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화려하고 현대적인 아파트 침실 안.이제 쾌락의 시간이 막 끝난 시점이었다. 방안엔 뜨거운 열기가 여전했고 진한 남자의 호르몬과 여자의 몸에서 은은하게 나는 향기가 남아있었다. 남자의 복근을 타고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욕망이 숨겨져 있었는데 조금 전의 위로가 성에 차지 않은 듯 탐욕스러웠다. 그는 지쳐서 깊은 잠에 빠진 여자를 뚫어지라 지켜보다가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자는 척하지 말고 눈을 떠 나를 봐!”“이게 다 네가 원했던 거잖아.”윤성아는 뼛속까지 시큰해졌는데 마치 온몸의 힘이 순식간에 다 빨려 나간 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없었다. 그녀의 젖은 머리칼이 가늘고 긴 목에 꼭 붙어 있었고 발그레한 얼굴은 웜톤 불빛에 물들어 더 유혹적으로 비쳤다. 남자는 그녀의 흐리멍덩한 눈빛을 보자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씻자.”그가 그녀를 안아 들고 성큼성큼 욕실로 향했다. 샤워기를 틀자 안개가 자욱했고 남자는 그녀를 뜨거운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 던져넣었다...곧이어 건장한 몸을 가진 남자도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욕실에서 나왔을 땐 이미 두 시간이 흐른 뒤였고 그는 여전히 뜨거운 눈빛으로 품에 안긴 여자를 바라봤다. “정말 지쳤어?”“네.”윤성아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을 매혹하는 힘이 있었는데 새끼 고양이처럼 매력적이었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그냥 이대로 잠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그녀는 힘겹게 눈을 떠서 남자를 바라봤다. 잘생긴 이목구비는 타고난 듯했지만 차가웠다. 온몸에서 고귀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그와 그녀, 한 사람은 하늘에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늪에 빠져 있다. 그는 그녀의 ‘은혜로운 고객님’이자 그녀가 돈을 요구하는 ‘돈줄’이기도 했다.4년 동안 그에게 돈을 달라 요구한 적은 몇 번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많았다.하지만 매번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난처해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눈을 질끈 감고 큰 액수를 요구해야
윤성아는 6천만 원을 더 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강주환의 곁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환 씨, 빨리 와요.”“응.”그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윤성아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렸다.다음날.회사에 있을 때 사적인 얘기는 일절 하면 안 된다고 강주환이 얘기한 적이 있었기에 윤성아는 6천만 원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하지만 오후 네 시 쯤, 윤정월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성아야, 돈은 구했어? 그놈들이 네 아빠를 감금하고 있어. 오늘 찾으러 갔는데 네 아빠를 때리고 밥도 안 주고 있었어...”윤성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최대한 빨리 돈을 구해서 돌아갈게요.”전화를 끊고 그녀는 잠시 망설였으나 결국 대표님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6천만 원 더 빌려줄 수 있나요?”강주환이 고개를 들어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빌려? 나한테서 네가 가져간 돈이 얼만데? 한 번이라도 갚은 적 있어? 그리고, 뭐로 갚을 생각인데? 응?”“...”고개를 숙인 윤성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하.”강주환이 차갑게 웃었다. 그는 마치 윤성아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말했다.“너에게 관심이 있는 건 맞아. 하지만 윤성아, 너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아.”그는 이미 경고했었다. “...”그녀는 여전히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완전히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비천한 모습으로 치욕의 벽에 못 박힌 것 같았다. 하지만 자처한 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고 양옆으로 늘어뜨린 주먹을 꽉 쥐었는데 서러운 와중에 강인함이 엿보였다.“젠장!”강주환이 낮게 읊조렸다. 그의 까만 눈동자가 윤성아를 흘긋 봤다.“금방 돈을 줬는데 모자라다?”“사고 싶은 가방이 있어요. 6천 만원이에요.”윤성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내가 너와 함께한 뒤로 네가 가방을 몇 개나 샀어? 죄다 가
대표님의 수석 비서로서 윤성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사모님, 오셨어요?”“그래.”고은희가 대답하며 여자의 손을 잡고 윤성아에게 소개했다. “이쪽은 재민 그룹의 큰 아가씨 송유미야. 주환이 약혼녀이기도 하지.”“유미는 이제 막 대학 졸업했어. 주환이 비서로 인턴 과정을 밟았으면 해. 마침 둘이 더 가까워질 수도 있잖아. 윤 비서, 주환이 수석 비서인데 앞으로 일에서나 생활에서나 주환이 돌보던 것처럼 유미도 잘 보살펴줘.”윤성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그녀는 항상 공손한 태도에 예의 바랐고 언제나 그랬듯이 약간 차가웠다.고은희는 뒤에 서 있는 여자를 향해 말했다.“유미야, 이분은 윤 비서야. 사 년 전에 주환이 비서로 일하기 시작했어. 주환이에 관해 아주 잘 알고 있을 거야. 앞으로 넌 윤 비서 잘 따라다녀.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윤 비서한테 연락하고.”그러자 송유미가 단순하고 착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 “네, 어머님 시름 놓으세요. 저 꼭 윤 비서님께 잘 배울게요.”하지만 고은희가 떠나자 송유미는 바로 표정을 싹 바꿨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있는 집안 아가씨의 기세를 잔뜩 뿜어냈다. 도도한 얼굴로 윤성아를 보며 그녀가 말했다.“앞으로 다른 곳을 찾아 앉아요. 오늘부턴 내가 당신 자리에 앉을 거니까!”“네.”윤성아가 답했다. 그녀는 송유미에게 자리를 내어주기 위해 자신의 물건을 챙겼다.“잠시만요.”수납함을 들고 떠나려는 윤성아를 불러세우며 송유미가 명령조로 말했다.“물건 다 챙기면 커피 좀 내려줘요. 핸드 드립 커피에 설탕은 넣지 말아 주세요.”“아, 그리고 베리 디저트 가게의 마카롱이 먹고 싶네요. 내려가서 사 오세요.”“네.”윤성아가 짧게 대답하곤 대표님 사무실에서 나와 자신의 물건을 비어있는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곧이어 대표님 사무실의 막내 비서가 쪼르르 달려와 말했다.“언니, 언니가 수석 비서인데 왜 자리를 내어줘야 해요? 그리고 왜 언니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거죠?”“괜찮아.
강주환은 윤성아가 사직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는 사직할 자격이 없었다!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너, 따라와.”“응.”송유미는 그와 함께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갔고 방문이 닫혔다. 차가운 눈빛으로 송유미를 쏘아보며 강주환이 물었다.“윤 비서는 어떻게 된 거야? 왜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사직서를 썼어?”송유미가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내가 수석 비서의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이젠 그녀가 필요 없으니까! 그런데 왜 굳이 남겨둬야 하는데?”“게다가 나 연말 보너스랑 3배가 넘는 월급을 배상해줬어. 자그마치 4천만 원이야. 돈을 받고 그냥 떠나던데?”“...”“그 여자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송유미가 화제를 돌렸다. 그녀는 출장이 어땠냐고 물었다가 그의 팔에 안기며 애교를 부렸다.“며칠 동안 못 봐서 너무 보고 싶었어. 퇴근하고 같이 밥 먹자.”“그래.”그날 밤, 송유미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후, 강주환은 아파트로 찾아왔다. 방문을 여니 그곳은 어두컴컴했다! 그 여자는 이제 거기에 없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자 연결음 한 번에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어디야?”차가운 목소리의 강주환.“집에 있어요.”“아파트로 와.”명령조 한마디를 끝으로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이미 자려고 누웠던 윤성아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옷을 갈아입고 방문을 나서는데 물 마시러 나온 윤정월과 마주치게 되었다.“성아야, 이렇게 늦었는데 나가는 거야?”“네.”짤막하게 대답하고 그녀는 집을 나서 택시에 탔다. 10분 후, 아파트에 도착했다. 지문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전등을 켜려는 순간, 강주환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자신의 품으로 와락 끌어안았다.익숙한 남자의 향기가 코끝에 풍겨왔다. 강주환은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고 마치 벌을 주듯이 키스를 퍼부었다. 그는 그녀를 벽으로 몰아붙였다...“싫어요!”그의 눈빛이 어둠이 깔린 밤에 사냥감을 노려보는 늑대처럼 번뜩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