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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너 대체 얼마나 돈이 궁한 거야?

강주환은 윤성아가 사직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여자는 사직할 자격이 없었다!

그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너, 따라와.”

“응.”

송유미는 그와 함께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갔고 방문이 닫혔다.

차가운 눈빛으로 송유미를 쏘아보며 강주환이 물었다.

“윤 비서는 어떻게 된 거야? 왜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사직서를 썼어?”

송유미가 멍한 얼굴로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내가 수석 비서의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이젠 그녀가 필요 없으니까! 그런데 왜 굳이 남겨둬야 하는데?”

“게다가 나 연말 보너스랑 3배가 넘는 월급을 배상해줬어. 자그마치 4천만 원이야. 돈을 받고 그냥 떠나던데?”

“...”

“그 여자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송유미가 화제를 돌렸다. 그녀는 출장이 어땠냐고 물었다가 그의 팔에 안기며 애교를 부렸다.

“며칠 동안 못 봐서 너무 보고 싶었어. 퇴근하고 같이 밥 먹자.”

“그래.”

그날 밤, 송유미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 후, 강주환은 아파트로 찾아왔다.

방문을 여니 그곳은 어두컴컴했다! 그 여자는 이제 거기에 없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자 연결음 한 번에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어디야?”

차가운 목소리의 강주환.

“집에 있어요.”

“아파트로 와.”

명령조 한마디를 끝으로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고 이미 자려고 누웠던 윤성아는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다시 옷을 갈아입고 방문을 나서는데 물 마시러 나온 윤정월과 마주치게 되었다.

“성아야, 이렇게 늦었는데 나가는 거야?”

“네.”

짤막하게 대답하고 그녀는 집을 나서 택시에 탔다.

10분 후, 아파트에 도착했다. 지문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전등을 켜려는 순간, 강주환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 자신의 품으로 와락 끌어안았다.

익숙한 남자의 향기가 코끝에 풍겨왔다.

강주환은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고 마치 벌을 주듯이 키스를 퍼부었다.

그는 그녀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싫어요!”

그의 눈빛이 어둠이 깔린 밤에 사냥감을 노려보는 늑대처럼 번뜩였는데 아주 섬뜩했다. 차가운 목소리엔 엄청난 분노가 서려 있었다! 뜨겁고 폭발하는 듯한 무언가가 일렁였다.

“하, 싫어? 윤성아, 넌 내 앞에서 싫다고 할 자격이 없어.”

“내가 원하면 넌 줘야 해.”

“그리고...”

강주환이 피식 웃었다.

“윤성아, 이런 꼴로 나온 것도 나의 ‘편의’를 봐준 거잖아?”

윤성아는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치마를 들어 올려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그녀와 함께한지 이제 4년이다. 그는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녀는 그의 기분과 그의 니즈를 잘 알고 있었다.

강주환을 만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윤성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지금 화내는 거예요?”

“하!”

강주환의 까만 눈동자에서 불꽃이 이글거렸다.

“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가더니 일을 그만둔다고? 응?”

“윤성아, 네가 그럴 자격이 있냐고?”

윤성아가 답했다.

“제가 그만두려 한 게 아니에요.”

그의 허락이 없이 그녀도 감히 그러지 못할 것이다.

“유미 씨는 사모님께서 데려오신 분이고 앞으로 당신과 결혼할 약혼녀인데 그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어요.”

윤성아가 해명했다.

“그리고...”

남자가 곧 약혼하고 또 약혼녀가 회사에 출근할 텐데 ‘애인’인 그녀는 마땅히 물러나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들었지만 입 밖에 내서 강주환에게 물어볼 수 없었다.

“유미 씨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나 봐요. 사직서를 쓰라고 하니 그녀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일단은 인사팀에 가서 휴가를 냈어요. 난 내가 누군지 잘 아니까요. 내가 회사를 떠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오직 당신이 결정할 수 있잖아요.”

강주환이 차갑게 웃으며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방은 불을 켜지 않아 어두컴컴했지만 창문으로 달빛이 비쳐 들어 윤성아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면 증오가 몰려왔다.

“그만둔 게 아니었어? 그러니까 그저 내 약혼녀한테서 연말 상금이랑 세 배가 넘는 월급만 받아 간 거였어?”

그의 커다란 손이 힘껏 윤성아의 턱을 구기듯이 잡았다.

“4천만 원이야! 매번 내가 준 돈이 그보다 적었던 적이 있어? 그런데 넌 욕심이 끝이 없어!”

“윤성아, 너 대체 얼마나 돈이 궁한 거야?”

“...”

그녀는 돈이 아주 많이 모자랐다.

양지강이 어떻게 되든 더는 상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엄마와 남동생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양지강이 몇 년 동안 빚진 돈도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이건 네가 자처한 거야.”

강주환은 활활 타오르는 분노를 걷잡을 수 없었다. 그는 윤성아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녀를 뒤돌아 세워 벽으로 힘껏 밀어붙였다...

창밖에서 불어 들어온 바람이 아주 차가웠다.

어둠 속에서 강주환은 윤성아가 나지막이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젠장.”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다.

‘빌어먹을, 무슨 낯으로 우는 거야.’

“퍽!”

그는 윤성아를 거실 소파에 던져놓고 악에 받쳐 불그레한 눈빛으로 울고 있는 그녀를 향해 윽박질렀다.

“그렇게 돈이 좋으면 얌전히 내 옆에 있어. 말 잘 듣고 날 만족시켜주면 돈은 계속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강주환의 분노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처벌하듯이 강한 힘으로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녀가 흐느껴서였을까, 결국엔 마음이 약해져 차츰 부드럽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윤성아는 다시 호진 그룹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송유미는 믿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주환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도 없었기에 애교를 섞어 넌지시 물었다.

“주환아, 내가 있으면 충분하잖아. 왜 윤 비서를 데려왔어?”

강주환은 윤성아를 흘긋 보더니 차갑게 대답했다.

“윤 비서는 나와 4년 동안 함께 일했어. 나에 대해 잘 알고 또 나도 그녀가 익숙하니까.”

“하지만...”

송유미가 뭔가 얘기하려는 찰나 강주환이 입을 열었다.

“유미야, 넌 패션 디자인 학과 출신이잖아. 비서 일은 너에게 안 어울려. 너무 힘들어. 실습하고 싶으면 디자인 팀으로 가.”

어떤 학과 출신인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강주환 곁에 남고 싶었던 송유미는 떠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 말 들어.”

“너 디자인 팀에 가는 일은 아버님과 어머님께 이미 말씀드렸어. 우리 엄마하고도 얘기해놨고. 다들 디자인 팀이 너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셔.”

“...”

송유미는 이제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이 없으니 일단 한 걸음 물러나 다른 방법을 대야 한다.

“주환아, 그럼 나 디자인 팀에서 출근해도 되는데 디자이너는 다들 어시가 있어~ 나도 쓸만한 어시좀 구해줬으면 하는데.”

그녀는 윤성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아 씨로 할래!”

강주환이 미간을 구겼다. 송유미는 그의 팔짱을 끼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이래 봬도 디자인 아카데미의 우등생이야! 졸업하기 전부터 글로벌 대상을 받은 작품이 있어. 다른 디자이너는 다 어시가 있는데 나만 없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리고 잠시 빌리는 것뿐이야. 응?”

결국 강주환이 허락했다.

송유미는 성공적으로 윤성아를 강주환의 곁에서 떼어놓을 수 있었고 대표님 수석 비서를 일단 그의 어시로 만들어버렸다.

디자인 팀에 도착한 송유미는 그녀를 위해 준비된 단독 사무실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짝!”

매서운 따귀가 윤성아의 뺨에 떨어졌다.

“내 돈을 가지고 무슨 낯으로 돌아온 거야? 게다가 왜 강주환이랑 함께 돌아오냐고! 설마 너랑 대표님, 떳떳하지 못한 사이야? 말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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