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강주환이 다시 한번 그녀를 바닷물에서 건져냈을 때, 정말 이대로 물에 잠겨 죽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송유미를 엄습했다!“콜록콜록...”창백한 얼굴의 송유미는 결국 더는 버티지 못했다. “말할게.”“질투했어.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랐어! 그래서 사람을 시켜 그녀를 욕보이고 죽이라고 했어!”그 말을 들은 강주환의 목에 핏대가 불끈 솟아올랐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고 두 눈은 살의로 가득 차 붉게 물들었다. 그가 송유미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윽박질렀다.“누굴 사주한 건데? 말해.”1초라도 늦게 얘기하면 당장 목 졸라 죽일 기세였다.“진하상!”무서울 정도로 흐려진 안색으로 강주환이 명령했다.“그놈들 찾아서 데려와!”“네.”어젯밤 윤성아를 납치했던 몇 명 남자들은 곧장 붙잡혔다. 강주환은 무서운 살기를 내뿜으며 저승사자처럼 바닥에 꿇어앉은 남자들을 훑어봤다.“어젯밤에 그 여자에게 무슨 짓을 했지? 응?”이미 오줌을 지릴 만큼 놀랐던 남자들은 강주환이 묻자 단번에 다 털어놨다.“어젯밤 그 여자는 정말 독했습니다! 우리가 건드리기도 전에 혀를 깨물고 자살했어요. 여자가 죽은 것을 보고 건드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녀를 바다에 던졌습니다...”강주환이 그를 힘껏 차서 날려버렸다. 그리고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진하상에게 명령했다.“저놈들 다 바다에 던져넣어! 죽기 직전에 건져서 경찰서로 보내.”“네!”명령받은 진하상은 송유미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바다에 던져넣었다. 그리고 그들이 바닷속에 허우적거리며 고통에 몸부림 치는 것을 지켜봤다.그리고 곧 숨이 넘어갈 듯이 얼굴이 퍼렇게 질릴 때쯤에야 건져내서 경찰서로 보냈다.강주환은 수십 명의 잠수원을 데리고 바닷속에서 윤성아를 찾았다! 그는 그녀가 살아 있기를, 제발 죽지 않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나중에 경찰에 신고한 후, 경찰서에서도 전문 수색팀을 보내 함께 그 구역의 바다를 며칠 동안 수색했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윤성아는 그렇게 사라
역시나 그녀의 엄마는 윤성아를 그녀보다 더욱 아끼고 있었다.비록 가끔 그녀를 죽어버린 언니로 착각하고 아껴줄 때도 있었지만 안효주는 그래도 아주 기뻤다! 게다가 안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부딪치면 깨질 것 같은 보물처럼 아끼기도 했었다.윤성아가 실종 5개월이 지났을 당시.안효주는 다시 한번 영주시로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특별히 자신의 스타일과 모습을 윤성아처럼 꾸몄었다.그리고는 일부러 호진 그룹에서 진행하던 행사에 참여하였다.그날.강주환은 마침 회사 근처에서 그런 안효주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었다. 안효주의 얼굴을 확인한 그는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었다.그는 바로 성큼성큼 걸어가 안효주를 품에 확 끌어안았다.“나빴다, 정말. 이렇게 살아있을 줄 알았어! 네가 그렇게 죽어버릴 리가 없잖아.”안효주는 눈썹 사이를 구겼다.그녀는 낯선 얼굴의 강주환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저기, 저 아세요?”“...”강주환은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아주 낯선 눈길로 그를 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정말로 그가 누군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의 모습 또한 연기 같지 않았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누군지 몰라?”안효주는 고개를 저었다.“몰라요.”‘모른다고? 고작 몇 개월 못 봤을 뿐인데, 나를 모른다고? 설마...'강주환은 윤성아가 다쳐서 기억을 잃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녀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거나! 일부러 그를 모른척하여 그와 관계를 끊어내려는 속셈일 거라 추측했다.하지만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그는 겨우 그녀를 찾았고 절대 사람을 잘못 봤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강주환의 두 눈에 그늘이 드리워졌다.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다정하고 애틋하게 말했다.“장난 그만해.”“내가 전에 6억을 안 준건, 네가 그 돈으로 뭘 하려는 지 몰라서 그런 거 아니었나? 그래서 내가 다시 어머님께 드렸잖아. 어머님께서도 그 돈으로 동생 수술도 하셨고.”“송유미가 널 해친 것에 대해서도 내가 이미 합당한 벌을 받게 했
그러나!강주환은 예리한 눈빛으로 안효주의 어깨에 있는 붉은 색 모반을 발견했다! 그는 바로 미간을 구겼다.“이건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윤성아는 4년 동안 그의 곁에 있었었다.강주환 또한 수도 없이 많이 봤었다. 윤성아의 몸 구석구석에 대해 그는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그녀의 어깨에 있는 붉은색 모반이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안효주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두 눈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그리고 순진무구한 얼굴로 남자를 보면서 말했다.“이건 제가 태어날 때부터 있던 거예요.”강주환의 미간이 점점 더 구겨졌다. 그는 칠흑 같은 두 눈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제야 자신이 사람을 착각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어쩌면 정말로 윤성아가 아닐 수도 있어!'‘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윤성아랑 똑같이 생길 수가 있는 거지?'강주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저 여자의 가운을 확 내렸다.그러자 그의 잘생긴 얼굴엔 실망감이 드리워지게 되었고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네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내가 잊고 있었네.”“몸도 안 좋은데 오늘은 그냥 쉬는 게 좋겠네.”“일단 오늘은 여기서 지내. 내일 내가 널 병원으로 데려가 정밀 검사를 해줄 테니까.”말을 마친 그는 슈트 겉옷을 챙겨 떠나버렸다.안효주는 좋은 기회를 이렇게 놓칠 수는 없었다.그녀는 바로 강주환의 팔을 붙잡았고 초조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눈길로 말했다.“여기 있는 모든 것이 낯설어요. 혼자 있기가 무섭다고요.”그러나 강주환은 남아있을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는 안효주를 보며 말했다.“여긴 경비가 삼엄하고 설비도 잘 되어있으니까 아주 안전할 거야!”강주환은 그렇게 나가버리게 되었다.집을 나선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그 순간, 그의 칠흑 같은 두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내가 데리고 온 여자가 윤성아가 아니면 대체 누구인 거지?'‘이 세상에 어떻게 윤성아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아
4년 전, 그가 마음에 품고 있었던 여자가 실종되었다. 소식을 듣게 된 순간부터 그는 주체할 수 없는 공허감을 느끼게 되었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윤성아,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그녀는 그가 알고 있던 여자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그녀를 보니 나엽은 마음의 안식처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비록 아직도 마음속 한구석이 공허하긴 했지만 숨을 쉴 수가 있었다.윤성아는 멈칫하였다.그녀는 이내 아주 침착한 얼굴로 계속 그릇에 된장국을 끓였다.부드럽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나엽을 향해 말했다.“얼른 이것들을 식탁으로 가져다 놔줘요. 밥까지 그릇에 담아서 식탁에 가져다 두면 된장국도 완성되어 있을 거예요.”“알았어요!”나엽은 음식을 들고 식탁으로 갔다.그리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 향긋한 밥을 퍼서 가져다 놓았고 이번에는 수저를 가지러 주방으로 돌아왔다.그는 수저를 자신과 윤성아의 자리에 가지런하게 놓았다.그가 세팅을 마치자마자 윤성아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두 사람은 그렇게 함께 식사하였다.전부 그가 좋아하던 음식이었기에 그는 식사가 아주 즐거웠다.식사를 마친 뒤.윤성아는 나엽을 향해 입을 열었다.“식사 다했으면 그릇을 그냥 싱크대에 놓아요. 이따 제가 씻을게요.”“전 먼저 서재로 가서 일 좀 하고 있을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려 했다.“성아 씨.”나엽이 그녀를 불러세웠다.“베린 그룹으로 출근 안 하면 안 돼요? 그냥 이렇게 이 집에서 나한테 음식을 만들어 주고 청소해 주면 되잖아요.”“내가 말했었잖아요. 성아 씨 먹여 살릴 돈은 있다고요.”윤성아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두 손, 두 발이 다 있는데 왜 나엽 씨가 나를 먹여 살려요?”나엽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윽한 눈길로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난 성아 씨와 결혼하고 싶어요.”“성아 씨, 나의 아내가 되어줘요.”“나랑 결혼해요. 내가 평생을 먹여 살릴게요. 네?”이런 말
윤성아는 발버둥을 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삶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계부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과 믿었던 엄마가 자신을 팔아버렸다. 게다가 그녀는 어느 한 남자의 내연녀가 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하니 그녀는 정말로 이대로 죽고 싶었다.그녀의 마음은 이미 죽어버렸다.잔잔하기 그지없었던 바다 또한 쥐죽은 듯이 고요하였다. 바다는 그녀의 몸은 바다 깊은 곳, 먼 곳까지 이끄는 것 같았다.그렇게 얼마나 바닷속에 떠다녔을까.칠흑 같던 어둠이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밝은 빛이 수평선 위로 천천히 떠 올랐다.그녀는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여전히 바닷속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발버둥을 치지 않았고 삶에 대한 의지와 욕구도 없었다.마치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그러다 물고기 잡으러 나선 어부가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다.“세상에, 저거 사람 아니여?”“정말로 사람이네!”어부는 배를 윤성아가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들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윤성아가 살아있었던 것이었다.“아가씨, 괜찮아?”“걱정하지 마. 괜찮아! 그렇게 가만히 있어 봐. 움직이지 말고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올라올 수 있을 겨.”“내가 지금 바로 구해줄 테니께!”윤성아는 마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어부가 바로 바다로 뛰어내렸다. 그리곤 윤성아가 있는 곳으로 헤엄쳐 그녀를 안고 이내 자신의 배로 올라왔다.어부는 대략 50대로 보였고 정직하고 무던하며 소탈한 모습이었다.어부는 이미 두 눈에 빛을 잃은 윤성아를 보며 마치 아버지처럼 걱정 가득한 모습으로 물었다.“아가씨, 왜 말을 안 혀?”“무슨 일인겨?”“설마 실수로 바다에 빠져든 건 아니지?”어부는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계속 말을 걸어왔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다 그녀가 갑자기 반응을 보였다. 아주 갑작스럽게 비통하게 울기 시작
그렇게 윤성아는 나엽과 함께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마을을 떠나기 전, 나엽은 그녀를 구해준 신명철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잊지 않고 돈까지 두둑하게 챙겨주었다. 윤성아도 그런 그를 말리지 않았다.그녀는 그 빚을 기억하기로 했고 속으로 나중에 돈을 벌면 갚기로 생각했다.그렇게 날이 지나고...윤성아의 혀도 점차 회복되었다.그녀가 당했던 모든 것과 그로 인해 받았던 마음의 상처 또한 의사가 치료해 주고 있었고 나엽의 보살핌 하에 점차 나아지게 되었다.윤성아와 나엽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퇴원한 후 그녀는 나엽의 별장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나엽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윤성아는 낮에는 끼니와 빨래, 청소 등 집안일을 해주었고 저녁에는 야간대학교에 신청하였다.윤성아는 계속 공부가 하고 싶었다.비록 예전 그녀의 학력은 고졸이었고 대학도 못 다녀보았지만, 이제는 달랐다.그녀는 이미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야간대 신입생이기도 했다. 그녀는 전에 못다 한 공부와 남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대학 생활을 전부 해볼 생각이었다.그리고 더 충실한 나날을 보내기 위해,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나엽에 빚진 돈을 갚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한 달 전, 윤성아는 베린 그룹의 비서직에 취직하게 되었다. 비록 그녀의 학력은 한참이나 부족했지만, 경력이 있었기에 다행히 취직 성공하게 된 것이었다.게다가 베린 그룹의 대표님은 꽉 막힌 사람이 아니었고 그녀의 가치 또한 높게 보고 있었다.윤성아는 그렇게 매일 야간대 수업을 들으면서 베린 그룹의 비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그녀는 나엽의 별장을 청소해 주거나 그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아주 충실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그녀는 마치 이미 과거의 모든 것과 작별을 하고 과거에 받은 모든 상처를 잊어버린 듯했다. 그러나...여전히 지금과 같이 고요한 밤이 찾아오면 윤성아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그녀는 자신을 팔아버린 윤정월과 도박쟁이 계부, 그리고 아픈 동생이 떠올
안효주는 안씨 가문 둘째 딸이라는 신분으로 원이림과 약속을 정했다.베린 그룹과 한연 그룹은 애초에 줄곧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마침 의논할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었다.연락을 받은 원이림은 비록 안효주의 약속을 받아들였지만 안진강이 왜 자신의 딸을 보내려고 했는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가 알기로는 안진강은 안효주를 전혀 자신의 회사에 들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시간은 흘러 오후가 되었다.어느 한 카페에서.원이림은 소문으로만 전해 듣던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윤성아를 만난 줄 알았다.그는 다소 확신이 서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윤 비서?”안효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 대표님, 전 윤 비서가 아닙니다.”“저는 안효주라고 해요. 일전에 연락 드린 한연 그룹 대표님의 딸이에요.”“...”원이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안효주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안효주가 윤성아와 너무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다만 둘은 또 차이가 있었다.비록 얼굴은 거의 똑같았지만 몸에 밴 습관이나 그에게 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안효주는 운성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었고 태어날 때부터 다이아 수저를 들고 태어난 사람이었다.그녀에게서는 재벌가 아가씨라는 오만함이 느껴졌다.그러나 윤성아는 성격이 차가운 사람이었다. 비록 겉으로도 차가워 보였지만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한 번만 잘해줘도 윤성아는 배로 은혜를 갚는 사람이었다.윤성아는 아주 청순하고 순결해 보였고 마치 아무런 색도 물들지 않은 하얀 백합꽃 같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아껴주고 지켜주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했다.“네, 확실히 아니네요.”원이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자리에 앉아 쌀쌀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태도를 보이며 안효주를 향해 이어서 말했다.“그래서 한연 그룹의 둘째 딸이 저에겐 무슨 용건이 있는 거죠?”안효주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
그러나 강주환의 입술이 안효주의 입술에 바로 닿기 직전에 멈춰버렸다. 그는 또 안효주 몸에서 전에 맡았던 역겨운 냄새를 맡게 되었다. 그것은 향수가 아닌 그녀의 체향이었다...안효주는 강주환이 향수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미 지난번에 질색하며 그녀에게 뿌리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안효주 또한 그의 말대로 향수를 뿌리지 않았다.하지만 사람마다 느껴지는 체향은 다 달랐다.4년 동안 강주환은 이미 윤성아의 체향에 익숙되어 있었고 그녀의 체향만 맡아도 그는 흥분되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의 체향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강주환은 칠흑 같은 두 눈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아무리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체향까지 달라질 수 없지는 않나?'그의 마음속엔 다시 의심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안효주는 여전히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입술은 닿지 않았다.그녀는 눈을 뜨고 강주환을 보며 말했다.“왜 그래요?”“아무것도.”강주환은 차갑게 식은 얼굴로 그녀를 밀어냈다. 키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이었다.안효주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바로 부드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주환 씨, 식사는 하셨어요? 나가서 뭐 좀 먹고 올까요?”“그래.”강주환은 안효주를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안효주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여전히 차가웠다.식사를 마친 후, 그는 안효주를 데려다주고 바로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주환 씨.”그러나 안효주가 그를 붙잡아 세웠다.“앞으로 저 혼자 여기에 두지 않을 거라면서요. 또 어디를 가는 거예요?”“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너 먼저 들어가서 자.”말을 마친 강주환은 안효주의 손을 뿌리치고 나가버렸다.안효주는 이를 뿌득 갈았다. 그녀는 오늘에야말로 강주환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한편 베린 그룹.윤성아는 운성 안씨 가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