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그가 마음에 품고 있었던 여자가 실종되었다. 소식을 듣게 된 순간부터 그는 주체할 수 없는 공허감을 느끼게 되었고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윤성아,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그녀는 그가 알고 있던 여자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그녀를 보니 나엽은 마음의 안식처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비록 아직도 마음속 한구석이 공허하긴 했지만 숨을 쉴 수가 있었다.윤성아는 멈칫하였다.그녀는 이내 아주 침착한 얼굴로 계속 그릇에 된장국을 끓였다.부드럽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나엽을 향해 말했다.“얼른 이것들을 식탁으로 가져다 놔줘요. 밥까지 그릇에 담아서 식탁에 가져다 두면 된장국도 완성되어 있을 거예요.”“알았어요!”나엽은 음식을 들고 식탁으로 갔다.그리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 향긋한 밥을 퍼서 가져다 놓았고 이번에는 수저를 가지러 주방으로 돌아왔다.그는 수저를 자신과 윤성아의 자리에 가지런하게 놓았다.그가 세팅을 마치자마자 윤성아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두 사람은 그렇게 함께 식사하였다.전부 그가 좋아하던 음식이었기에 그는 식사가 아주 즐거웠다.식사를 마친 뒤.윤성아는 나엽을 향해 입을 열었다.“식사 다했으면 그릇을 그냥 싱크대에 놓아요. 이따 제가 씻을게요.”“전 먼저 서재로 가서 일 좀 하고 있을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가려 했다.“성아 씨.”나엽이 그녀를 불러세웠다.“베린 그룹으로 출근 안 하면 안 돼요? 그냥 이렇게 이 집에서 나한테 음식을 만들어 주고 청소해 주면 되잖아요.”“내가 말했었잖아요. 성아 씨 먹여 살릴 돈은 있다고요.”윤성아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두 손, 두 발이 다 있는데 왜 나엽 씨가 나를 먹여 살려요?”나엽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윽한 눈길로 윤성아를 보며 말했다.“난 성아 씨와 결혼하고 싶어요.”“성아 씨, 나의 아내가 되어줘요.”“나랑 결혼해요. 내가 평생을 먹여 살릴게요. 네?”이런 말
윤성아는 발버둥을 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삶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계부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과 믿었던 엄마가 자신을 팔아버렸다. 게다가 그녀는 어느 한 남자의 내연녀가 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하니 그녀는 정말로 이대로 죽고 싶었다.그녀의 마음은 이미 죽어버렸다.잔잔하기 그지없었던 바다 또한 쥐죽은 듯이 고요하였다. 바다는 그녀의 몸은 바다 깊은 곳, 먼 곳까지 이끄는 것 같았다.그렇게 얼마나 바닷속에 떠다녔을까.칠흑 같던 어둠이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밝은 빛이 수평선 위로 천천히 떠 올랐다.그녀는 드디어 빛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여전히 바닷속에 잠겨 있었다. 그녀는 발버둥을 치지 않았고 삶에 대한 의지와 욕구도 없었다.마치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가만히 있었다.그러다 물고기 잡으러 나선 어부가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다.“세상에, 저거 사람 아니여?”“정말로 사람이네!”어부는 배를 윤성아가 있는 방향으로 돌렸다. 가까이에서 보니 그들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윤성아가 살아있었던 것이었다.“아가씨, 괜찮아?”“걱정하지 마. 괜찮아! 그렇게 가만히 있어 봐. 움직이지 말고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올라올 수 있을 겨.”“내가 지금 바로 구해줄 테니께!”윤성아는 마치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어부가 바로 바다로 뛰어내렸다. 그리곤 윤성아가 있는 곳으로 헤엄쳐 그녀를 안고 이내 자신의 배로 올라왔다.어부는 대략 50대로 보였고 정직하고 무던하며 소탈한 모습이었다.어부는 이미 두 눈에 빛을 잃은 윤성아를 보며 마치 아버지처럼 걱정 가득한 모습으로 물었다.“아가씨, 왜 말을 안 혀?”“무슨 일인겨?”“설마 실수로 바다에 빠져든 건 아니지?”어부는 걱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계속 말을 걸어왔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말이다. 그러다 그녀가 갑자기 반응을 보였다. 아주 갑작스럽게 비통하게 울기 시작
그렇게 윤성아는 나엽과 함께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마을을 떠나기 전, 나엽은 그녀를 구해준 신명철에게 고마움을 전하면서 잊지 않고 돈까지 두둑하게 챙겨주었다. 윤성아도 그런 그를 말리지 않았다.그녀는 그 빚을 기억하기로 했고 속으로 나중에 돈을 벌면 갚기로 생각했다.그렇게 날이 지나고...윤성아의 혀도 점차 회복되었다.그녀가 당했던 모든 것과 그로 인해 받았던 마음의 상처 또한 의사가 치료해 주고 있었고 나엽의 보살핌 하에 점차 나아지게 되었다.윤성아와 나엽은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퇴원한 후 그녀는 나엽의 별장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나엽에게 보답을 하기 위해 윤성아는 낮에는 끼니와 빨래, 청소 등 집안일을 해주었고 저녁에는 야간대학교에 신청하였다.윤성아는 계속 공부가 하고 싶었다.비록 예전 그녀의 학력은 고졸이었고 대학도 못 다녀보았지만, 이제는 달랐다.그녀는 이미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야간대 신입생이기도 했다. 그녀는 전에 못다 한 공부와 남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대학 생활을 전부 해볼 생각이었다.그리고 더 충실한 나날을 보내기 위해,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나엽에 빚진 돈을 갚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한 달 전, 윤성아는 베린 그룹의 비서직에 취직하게 되었다. 비록 그녀의 학력은 한참이나 부족했지만, 경력이 있었기에 다행히 취직 성공하게 된 것이었다.게다가 베린 그룹의 대표님은 꽉 막힌 사람이 아니었고 그녀의 가치 또한 높게 보고 있었다.윤성아는 그렇게 매일 야간대 수업을 들으면서 베린 그룹의 비서 업무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그녀는 나엽의 별장을 청소해 주거나 그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아주 충실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그녀는 마치 이미 과거의 모든 것과 작별을 하고 과거에 받은 모든 상처를 잊어버린 듯했다. 그러나...여전히 지금과 같이 고요한 밤이 찾아오면 윤성아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그녀는 자신을 팔아버린 윤정월과 도박쟁이 계부, 그리고 아픈 동생이 떠올
안효주는 안씨 가문 둘째 딸이라는 신분으로 원이림과 약속을 정했다.베린 그룹과 한연 그룹은 애초에 줄곧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마침 의논할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었다.연락을 받은 원이림은 비록 안효주의 약속을 받아들였지만 안진강이 왜 자신의 딸을 보내려고 했는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가 알기로는 안진강은 안효주를 전혀 자신의 회사에 들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녀에게 회사를 물려줄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시간은 흘러 오후가 되었다.어느 한 카페에서.원이림은 소문으로만 전해 듣던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윤성아를 만난 줄 알았다.그는 다소 확신이 서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윤 비서?”안효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 대표님, 전 윤 비서가 아닙니다.”“저는 안효주라고 해요. 일전에 연락 드린 한연 그룹 대표님의 딸이에요.”“...”원이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안효주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안효주가 윤성아와 너무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다만 둘은 또 차이가 있었다.비록 얼굴은 거의 똑같았지만 몸에 밴 습관이나 그에게 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안효주는 운성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었고 태어날 때부터 다이아 수저를 들고 태어난 사람이었다.그녀에게서는 재벌가 아가씨라는 오만함이 느껴졌다.그러나 윤성아는 성격이 차가운 사람이었다. 비록 겉으로도 차가워 보였지만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한 번만 잘해줘도 윤성아는 배로 은혜를 갚는 사람이었다.윤성아는 아주 청순하고 순결해 보였고 마치 아무런 색도 물들지 않은 하얀 백합꽃 같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아껴주고 지켜주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했다.“네, 확실히 아니네요.”원이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자리에 앉아 쌀쌀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태도를 보이며 안효주를 향해 이어서 말했다.“그래서 한연 그룹의 둘째 딸이 저에겐 무슨 용건이 있는 거죠?”안효주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
그러나 강주환의 입술이 안효주의 입술에 바로 닿기 직전에 멈춰버렸다. 그는 또 안효주 몸에서 전에 맡았던 역겨운 냄새를 맡게 되었다. 그것은 향수가 아닌 그녀의 체향이었다...안효주는 강주환이 향수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미 지난번에 질색하며 그녀에게 뿌리지 말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안효주 또한 그의 말대로 향수를 뿌리지 않았다.하지만 사람마다 느껴지는 체향은 다 달랐다.4년 동안 강주환은 이미 윤성아의 체향에 익숙되어 있었고 그녀의 체향만 맡아도 그는 흥분되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의 체향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강주환은 칠흑 같은 두 눈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아무리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체향까지 달라질 수 없지는 않나?'그의 마음속엔 다시 의심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안효주는 여전히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입술은 닿지 않았다.그녀는 눈을 뜨고 강주환을 보며 말했다.“왜 그래요?”“아무것도.”강주환은 차갑게 식은 얼굴로 그녀를 밀어냈다. 키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이었다.안효주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바로 부드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주환 씨, 식사는 하셨어요? 나가서 뭐 좀 먹고 올까요?”“그래.”강주환은 안효주를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안효주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여전히 차가웠다.식사를 마친 후, 그는 안효주를 데려다주고 바로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주환 씨.”그러나 안효주가 그를 붙잡아 세웠다.“앞으로 저 혼자 여기에 두지 않을 거라면서요. 또 어디를 가는 거예요?”“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너 먼저 들어가서 자.”말을 마친 강주환은 안효주의 손을 뿌리치고 나가버렸다.안효주는 이를 뿌득 갈았다. 그녀는 오늘에야말로 강주환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한편 베린 그룹.윤성아는 운성 안씨 가문에
“더군다나 윤 비서는 지금 안효주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심지어 안효주보다 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얼굴이지. 이런 상황에 안효주가 어떻게 나올 것 같아? 그 여자는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윤 비서를 콕 집어 말했지. 그 기회를 틈 타 윤 비서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겠어?”원이림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난 이미 분명히 말했어. 윤 비서는 우리 베린의 사람이고 난 당연히 윤 비서를 지킬 의무가 있어. 이번 프로젝트를 절대 윤 비서가 맡을 일은 없을 거야. 별 다른 용건이 없다면 그만 나가 봐.”윤성아는 하는 수 없이 대표이사실을 나가게 되었다.대표이사실을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원이림은 그녀가 문을 닫고나서야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하... 겉으로는 차갑고 쉽게 다가갈수 없는 분위기를 내면서 이렇게 단순한 모습을 보이면 내가 지켜주고 싶어지잖아.”사실 원이림은 윤성아를 그녀가 취직하기도 전부터 알고 있었다.다만 윤성아가 그들이 예전에 우연히 만났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날은 비가 엄청 내리던 날이었다. 원이림의 차는 갑자기 도로에서 고장나게 되었고 그는 바로 개인 비서에게 연락해 차를 맡겼다.급한 일이 있었던 그는 차를 그자리에 내버려 둔채 비를 뚫고 달렸다.그는 너무나도 급하게 달렸던 나머지 맞은 편에서 자전거를 탄 윤성아를 발견하지 못했고 윤성아는 그대로 넘어지게 되었다. 그는 바로 그녀에게 물었다.“괜찮아?”그때의 윤성아는 기껏해야 예닐곱살로 되어 보였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인 듯했다.비가 너무 세게 내리고 있었던데다가 그녀가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던 마음에 자전거 페달을 밟는 속도도 빨라지게 된 것이었고 갑자기 나타난 원이림에 급하게 자전거를 세웠다. 그녀는 미처 피하지 못한 채 그만 넘어지고 말았고 바닥에 세게 부딪히게 되었다.그때의 계절은 여름이었기에 옷도 아주 얇게 입었었다.원이림은 피가 나는 그녀의 손바닥과 팔꿈치, 그리고 다리 관절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미
원이림이 답했다.“에이, 그렇게까지는 아니죠.”원승진이 화낼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어투로 말했다.“전 그냥 아버지한테 제가 배워온 훌륭한 전통을 보여드리고 싶었을 뿐이죠. 최대한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를 갖는 거죠.”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의 머릿속엔 또다시 한연 그룹과의 협력이 떠올랐다.그는 안효주가 대체 갑자기 왜 윤성아를 콕 집어 말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그는 윤성아를 지켜주고 싶었고 더 많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으며 이유도 모른 채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당하는 꼴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그는 내선전화로 자신의 개인 비서에게 연락했다.“안씨 가문의 상황을 알아 와. 특히 그 집 둘째 딸에 대해서.”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금요일 저녁이 되었다.윤성아는 퇴근 후 나엽의 별장으로 돌아왔다.그녀가 별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널브러져 이미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TV를 보고 있는 나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심지어 과자 한 봉지까지 들려 있었다.그의 행동 하나부터 열까지 전혀 그 유명한 톱배우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윤성아는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꺼내 그런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고 SNS 계정에 올리면 분명 엄청난 인기를 끌 것으로 생각했다. 나엽에게 푹 빠진 팬들은 분명 갭 차이가 큰 자신의 연예인을 더욱 좋아하게 될 것이었다.인기척을 들은 나엽은 윤성아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잔뜩 토라진 아이처럼 말했다.“성아 씨, 왜 이제야 오는 거예요? 배고파서 죽을 뻔했잖아요!”윤성아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게 되었다.그녀는 티 없이 맑은 두 눈으로 나엽을 보면서 말했다.“어린아이처럼 왜 그래요? 배고프면 알아서 먹으면 되잖아요.”나엽의 눈꼬리가 추욱 내려갔다.“나도 그러고 싶은데, 내가 만든 건 성아 씨가 만든 것보다는 맛이 없단 말이에요
자신이 예전에 언니한테 했던 일을 만약 부모님이 알게 된다면 분명 그녀를 지금처럼 좋아해 주지 않을 것이었다.애초에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보다 안효연을 더 좋아했다.게다가 그녀가 한 짓이 까발려지게 되면 그녀가 감방에 가게 될 가능성이 아주 컸고 인생도 그렇게 망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안효주의 두 눈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절대 자신의 언니를 산채로 부모님의 곁으로 돌아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그럴 리가 없어!'안효주의 표정이 점차 냉정해졌다. 그녀는 일전에 이미 윤성아의 출신을 샅샅이 조사를 해보았기 때문이다. 윤성아는 영주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었고 윤정월의 혼외자식이었으며 어릴 때부터 영주시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랬기에 윤성아는 절대 그녀의 언니일 리가 없었다!바로 이때, 나엽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안효주, 성아 씨는 네 언니가 아니야. 그러니까 해칠 생각하지 마.”“그래, 맞아. 너도 아는구나? 우리 언니가 아닌 거 말이야.”안효주가 차갑게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건데? 난 그냥 그 여자가 나랑 똑같이 생겼다고 하길래 궁금했을 뿐이야. 일부러 우리 언니 행세를 하고 다니는 건 아닌지 말이지. 그거 봐. 너도 그 여자한테 넘어갔잖아, 아니야?”어이가 없음을 느낀 나엽은 웃음만 흘러나왔고 이내 다시 증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안효주, 넌 기억력이 나쁜 거냐, 아니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냐? 성아 씨가 널 닮았다고? 하! 정말 어이가 없어서. 넌 네 얼굴이 어땠는지 기억 안 나냐? 아직도 모르겠어?”나엽은 적개심 가득한 어투로 안효주에게 현실을 알려주었다.“잊었나 본데, 네 얼굴은 애초에 네 거 아니잖아. 예전 너의 모습은 정말로 평범하기 그지없었지. 효연이 옆에 있으면 넌 영원히 효연이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그런 못난 오리 새끼였다고!”그의 말에 안효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그녀의 외모는 확실히 평범하기 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