"……”괜히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김은우는 이 사장의 입을 딱 벌리고 약 한 병을 다 부었다. 그리고 이 사장한테 채웠던 수갑을 풀고, 이 사장과 그가 기절시킨 송아름을 남겨두고 떠났다.걸어 나갈 때, 김은우는 방문을 잠그며 층간 매니저에게 말했다."오지랖 넓게 끼어들지 말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너와 아무 상관도 없는 거야. 알겠어?"호텔 방 안. 약 한 병을 통째로 삼킨 이 사장은 순식간에 발작했다. 그는 시커먼 눈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은 송아름을 쳐다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한편 윤성아는 강주환에 의해 강제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의사가 진찰하고 윤성아를 도와 상처를 치료한 후, 강주환은 그녀를 데리고 병원을 나와 아파트로 돌아갔다.강하성은 윤성아가 강주환에게 안겨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윤성아의 안색이 매우 안 좋아 보였다. 그는 즉시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미안해, 아빠가 엄마를 보호하지 못해서 상처를 입혔어.”강주환은 매우 자책했다.그와 강하성은 다친 윤성아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