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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계속 생각나는 그녀

작가: 권시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강주환은 송유미를 떼어내며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넌 이제 내 약혼녀야. 그리고 앞으로는 내 아내가 될 거야. 네가 가져야 할 건 빠짐없이 네 것이 될 거야. 돈이든 지위든, 내 아내라는 신분이든. 그리고 넌 아이를 가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이상은 바라지 마.”

“내가 밖에서 하는 일은 상관하지 말길 바라.”

송유미가 눈물을 떨구며 남자를 쳐다봤다.

“나한테 정말 이렇게 잔인하게 굴 거야? 주환아, 어떤 여자가 남편이 밖에서 애인에게 돈을 주는 걸 견딜 수 있을까?”

그러자 강주환이 차갑게 웃었다.

“우리 두 집안은 가문의 이익을 위해 아무런 감정이 없는 혼인을 ‘계약’했어. 그러니 이런 일이 있는 건 정상이 아닐까? 네 아버지만 해도 밖에 여자가 하나만 있는 건 아니잖아.”

“...”

침묵하던 송유미가 결심한 듯 말했다.

“그래, 상관하지 않을 수 있어! 네가 윤 비서와 뭘 하든 괜찮아. 계속 돈을 준다고 해도 괜찮아! 내 명성, 아니, 내 모든 것에 영향 주지만 않는다면.”

“하지만..”

송유미는 다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주환아, 난 네 약혼녀야. 지금 바로 날 가져줘. 응?”

강주환은 미간을 구겼다.

송유미는 확실히 예쁘고 몸매도 좋았다. 그런 그녀가 안기며 안아달라 하는데 약혼까지 한 사이에 그가 거절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다!

“결혼하고 얘기해. 지금은 관심 없어.”

차갑게 뒤돌아서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송유미는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강주환의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호텔에 남아 그를 기다렸다.

그날 밤, 계약을 맺을 사업 파트너를 만나 많은 술을 마신 강주환이 호텔로 돌아오자 송유미가 그를 맞이했다.

“왔어, 주환아?”

“응.”

“술 많이 마셨네. 해장국 끓여줄까?”

로열 스위트룸의 주방으로 걸어 들어가며 송유미가 말했다.

강주환이 소파에 앉아 약간 불그레한 눈빛으로 송유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윤성아를 떠올렸다.

여리지만 굴곡진 몸매를 가진 그녀. 그녀는 해장국을 끓여 조심스럽게 그의 앞에 내려놓고 눈을 살짝 내리깐 채 마치 명령에 복종하듯이 천천히 그에게 먹여줬었다...

“입으로 먹여줘.”

그가 명령했을 때, 윤성아의 자그마한 얼굴에 놀라운 빛이 스쳤다.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던 그녀는 거절할 수도, 거절할 용기도 없어 그의 명령에 따랐다...

그 모습에 그는 단번에 달아올랐고 키스하며 그녀를 자기 몸 아래에 가뒀다.

그녀의 몸은 부드럽고 향긋했다.

...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을 뿐인데 강주환은 벌써 입이 바싹 바르며 윤성아가 그리워졌다. 지금 당장 그녀를 끌어안고 한껏 괴롭혀주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다.

어떡하지? 아직 돌아가려면 이틀이나 남았다.

하지만 뜨겁게 달궈진 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강주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욕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틀자 찬물이 쏟아져나왔고 그는 꿋꿋하게 찬물을 맞으며 버텼다.

“주환아, 해장국 좀 마셔봐.”

국을 들고 방으로 들어온 송유미는 아무도 없는 것을 발견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그곳을 바라보니 반투명의 유리 너머 희미하지만 또렷한 남자의 우람한 몸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녀의 몸이 얼굴과 함께 달아올랐다.

이 남자는 그녀의 것이다. 발리에 온 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오늘 그가 술을 마셨으니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두 사람의 관계를 더 끈적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끓인 해장국을 보며 송유미가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녀는 특별히 이 안에 정기를 북돋는 노용과 같은 약재를 넣었다. 때가 되면...

‘오늘 밤 반드시 강주환의 여자가 될 거야. 영주시에 돌아가면 윤성아 그 빌어먹을 년이 꼬리 칠 텐데 나한테 너무 불리해.’

송유미는 해장국을 침대 머리맡에 놓고 떠났다. 하지만 씻고 나온 강주환은 해장국을 흘긋 보더니 건드리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고꾸라져 잠들었다...

반 시간 후, 시간을 재서 다시 나타난 송유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해장국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오늘 밤은 이렇게 실패하고 마는 걸까?

‘절대 안 돼!’

그녀의 뜨거운 눈빛이 침대에서 단잠에 빠진 남자를 훑었다. 그의 조각 같은 얼굴, 굳게 다문 얇은 입술... 잠든 모습마저 고고한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그의 고귀하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 마치 신과도 같은 수려함을 그녀는 소유하고 싶었다! 모든 대가를 치르더라도 상관없었다!

송유미는 잠옷 단추를 하나둘, 풀며 남자의 침대에 천천히 올라갔다.

조심스럽게 이불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한 이불을 덮게되자 심장이 터질듯이 울려댔다.

그녀는 남자의 튼튼한 허리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얼른 머리카락을 헝클고 남자의 옆에 기댄 후, 핸드폰으로 침대에서 나란히 잠든 두 사람의 모습을 찍었다...

영주시.

윤성아는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송유미의 계정이 업데이트되었다. 9장의 사진 속에 그녀와 강주환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함께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발리섬의 해변을 거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몹시 다정했는데 마지막 장은 한 침대에서 나란히 기대 잠든 모습이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사진을 바라봤지만 윤성아는 심장이 쿡쿡 쑤시듯이 아픈 것을 느꼈다.

이내 씁쓸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꺼버렸다.

‘윤성아,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 남자는 이미 약혼했어. 넌 그 남자의 애인일 뿐이야. 나중에 그는 다른 여자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거야. 여기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자격이 없어, 넌.’

...

다음날, 윤성아가 핸드폰을 켜자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

뜻밖에도 윤정월이였다. 양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윤성아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었다.

오늘 엄마의 전화를 받게 되니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윤성아가 말했다.

“엄마?”

“신우가 아파, 병원에 있어!”

윤정월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신우가 아프다고?’

윤성아는 동생이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해 자꾸 병에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갈게요.”

양신우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바로 입원할 것을 요구했고 어두운 표정으로 병세를 전달했다.

“아직 정확한 진단은 나오지 않았어요. 먼저 입원 절차를 밟으세요. 자세한 건 검사 결과가 나오면 다시 얘기하겠습니다.”

윤성아는 별수 없이 양신우와 함께 병원에 남아 결과를 기다렸다.

점심때, 나엽이 전화를 걸어왔다.

“성아 씨, 지금 어디예요?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

나엽에게서 빌린 8천만 원이 떠올랐다. 양지강이 이미 죽어버렸으니 이제 이 돈도 쓸 곳이 없게 되었다.

그녀는 돈을 돌려줄 생각으로 그와 함께 만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장사가 아주 잘 되는 맛집에서 만났다. 식사 때, 나엽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성아를 향해 물었다. “성아 씨, 전에 빌린 8천 만은 갚았지만 그래도 저한테 빚진 거 있죠?”

윤성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

나엽은 함께 광고를 찍을 여자 파트너가 사고를 당해 촬영할 수 없게 되었으니 윤성아가 대신해달라고 부탁했다.

윤성아는 깜짝 놀라며 거절했다.

“아, 안 돼요!”

“왜 안 돼요?”

나엽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성아 씨, 외모나 분위기로 봤을 때, 이번 광고의 여주인공으로 아주 잘 어울려요. 게다가 옆모습만 촬영해요. 성아 씨, 부탁해요, 저 한 번만 도와주세요.”

“알겠어요. 하지만 제가 해내지 못할 수도 있어요...”

결국 나엽과 함께 광고를 찍겠다고 약속했다.

나엽이 찍는 광고 브랜드의 옷으로 갈아입은 윤성아. 하늘색 긴 원피스와 바람에 흩날리는 검은색 긴 머리를 본 나엽은 넋이 나가버렸다.

그는 멍하니 윤성아를 쳐다봤다. 그의 기억 속에 존재하던 소녀가 떠올랐다.

‘닮았어, 너무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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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하던 밤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꼈다. 약간 텁텁하던 공기가 차갑게 바뀌며 거센 바람이 불었다. “우르릉!”천둥소리가 울렸고 곧이어 검은 하늘을 두 동강 내듯이 번개가 번쩍여 하늘이 대낮처럼 밝아졌다가 다시 어둠으로 돌아갔다.방 안.남자의 난폭함을 당해낼 수 없었던 윤성아는 결국 그의 몸 아래에 깔리게 되었다.그가 그녀를 탐하는 모든 순간, 그녀는 견딜 수 없이 괴롭고 싫었다.처음엔 힘을 써서 버둥거리며 반항하다가 나중엔 마치 이미 죽어버린 시체처럼, 영혼 없는 인형처럼 아득하게 깊고 허무한 눈빛을 한 채 가만히 누워있었다.그녀의 몸이 떨려왔다. 시체처럼 누워있는 순간마저도 온몸의 세포가 강주환을 거절하고 있었다.“날 봐!”그가 그녀의 턱을 꽉 붙잡아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그녀의 얼굴을 돌려 억지로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감아버렸다.모욕적이고 역겨웠다.그녀는 진심으로 남자가 더럽게 느껴졌다. 송유미와 섹스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그녀를 건드리다니. 그것도 이런 식으로!역겨움이 몰려왔다.“웁...”윤성아가 참지 못하고 헛구역질했다. 머리가 굉장히 어지러웠고 몸 곳곳이 아픈 것 같았다.마치 심장과 폐를 토해낼 듯한 헛구역질이 이어졌고 나중엔 눈물까지 나왔다.결국 한껏 굳은 얼굴로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강주환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그가 너무 세게 문을 닫는 바람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게 되었다.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고 구역질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 지나서야 차츰 증세가 가라앉았다.자리에서 일어나 욕실에 간 윤성아는 샤워기를 틀었다. 따듯한 물이 정수리에 떨어졌다. 스르륵 주저앉아 두 팔로 자기 무릎을 끌어안은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려왔다.너무 오래 주저앉은 탓에 다시 일어날 때 다리가 저렸다. 깨끗하게 씻고 나서 그녀는 널찍한 샤워 가운으로 갈아입었다. 슬리퍼를 끌며 발코니로 걸어왔다.깜깜한 어둠 속, 거센 바람의 소리가 윙윙 울렸다. 그녀는 발코니에 서서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25화 널 쉽게 놓아줄 것 같아?

    “동생은 꼭 구할게요.”“그래야지!”윤정월은 그렇게 한마디 하곤 윤성아를 보지도 않고 바로 병실로 들어가 버렸다. 윤성아가 따라 들어가자 그녀를 본 양신우는 활짝 웃으며 “누나!”하고 불렀다.“응.”부드럽게 웃으며 윤성아가 대꾸했다.“네가 좋아하던 성수 가로수길 빵집에 들러서 사 오려고 했는데 까먹었어. 누나가 다음번엔 꼭 기억하고 사 올게.”“네!”양우신은 윤성아가 빵을 사 오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누나가 병원에 와서 그와 함께해준다는 사실이 기뻤다.둘은 어려서부터 사이가 아주 좋았다. 그래서 양신우가 있을 때 윤정월이 성아를 대하는 태도가 한결 누그러졌다.저녁 무렵, 윤성아가 떠날 때 윤정월이 그녀를 바래다주며 차갑게 말했다.“수술비 6억은 어떻게 해서든 마련해. 돈이 준비되면 적합한 심장이 나타났을 때 바로 네 동생 수술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며칠 사이 검진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들었다. 난 이미 빚을 졌어. 너 이따가 입원 병동에 가서 요금 납부하고 와. 여유가 있으면 먼저 4천만 원 보내줘.”윤성아가 놀라며 물었다.“엄마, 4천만 원은 왜 필요해요?”그러자 윤정월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네 동생이 아픈데 좀 좋은 걸 먹어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나는? 나도 산 사람인데 먹고 살아야지? 게다가 네 아버지가 죽고 나서 아직도 빚을 다 갚지 못했어. 네 큰 이모네한테 빚진 3천만 원을 몇 년째 못 갚고 있어.”“네 큰이모부한테 일이 좀 생긴 모양이야. 큰이모도 어쩔 수 없어 날 찾아와 돈을 먼저 갚을 수 없냐고 묻더라.”윤정월은 팔짱을 끼고 싸늘하게 윤성아를 향해 물었다.“어차피 너 그 남자한테서 돈 받을 수 있잖아. 안 그래?”“...”윤성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음날.회사로 출근한 윤성아는 어젯밤 남자의 심기를 건드린데다 끝내자고, 이제 돈이 필요 없다고 얘기했던 터라 그에게 돈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재무부에 가서 월급을 미리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26화 마지막으로 돈이 필요해요

    ‘그게 아니면 이미 돈을 너무 많이 가져가서 더 달라고 얘기할 수 없는 걸까?’하지만 그 이유가 뭐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송유미는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윤성아, 조사해줘. 집안에 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전화를 끊은 그녀는 재무부 매니저에게 건성으로 몇 마디 하곤 그녀의 승진에 도움 될 만한 사람을 소개해 줬다. 매니저는 입이 귀에 걸려서 돌아갔다.이어서 송유미는 어시를 불러 명령했다. “윤 비서 좀 불러와. 내가 할 얘기가 있어.”“네.”그녀의 어시는 바로 윤성아에게 달려왔다. 얼마 후, 송유미 사무실로 불려들어가는 윤성아를 보며 모두가 이번에도 그녀가 매를 맞고 호된 참교육을 당할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송유미가 차갑게 웃으며 윤성아를 향해 물었다.“네가 재무부에 가서 돈을 빌렸다며? 왜, 강주환이 주는 돈으로 부족해?”미간을 찌푸린 채 윤성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에 답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그러자 콧대를 잔뜩 세운 송유미가 싸늘하게 말했다.“말해, 얼마가 필요해? 내가 너 줄 수 있어.”윤성아는 송유미와 괜히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았다.“유미 씨, 다른 일 없으면 저 먼저 나가 보겠습니다.”“거기 서.”떠나려는 윤성아를 불러세운 송유미가 차갑게 물었다.“왜, 돈 필요 없어?”윤성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송유미를 바라봤다.“유미 씨가 좋은 마음으로 돈을 줄 거로 생각하지 않아요. 당신이 원하는 건 날 모욕하는 거겠죠?”“... 맞아. 윤성아, 내가 전에 회사 빌딩에서 너한테 꿇어앉으라고 하고 네 엄마에게 돈 준다고 했던 거, 솔직하게 인정할게. 너 모욕하려고 그랬어. 하지만 지금은 정말 너에게 돈을 주려는 거야.”“네가 네 엄마처럼 터무니없는 욕심으로 20억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네가 강주환 곁을 떠나 영원히 영주시에서 사라져준다면 내가 돈 줄게! 그러니까 말해봐, 얼마가 필요해?”“필요 없어요.”윤성아는 거절했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급했다.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27화 팔려버린 윤성아

    싸늘한 눈빛이 어두운 전등 아래서 무겁게 가라앉았다.“마지막? 왜, 마지막으로 돈 받고 나랑 끝내려고? 윤성아, 그건 생각조차 하지 마. 앞으로 너에게 큰돈을 주지 않을 거야. 한 번 자면 한 번 줄게. 오늘 밤은 얼마를 원하는데?”“6억이 필요해요.”“그렇게는 안 돼. 오늘 밤 너의 가치는 2천만 원이야.”화난 얼굴을 한 채 그가 문을 쾅 닫고 떠나버렸다.다음 날 오후.2천만 원을 들고 윤성아가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신우의 주치의였다.“성아 씨, 지금 남동생분께 적합한 심장이 나타났어요. 비용을 지불하면 수술을 앞당겨 진행할 수 있어요. 지금, 이 심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몇 명 있는데 병원에서 동생분 나이가 가장 어린 것을 생각해 먼저 이곳으로 보내왔어요.”윤성아는 매우 놀라며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의사 선생님. 제가 돈을 구해볼게요. 수술은 언제 할 수 있어요?”“내일 오후예요. 병원에서 권위적인 M국 전문가 윌리엄 교수님을 초대했어요. 그분께서 마침 심장 이식 수술을 할 수 있어요. 성아 씨, 정말 운이 좋네요. 윌리엄 교수님께 수술받는 건 굉장히 어려운데 성아 씨 동생분께 심장 이식수술 해주겠다고 하셨어요.”“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수술비 마련할게요.”양신우가 곧 수술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에 윤정월은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돈은 받았어?”“아뇨, 하지만 엄마. 어떻게든 방법을 구할 거예요.”순식간에 눈을 부릅뜨며 독기 어린 눈빛으로 윤성아를 바라보며 윤정월이 물었다.“아직도 돈을 못 구했어? 그럼 신우 수술은 어떡해? 너 동생 죽는 꼴도 보고 싶어? 돈이 없으면 병원에서 수술을 해주지 않을 거란 말이야!”“엄마, 저도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신우 수술할 수 있게 돈 구해볼게요.”윤성아가 병원에서 나와 강주환을 찾으러 회사로 갔다.하지만 윤정월은 성아가 병원을 떠나자 송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에 한 말, 아직도 유효하지? 나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해!”송유미가 피식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28화 죽음은 곧 해방

    하지만 이젠...그녀의 마음은 완전히 타버려 재만 남은 것 같았다!어머니가 정말 그녀를 팔아버렸다! 아마도 남동생의 수술비 때문에 그녀를 송유미에게 팔아 송유미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내버려 뒀겠지.그래서 어머니는 이 사람들이 그녀를 욕보이고 죽이려 한다는 걸 아는 건가?그 생각이 들자 윤성아는 순식간에 살아갈 희망을 잃어버렸다. 그녀의 눈 속에 비친 죽은 듯한 고요함과 비참한 슬픔이 점점 더 깊어졌다.그녀는 자신이 자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친딸처럼 아껴주고 커다란 나무처럼 그녀를 보호해주던 양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는 그녀를 증오하며 이젠 이 남자들의 손에 더럽혀지고 죽임을 당할 처치라는 것을 떠올리자 씁쓸하고 비참한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이번 생은 진작 망가졌다. 양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그녀는 강주환에게 자기를 팔아버렸다. 이젠 친어머니마저 그녀를 팔아버렸는데 계속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이 세상에 그녀가 숨 돌릴 수 있는 곳이 있기는 할까?그동안 악착같이 살며 어떻게든 돈을 벌려고 했는데 이런 결말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니...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죽어버리자!죽으면 모든 게 끝나겠지! 그녀도 더는 양아버지께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더는 빚지지 않을 것이다!그러니까 죽음은, 그녀에게 있어 해방이었다.윤성아의 빛을 잃은 눈빛이 무서우리만치 서늘해졌다. 굳은 결심을 내린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자기 턱을 쥐고 있는 남자를 차버렸다.“빌어먹을 X!”누런 이빨 남자가 욕을 내뱉으며 다시 일어서 윤성아를 때리려는 순간, 그는 그녀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것을 발견했다...윤성아는 자신의 혀를 깨물어 죽으려는 것이다.그녀는 정말 죽을 생각이었다! 있는 힘을 다해 혀를 깨물어 정말 거의 두 동강이 나 있었다...마치 고통 따윈 느껴지지 않는 듯, 그녀가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남자가 힘껏 얼굴을 꼬집으며 소리질렀다.

최신 챕터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80화 양나나의 실종, 그리고 10년 뒤 (완결)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9화 드디어 맺은 결실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8화 집으로 돌아가다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7화 그녀 마음속의 매듭은 너만 풀 수 있어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6화 그때 벌어졌던 일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5화 임신했어요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4화 익살꾸러기 커플 강하영과 우양주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3화 혼인 신고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2화 여보 사랑해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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