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아는 입을 꼭 다물고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만이 그녀의 비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그날, 윤성아는 출근하지 않았고 강주환은 몹시 저기압이었다.‘빌어먹을, 역시나 나엽에게 들러붙은 게 틀림없어. 그래서 이젠 일도 그만두고 아예 사라지려는 거야.’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해보니 누군가 회사 그룹 채팅에 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친한 직원들과의 그룹 채팅에 보내려 했는데 실수로 회사 전용 그룹 채팅에 보내버렸다.심지어 자기가 잘못 보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강주환은 영상을 눌러봤다. 영상 속에 회사 빌딩 밖의 모습이 보였다. 마침 퇴근할 때인듯했고 윤성아는 협박받으며 송유미의 발 옆에 꿇어앉아 있었다. 그녀는 꿋꿋하게 허리를 펴고 있었는데 윤정월이 그녀를 잡아끌며 욕하고 있었다!윤성아에게 사과하라며 퍼붓는 욕설과 모든 말을 듣게 되었다.거기엔 윤정월이 사과만 한다면 돈을 받아 양아버지를 구해서 온 가족이 이곳을 떠나 살 수 있다는 말도 있었다...강주환이 미간을 구기며 즉시 조수 진하상을 불러 물었다.“영상 속 사건, 어떻게 된 거야?”솔직히 진하상도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몰랐다.“며칠 사이 윤 비서님의 어머니께서 회사에 두 번 찾아오셨는데 다 돈을 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제 오후, 마침 송유미 씨가 윤 비서님의 어머니가 돈을 요구하시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 뒤에 일어나 일인 것 같아요.”“제대로 알아봐.”강주환이 명령했다. 그녀와 함께한 4년간 돈을 요구할 때마다 그는 그녀가 허영심이 많아서인 줄 알았다. 하지만...설마 가족 때문이었던 걸까?설마 그녀에게 도박쟁이 아버지가 있고 가족이 매번 돈을 보내라고 애원하고 협박하여 항상 돈이 필요했던 걸까?“네.”명령받은 진하상은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다. 홀로 커다란 사무실에 앉아 영상을 다시 틀었다. 영상 속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어머니가 그녀를 잡아끌며 억지로 송유미 앞에서 꿇어앉게 했다. 그녀 어머니의 욕설과 폭력이 이어
‘언니? 말도 안 돼! 언니는 몇 해 전에 죽었어. 바다로 떨어지는 걸 내가 직접 봤어... 저 여자가 언니일 리는 없어! 그럼 누구지?’안효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여자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내리라 다짐했다.다른 한편.사람들은 떠나는 강주환을 보고 여전히 손가락질했다.“저놈이 양 씨 딸을 돈 주고 산 남자야? 돈은 흘러넘치게 많아 보이네!”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보탰다.“게다가 나이 많은 남자도 아니네. 잘생기기까지 했어.”순식간에 경멸하던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었는데 부러워하는 이에서 질투하는 이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곧이어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무슨 쓸모가 있어요? 좋아봤자 애인이고 첩인데!”사람들이 멈칫하더니 누군가가 이내 한마디 했다.“그럼 그럼, 우리처럼 제대로 교육받은 집안의 딸은 부모 얼굴에 먹칠하는 저런 짓은 못 하죠.”부러움과 질투는 다시 경멸로 바뀌었고 욕은 전보다 더 듣기 거북해졌다.다른 한편.강주환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윤정월이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둘이 떠나는 방향을 바라볼 뿐 막으려는 생각은 없었다.오히려 윤성아가 더더욱 미워졌다!누나를 데리고 아버지께 절을 올리기 위해 양신우가 밖으로 나왔다. 사흘간 그는 몇 번이나 나와 윤성아를 살펴줬고 먹을 것도 가져다주며 윤정월에게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자고 애원했다. 낯선 남자가 누나를 안아서 데려가려고 할 때, 밖으로 나가 막으려는 그의 팔을 붙잡은 사람은 윤정월이였다.“네가 뭣 하러 나가? 저 남자가 바로 네 누나를 돈 주고 산 사람이야! 저기 차 보이지? 돈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네 누나를 얼마나 걱정하는지도 보이지? 분명 저 남자에게 돈을 요구해서 네 아버지를 구할 수 있었지만 기어코 거절했지. 네 누나가 네 아버지를 죽인 거야.”...윤성아는 끝내 양지강의 마지막 길을 지켜볼 수 없었다.강주환이 병원에 데려다줘서 다시 깨어났을 땐 병원이었다. 밖은 어둑어둑했다. ‘이제 장례식은 진작 끝났겠지...
오전 10시쯤,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윤성아가 문을 열자 강주환이 그녀를 위해 주문한 풍성한 아침을 배달해주러 온 사람이 보였다. 점심에도 주문한 음식을 받았고 저녁이 되자 남자는 퇴근하자마자 아파트로 찾아왔다!그는 그녀를 데리고 외식한 후, 저녁엔 함께 잠들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전에 없이 조화로웠다.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께 버림받은 윤성아였으나 강주환과 함께 있으며 난생 처음 따듯하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그날, 결국 고은희가 아파트를 찾아왔다.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연 윤성아는 고은희를 보자 매우 놀랐다. “왜? 난 여기 오면 안 되는 거니?”고은희는 교양 있는 사모님으로서 막무가내는 아니었다.“여기까지 왔는데 안에서 차라도 한잔 마셔도 될까? 아니면 서서 얘기할까?”윤성아가 옆으로 비켜서자 고은희가 안으로 들어가며 주위를 둘러봤다.“음, 꽤 괜찮네!”거실 소파에 앉은 그녀가 고개를 들어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서 있지만 말고 여기와 앉아.”“네.”두 사람은 그렇게 마주 보고 앉게 되었다. 고은희는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않고 바로 10억짜리 수표를 꺼내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전에 얘기했었지. 난 내 아들이 밖에서 여자를 만나는 건 간섭하지 않는다고.”“하지만 윤 비서, 이젠 자네가 내 아들과 유미 사이까지 영향 주고 있어. 긴말하지 않겠어. 이 돈 받고 물러나.”며칠 사이 너무나 부드럽게 바뀐 강주환을 떠올리며 윤성아는 돈을 받지 않았다. 둘 사이의 일은 그녀가 결정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다.고은희는 화가 치밀었지만 여전히 품위를 유지하며 차갑게 웃었다.“하긴! 자넨 그저 첩에 불과하니 함부로 헤어질 수도 없겠지. 하지만 이 도시를 떠나 멀리 가버릴 수는 있잖아!”경멸하는 눈빛으로 윤성아를 보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자기 주제를 알아야 해. 자넨.”말을 마치고 그녀는 10억짜리 수표를 다시 거뒀다. 그리고 떠나기 전, 그녀에게 당부했다.“윤 비서, 내 아들에게 내가 이곳에 왔다는 얘기는
강주환이 윤성아를 데려간 지 이제 반달이 거의 되어갔는데 그는 매일 밤 그녀의 아파트에 머물렀다.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고은희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와 결국 집에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고은희와 일러바치러 온 게 분명해 보이는 송유미가 보였다.원인은 간단했다. 어젯밤이 송유미와 강주환의 약혼 날이었고 약혼식이 끝난 후, 송유미는 그날 밤 그가 곁에 남기를 바랐다.그녀는 그의 여자가 될 준비가 되었으나 강주환이 거절했다. 결국 참지 못한 송유미는 그와 싸우게 되었다. “윤성아 그년 때문이야? 강주환, 너 밖에서 애인이랑 자고 다녀?”앙칼진 목소리에 강주환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응.”그가 인정했다.“강 씨와 송씨 가문의 혼인은 서로 윈윈인 거래야. 하지만 강씨 집안의 결혼 상대가 오직 너뿐이었던 적은 없어. 내가 원하는 비즈니스 아내는 착하고 이해심 넓은 사람이야.”송유미에게 더 큰 숲을 보라고, 자기 위치를 제대로 알라고 그가 경고하고 있었다.“지금이든 아니면 우리가 결혼한 후이든 상관없어. 겉으로 부부 사이를 유지하는 것 외에 나도 너의 사생활엔 간섭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도 내 사생활은 간섭하지 말아줘.”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명확하게 송유미를 향해 경고했다.“이제 더는 그녀를 괴롭히지 마.”송유미는 강주환이 윤성아의 아파트로 떠나려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었다...“주환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약혼하자마자 유미를 울려버리는 게 어딨어?”고은희가 화가 나서 물었다. 강주환은 싸늘하게 송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어젯밤에 이미 똑똑히 얘기했을 텐데.”“...”송유미는 울먹거리며 고은희를 바라봤다.“너 유미에게 뭐라 그랬어?”고은희가 유미의 편을 들어주며 언성을 높였다. 강주환을 나무라듯 “얼른 유미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해!”라고 말했다.하지만 강주환은 전혀 사과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싸늘한 눈빛으로 송유미를 바라보며 어젯밤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더 잔인한 단어를 골라
강주환은 송유미를 떼어내며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넌 이제 내 약혼녀야. 그리고 앞으로는 내 아내가 될 거야. 네가 가져야 할 건 빠짐없이 네 것이 될 거야. 돈이든 지위든, 내 아내라는 신분이든. 그리고 넌 아이를 가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이상은 바라지 마.”“내가 밖에서 하는 일은 상관하지 말길 바라.”송유미가 눈물을 떨구며 남자를 쳐다봤다.“나한테 정말 이렇게 잔인하게 굴 거야? 주환아, 어떤 여자가 남편이 밖에서 애인에게 돈을 주는 걸 견딜 수 있을까?”그러자 강주환이 차갑게 웃었다. “우리 두 집안은 가문의 이익을 위해 아무런 감정이 없는 혼인을 ‘계약’했어. 그러니 이런 일이 있는 건 정상이 아닐까? 네 아버지만 해도 밖에 여자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침묵하던 송유미가 결심한 듯 말했다.“그래, 상관하지 않을 수 있어! 네가 윤 비서와 뭘 하든 괜찮아. 계속 돈을 준다고 해도 괜찮아! 내 명성, 아니, 내 모든 것에 영향 주지만 않는다면.”“하지만..”송유미는 다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주환아, 난 네 약혼녀야. 지금 바로 날 가져줘. 응?”강주환은 미간을 구겼다.송유미는 확실히 예쁘고 몸매도 좋았다. 그런 그녀가 안기며 안아달라 하는데 약혼까지 한 사이에 그가 거절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하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다!“결혼하고 얘기해. 지금은 관심 없어.”차갑게 뒤돌아서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송유미는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강주환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호텔에 남아 그를 기다렸다.그날 밤, 계약을 맺을 사업 파트너를 만나 많은 술을 마신 강주환이 호텔로 돌아오자 송유미가 그를 맞이했다.“왔어, 주환아?”“응.”“술 많이 마셨네. 해장국 끓여줄까?”로열 스위트룸의 주방으로 걸어 들어가며 송유미가 말했다.강주환이 소파에 앉아 약간 불그레한 눈빛으로 송유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윤성아를 떠올렸다. 여리지만 굴곡진 몸매를 가진 그녀. 그녀는 해장국을
기억 속의 소녀가 미소를 짓는다. “나엽...”하지만 현실은 윤성아가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나엽을 바라보며 그를 향해 물었다.“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퍼뜩 정신을 차린 나엽. 그때의 소녀는 이미 생을 마감했다. 아무리 닮았다고 한들 윤성아는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주시 안씨 가문의 큰 딸 안효연일 수가 없었다!“당연하죠.”나엽은 윤성아를 감독에게 보여줬고 얼굴이나 분위기가 모두 예상을 뛰어넘게 광고의 여주인공과 어울렸던 그녀를 보며 감독은 마치 보물을 줍기라도 한 듯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되고말고! 나엽아, 너 어디서 이렇게 딱 맞는 캐릭터를 찾은 거야? 이전 여주인공보다 더 찰떡인 것 같아. 내가 장담하는데 광고가 출시되면 옆모습이랑 뒷모습뿐일지라도 네 친구는 바로 데뷔하는 거야!”나엽이 미소 지었다. 그는 부드럽고 많이 아끼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감독님, 그런 말씀 하시면 성아 씨 놀라요. 그냥 도와주러 왔을 뿐이라 연예계 데뷔할 생각은 없어요.”“그건 참 안타까운 소식이네.”감독은 진심으로 아까웠다. 촬영 시간이 되자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고 윤성아가 옷을 갈아입으러 갈 때 사고가 나버렸다! 현장의 배경에 세워놓았던 기둥 하나가 기울기 시작했다...“조심하세요!”나엽이 발견하고 얼른 외쳤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제쳐두고 윤성아를 향해 다려갔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쿵!”윤성아는 기둥을 살짝 피했지만 모서리에 부딪히게 되었다. 몇십센티 의 기둥에 어깨가 부딪친 그녀는 바닥으로 털썩 넘어지며 이마 부위가 콘크리트 바닥을 크게 찧었다.신속하게 그녀의 옆으로 달려 온 나엽이 기둥을 옮기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성아 씨, 괜찮아요?”윤성아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거 같았고 머리가 아주 무거웠다. “괜찮아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기절해 버렸다. “성아 씨! 윤성아!”많이 놀란 나엽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중얼거렸다. “괜찮을
윤성아는 화들짝 놀라며 자기 귀를 의심했다.창밖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나엽은 말을 이었다. “연회장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예전에 제가 알던 여자랑 엄청나게 닮았다고 한 건 사실이에요. 당신은 정말 그녀를 닮았어요. 성아 씨, 어쩌면 제가 성아 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완전무결하진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내 여자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요. 전 성아 씨를 지켜 주고 싶어요!”하지만 윤성아는 거절했다.“전 누군가를 대신하고 싶진 않아요. 그리고 저와 나엽 씨는 이어질 가능성이 없어요.”그 말을 마친 윤성아가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을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말했다.“인터넷에 폭로된 거 다 사실이에요. 저 그런 여자 맞아요.”나엽이 미간을 구겼다. 그의 호흡이 약간 거칠어졌다. “전 상관 하지 않아요! 성아 씨, 당신의 과거, 신경 쓰지 않는다고요.”그는 정말 모든 것을 눈 감아줄 수 있었다.윤성아가 그의 삶에서 가장 소중했었으나 이미 놓쳐 버린 그 여자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그에게 주는 느낌 마저 닮아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끌렸고 그녀가 안타까워졌으며 자꾸 신경이 쓰였다...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그녀를 지켜 주고 싶었다.“당신이 내 여자친구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지금 바로 당신이 혐오하는 그 생활에서 멀어질 수 있게 도와줄게요. 얘기했잖아요 제가 지켜 줄 거라고.”“그럴 수 없어요. 나엽 씨, 저와 나엽 씨는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이에요.”그녀는 크게 심호흡하더니 담담하고 거리가 느껴지는 어조로 말했다.“나엽 씨, 이번 사건은 될수록 빨리 해결하길 바라요! 모든 것을 해명해 주세요. 저 때문에 당신과 당신 가족이 영향 받지 말길 바라요.”“... 알겠어요.”나엽이 허락했다. 그는 핸드폰을 꽉 움켜쥐며 윤성아에게 약속 하듯이 말했다.“지금 바로 모든 것을 밝히겠어요. 더는 성아 씨 귀찮게 하는 일 없게
그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대신 양신우를 만나러 병원에 갔다.그날 밤, 퇴근 후 아파트에 온 강주환이 밤 열 시 까지 기다렸으나 윤성아는 돌아오지 않았다.그의 표정이 아주 어두웠다. ‘빌어먹을. 아직도 돌아오지 않네. 설마 나엽의 그 몇 마디에 감동해서 정말 사귀는 건가?’열 한시!역시나 윤성아는 돌아오지 않았다.‘젠장! 열 한시야. 설마 둘이 자는 건 아니겠지?’강주환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문 앞으로 다가간 그는 직접 그녀를 찾을 생각으로 문을 벌컥 열었다.그때 마침 지문을 입력하려던 여자와 마주치게 되었다.윤성아가 멍하니 무서운 빛을 내뿜는 강주환의 눈을 바라봤다.“나엽이랑 어딜 간 거야? 왜 이 시간이 돼서야 돌아와?”분노로 가득한 그가 여자의 턱을 움켜쥐었다.“말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어? 키스? 아니면 섹스?”화가 치민 윤성아가 강주환을 밀어냈다. 그리고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믿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요. 난 동생 보러 갔어요. 나엽이 아니라. 지금 피곤해요.”그녀는 말싸움할 힘이 없었다. 그대로 남자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열 한시가 넘었으니 그저 씻고 누워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하지만 강주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나엽의 여자친구가 되기로 한 거야? 정말 널 건드리지 않았어?”“아뇨. 그리고 건드린 적 없어요.”그를 마주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당당하고 맑았다. 하지만 여전히 다소 고집스러웠다.“그래. 난 너를 믿어.”남자의 분노는 다시 사그라들었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며칠간 출장 갔었고 또 송유미를 상대하느라 오랫동안 윤성아를 만질 수 없었다.그녀의 향기가 너무나 그리웠다. 조용한 밤, 창가의 커튼이 가벼운 바람에 나부꼈다.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키스를 퍼부으며 강주환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싫어요.”윤성아가 거절하며 그를 밀어냈다.“정말 싫다고요.”진심이었다.그녀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