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환은 송유미를 떼어내며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넌 이제 내 약혼녀야. 그리고 앞으로는 내 아내가 될 거야. 네가 가져야 할 건 빠짐없이 네 것이 될 거야. 돈이든 지위든, 내 아내라는 신분이든. 그리고 넌 아이를 가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이상은 바라지 마.”“내가 밖에서 하는 일은 상관하지 말길 바라.”송유미가 눈물을 떨구며 남자를 쳐다봤다.“나한테 정말 이렇게 잔인하게 굴 거야? 주환아, 어떤 여자가 남편이 밖에서 애인에게 돈을 주는 걸 견딜 수 있을까?”그러자 강주환이 차갑게 웃었다. “우리 두 집안은 가문의 이익을 위해 아무런 감정이 없는 혼인을 ‘계약’했어. 그러니 이런 일이 있는 건 정상이 아닐까? 네 아버지만 해도 밖에 여자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침묵하던 송유미가 결심한 듯 말했다.“그래, 상관하지 않을 수 있어! 네가 윤 비서와 뭘 하든 괜찮아. 계속 돈을 준다고 해도 괜찮아! 내 명성, 아니, 내 모든 것에 영향 주지만 않는다면.”“하지만..”송유미는 다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주환아, 난 네 약혼녀야. 지금 바로 날 가져줘. 응?”강주환은 미간을 구겼다.송유미는 확실히 예쁘고 몸매도 좋았다. 그런 그녀가 안기며 안아달라 하는데 약혼까지 한 사이에 그가 거절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하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다!“결혼하고 얘기해. 지금은 관심 없어.”차갑게 뒤돌아서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송유미는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강주환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호텔에 남아 그를 기다렸다.그날 밤, 계약을 맺을 사업 파트너를 만나 많은 술을 마신 강주환이 호텔로 돌아오자 송유미가 그를 맞이했다.“왔어, 주환아?”“응.”“술 많이 마셨네. 해장국 끓여줄까?”로열 스위트룸의 주방으로 걸어 들어가며 송유미가 말했다.강주환이 소파에 앉아 약간 불그레한 눈빛으로 송유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윤성아를 떠올렸다. 여리지만 굴곡진 몸매를 가진 그녀. 그녀는 해장국을
기억 속의 소녀가 미소를 짓는다. “나엽...”하지만 현실은 윤성아가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나엽을 바라보며 그를 향해 물었다.“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퍼뜩 정신을 차린 나엽. 그때의 소녀는 이미 생을 마감했다. 아무리 닮았다고 한들 윤성아는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주시 안씨 가문의 큰 딸 안효연일 수가 없었다!“당연하죠.”나엽은 윤성아를 감독에게 보여줬고 얼굴이나 분위기가 모두 예상을 뛰어넘게 광고의 여주인공과 어울렸던 그녀를 보며 감독은 마치 보물을 줍기라도 한 듯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되고말고! 나엽아, 너 어디서 이렇게 딱 맞는 캐릭터를 찾은 거야? 이전 여주인공보다 더 찰떡인 것 같아. 내가 장담하는데 광고가 출시되면 옆모습이랑 뒷모습뿐일지라도 네 친구는 바로 데뷔하는 거야!”나엽이 미소 지었다. 그는 부드럽고 많이 아끼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감독님, 그런 말씀 하시면 성아 씨 놀라요. 그냥 도와주러 왔을 뿐이라 연예계 데뷔할 생각은 없어요.”“그건 참 안타까운 소식이네.”감독은 진심으로 아까웠다. 촬영 시간이 되자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고 윤성아가 옷을 갈아입으러 갈 때 사고가 나버렸다! 현장의 배경에 세워놓았던 기둥 하나가 기울기 시작했다...“조심하세요!”나엽이 발견하고 얼른 외쳤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제쳐두고 윤성아를 향해 다려갔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쿵!”윤성아는 기둥을 살짝 피했지만 모서리에 부딪히게 되었다. 몇십센티 의 기둥에 어깨가 부딪친 그녀는 바닥으로 털썩 넘어지며 이마 부위가 콘크리트 바닥을 크게 찧었다.신속하게 그녀의 옆으로 달려 온 나엽이 기둥을 옮기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성아 씨, 괜찮아요?”윤성아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거 같았고 머리가 아주 무거웠다. “괜찮아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기절해 버렸다. “성아 씨! 윤성아!”많이 놀란 나엽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중얼거렸다. “괜찮을
윤성아는 화들짝 놀라며 자기 귀를 의심했다.창밖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나엽은 말을 이었다. “연회장에서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예전에 제가 알던 여자랑 엄청나게 닮았다고 한 건 사실이에요. 당신은 정말 그녀를 닮았어요. 성아 씨, 어쩌면 제가 성아 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완전무결하진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내 여자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만큼은 확신할 수 있어요. 전 성아 씨를 지켜 주고 싶어요!”하지만 윤성아는 거절했다.“전 누군가를 대신하고 싶진 않아요. 그리고 저와 나엽 씨는 이어질 가능성이 없어요.”그 말을 마친 윤성아가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을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말했다.“인터넷에 폭로된 거 다 사실이에요. 저 그런 여자 맞아요.”나엽이 미간을 구겼다. 그의 호흡이 약간 거칠어졌다. “전 상관 하지 않아요! 성아 씨, 당신의 과거, 신경 쓰지 않는다고요.”그는 정말 모든 것을 눈 감아줄 수 있었다.윤성아가 그의 삶에서 가장 소중했었으나 이미 놓쳐 버린 그 여자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그에게 주는 느낌 마저 닮아 있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끌렸고 그녀가 안타까워졌으며 자꾸 신경이 쓰였다...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그녀를 지켜 주고 싶었다.“당신이 내 여자친구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지금 바로 당신이 혐오하는 그 생활에서 멀어질 수 있게 도와줄게요. 얘기했잖아요 제가 지켜 줄 거라고.”“그럴 수 없어요. 나엽 씨, 저와 나엽 씨는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이에요.”그녀는 크게 심호흡하더니 담담하고 거리가 느껴지는 어조로 말했다.“나엽 씨, 이번 사건은 될수록 빨리 해결하길 바라요! 모든 것을 해명해 주세요. 저 때문에 당신과 당신 가족이 영향 받지 말길 바라요.”“... 알겠어요.”나엽이 허락했다. 그는 핸드폰을 꽉 움켜쥐며 윤성아에게 약속 하듯이 말했다.“지금 바로 모든 것을 밝히겠어요. 더는 성아 씨 귀찮게 하는 일 없게
그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는 대신 양신우를 만나러 병원에 갔다.그날 밤, 퇴근 후 아파트에 온 강주환이 밤 열 시 까지 기다렸으나 윤성아는 돌아오지 않았다.그의 표정이 아주 어두웠다. ‘빌어먹을. 아직도 돌아오지 않네. 설마 나엽의 그 몇 마디에 감동해서 정말 사귀는 건가?’열 한시!역시나 윤성아는 돌아오지 않았다.‘젠장! 열 한시야. 설마 둘이 자는 건 아니겠지?’강주환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문 앞으로 다가간 그는 직접 그녀를 찾을 생각으로 문을 벌컥 열었다.그때 마침 지문을 입력하려던 여자와 마주치게 되었다.윤성아가 멍하니 무서운 빛을 내뿜는 강주환의 눈을 바라봤다.“나엽이랑 어딜 간 거야? 왜 이 시간이 돼서야 돌아와?”분노로 가득한 그가 여자의 턱을 움켜쥐었다.“말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어? 키스? 아니면 섹스?”화가 치민 윤성아가 강주환을 밀어냈다. 그리고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믿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요. 난 동생 보러 갔어요. 나엽이 아니라. 지금 피곤해요.”그녀는 말싸움할 힘이 없었다. 그대로 남자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열 한시가 넘었으니 그저 씻고 누워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하지만 강주환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나엽의 여자친구가 되기로 한 거야? 정말 널 건드리지 않았어?”“아뇨. 그리고 건드린 적 없어요.”그를 마주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당당하고 맑았다. 하지만 여전히 다소 고집스러웠다.“그래. 난 너를 믿어.”남자의 분노는 다시 사그라들었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며칠간 출장 갔었고 또 송유미를 상대하느라 오랫동안 윤성아를 만질 수 없었다.그녀의 향기가 너무나 그리웠다. 조용한 밤, 창가의 커튼이 가벼운 바람에 나부꼈다.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키스를 퍼부으며 강주환은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싫어요.”윤성아가 거절하며 그를 밀어냈다.“정말 싫다고요.”진심이었다.그녀는 지금
고요하던 밤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꼈다. 약간 텁텁하던 공기가 차갑게 바뀌며 거센 바람이 불었다. “우르릉!”천둥소리가 울렸고 곧이어 검은 하늘을 두 동강 내듯이 번개가 번쩍여 하늘이 대낮처럼 밝아졌다가 다시 어둠으로 돌아갔다.방 안.남자의 난폭함을 당해낼 수 없었던 윤성아는 결국 그의 몸 아래에 깔리게 되었다.그가 그녀를 탐하는 모든 순간, 그녀는 견딜 수 없이 괴롭고 싫었다.처음엔 힘을 써서 버둥거리며 반항하다가 나중엔 마치 이미 죽어버린 시체처럼, 영혼 없는 인형처럼 아득하게 깊고 허무한 눈빛을 한 채 가만히 누워있었다.그녀의 몸이 떨려왔다. 시체처럼 누워있는 순간마저도 온몸의 세포가 강주환을 거절하고 있었다.“날 봐!”그가 그녀의 턱을 꽉 붙잡아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얼굴을 돌려 억지로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감아버렸다.모욕적이고 역겨웠다.그녀는 진심으로 남자가 더럽게 느껴졌다. 송유미와 섹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그녀를 건드리다니. 그것도 이런 식으로!역겨움이 몰려왔다.“웁...”윤성아가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했다. 머리가 굉장히 어지러웠고 몸 곳곳이 아픈 것 같았다.마치 심장과 폐를 토해낼 듯한 헛구역질이 이어졌고 나중엔 눈물까지 나왔다.결국 한껏 굳은 얼굴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강주환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그가 너무 세게 문을 닫는 바람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게 되었다.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고 구역질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 지나서야 차츰 증세가 가라앉았다.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에 간 윤성아는 샤워기를 틀었다. 따듯한 물이 정수리에 떨어졌다. 스르륵 주저앉아 두 팔로 자기 무릎을 끌어안은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려왔다.너무 오래 주저앉은 탓에 다시 일어날 때 다리가 저렸다. 깨끗하게 씻고 나서 그녀는 널찍한 샤워 가운으로 갈아입었다. 슬리퍼를 끌며 발코니로 걸어왔다.깜깜한 어둠 속, 거센 바람의 소리가 윙윙 울렸다. 그녀는 발코니에 서서
“동생은 꼭 구할게요.”“그래야지!”윤정월은 그렇게 한마디 하곤 윤성아를 보지도 않고 바로 병실로 들어가 버렸다. 윤성아가 따라 들어가자 그녀를 본 양신우는 활짝 웃으며 “누나!”하고 불렀다.“응.”부드럽게 웃으며 윤성아가 대꾸했다.“네가 좋아하던 성수 가로수길 빵집에 들러서 사 오려고 했는데 까먹었어. 누나가 다음번엔 꼭 기억하고 사 올게.”“네!”양우신은 윤성아가 빵을 사 오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누나가 병원에 와서 그와 함께해준다는 사실이 기뻤다.둘은 어려서부터 사이가 아주 좋았다. 그래서 양신우가 있을 때 윤정월이 성아를 대하는 태도가 한결 누그러졌다.저녁 무렵, 윤성아가 떠날 때 윤정월이 그녀를 바래다주며 차갑게 말했다.“수술비 6억은 어떻게 해서든 마련해. 돈이 준비되면 적합한 심장이 나타났을 때 바로 네 동생 수술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며칠 사이 검진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들었다. 난 이미 빚을 졌어. 너 이따가 입원 병동에 가서 요금 납부하고 와. 여유가 있으면 먼저 4천만 원 보내줘.”윤성아가 놀라며 물었다.“엄마, 4천만 원은 왜 필요해요?”그러자 윤정월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네 동생이 아픈데 좀 좋은 걸 먹어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나는? 나도 산 사람인데 먹고 살아야지? 게다가 네 아버지가 죽고 나서 아직도 빚을 다 갚지 못했어. 네 큰 이모네한테 빚진 3천만 원을 몇 년째 못 갚고 있어.”“네 큰이모부한테 일이 좀 생긴 모양이야. 큰이모도 어쩔 수 없어 날 찾아와 돈을 먼저 갚을 수 없냐고 묻더라.”윤정월은 팔짱을 끼고 싸늘하게 윤성아를 향해 물었다.“어차피 너 그 남자한테서 돈 받을 수 있잖아. 안 그래?”“...”윤성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음날.회사로 출근한 윤성아는 어젯밤 남자의 심기를 건드린데다 끝내자고, 이제 돈이 필요 없다고 얘기했던 터라 그에게 돈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재무부에 가서 월급을 미리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게 아니면 이미 돈을 너무 많이 가져가서 더 달라고 얘기할 수 없는 걸까?’하지만 그 이유가 뭐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송유미는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윤성아, 조사해줘. 집안에 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전화를 끊은 그녀는 재무부 매니저에게 건성으로 몇 마디 하곤 그녀의 승진에 도움 될 만한 사람을 소개해 줬다. 매니저는 입이 귀에 걸려서 돌아갔다.이어서 송유미는 어시를 불러 명령했다. “윤 비서 좀 불러와. 내가 할 얘기가 있어.”“네.”그녀의 어시는 바로 윤성아에게 달려왔다. 얼마 후, 송유미 사무실로 불려들어가는 윤성아를 보며 모두가 이번에도 그녀가 매를 맞고 호된 참교육을 당할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송유미가 차갑게 웃으며 윤성아를 향해 물었다.“네가 재무부에 가서 돈을 빌렸다며? 왜, 강주환이 주는 돈으로 부족해?”미간을 찌푸린 채 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답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그러자 콧대를 잔뜩 세운 송유미가 싸늘하게 말했다.“말해, 얼마가 필요해? 내가 너 줄 수 있어.”윤성아는 송유미와 괜히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았다.“유미 씨, 다른 일 없으면 저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거기 서.”떠나려는 윤성아를 불러세운 송유미가 차갑게 물었다.“왜, 돈 필요 없어?”윤성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송유미를 바라봤다.“유미 씨가 좋은 마음으로 돈을 줄 거로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이 원하는 건 날 모욕하는 거겠죠?”“... 맞아. 윤성아, 내가 전에 회사 빌딩에서 너한테 꿇어앉으라고 하고 네 엄마에게 돈 준다고 했던 거, 솔직하게 인정할게. 너 모욕하려고 그랬어. 하지만 지금은 정말 너에게 돈을 주려는 거야.”“네가 네 엄마처럼 터무니없는 욕심으로 20억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네가 강주환 곁을 떠나 영원히 영주시에서 사라져준다면 내가 돈 줄게! 그러니까 말해봐, 얼마가 필요해?”“필요 없어요.”윤성아는 거절했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급했다.
싸늘한 눈빛이 어두운 전등 아래서 무겁게 가라앉았다.“마지막? 왜, 마지막으로 돈 받고 나랑 끝내려고? 윤성아, 그건 생각조차 하지 마. 앞으로 너에게 큰돈을 주지 않을 거야. 한 번 자면 한 번 줄게. 오늘 밤은 얼마를 원하는데?”“6억이 필요해요.”“그렇게는 안 돼. 오늘 밤 너의 가치는 2천만 원이야.”화난 얼굴을 한 채 그가 문을 쾅 닫고 떠나버렸다.다음 날 오후.2천만 원을 들고 윤성아가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신우의 주치의였다.“성아 씨, 지금 남동생분께 적합한 심장이 나타났어요. 비용을 지불하면 수술을 앞당겨 진행할 수 있어요. 지금, 이 심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몇 명 있는데 병원에서 동생분 나이가 가장 어린 것을 생각해 먼저 이곳으로 보내왔어요.”윤성아는 매우 놀라며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의사 선생님. 제가 돈을 구해볼게요. 수술은 언제 할 수 있어요?”“내일 오후예요. 병원에서 권위적인 M국 전문가 윌리엄 교수님을 초대했어요. 그분께서 마침 심장 이식 수술을 할 수 있어요. 성아 씨, 정말 운이 좋네요. 윌리엄 교수님께 수술받는 건 굉장히 어려운데 성아 씨 동생분께 심장 이식수술 해주겠다고 하셨어요.”“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수술비 마련할게요.”양신우가 곧 수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에 윤정월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돈은 받았어?”“아뇨, 하지만 엄마. 어떻게든 방법을 구할 거예요.”순식간에 눈을 부릅뜨며 독기 어린 눈빛으로 윤성아를 바라보며 윤정월이 물었다.“아직도 돈을 못 구했어? 그럼 신우 수술은 어떡해? 너 동생 죽는 꼴도 보고 싶어? 돈이 없으면 병원에서 수술을 해주지 않을 거란 말이야!”“엄마, 저도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신우 수술할 수 있게 돈 구해볼게요.”윤성아가 병원에서 나와 강주환을 찾으러 회사로 갔다.하지만 윤정월은 성아가 병원을 떠나자 송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에 한 말, 아직도 유효하지? 나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해!”송유미가 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