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 제7화 이건 그녀의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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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건 그녀의 팔자

윤성아는 차갑고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는 데다 고졸 학력이라는 이유로, 그런데도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췄다거나 하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꽤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 그녀를 괴롭힌 적은 없었고 오히려 겉으로는 ‘성아 언니’라고 친근하게 부르곤하며 그녀가 맡기는 일도 척척 해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성아 언니, 대표님을 사로잡을 만큼 대단하신데 이 정도 일은 알아서 해결하세요. 우리 같은 사람이 왜 필요해요?”

윤성아가 미간을 구겼다.

“어머, 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미안해요, 언니.”

상대는 아무런 성의도 없는 사과를 하곤 비웃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10시에 미팅 있다고 얘기할 거니까 대표님한테 일러바치면 절대 안 돼요!”

윤성아는 그곳을 떠났다. 그러자 상대 비서가 문서를 거칠게 책상에 던지며 말했다.

“잘난척하긴. 얻어맞아서 머리에 피까지 흘린 주제에!”

대표님 사무실 직원들의 따가운 눈빛은 전과 확연히 달랐다. 그들은 윤성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음껏 비웃었다! 심지어 업무상으로도 들은 체만치 하거나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

이런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윤성아는 허리를 곧게 폈다. 그녀는 사람들이 의논하는 것들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고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똑똑.”

대표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윤성아가 문서를 내려놨다.

“미팅 알림은 전했어요. 그리고 이건 확인이 필요한 문서입니다.”

“응.”

강주환이 한마디 답하곤 고개를 들었다. 윤성아의 이마에 붙여진 일회용 밴드와 화장으로 가렸지만 여전히 보이는 손가락 자국이 눈에 띄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일에 집중했다.

저녁 무렵, 퇴근한 윤성아가 회사 빌딩 밖으로 나왔을 때,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윤 비서님, 사모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차 안에 강주환의 엄마 고은희가 앉아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다가가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그래, 타거라.”

고은희는 그녀를 데리고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앉기 바쁘게 고은희가 따져 물었다.

“윤 비서, 유미가 자네를 어시로 쓰겠다고 했는데 싫다고 했다면서? 게다가 다시 돌아갔다고 들었어.”

“대표님께서 다시 돌아오라 하셨습니다.”

“허!”

고은희가 차갑게 웃었다.

“이러면 우리 주환이와 유미 사이를 갈라놓는 거나 다름없어!”

그녀는 윤성아가 몹시 성에 안 찬 듯이 바라봤다.

“유미는 너와 주환이 사이가 깨끗하지 못하다고 의심하고 있어. 그래, 네가 예쁘고 남자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여자라는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윤 비서, 자네는 똑똑한 여자야.”

“주환이는 강씨 집안의 후계자야. 밖에서 어떻게 놀든 난 상관 안 해. 하지만 집안에 들이는 여자는 반드시 격에 맞는 좋은 집안의 딸이어야 해.”

윤성아에게 자신의 본분을 잊지 말라고 고은희가 경고했다.

“윤 비서, 멀리 내다봐. 유미는 자네를 마음에 들어 해. 그래서 자네가 어시로 일하길 바라면 그냥 따라가. 그것도 안 되면 호진 그룹을 떠나.”

“자네 가정이 어떤지 나도 알아. 돈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나와 주환이 모자는 자네 같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아. 수석 비서라면 주환이는 앞으로 얼마든지 더 가질 수 있을 거야.”

고은희는 윤성아가 계속 송유미의 어시로 일하며 유미가 의심을 거두길 바랐다. 그래야 이 가문 사이의 혼약이 제대로 이루어질 테니까.

하지만 만약 윤성아가 회사를 떠난다면 그녀는 10억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알겠습니다.”

10억 대신 윤성아는 다른 길을 택했다.

“유미 씨 어시로 일하겠습니다.”

그날 밤, 아파트로 찾아온 강주환.

전과 마찬가지로 ‘볼 일’을 해결하러 왔다.

모든 것이 일단락된 후.

윤성아가 남자를 향해 말했다.

“대표님, 아무래도 내일부턴 유미 씨 팀에서 어시로 일해야겠어요.”

강주환이 미간을 좁혔다.

“아직 덜 맞은 거야?”

그녀의 눈빛에 쉽게 가시지 않은 슬픔이 내비쳤고 입가엔 자신의 처지를 비웃는 듯한 조소가 걸렸다.

“이건 내 팔자예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요.”

그 말에 강주환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거기에 갈 필요 없어! 네가 맞고 싶어서 가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대표님, 유미 씨는 나와 대표님 사이를 의심해서 날 힘들게 하는 게예요. 의심을 거둘 수만 있다면 더는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아니면 우리...”

윤성아가 잠시 멈칫했으나 결국엔 눈을 질끈 감고 말을 뱉어냈다. “여기서 끝내요!”

“아... 나 때문에 대표님과 송씨 집안의 혼인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요.”

강주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윤성아, 너 따위가 뭔데? 뭔데 나와 송씨 가문의 혼인에 영향 줄 거로 여기는데?”

“...”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젠장.”

강주환이 낮게 욕을 내뱉었다.

그는 자신이 왜 화가 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화가 끓어올랐다! 아름다운 눈을 내리깐 여자를 마주하면 어디로 뿜어야 할지 모를 거센 분노가 차올랐다.

“이게 정말 네가 원하는 거야?”

“네.”

윤성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맞고 싶으면 송유미 옆에 가서 견뎌봐. 견딜 수 없으면 다시 나를 찾아오던가.”

“하지만 끝낸다는 말은 하지 마. 윤성아, 네가 가져간 돈이 얼만데? 넌 그럴 자격이 없어.”

“내가 너 질리면 그때가 끝이야.”

그렇게 윤성아는 다시 송유미 곁으로 가게 되었다.

송유미의 어시로 일하게 되자 당연하게도 그녀의 괴롭힘을 받았다. 그녀는 일부러 윤성아를 난감하게 했고 걸핏하면 욕하고 때리며 못살게 굴었다.

반 달의 시간이 흘렀다. 윤성아의 얼굴엔 상처가 끊이지 않았으나 그녀는 꿋꿋하고 비천하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그날, 송유미는 윤성아가 찻잔을 들고 오자 손가락으로 온도를 재보더니 버럭 욕을 했다.

“대체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끓였던 물을 가져오라고 했지, 끓고 있는 물을 가져오라고 했어? 날 데워 죽일 셈이야?”

윤성아는 눈을 내리깔고 사실대로 답했다.

“전에 이미 커피 내려드렸어요. 따듯한 물로 내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아주 뜨거운 차가 마시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러자 송유미가 눈을 부릅떴다.

“지금 말대꾸하는 거야?”

곧이어 뜨거운 찻잔을 들어 윤성아에게 찻물을 퍼부었다.

“네 주제도 모르고 어디서 감히!”

저도 모르게 피한 덕분에 얼굴에 뜨거운 물이 닿지는 않았지만 가슴팍에 쏟아져 옷이 젖었으며 그녀의 피부가 화상을 입은 듯이 아파졌다.

“앗...”

고통을 참기 어려운 듯, 신음했다.

“왜? 데이기라도 했어?”

윤성아의 자그마한 얼굴엔 여전히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괜찮아요. 하지만 유미 씨, 저 다른 일 봐야해서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윤성아는 밖에 나가서 옷에 묻은 찻물을 처리하고 상처에 연고를 발라야겠다고 생각했다.

“거기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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