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군다나 윤 비서는 지금 안효주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심지어 안효주보다 더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얼굴이지. 이런 상황에 안효주가 어떻게 나올 것 같아? 그 여자는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윤 비서를 콕 집어 말했지. 그 기회를 틈 타 윤 비서를 괴롭히려는 게 아니겠어?”원이림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난 이미 분명히 말했어. 윤 비서는 우리 베린의 사람이고 난 당연히 윤 비서를 지킬 의무가 있어. 이번 프로젝트를 절대 윤 비서가 맡을 일은 없을 거야. 별 다른 용건이 없다면 그만 나가 봐.”윤성아는 하는 수 없이 대표이사실을 나가게 되었다.대표이사실을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원이림은 그녀가 문을 닫고나서야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하... 겉으로는 차갑고 쉽게 다가갈수 없는 분위기를 내면서 이렇게 단순한 모습을 보이면 내가 지켜주고 싶어지잖아.”사실 원이림은 윤성아를 그녀가 취직하기도 전부터 알고 있었다.다만 윤성아가 그들이 예전에 우연히 만났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날은 비가 엄청 내리던 날이었다. 원이림의 차는 갑자기 도로에서 고장나게 되었고 그는 바로 개인 비서에게 연락해 차를 맡겼다.급한 일이 있었던 그는 차를 그자리에 내버려 둔채 비를 뚫고 달렸다.그는 너무나도 급하게 달렸던 나머지 맞은 편에서 자전거를 탄 윤성아를 발견하지 못했고 윤성아는 그대로 넘어지게 되었다. 그는 바로 그녀에게 물었다.“괜찮아?”그때의 윤성아는 기껏해야 예닐곱살로 되어 보였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인 듯했다.비가 너무 세게 내리고 있었던데다가 그녀가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던 마음에 자전거 페달을 밟는 속도도 빨라지게 된 것이었고 갑자기 나타난 원이림에 급하게 자전거를 세웠다. 그녀는 미처 피하지 못한 채 그만 넘어지고 말았고 바닥에 세게 부딪히게 되었다.그때의 계절은 여름이었기에 옷도 아주 얇게 입었었다.원이림은 피가 나는 그녀의 손바닥과 팔꿈치, 그리고 다리 관절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미
원이림이 답했다.“에이, 그렇게까지는 아니죠.”원승진이 화낼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어투로 말했다.“전 그냥 아버지한테 제가 배워온 훌륭한 전통을 보여드리고 싶었을 뿐이죠. 최대한 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를 갖는 거죠.”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의 머릿속엔 또다시 한연 그룹과의 협력이 떠올랐다.그는 안효주가 대체 갑자기 왜 윤성아를 콕 집어 말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그는 윤성아를 지켜주고 싶었고 더 많은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으며 이유도 모른 채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당하는 꼴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그는 내선전화로 자신의 개인 비서에게 연락했다.“안씨 가문의 상황을 알아 와. 특히 그 집 둘째 딸에 대해서.”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금요일 저녁이 되었다.윤성아는 퇴근 후 나엽의 별장으로 돌아왔다.그녀가 별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널브러져 이미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TV를 보고 있는 나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심지어 과자 한 봉지까지 들려 있었다.그의 행동 하나부터 열까지 전혀 그 유명한 톱배우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윤성아는 당장이라도 휴대폰을 꺼내 그런 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고 SNS 계정에 올리면 분명 엄청난 인기를 끌 것으로 생각했다. 나엽에게 푹 빠진 팬들은 분명 갭 차이가 큰 자신의 연예인을 더욱 좋아하게 될 것이었다.인기척을 들은 나엽은 윤성아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잔뜩 토라진 아이처럼 말했다.“성아 씨, 왜 이제야 오는 거예요? 배고파서 죽을 뻔했잖아요!”윤성아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게 되었다.그녀는 티 없이 맑은 두 눈으로 나엽을 보면서 말했다.“어린아이처럼 왜 그래요? 배고프면 알아서 먹으면 되잖아요.”나엽의 눈꼬리가 추욱 내려갔다.“나도 그러고 싶은데, 내가 만든 건 성아 씨가 만든 것보다는 맛이 없단 말이에요
자신이 예전에 언니한테 했던 일을 만약 부모님이 알게 된다면 분명 그녀를 지금처럼 좋아해 주지 않을 것이었다.애초에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보다 안효연을 더 좋아했다.게다가 그녀가 한 짓이 까발려지게 되면 그녀가 감방에 가게 될 가능성이 아주 컸고 인생도 그렇게 망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살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안효주의 두 눈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절대 자신의 언니를 산채로 부모님의 곁으로 돌아오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그럴 리가 없어!'안효주의 표정이 점차 냉정해졌다. 그녀는 일전에 이미 윤성아의 출신을 샅샅이 조사를 해보았기 때문이다. 윤성아는 영주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었고 윤정월의 혼외자식이었으며 어릴 때부터 영주시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랬기에 윤성아는 절대 그녀의 언니일 리가 없었다!바로 이때, 나엽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안효주, 성아 씨는 네 언니가 아니야. 그러니까 해칠 생각하지 마.”“그래, 맞아. 너도 아는구나? 우리 언니가 아닌 거 말이야.”안효주가 차갑게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걸 알면서도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건데? 난 그냥 그 여자가 나랑 똑같이 생겼다고 하길래 궁금했을 뿐이야. 일부러 우리 언니 행세를 하고 다니는 건 아닌지 말이지. 그거 봐. 너도 그 여자한테 넘어갔잖아, 아니야?”어이가 없음을 느낀 나엽은 웃음만 흘러나왔고 이내 다시 증오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안효주, 넌 기억력이 나쁜 거냐, 아니면 머리에 문제가 있는 거냐? 성아 씨가 널 닮았다고? 하! 정말 어이가 없어서. 넌 네 얼굴이 어땠는지 기억 안 나냐? 아직도 모르겠어?”나엽은 적개심 가득한 어투로 안효주에게 현실을 알려주었다.“잊었나 본데, 네 얼굴은 애초에 네 거 아니잖아. 예전 너의 모습은 정말로 평범하기 그지없었지. 효연이 옆에 있으면 넌 영원히 효연이를 더 돋보이게 만드는 그런 못난 오리 새끼였다고!”그의 말에 안효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그녀의 외모는 확실히 평범하기 그지
그리고 한연 그룹이 계속 베린 그룹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냐, 안 하냐에 관해서 윤성아는 당연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기에 안효주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안효주가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할 줄은 몰랐다.윤성아는 담담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안효주 씨, 전 한연 그룹이 아주 성숙한 기업이라고 생각해요. 협력에 관한 일에도 분명 더 적합한 회사를 고르려고 하겠죠. 한연 그룹과 베린 그룹이 이렇게 오랜 기간 협력해왔다는 건 그만큼 베린 그룹이 제일 적합하다는 뜻이죠. 만약 다른 말도 안 되는 사적인 이유로 한연 그룹에서 베린 그룹과의 협력을 거절한다면, 전 손실을 보는 쪽이 저희 베린 그룹뿐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거든요!”안효주의 성형 명령을 거절한 윤성아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는 얼굴로 안효주를 보며 마지막까지 말을 이어갔다.“그러니 협력에 관해서 안효주 씨가 더 명석한 선택을 하길 바랄게요.”말을 마친 윤성아는 예의상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버렸다.안효주는 그런 그녀가 증오스러워 미칠 것 같았다.‘짜증 나는 년, 돈을 줘도 성형을 안 하겠다고?! 그렇게 나랑 같은 얼굴로 살겠다는 거야?! 감히?'윤성아가 성형도 한 적이 없이 안효연과 똑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더욱 짜증이 치솟았다. 그녀는 여러 차례 성형을 해서야 겨우 안효연과 똑같아지게 된 것이었다. 안효주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윤성아에 대한 증오심이 더욱 깊어져만 갔다.‘빌어먹을 년이 강주환의 불륜녀였던 것도 모자라 이젠 나엽을 꼬시다니...'“제기랄!”안효주는 욕설을 내뱉었다.바로 이때, 룸의 문이 열렸다.강주환이었다. 그는 마침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안효주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녀가 내뱉은 욕설 또한 듣게 되었다.“왜 그래? 누가 널 화나게 한 건데? 예전에도 이렇게까지 화낸 적은 없었잖아.”안효주는 강주환이 나타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놀란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강주환이 문을 밀고 들어오는 순간 그녀는 바
‘그럼 내 앞에 나타난 안효주는 대체 뭐지? 안씨 가문의 성형한 둘째 딸이라는 건가?'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강주환은 자신이 진하상에게 안효주와 윤정월의 유전자 검사를 시킨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검사 결과엔 명백히 윤정월이 안효주의 친모라고 나와 있었다.‘혹시 윤정월이 쌍둥이를 낳은 거 아닌가? 어떻게 기억을 잃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침 안씨 가문 둘째 딸이랑 이름이 겹친 건가?'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아직 정확한 근거를 찾기 전까지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 같았다.하지만 뭐가 어떻게 되었든, 강주환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여자가 윤성아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진짜 윤성아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윤성아랑 똑같이 생긴 본가가 운성시에 있다는 안효주는 정말 우연히 내 앞에 나타나 내가 착각하게 만든 건가? 아니면 일부러 다른 꿍꿍이를 갖고 나타난 건가?'바로 이때, 진하상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자료에서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 3년 전에 자신의 얼굴을 언니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을 했다고 했으니까 대표님 앞에 나타난 안효주 씨는 사실 평범하게 생긴 그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 아닐까요?”“비록 안효주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운성시에 몇이나 되었지만, 윤 비서랑 똑같이 생긴 사람은 그 사람뿐이었거든요.”진하상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런데 이상하네요.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 어떻게 윤정월 씨와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거죠? 두 사람이 모녀 사이라니 말도 안 되잖아요.”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진하상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되지 않았고 오히려 머리만 아파졌다. 그래서 그는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여하간에 이 일을 그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강주환도 일단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그는 지금 자신의 앞에 나타난 안효주라는 여자가 윤정월의 친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분명 윤성아와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다른 건 어차피 차차 알아가면 되는 일이었다.강주환은
그녀는 촬영장 밖에서 휴대폰을 꺼내 나엽에게 문자를 보냈다.「촬영 끝났어요? 촬영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운성시로 놀러 가자고 했잖아요.」마침 촬영을 끝낸 나엽은 휴대폰을 들자마자 윤성아가 보낸 문자를 확인하게 되었다.「방금 촬영이 끝났어요. 조금만 기다려줘요. 옷 갈아입고 바로 갈게요!」나엽은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답장을 했다. 그리고 이내 대기실로 달려가 빠르게 메이크업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었다.촬영장에서 허둥지둥 빠져나온 그는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멀지 않은 곳에 서서 휴대폰을 보고 있는 윤성아를 발견하게 되었다. 나엽은 바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성아 씨!”들려오는 소리에 윤성아는 고개를 들었다.나엽이 그녀를 불렀다.“거기 그대로 있어요. 내가 차를 가지고 갈게요.”그는 차를 끌고 윤성아가 있는 곳으로 가 그녀를 태우고는 함께 운성시로 출발했다.운성시로 간 두 사람은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나엽이 윤성아와 함께 운성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찍히게 되었다.다만 운성시의 파파라치는 윤성아를 안효주로 착각하게 되었다.그렇게 기사가 하나 뜨게 되었다.「톱스타 나엽, 데이트 현장 포착! 여자친구는 안씨 가문의 둘째 딸로 밝혀져...」기사가 올라오자마자 바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언론은 초토화되었다.나엽은 다재다능한 연예인이었고 이름이 낙엽과 비슷하다고 하여 그들의 팬들은 친근하게 그를 애칭으로 ‘낙엽이'라고 불렀다.그의 팬들은 이런 댓글을 남겼다.「세상에, 우리 낙엽이가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랑 연애를 한다고? 비록 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 예쁘고 가문 배경도 좋긴 하지만! 낙엽이는 우리 거야!」「가짜 소식 아니에요?」「윗댓분, 저도 님처럼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하지만 두 사람 정말 엄청 친해 보여요!」그러자 안효주를 질투한 누군가가 찌라시를 댓글에 올렸다.「안씨 가문의 둘째 딸이라는 분, 예전에 저런 얼굴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저 분이 재벌가 사
자신이 윤성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모습이 몰래 따라붙은 파파라치에게 찍혀 기사로 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윤성아가 안효주가 아니냐는 반응에 나엽은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제가 안효주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매니저가 물었다.“그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나엽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는 윤성아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윤성아를 지켜주고 싶었다. 자신의 팬들이 또다시 윤성아를 공격하는 꼴을 보고 싶지도 않았다.“어쨌든 그런 거 아니에요!”나엽은 자신의 매니저에게 말했다.“얼른 기획사 관련 부서에 전해서 처리해 달라고 전하세요. 전 연애를 한 적이 없고 그 상대가 안효주일 리는 더더욱 없으니까요!”이 사건으로 더욱 많은 매체에서 그에게 눈길을 돌렸고 그에 대한 더 많은 스캔들을 단독으로 터뜨리려 했다.나엽은 하는 수 없이 윤성아와 따로 지내기로 했다.그와 윤성아는 각자 따로 영주시로 돌아가기로 했고 그는 윤성아에게 말했다.“일단 며칠 동안은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그러니까 안심하고 별장으로 가요. 파파라치도 거기까진 찾아내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요. 이 일은 곧 묻히게 될 거고 절대 성아 씨가 연루되게 하진 않을 거예요.”윤성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혼자 교통수단을 이용해 영주시로 돌아왔고 이내 자신의 업무를 계속 이어갔다.차를 운전해 영주시로 돌아온 나엽은 곧장 그의 전셋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매니저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기사를 내달라고 했다.그는 자신의 팬들에게 누구와도 연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고 사진 속의 여자는 그저 단순한 친구 사이라며 함께 거리를 돌다 우연히 찍힌 거라며 해명했다.그리고 그날 오후.안효주는 나엽의 전셋집으로 찾아왔다.아주 호화스러운 동네의 이름은 스카이 팰리스였고 대다수의 유명 인사, 그리고 나엽 같은 톱스타들이 살고 있었다.보안이 철저했던 스
안효주는 이내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응.”강주환이 드디어 그녀의 부름에 대꾸를 하였다.하지만 그저 대답만 했을 뿐 차 안에서는 정적만 맴돌았다.조수석에 앉은 안효주는 끊임없이 운전석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무언가 궁금한 듯했지만, 혹여라도 말실수를 하게 될까 두려웠다.그녀는 하는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차는 호진 그룹의 입구에 멈춰서게 되었다.강주환은 안효주를 보며 말했다.“내려.”“...”안효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촉촉해진 눈가로 강주환을 보았다.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파트로 돌아가. 아니면 아무 데나 알아서 가. 난 출근할 거니까.”안효주는 여전히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촉촉한 눈길로 강주환을 보았다.“나를 여기에 내려다 주고 그냥 가는 거예요?”강주환이 답했다.“그렇지 않으면?”그의 태도는 싸늘했다.안효주는 더는 그의 심기를 건드릴 수가 없었다.“알았어요. 주환 씨, 난 아파트로 갈 거예요.”그녀는 기대하는 얼굴로 남자를 보았다.“이따 저녁에 올 거죠? 난 정말 나엽과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란 말이에요! 앞으로도 절대 만나는 일 없을 거예요.”“그래.”강주환이 대충 대답을 했다.안효주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그는 호진 그룹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주차를 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이사실로 올라갔다.그는 일할 기분이 아니었다.의자에 한참이나 앉아 있었던 그는 이내 내선전화로 호출했다.“나엽을 불러와.”“네.”곧이어 나엽이 그를 찾아왔다.대충 노크를 한 나엽은 바로 대표이사실로 들어와 강주환의 앞에 섰다. 그는 반짝이는 두 눈으로 의자에 앉은 강주환을 보고 있었다. 살짝 눈썹이 꿈틀 올린 그가 차갑게 물었다.“저를 찾으신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시죠?”강주환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 안효주 씨랑 사귀고 있는 거냐?”나엽은 미소를 짓더니 오히려 강주환에게 되물었다.“대표님, 제 매니저가 내놓은 공식 입장을 못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