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훈은 내색하지 않고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윤성아 씨, 우리의 원만한 계약을 위하여!”윤성아는 이세훈의 행동을 지켜보고 차가운 눈으로 앞에 있는 술잔을 들여다보았다. 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술잔을 받아들고 자연스럽게 그대로 입에 넣었다. 하지만 윤성아는 술을 삼키지 않고 입안에 담고 있다가 이세훈이 보지 않는 틈을 타 조용히 뱉어 버렸다. 술도 마셨겠다 이세훈은 계속하여 다른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윤성아는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다가 이마를 잡고 온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 척 의자 위로 넘어졌다. 윤성아는 마치 당황한 것처럼 이세훈을 바라보았다.“이 대표님... 저한테 뭘 먹이신 거예요?”이세훈은 웃으며 걸어와서 한 손으로 윤성아를 일으켜 세웠다. “윤성아 씨, 그러고 보니 윤성아 씨 정말 이쁘게 생기셨어요. 그렇게 많은 여자를 만나봤지만 당신만큼 아름다운 사람은 처음 봤어요.”이세훈은 윤성아를 데리고 룸을 나섰다. 목적이 명확한 이세훈은 윤성아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의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윤성아는 계속하여 이세훈에게 맞춰 연기했다. 호텔 방 문이 닫히고 이세훈은 윤성아를 침대로 던져버렸다. 그는 음침하게 웃으며 자신의 가방에서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성아 씨, 오늘 밤 우린 반드시 즐거울 거예요.”그 말을 들은 윤성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세훈의 개인적인 추문에 대해 윤성아도 못 들어본 건 아니지만 이세훈이 일에서만큼은 원칙적으로 하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칠흑 같은 눈동자가 차갑게 식은 윤성아는 몸을 일으키며 이세훈이 자신의 가방에서 꺼내는 물건들을 쳐다보았다. 밧줄, 수갑, 채찍 등등 이세훈의 취향이 드러나는 물건들이었다. “이 대표님, 저는 XC 그룹의 대표예요. 이 사장은 친구와 파트너에게 항상 의리를 지키고 선을 넘지 않는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만약 오늘 저를 건드리시면 XC 그룹과 한섬 컴퍼니의 계약은 여기서 끝나요. 당신의 명성에도 영향을 끼
차가운 강주환의 목소리에 긴장이 묻어있었다. “성아는 어디 있어? 성아한테 계속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던데.”미간이 좁혀진 김은우는 그 즉시로 윤성아와 이세훈이 식사를 하던 룸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고 들여다보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번뜩 생각이 든 김은우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 대표님, 윤성아 씨에게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강주환의 목소리는 한층 다급해져 있었다.“무슨 일이 생긴 거야?”“방금 저도 최면에 걸린 것 같습니다.”계속 뒤에서 윤성아를 지켜보다 윤성아의 문자를 받고 송아름이 이 호텔에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서던 그때 송아름이 자신을 향해 걸어왔다. 몇 마디 말을 한 것까지 생각나는데 그 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김은우가 시계를 한번 보았고 송아름이 그를 향해서 오더니 그 후로는 아무것도 모르고 바보처럼 서 있기만 했다. 방금 강주환에게서 온 전화가 울려서야 정신을 차렸고 그동안 벌써 십여 분이 지나 있었다. “제기랄.”김은우는 낮게 욕을 하고 전화 너머 강주환에게 말했다.“제가 꼭 윤성아 씨를 찾아내겠습니다.”김은우는 그 길로 바로 호텔 CCTV를 부탁해서 돌려보았고 그 안에서 이세훈 대표에게 끌려가는 윤성아의 모습을 발견했다. 김은우는 바로 윤성아를 찾으러 달려갔고 그 모습을 송아름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송아름은 김은우가 찾아간 것을 보고 미간이 좁혀졌다. 분명히 김은우에 최면을 걸었는데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알수 없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윤성아 그 년이 감히 나를 때리다니, 내가 반드시 그 년을 못살게 할 거라고 다짐했다. 설사 살아 있다 해도 이세훈에게 농락당해서 평생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도 자신의 계획을 망치게 해서는 안된다. 저 경호원이 윤성아를 찾도록 놔두면 안 된다. 송아름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급하게 지나가는 김은우의 앞을 가로막으며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를 띠고 김은우에 말을 걸었다. 다시 한번
송아름의 눈동자는 정말 진실하고 무고해 보였고 마치 송아름이 억울한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윤성아 씨,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한테 그런 짓을 하더라도 그건 이상한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이 당신에게 도움을 줬고 당신의 친구라는 이유로 그 사람만 믿고 저를 모함하면 안 되죠. 주환 씨, 당신도 남자잖아요. 남자는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 해요. 어떻게 항상 성인군자처럼 있겠어요.”이렇게 말하고 송아름은 또다시 윤성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성아 씨, 당신은 그 친구에 대해 너무 믿고 계세요.”윤성아는 송아름의 얼굴 뒤집기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도 송아름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과 강주환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려는 노력까지.“좋아요. 그럼 말해보세요. 운성 시에는 어째서 몰래 간 건가요? 사적으로 은진 씨와 이림 씨를 만난 이유는요? 당신과 어떠한 연관도 없는 사람들 아닌가요?”“아니에요.”송아름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다. 자기는 계속 영주시에 있었고 운성시에는 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가서 누군가를 최면한 일은 없고 자신은 최면할 줄도 모른다고 했다. “정말 끝을 보기 전에는 그만둘 생각이 없나 보네요.”윤성아는 웃으며 전화기를 들고 여은진이 보내준 동영상을 열었다. 화질이 깨끗한 동영상에는 여은진과 원이림이 사는 아파트 밑에 송아름이 있는 화면이 보였다. 송아름이 고의로 여은진에 접촉한 장면, 호텔에서 원이림과 만난 장면, 마지막으로 다시 여은진을 찾아간 장면까지 차례로 보여주는 동안 윤성아는 까만 눈동자로 계속해서 송아름을 쳐다보았다. “이렇게 된 마당에 더할 말이 있으세요?”송아름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다.“사실 운성시에 간 거 맞아요. 하지만 주환 씨, 믿어주세요. 저는 최면 할 줄 몰라요. 윤성아 씨가 말하는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어요. 저건 다 윤성아 씨가 추측한 일이에요. 운성시에 간 건 윤성아 씨를 미행하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하
이 약은 한 알만 먹어도 흥분하게 되었기에 만약 한 병을 다 먹는다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었다.게다가 워낙 맞아서 온몸이 상처투성이라 일어나기도 힘든데, 만약 약을 전부 다 먹었다면…이 사장은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김은우가 원했던 게 바로 이런 반응이었다. 그는 이 사장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의 여자들은 돈 때문이지만 자발적으로 당신을 따랐어요! 그들도 자존심이 있어요!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당신 같은 짐승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을 해 본 적 있나요?”"그들을 그렇게 대하다니…”김은우는 원래 차갑고 감정변화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동자에는 원한이 서려 있었다. 뭔가 슬픈 일,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는 듯했다.그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사장님, 이걸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드세요, 아니면 지금 당장 죽여버릴 거니까.”"……”괜히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아서 김은우는 이 사장의 입을 딱 벌리고 약 한 병을 다 부었다. 그리고 이 사장한테 채웠던 수갑을 풀고, 이 사장과 그가 기절시킨 송아름을 남겨두고 떠났다.걸어 나갈 때, 김은우는 방문을 잠그며 층간 매니저에게 말했다."오지랖 넓게 끼어들지 말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너와 아무 상관도 없는 거야. 알겠어?"호텔 방 안. 약 한 병을 통째로 삼킨 이 사장은 순식간에 발작했다. 그는 시커먼 눈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은 송아름을 쳐다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한편 윤성아는 강주환에 의해 강제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의사가 진찰하고 윤성아를 도와 상처를 치료한 후, 강주환은 그녀를 데리고 병원을 나와 아파트로 돌아갔다.강하성은 윤성아가 강주환에게 안겨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윤성아의 안색이 매우 안 좋아 보였다. 그는 즉시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미안해, 아빠가 엄마를 보호하지 못해서 상처를 입혔어.”강주환은 매우 자책했다.그와 강하성은 다친 윤성아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
이 대표는 잠에서 깨어난 후, 갑자기 그가 겪은 모든 것이 어쩌면 업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예전의 행동에 대한 하늘의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저 살아 있음에 감사했다.이 대표는 퇴원 후, 회사의 모든 것을 아들에게 맡기고 머리를 깎고 절에 가서 중이 되었다.한편 송아름도 상처투성이인 채로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고은희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보러 왔다. 송아름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고은희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얘야, 이게 웬일이야? 네가 어떻게...”송아름은 눈물을 흘렸다. 까만 눈동자 속의 음산함은 더욱 심해졌고 고은희마저도 미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감정을 잘 숨겼기 때문에 고은희에게 들키지 않았다."죄송해요.”송아름이 사과를 했다. 그리고는 고은희에게 말했다."주환 씨가 저를 오해했어요. 주환 씨는 제가 성아 씨를 해치려고 이 대표에게 최면을 걸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저를 영주시에서 영원히 쫓아내겠다고 하셨을 뿐만 아니라 성아 씨의 경호원에게 저를 처리하라고 지시했는데...”송아름은 죽을 듯이 울면서 모든 것을 말했다. "이모, 죄송해요, 이런 일이 일어나 버려서. 전 주환 씨를 좋아하고 강씨 가문의 며느리로 될 면목이 없어요. 더는 살고 싶지 않아요!”송아름은 눈물을 흘리며 고은희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이모, 저를 믿어주세요. 정말 제가 한 짓이 아니에요!”"전 죽더라도 오해를 받으면서 죽고 싶지 않아요! 이모가 주환 씨에게 설명 좀 해줄 수 있어요? 정말 제가 한 게 아니라고 말이에요.”고은희 정말 마음이 아파서 알겠다고 했다."알고 있어, 네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 틀림없이 윤성아, 그 천한 년이 널 해치려 한 거야. 그 천한 년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고은희는 송아름의 편을 들며 말했다."내가 있는 동안은 아무도 너를 영주시에서 쫓아낼 수 없어! 주환이도 안 돼.""안심해도 돼. 난 너를 위해서 진실을 찾을 거야. 네 억울함과 고생을 헛되게 할 순 없
고은희는 차마 달가워할 수 없었다."그때 윤미가 아들을 낳았어.”"윤미의 집에 일이 터졌는데, 그녀의 가족을 망친 범인이 윤미가 비밀리에 사귀던 남자였을 가능성이 컸어. 윤미는 그 남자를 죽도록 미워했고, 아들한테도 미움을 품고 전혀 상관하지 않았어. 그래서...”고은희는 그때 오윤미에게 부탁해서 아이를 바꿨다."아름아, 이게 바로 지금껏 숨겨왔던 사실이야.”"주환이는 내 아들이 아니야. 윤미의 아들이야. 너야말로 나의 친딸이라고.”송아름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그녀는 이렇게 된 일일 줄 몰랐다. 알고 보니 자신이야말로 강씨 가문의 딸이었다. 진실을 알게 되고 나니 모든 일이 다 설명됐다.송아름은 마침내 고은희가 왜 이렇게 그녀를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고, 왜 그렇게 쉽게 호진 그룹 20%의 주식을 자신에게 주었는지 알게 되었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가 자신과 친하지 않은 원인이 우울증 때문만이 아니었다는 것도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빠 송지훈이 왜 자신에게 잘해주지 않았는지도 말이다."윤미는 내 절친이라고 생각했어. 네가 걱정 없이 자랄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려고 했어. 몇 년이 지나면 널 딸로 인정하려고 했어.”고은희는 친딸을 힘들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 당시 오윤미는 영주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여성이었다. 오윤미가 너무 예뻐서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이 아주 많았다.비록 오씨 가문은 망했지만, 고은희는 오윤미가 무조건 명문가로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자신이 옆에서 보고 있으니 딸이 고생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당시 오씨 가문에 일이 터져서 일찍 아이를 낳은 오윤미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심하게 아팠다. 그 후, 오윤미가 오씨 가문의 운전기사 아들 송지훈과 결혼할 거라고는 고은희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아름아, 미안해.”"난 윤미가 영주시를 떠날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했고, 윤미와 송지훈이 떠난 뒤에야 모든 것을 알게 되었어! 몇 년 동안 계속 너희들을 찾았지만, 도무지 찾을 수 없었어.”고은희가 펑펑
"그런데……”"그런데 할 것도 없어!”고은희가 송아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환이가 어려서부터 너의 자리를 차지했고 강씨 가문의 모든 것을 누렸어. 주환이가 너에게 빚을 진 거야! 주환이는 너와 결혼해야만 모든 것을 잃지 않아.”"아름아, 엄마 말을 들어! 네가 강주환과 결혼하는 것만이 그를 위한 일이야!”송아름은 고개를 끄덕였다.고은희는 자신이 매우 신중했다고 생각했고, 그녀가 송아름에게 말한 이 모든 것을 오직 그녀와 송아름 두 사람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사실 고은희의 운전기사가 병실 문 앞에 조용히 서서 그녀가 하는 말을 모두 들어버렸다.30년 전의 일을 모두 알았을 때, 그는 놀라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그는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서 국제전화를 걸더니 입을 열었다."놀라운 비밀을 들었습니다. 강주환은 강씨 가문의 아이가 아닙니다!”며칠 후, 송아름은 퇴원해서 고은희를 따라 강씨 가문의 본가로 돌아갔다.강주혜는 그녀를 보자마자 말했다."우리 오빠가 쫓아내지 않았어? 그리고 네가 최면을 걸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고 들었어. 성아 언니를 해치려고 하다니!”"우리 오빠가 영원히 영주시에서 쫓아내겠다고 했어.”"왜?”"네가 자업자득으로 며칠 병원에 입원해서 우리 오빠가 잠시 너를 관계하지 않은 것 때문에 뭔가를 오해하는거야?”강주혜가 송아름을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고은희가 송아름을 본가로 데려왔다는 소리를 듣고 강주환이 본가로 돌아왔다.강주환은 주식양도 계약서를 가져왔다. 그는 전에 말했듯이, 송아름에게 돈을 주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호진 그룹의 주식을 포기하게 하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송아름을 영주시에서 쫓아낼 생각이었다."주환 씨, 저한테 꼭 이래야 해요?”송아름은 상심하기 짝이 없었다."몇 번을 말했지만 전 최면 같은 건 안 했어요!”"그리고…”"당신이 저를 호텔 방에 두고 성아 씨의 경호원에게 나를 처리하라고 했을 때, 그가 저한테 무슨 짓을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송아름이
남궁성우가 송경훈을 도와 사람을 찾는 일은 아무에게도 알릴 생각이 없었다. 이것은 송경훈의 사적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강주혜가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는 남궁성우의 갑작스러운 호기심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남궁성우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구체적인 것은 나도 몰라. 윤미 이모가 송 아저씨와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낳고 우울증을 앓았다는 것밖에.”고은희는 오윤미를 자주 언급했다. 특히 요즘엔 더욱 많이. 오윤미가 미혼 임신이 아니라면, 우울증이 아니었다면 운전기사 아들에게 시집갈 일은 없었다고. 그리고 또 자신이 알았다면, 분명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결코 오윤미를 그런 하인과 결혼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송아름은 아가씨일 운명이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뒤에서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강주혜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은희가 매번 중얼거릴 때마다, 그녀도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려보내지만, 어쩔 수 없이 조금 듣게 될 뿐이었다.이날 남궁성우는 오윤미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했다. 그가 조사한 내용은 좀 더 자세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 강주혜가 말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송아름이 오윤미의 사생아라는 것에 대해서 당시 시간으로 계산하면 오윤미와 송경훈은 연인 사이였고, 그녀가 임신한 아이는 송경훈의 딸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았다.밤 11시, 외국은 이미 새벽 네다섯 시쯤이었다.송경훈은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했다. 남궁성우는 시간을 가늠하며 송경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성우야."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남궁성우가 있는 곳의 시간을 알고 물었다."왜 이렇게 늦게까지 쉬지 않았어.”"경훈 삼촌, 오윤미의 소식을 찾았어요. 예상외의 소식일지도 몰라요.”M 국의 유럽풍의 오래된 건물 안에서 50대의 남자가 짙은 색의 중산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칙칙하고 광택이 없었으며, 고독하고 적막한 기운이 온몸에 넘쳤고 평온했다. 그의 담담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