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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넌 사람 홀리는 구미호 같아

Author: 권시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따귀를 맞은 한쪽 얼굴이 얼얼했다.

“아닙니다.”

그녀는 강주환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뺨을 맞은 자그마한 얼굴은 차가웠고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윤성아는 담담하게 송유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미 씨, 전 그저 호진 그룹의 일자리가 필요할 뿐이에요. 전 돈이 필요합니다. 대표님 수석 비서로 일하면 월급이 적지 않잖아요.”

의심스로운 눈빛으로 윤성아를 훑어보며 송유미가 말했다.

“괜찮은 일자리 찾고 싶으면 내가 재민 그룹에 소개시켜줄게. 오빠가 거기에 있는데 네가 비서로 일해도 돼.”

하지만 이번에 윤성아는 허락하지 않았다.

“유미 씨, 이미 아시겠지만 전 학력이 낮아요. 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어요. 강대표님께서 일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러니까 대표님께서 필요하시다면 전 호진 그룹에 남을 겁니다.”

송유미가 미간을 구기며 윤성아를 노려봤다.

“그럼 왜 그때는 일 그만둔다고 한 거야? 왜 내가 준 돈을 덥석 받았냐고.”

“유미 씨는 곧 대표님과 약혼할 사이니까 전 유미 씨 뜻이 곧 대표님 뜻인 줄 알았어요.”

솔직한 윤성아의 대답.

“그래서?”

‘빌어먹을, 지금 일부러 나 약올리는 거야? 강주환의 약혼녀가, 미래의 와이프가 너 하나 내쫓을 능력이 없다는 거야?’

윤성아가 송유미를 바라봤다.

“유미 씨가 미리 준 연말 상금이랑 퇴직금은 전부 돌려드리겠습니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송유미는 죽일 듯이 윤성아를 노려봤다.

“너, 강주환이랑 아무 사이 아니길 바라. 뭔가 있다면, 내가 알게 된다면, 너 죽여버릴 테니까.”

...

퇴근 시간이 되자 윤성아는 일을 마치고 디자인 팀에서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여 문이 열렸고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대표님.”

그녀는 공손하고도 거리가 느껴지는 어조로 그를 불렀으나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뜻은 없어보였다.

강주환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안 들어오고 뭐해?”

그러자 윤성아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강주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각 같이 예쁜 성아의 얼굴을 흘긋 봤는데 선명한 손가락 마디 자국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 그녀를 때렸다!

엘리베이터엔 두 사람 뿐이었고 그는 손으로 그녀의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무 것도 아니에요.”

윤성아가 고개를 저었고 강주환은 미간을 찌푸린채 더는 묻지 않았다.

1층에 도착하자 강주환이 먼저 나갔다. 그는 키가 크고 몸이 건장했다. 온몸에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아우라를 뿜어냈고 회사 로비를 성큼성큼 가로질러 차에 올라탔다.

윤성아는 그의 뒤를 따라 회사 로비를 걸어나와 왼쪽으로 돌아 예전과 다름없이 걸어서 아파트로 향했다.

그와 강주환은 아무런 접점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밤 10시가 되자 강주환이 아파트에 와서 초인종을 눌렀고 윤성아가 바로 문을 열었다.

“대표님.”

“응.”

남자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약간 취기가 오른 듯, 다급하게 윤성아를 끌어안고 키스하기 시작했다. 출장 간 며칠 동안 그녀가 곁에 없어서 몹시 그리웠다.

지금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대표님...”

윤성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덮쳐왔다.

“퍽!”

방문이 굳게 닫히고 두 사람은 문짝에 완전히 기대게 되었다.

강주환은 윤성아의 허리를 힘껏 꼬집듯이 주무르며 그녀의 호흡을 탐했다. 한참 후, 겨우 입술을 떼서 천천히 그녀의 목으로 가져갔다...

“대표님!”

윤성아가 가볍게 그를 밀어냈다.

“응?”

그는 계속하여 머리를 성아의 목에 파묻은채 대답했다. 검고 짧은 그의 머리가 자꾸 턱에 쓸려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간지럽고 찌릿찌릿했다.

윤성아는 다시 그를 밀어냈다.

거절의 뜻이 명확하자 강주환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

그 시각, 의심을 거둘 수 없었던 송유미는 미리 윤성아의 뒷조사를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 강주환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강주환이 그녀를 집에 데려다준 후, 그녀는 몰래 따라나섰는데 그길로 아파트까지 오게 되었다.

하지만 고급 아파트의 경비와 보안은 아주 철저했다. 이곳의 입주자가 아닌 그녀는 들어갈 수가 없었고 차 안에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젠장!”

그녀는 강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강주환의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졌다.

“무슨 일이야?”

“너 지금 어디야?”

강주환은 약간 불쾌한 듯 답했다.

“이 늦은 밤에 고작 그거 물으려고 전화한 거야?”

“...”

“아무 일 없으면 끊을게.”

전화가 뚝 끊어졌다. 그는 핸드폰을 한편에 던져버렸다. 하지만 던지며 실수로 송유미의 전화번호가 눌려졌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다시 핸드폰이 울리자 송유미가 전화를 받았다.

“주환아...”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스피커를 통해 남자의 거친 호흡과 함께 차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윤성아다!

뒷조사한 결과 윤성아가 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여자가 감히 강주환과 함께 있다니!

송유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전화를 끊지 않고 계속해서 귀를 기울였다.

아파트 안.

남자는 핸드폰을 던지고 여자를 품에 안았다. 욕망으로 가득한 눈빛이 무섭게 빛나며 윤성아를 뚫어지라 바라봤다.

“왜? 돈이 필요해?”

그렇게 물었으나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날 만족시켜봐. 그럼 이따가 줄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얼굴이 다시 다가왔다. 그녀의 입술을 탐하며 호흡을 거칠게 내쉬었다...

그는 그녀를 높이 들어 힘껏 문으로 밀어붙였다. 검은 눈동자 안에 무서운 야수가 숨어있는 것 같았고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졌다.

“윤성아, 넌 정말 나를 미치게 해.”

...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가 윤성아를 안아 방으로 데려왔다.

그녀는 침대에 던져졌는데 욕망을 아직도 다 채우지 못한 남자가 바로 그녀의 몸을 깔고 다가왔다.

“싫어요.”

그녀가 손을 내밀어 그를 막았다. 강주환의 눈빛에 약간의 분노가 서렸다.

“윤성아, 뭘 빼고 있어? 아까 우리 좋았잖아. 응?”

“...”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터질듯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안개가 낀 듯이 흐릿한 눈빛은 순진한 토끼같았고 강주환은 그런 그녀를 몹시 괴롭히고 싶었다.

“젠장!”

강주환이 낮게 읊조렸다.

“윤성아, 넌 사람 홀리는 구미호 같아.”

그렇게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다.

출장 며칠 갔다오더니 굶주린 늑대가 된 강주환은 무서울 지경이었다! 마치 윤성아의 뼈까지 모조리 삼켜버리려는 듯했다.

아파트 밖에서 이 모든 것을 듣고 있던 송유미는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그는 이를 부득 갈며 핸드폰을 힘껏 내던졌고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 부딪힌 핸드폰이 산산조각나버렸다.

“윤성아! 이 천박한 년이 내 남자에게 꼬리를 쳐?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

칠흑같은 어둠 속.

모든 것이 다시 잠잠해 졌을 때는 이미 두 시간이 흐른 뒤었다.

강주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커다란 침대위에 누워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그가 옆에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번엔 얼마를 원해?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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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은 크고 긴 커튼에 가려져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다.남자의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를 점차 집어삼켰고 윤성아는 그와 발코니 난간 사이에 깔리게 되었다. 그가 무거운 낯빛으로 윤성아를 향해 물었다.“너, 나엽이랑 무슨 사이야?”“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윤성아가 사실대로 답했다. 연회장에 들어오기 전에 나엽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하.”강주환이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나엽이 어떤 사람인데? 모르는 사람인 너에게 작업을 걸 리가 없어.”윤성아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저 강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작업을 건 게 아니라 몇 마디 얘기 나눴을 뿐이에요.”담담한 그녀의 얼굴엔 별다른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최근 너무 많은 뒷담화와 욕을 들어서 였을까, 갑자기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녀가 물었다.“그러니까 대표님은 비천한 내가 나엽 씨에게 작업을 걸었다고 생각하는 거네요?”강주환이 미간을 구겼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하지만 윤성아는 자신을 비웃듯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는데 보고 있기가 불편했다. “난 나엽 씨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어요. 나엽 씨는 그저 내가 어릴 적 알고 지내던 여자애랑 닮았다고 말했을 뿐이에요.”“그 남자랑 너무 가까이하지 마.”“네.”윤성아가 답하곤 강주환을 바라봤다.“대표님, 다른 일 없으시면 저 놓아주세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요.”윤성아가 남자를 밀어내려 했다.“누가 볼까 봐 겁나?”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순식간에 화가 나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입을 맞췄다...“씁...”입술에서 피가 흐르자 윤성아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남자를 바라봤다.예전엔 화려한 새장 같은 그 아파트 외 다른 곳에서 그는 절대로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하지만 오늘은...강주환이 멈췄다.그의 검은 눈동자는 깊은 바다 같았고 싸늘함 외에 다른 감정을 품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그는 커다란 손으로 자신이 키스를 퍼붓다 물어버린 윤성아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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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이성까지 잃은 것 같진 않았다.“유미 누나, 어떻게 오셨어요?”송유미는 대답 대신 독한 눈빛으로 이종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윤성아는?”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윤성아가 메시지를 보내서 이곳으로 찾아왔는데 그녀는 없었다. 그래서 잠시 기다리면 올 줄 알았는데 앉아있을수록 몸이 더워지며 벌레가 온몸을 무는 것 같았다.지금 송유미를 바라보면서 오직 한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는 송유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시선이 점차 흐릿해지더니 눈앞의 송유미가 윤성아로 보였다.그는 대뜸 송유미를 안았다. “성아 누나, 저 누나 좋아해요!”“성아 누나!”그가 중얼거리며 송유미를 향해 입술을 내밀었고 송유미는 버둥거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이종원을 향해 외쳤다.“정신 차려! 똑바로 봐! 내가 어떻게 그 빌어먹을 윤성아로 보일 수 있어?”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점점 흐리멍덩해지는 눈빛을 하고 송유미를 끌어안던 이종원은 그녀의 옷을 벗기려 하며 바닥으로 깔아 눕혔다...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몸부림쳤지만 송유미는 건장한 남자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핸드폰을 찾아 강주환에게 전화를 걸었고 울먹이며 소리쳤다.“구해줘! 주환아, 나 좀 구해줘...”강주환이 미간을 구기며 싸늘하게 물었다. “어디야?”송유미는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있었다. “주환아, 나 드레스룸에 있어.”곧이어 달려온 강주환은 옷이 찢긴 채 바닥에 깔린 송유미와 그녀의 위에서 뭔가 하려는 듯한 이종원을 보게 되었고 화가 치밀어 폭발하듯 발로 이종원을 차서 날려버렸다.“퍽!”옷장에 부딪혔다가 옷 속에 파묻힌 이종원은 몸을 일으키려 했고 일어나다가 옷에 발이 걸려 뒤로 넘어져 버렸다. 뒤통수를 크게 다친 그는 단번에 기절해버렸다.강주환은 정장 외투를 벗어 처참한 몰골의 송유미를 감싸주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주환아...”송유미는 강주환의 품을 파고들며 엉엉 울었다. 그녀는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고 서럽고 무서워서 못 견딜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12화 모함

    기겁한 나엽이 그녀를 말리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윤성아는 차가운 엘리베이터 벽에 머리를 찧고 이마가 커다랗게 부어올랐는데 빨간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철 막대기에 맞아 이미 머리가 어지러웠던 그녀는 자신의 바람대로 기절해버렸다.“윤성아 씨!”나엽이 쓰러지려는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는 단숨에 그녀를 안아 들었다. 이리저리 생각하더니 그는 결국 다시 윤성아를 내려놓고 정장을 벗어 그녀의 머리를 가려준 후, 다시 안아 들었다.윤성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깼어요?”나엽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가 깨어나자 기다란 눈매에 부드럽게 웃음기가 감돌았다. “배고파요? 뭐 좀 먹을래요?”“괜찮아요.”윤성아는 몸을 일으키며 여전히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여긴...?”“내가 사는 아파트예요.”“연예인이다보니 당신을 병원에 데려갈 수 없어서 의사인 친구를 불렀어요. 이마의 상처는 이미 처리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고마워요.”나엽이 해명했고 윤성아는 감사를 전했다. 그녀는 더 머물 생각 없이 떠나려는 듯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깊은 밤 낯선 남자의 집에 남아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았다.“내가 어떻게 할까 봐 걱정돼요?”나엽은 부드럽게 웃었다. “정말 성아 씨를 어떻게 하려면 기절했을 때 더 쉽지 않았을까요?”윤성아는 담담하게 말했다.“나엽 씨는 올바른 사람이에요. 그리고 왜 저 같은 여자에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누가 그래요?”윤성아를 바라보는 나엽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만약 내가 정말 윤성아 씨에게 마음을 품었다면요? 말했잖아요. 내가 어릴 때 알던 사람과 엄청나게 닮았다고요.”“...”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나엽이 어색한 침묵을 깨트리며 입을 열었다.“쓰러졌을 때 핸드폰이 여러 번 울렸어요. 전부 강주환 대표님 전화였어요.”그리고 그녀의 핸드폰을 돌려줬다. 핸드폰을 받고 나엽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13화 빠져나갈 수 없는 

    조사한 바로는 확실히 윤성아때문에 송유미의 와인이 쏟아졌고 윤성아가 먼저 옷을 갈아입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또한 윤성아가 이종원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도 확인됐다.「종원아, 이따가 드레스룸에서 만나.」“이종원을 드레스룸으로 부른 이유는 뭔데?”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윤성아는 남자가 따져 묻자 얼굴을 들고 말했다.“종원이를 드레스룸으로 부른 적 없어요. 그때 머리를 맞고 기절한 다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맞아서 기절했다고? 나엽이 너 안고 간 거 몰라? 윤성아, 거짓말도 사람 가려서 해. 나를 속일 수 있을 것 같아?”말문이 턱 막혀왔다. 하지만 누군가 그녀에게 이상한 약을 먹었다고 얘기하려는데 강주환이 성난 사자처럼 엄청나게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고 결국 입을 닫아버렸다.그가 한층 짙어진 눈빛으로 윤성아를 바라봤다.“왜? 벌써 다음 고객을 찾았어? 그 남자한테서 돈을 받으려는 거지? 그래서 내가 필요 없어? 그 사람, 나엽이지?”연거푸 질문을 던지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윤성아를 덮쳤다. “찍-!”그녀의 옷이 찢겼고 강주환은 마치 사냥감을 보듯이 그녀를 보며 차갑게 명령했다.“나엽이 널 안고 가서 건드렸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어.”견딜 수 없는 수치스러움에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남자를 바라봤다.“왜 가만히 있어?”그는 그녀의 턱을 강하게 잡고 허리를 숙여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으며 옷을 하나하나 벗겨냈다.눈밭처럼 하얀 그녀의 몸에 수상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제야 약간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반항하는 윤성아를 보면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그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윤성아는 지금 머리가 굉장히 어지러웠다. “몸이 불편해요.”“하.”강주환은 차갑게 웃었다.“나엽을 알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내 손길을 거부하는 건데? 윤성아, 내가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넌 내 사람이야. 몸이 불편하다고? 숨이 겨우 붙어 있어도 견뎌야 해. 내가 너한테 얼마나 많은 돈을 줬는지 잊지 마.”그는 윤성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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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80화 양나나의 실종, 그리고 10년 뒤 (완결)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9화 드디어 맺은 결실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8화 집으로 돌아가다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7화 그녀 마음속의 매듭은 너만 풀 수 있어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6화 그때 벌어졌던 일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5화 임신했어요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4화 익살꾸러기 커플 강하영과 우양주

    미리 준비한 축사를 울먹이며 끝까지 다 읽고는 원이림을 향해 볼멘소리를 했다.“너 이 놈 자식, 내가 죽을 때까지 네가 결혼하는 걸 못 보는 줄 알았다. 아이고...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너도 이제 가정이 생겼어.”“너 똑바로 들어. 은진이한테 평생 잘 해줘야 돼, 아내한테 잘 하는 건 우리 집안 내력이야. 나도 네 엄마 말을 엄청 잘 들었어. 너도 똑같아, 알겠니? 오늘부터는 은진이한테 더 잘해야 돼, 말도 잘 듣고, 은진이부터 생각하고 배려해 주고. 은진이가 조금이라도 맘고생을 하게 되는 날엔 내가 너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알겠어?!”원이림은 새카만 눈동자로 여은진을 깊게, 애틋하게 들여다보며 그녀와 깍지를 낀 두 손에 힘을 더 주었다.“걱정 마세요. 난 평생 우리 여보 맘고생 안 시킬 거예요.”여보라는 호칭이 지금 이 시각부터 명실상부하게 되었다.원이림은 그녀의 손을 잡고 크루즈 가장자리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된 데이지 꽃을 바다로 뿌렸다. 하얀 꽃잎들이 파도에 실려 멀리 떠내려갔다.둘은 거기에 선 채 눈물을 머금고 울먹이며 말했다.“어머니, 아버지. 저 너무 행복해요. 우리 너무 행복해요.”결혼식의 마지막을 장식할 부케 토스하는 시간이 다가왔다.강주환과 윤성아, 그리고 나엽과 안효연은 모두 기혼자로서 나가지 않고 구경만 했다. 하객 중에 미혼인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우양주도 강하영의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다.강하영은 몸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우린 결혼했는데 왜 부케를 받으러 가요? 다른 사람한테 갈 좋은 축복을 왜 우리끼리 받겠다고 달려들어요, 쓸데없이. 그렇게 할 일 없고 힘이 남아돌면 내가 다른 일 하게 해 줄게요.”“무슨 일?”강하영은 푸른 바다를 향해 눈을 힐끔 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당신 수영 좋아하잖아요. 내가 엉덩이 확 걷어찰 테니까 바다로 들어가서 수영이나 할래요?”“...”저번에 강하영과 같이 수영하면서 그녀가 자신한테 새빨간 수영팬티를 사줘 창피를 당하고 나서부터 우양주는 수영하는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3화 혼인 신고

    여은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예쁘게 미소 지었다.“나 다 알아요.”지난 1년 동안 그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아는 그녀는 더 이상의 맹세와 언약 같은 건 필요 없었다.“응!”여은진을 안은 채로 원이림은 그녀의 여린 입술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했다.장내의 플래시 세례가 정신없이 터지는 가운데 그는 돌아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한테 당찬 목소리로 선포했다.“오늘 저의 이 행복한 순간을 지켜본 여기 계신 모든 증인 분들한테 제가 선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나중에 저희 베린 그룹에 가셔서 선물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달 20일에 저와 은진이의 결혼식이 있을 예정이니 여러분들께서 모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여은진을 안고 시상대를 내려가려 했다.여은진이 내려달라고 했지만 그는 내려놓지 않았다. 그렇게 안은 채로 시상식장을 걸어 나와 차에 올라탔다.럭셔리한 롤스로이스가 천천히 내달리고 있었다.여은진은 아직도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있었다.“이번 달 20일에 결혼한다고요? 그럼 열흘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촉박하지 않아요?”그녀가 눈을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떨구며 원이림이 말했다.“시간이 모자라지만 않았으면 내일에라도 당장 결혼식 치르고 싶어.”반년이 넘는 동안, 그는 매일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결혼반지, 웨딩드레스, 그리고 결혼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디테일한 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체크했다. 그녀가 결혼을 동의하는 그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순간이 끝내 다가왔다.웨딩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크게 시간을 들일 일도 없었다.다만 여은진이 임신했기 때문에 너무 빠듯하게 스케줄을 잡지 않고 싶었을 뿐이다.결혼식에 참석할 하객을 초대하는 일도 있긴 하지만 10일이면 충분했다.촉박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여보, 우리 지금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가.”원이림은 한시라도 더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기사한테 얘기하여 구청으로 가자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2화 여보 사랑해

    원이림은 금방 샤워를 마친 여은진한테로 다가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침대로 향했다.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순을 밟아갔다.한창 격렬해지려던 찰나, 원이림은 짧게 비명을 질렀다. 크게 지르진 않았다.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질렀지만 그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은진이 알아차리지도 못한 새에 살에 푹 찔린 그 가는 물건을 빼내야겠다고 머릿속으로 빨리 반응했다.하지만 역시 늦었다.여은진이 몸을 일으켜 스탠드를 켰고, 어두웠던 방안은 환한 빛으로 채워졌다.이어 급히 그를 살피던 여은진은 원이림의 엉덩이에 바늘이 하나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짧고 가는 옷을 꿰맬 때 쓰는 그런 바늘이었다.여은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얼굴로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바늘에 찔릴 수 있어요? 침대에 왜 바늘이...”“...”꽂힌 바늘을 빼며 원이림은 이야기를 얼버무렸다.“괜찮아, 그냥 바늘인데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아.”그러고는 또 다짜고짜 몸을 뒤집으며 여은진을 몸 아래로 깔았다.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손을 뻗어 스탠드를 끄고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다. 잠깐 벌어진 에피소드를 그녀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진행 중이었던 일을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하지만 여은진은 그의 키스를 받아내면서도 오후 그의 당황스러운 표정과 난데없이 침대에 나타난 바늘을 함께 떠올렸다. 정신을 쏙 빼놓으려는 지금의 행동도 분명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잠깐만.”여은진은 원이림을 밀어내고 다시 한번 스탠드를 켰다.의심이 부풀어 오른 눈으로 빤히 그를 노려봤다. “똑바로 말해요. 아까 그 바늘로 수작 부린 거 맞죠? 말해요, 몇 개나 찔렀어요?”“...”끝내는 발각되었다. 원이림은 이실직고했다. 강주환이 원흉이라고, 그가 시켜서 했다고 불었다.“여보, 나 며칠 전에 운봉 비즈니스 회담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강주환을 만났어. 그 자식이 날 비웃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하라고 아이디어를 내줬어. 바늘로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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