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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약혼 날 밤 그녀의 아파트에 간 그

강주환이 윤성아를 데려간 지 이제 반달이 거의 되어갔는데 그는 매일 밤 그녀의 아파트에 머물렀다.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고은희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와 결국 집에 돌아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고은희와 일러바치러 온 게 분명해 보이는 송유미가 보였다.

원인은 간단했다. 어젯밤이 송유미와 강주환의 약혼 날이었고 약혼식이 끝난 후, 송유미는 그날 밤 그가 곁에 남기를 바랐다.

그녀는 그의 여자가 될 준비가 되었으나 강주환이 거절했다. 결국 참지 못한 송유미는 그와 싸우게 되었다.

“윤성아 그년 때문이야? 강주환, 너 밖에서 애인이랑 자고 다녀?”

앙칼진 목소리에 강주환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가 인정했다.

“강 씨와 송씨 가문의 혼인은 서로 윈윈인 거래야. 하지만 강씨 집안의 결혼 상대가 오직 너뿐이었던 적은 없어. 내가 원하는 비즈니스 아내는 착하고 이해심 넓은 사람이야.”

송유미에게 더 큰 숲을 보라고, 자기 위치를 제대로 알라고 그가 경고하고 있었다.

“지금이든 아니면 우리가 결혼한 후이든 상관없어. 겉으로 부부 사이를 유지하는 것 외에 나도 너의 사생활엔 간섭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너도 내 사생활은 간섭하지 말아줘.”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명확하게 송유미를 향해 경고했다.

“이제 더는 그녀를 괴롭히지 마.”

송유미는 강주환이 윤성아의 아파트로 떠나려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었다...

“주환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약혼하자마자 유미를 울려버리는 게 어딨어?”

고은희가 화가 나서 물었다. 강주환은 싸늘하게 송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젯밤에 이미 똑똑히 얘기했을 텐데.”

“...”

송유미는 울먹거리며 고은희를 바라봤다.

“너 유미에게 뭐라 그랬어?”

고은희가 유미의 편을 들어주며 언성을 높였다. 강주환을 나무라듯 “얼른 유미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주환은 전혀 사과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싸늘한 눈빛으로 송유미를 바라보며 어젯밤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더 잔인한 단어를 골라 유미에게 들려줬다.

“너!”

화가 난 고은희가 눈을 부릅뜨며 손을 휙 들었으나 결국 때리지 못하고 다시 손을 내렸다.

“주환아, 너 지금 나 화병 걸리게 하고 싶어?”

거실의 분위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강주환이 송유미를 향해 말했다.

“아직도 이 결혼 하고 싶어? 싫으면 지금 바로 혼약 해지해도 돼.”

“...”

송유미가 무엇이라 답할 수 있을까? 그녀는 그저 울어서 부은 눈으로 고은희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머님, 저 먼저 돌아가 볼게요.”

그녀는 눈물을 닦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순식간에 혈압이 올라 휘청거리던 고은희는 거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주환아, 네가 밖에서 애인을 사귀든 뭘 하든 난 상관하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지금 유미가 이미 알게 됐잖니! 게다가 그 여자는 이미 너에게 영향을 주고 있어. 그러니 계속 그 애랑 함께하면 안 돼. 엄마 말 들어,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끝내!”

강주환은 동의하지 않았다.

“주환아, 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내가 너랑 네 동생을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엄마를 화나게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는 타협할 생각이 없는 듯, 고은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적합한 상대를 찾아 약혼하라고 하셔서 지금 엄마 말대로 했잖아요. 전 비즈니스 결혼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대상이 반드시 송씨 집안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요.”

“네가 이런 식인데 누가 너와 비즈니스 결혼을 해?”

고은희가 숨이 막히는 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어느 집안의 귀한 딸이 너에게 시집와서 그저 허울뿐인 아내가 되려 하겠어? 너의 이 황당한 요구에 동의할 사람이 있기는 해?”

강주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고집불통의 아들을 바라보며 고은희는 그간 자신이 얼마나 고생해서 아들을 키웠던지 떠올렸다.

“정말 내가 화병 걸려 죽는 꼴 보고 싶어? 주환아, 엄마가 죽는 꼴 보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해.”

강주환이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엄마, 인제 그만 하세요. 비즈니스 결혼을 원하셔서 엄마 말에 따랐는데 그 이상 또 뭘 바라는 거죠?”

“엄만 그저 너랑 유미가 잘 지내다가 나중에 결혼해서 집안의 대를 이어주길 바랄 뿐이야.”

“...”

침묵하는 강주환을 보며 고은희는 머리가 어지러워 났다. 병이 도진 듯, 그녀가 가슴팍을 움켜쥐었는데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병원에 가요!”

하지만 고은희는 버텼다.

“그냥 죽게 내버려 둬! 내가 죽으면 아무도 널 상관하지 않을 거다. 나도 네 아버지를 만나러 가겠어!”

강주환은 결국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알겠어요! 송유미와 결혼하고 잘 지낼게요. 하지만 엄마, 이런 식으로 절 협박하진 마세요.”

“네가 유미와 잘 지내고 애도 하나 낳으면 다시는 간섭하지 않을게.”

그녀도 아들을 너무 바싹 몰아세우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집 밖의 일은 상관하지 않을 거야. 네가 여자가 있든 없든!”

“엄마, 병원부터 가요.”

그날 밤, 강주환은 어머니를 병원에 모셔다드렸다.

그리고 이튿날 날이 밝자 소식을 들은 송유미가 병원에 달려와 고은희를 보살펴줬다. 그녀는 지극정성으로 보살폈고 그런 모습을 보니 고은희는 그녀가 마음에 쏙 들었다.

사흘 뒤, 고은희가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흐뭇한 얼굴로 송유미와 강주환을 보며 말했다.

 “둘이 약혼하고 아직 데이트도 못 했지? 주환아, 일은 잠시 놔두고 유미와 함께 며칠이라도 나가서 여행이라도 하렴. 둘은 이제 약혼한 사이니 자주 얼굴을 봐야지.”

강주환은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럼 발리로 가. 너 마침 거기로 출장 가잖아. 유미랑 함께 가. 일이 끝나면 둘이 발리에서 며칠 더 놀다가 와.”

더는 거절하기 어려워진 강주환은 결국 송유미와 함께 출장 가기로 했다. 호텔에 입주할 때 유미는 그와 같은 방에 머물려고 했으나 옆 방 스위트룸으로 배치됐다.

“주환아...”

송유미가 서러운 표정으로 남자를 향해 물었다.

“내가 싫어?”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얼굴이든 성격이든 아니면 집안이든 내가 윤성아보다 못한 게 뭐야?”

그러자 강주환이 싸늘한 얼굴로 답했다.

“너는 너고 그녀는 그녀야. 비교하는 건 무의미해.”

“하지만 그녀가 내 남자에게 들러붙었잖아!”

송유미가 강주환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

“너와 그녀 사이에서 지나간 일은 나도 따지지 않을 수 있어. 앞으로 그녀와 더는 연락하지 않는다면 없던 일로 해줄게, 응? 주환아, 우리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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