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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나랑 사귀어요

기억 속의 소녀가 미소를 짓는다. “나엽...”

하지만 현실은 윤성아가 약간 어색한 표정으로 나엽을 바라보며 그를 향해 물었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요?”

퍼뜩 정신을 차린 나엽. 그때의 소녀는 이미 생을 마감했다. 아무리 닮았다고 한들 윤성아는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주시 안씨 가문의 큰 딸 안효연일 수가 없었다!

“당연하죠.”

나엽은 윤성아를 감독에게 보여줬고 얼굴이나 분위기가 모두 예상을 뛰어넘게 광고의 여주인공과 어울렸던 그녀를 보며 감독은 마치 보물을 줍기라도 한 듯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되고말고! 나엽아, 너 어디서 이렇게 딱 맞는 캐릭터를 찾은 거야? 이전 여주인공보다 더 찰떡인 것 같아. 내가 장담하는데 광고가 출시되면 옆모습이랑 뒷모습뿐일지라도 네 친구는 바로 데뷔하는 거야!”

나엽이 미소 지었다. 그는 부드럽고 많이 아끼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감독님, 그런 말씀 하시면 성아 씨 놀라요. 그냥 도와주러 왔을 뿐이라 연예계 데뷔할 생각은 없어요.”

“그건 참 안타까운 소식이네.”

감독은 진심으로 아까웠다.

촬영 시간이 되자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하지만 촬영이 끝나고 윤성아가 옷을 갈아입으러 갈 때 사고가 나버렸다! 현장의 배경에 세워놓았던 기둥 하나가 기울기 시작했다...

“조심하세요!”

나엽이 발견하고 얼른 외쳤다. 그리고 모든 것을 제쳐두고 윤성아를 향해 다려갔으나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녀를 붙잡을 수 없었다.

“쿵!”

윤성아는 기둥을 살짝 피했지만 모서리에 부딪히게 되었다. 몇십센티 의 기둥에 어깨가 부딪친 그녀는 바닥으로 털썩 넘어지며 이마 부위가 콘크리트 바닥을 크게 찧었다.

신속하게 그녀의 옆으로 달려 온 나엽이 기둥을 옮기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성아 씨, 괜찮아요?”

윤성아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거 같았고 머리가 아주 무거웠다.

“괜찮아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기절해 버렸다.

“성아 씨! 윤성아!”

많이 놀란 나엽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중얼거렸다. “괜찮을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 내가 널 보호 해줄 거야!”

현장에 있던 스텝들과 감독님도 그게 놀랐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기둥이 왜 갑자기 무너지는 건데! 누가 세트 설치했어?”

감독이 버럭 화를 내며 무섭게 호통쳤다.

나엽은 이미 윤성아를 않고 급하게 떠나 버렸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품에 윤성아를 아는 기분이 마치 안효연을 아는 것 같았다. 그녀가 4년 전의 안효연처럼 세상을 떠날까 봐 너무나 두려웠다…

아니, 절대 그럴 리 없다!

그는 절대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엽은 윤성아를 안아 그의 전용차에 앉히며 매니저에게 명령했다. “빨리 운전해!”

병원으로 가는 길에서 매니저가 나엽에게 알려줬다. “성아 씨는 제가 병원에 데려다줄까요? 아무래도 누가 알아볼 수도 있고 사진에 찍힐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내가 직접 갈 거야!”

시간이 긴박했다. 그는 오직 품에 안은 여자가 무사하길 바랐다. 연예인이라 사진이 찍힐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병원에 도착한 후,

차 문을 열고 윤성아를 품에 안은 나엽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달리다시피 응급실로 빠르게 걸었다.

“의사 선생님, 얼른 확인 해 주세요. 지금 상태가 어떤가요?”

바로 도착한 의사가 윤성아를 살펴봤다. 검사 결과는 그녀가 어깨 부위에 타격을 받고 넘어지며 머리 부위의 신경이 흔들려 잠시 기절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나엽의 긴장이 스르륵 풀렸다. 그렇게 그는 그녀가 깨어나기를 옆에서 기다렸다.

간호사 한 명이 다가와 문득 그에게 사인을 받길 원했다.

하지만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던 나엽은 사인을 거절했다. 그는 멍하니 그곳에 앉아 윤성아를 뚫어지라 바라보며 온 오후 그녀의 곁을 지켰다.

그 사이 매니저가 떠나야 한다고 얘기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이미 얘기하셨어요. 성아 씨는 괜찮아요. 먼저 가 보세요 제가 여기 남아서 윤성아 씨 지켜볼게요. 만약 이따가 정말 사진이라도 찍히면…“

하지만 나엽은 전혀 상관 하지 않았다.

아무리 의사가 괜찮다고 말해도 그는 시름이 놓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그곳을 떠나 할 수도 없었다!

저녁 무렵이 될 때까지 나엽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윤성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모습에 나엽이 한걸음에 달려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성아 씨, 깼어요? 어때요? 어디 불편한 것은 없어요?”

“머리가 약간 어지러운데 괜찮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시는데 뇌 신경이 살짝 다쳤나 봐요. 그러니까 머리가 어지러운 것도 정상이에요.”

곧이어 그가 미안한 얼굴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성아 씨. 괜히 제가 도와 달라고 해서 성아 씨가 다쳤네요.”

윤성아가 웃으며 말했다.

“저 괜찮아요. 그리고 기둥에 맞았다고 저 안 죽어요.”

하지만 나엽은 죄책감이 들었다.

“다 저 때문이에요.”

사실 이건 누굴 탓할 수 없는 작은 해프닝였다.

병원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윤성아는 다음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가 촬영 현장에서 기둥에 맞아 쓰러진 후 나엽이 그녀를 안고 병원에 가는 영상을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려버렸다.

「특종 뉴스: 남우주연상을 받은 나엽이 광고 촬영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의문의 여인을 직접 안고 병원에 가다!」

순식간에 인터넷이 폭발하듯이 시끄러워졌다. 나엽의 팬은 워낙 규모가 컸는데 한꺼번에 모여들어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누군데 우리 나엽이 병원에 데려다주는 거야? 나엽의 인기에 묻어가려는 거 아냐?」

「광고주들은 아니면 듣보잡 여배우든 다 우리 나엽에게서 멀리 떨어져. 지금 한창 물오른 시기에 괜히 스캔들이나 나지 말고!」

누군가가 나엽이 윤성아를 안고 병원에 가는 사진을 폭로했고 나엽이 병실 안에서 윤성아를 지키고 앉아 있는 사진도 간호사가 찍어서 올렸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윤성아의 신분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뉴스 하나가 또 올라왔다.

「남우주연상 나엽, 여자친구를 안고 병원에 데려가 곁을 지켰다! 스캔들 폭발 직전?!」

그러자 팬들이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는지 발 벗고 나서서 윤성아의 신분을 파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직 제작이 완료되지도 않은 광고의 일부 영상을 폭로했으며 윤성아의 정면 얼굴도 찾아냈다.

그것도 모자라 아예 윤성아의 신분을 찾아낸 팬도 있었다!

「저 여자는 호진 그룹의 수석 비사야! 고졸이라고 하던데? 아버지는 도박꾼이고... XX의 애인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순식간에 인터넷은 윤성아를 욕하는 댓글로 가득했다.

그녀가 일부러 기둥에 맞아 쓰러져 나엽의 동정을 받아냈다는 둥, 뻔뻔하기 짝이 없이 나엽에게 데려가달라 부탁했다는 둥 여러 설이 난무했다.

남에게 애인 노릇이나 하면서 감히 명품 배우 나엽에게 꼬리를 쳤다니, 네티즌들은 그녀를 잡아먹을 듯이 공격했다.

아직 발리섬에 있던 송유미는 인터넷의 소식을 보고 히죽 웃었다.

그녀는 즉시 전화를 걸어 여론몰이를 의뢰했다. 윤성아가 얼마나 뻔뻔한 여자인지, 어떻게 임자 있는 남자를 유혹하여 애인이 되었는지 등 더 많은 폭로를 이어갔다.

인터넷 폭로는 점점 심해졌고 윤성아를 향한 비난의 댓글도 점점 도가 지나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네티즌들은 그녀에 관한 모든 소식을 파헤쳐 인터넷에 올렸다.

집에 도착해 쉬고 있던 윤성아는 뒤늦게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엽의 팬들이 그녀에게 따지기 위해 지금 모이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가 아파졌다. 이제 신우를 보러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미안해요...”

나엽은 윤성아에게 전화해 이런 상황에 놓이게 한 것을 사과했다.

“이건 사고예요. 나엽 씨도 기둥이 제가 있는 쪽으로 쓰러질 줄은 몰랐죠, 그렇죠? 걱정돼서 병원에 데려다준 거잖아요. 인터넷의 폭로는 나엽 씨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녜요.”

그녀의 목소리는 파동 없는 고요한 호수 같았다.

“이번 사건은 해결해야 해요. 나엽 씨가 팬들에게 모든 것을 잘 설명하면 곧 지나갈 거예요.”

“네.”

나엽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갑자기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 성아 씨 좋아해요. 나랑 사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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