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하던 윤성아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돈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그래?”강주환은 약간 의외였다. 함께 한 4년 동안 매번 할 때마다 돈을 원했던 건 그녀였다.“대표님, 이제 약혼녀도 있는데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살짝 미간을 추켜세운 강주환이 입에서 하얀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왜, 질투하는 거야? 내가 약혼하지 말길 바라?”“아뇨.”윤성아가 대답했다. 그녀는 질투할 자격이 없었고 한 번도 이 남자에게 약혼녀가 없길 바란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다. 다만...“계속 이럴 순 없어요.”예전엔 돈을 받고 그의 애인이 되어주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 약혼녀가 생겨 모든 것이 너무 복잡해졌다.“대표님, 저도 자꾸 피곤해지기 싫어요. 만약 유미 씨가 우리 사이를 알게 되면 날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사실을 얘기하고 있었다.“그래서?”강주환이 담배를 비벼끄며 한층 무거워진 눈빛으로 물었다.“무서워? 그래서 나랑 끝내려고? 앞으로 돈 필요 없는 거야?”“...”윤성아는 그에 대해 아주 잘 알았다. 싸늘해진 분위기와 무거운 눈빛, 그가 곧 화를 낼 거라는 직감이 왔다. 그녀는 화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고개를 저었다.“아뇨.”“흥.”강주환이 차갑게 웃으며 윤성아의 턱을 들어 올렸다.“나를 떠나면 언제든지 네가 원하는 대로 돈을 줘서 만족시켜주는 ‘지갑’을 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그러니까 윤성아,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 내가 끝났다고 하기 전엔 모든 게 그대로야.”“...”더는 할 말이 없어진 윤성아. 강주환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하얗고 예쁜 얼굴이 맞아서 부어올라 완벽한 아름다움에 금이 가버렸다.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아파?”윤성아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옷을 입고 떠나기 전, 강주환이 4천만 원짜리 수표를 던져주며 말했다. “이건 보상.”그녀가 맞아서 주는 보상인 걸까?“내일 너를 다시 데려올 거야.”한마디 보태고 강주
윤성아는 차갑고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는 데다 고졸 학력이라는 이유로, 그런데도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갖췄다거나 하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꽤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군가 그녀를 괴롭힌 적은 없었고 오히려 겉으로는 ‘성아 언니’라고 친근하게 부르곤하며 그녀가 맡기는 일도 척척 해나갔다. 그러나 지금은...“성아 언니, 대표님을 사로잡을 만큼 대단하신데 이 정도 일은 알아서 해결하세요. 우리 같은 사람이 왜 필요해요?”윤성아가 미간을 구겼다.“어머, 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미안해요, 언니.”상대는 아무런 성의도 없는 사과를 하곤 비웃듯이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10시에 미팅 있다고 얘기할 거니까 대표님한테 일러바치면 절대 안 돼요!”윤성아는 그곳을 떠났다. 그러자 상대 비서가 문서를 거칠게 책상에 던지며 말했다.“잘난척하긴. 얻어맞아서 머리에 피까지 흘린 주제에!”대표님 사무실 직원들의 따가운 눈빛은 전과 확연히 달랐다. 그들은 윤성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음껏 비웃었다! 심지어 업무상으로도 들은 체만치 하거나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이런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윤성아는 허리를 곧게 폈다. 그녀는 사람들이 의논하는 것들을 듣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고 난감하기 그지없었다.“똑똑.”대표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윤성아가 문서를 내려놨다.“미팅 알림은 전했어요. 그리고 이건 확인이 필요한 문서입니다.”“응.”강주환이 한마디 답하곤 고개를 들었다. 윤성아의 이마에 붙여진 일회용 밴드와 화장으로 가렸지만 여전히 보이는 손가락 자국이 눈에 띄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일에 집중했다.저녁 무렵, 퇴근한 윤성아가 회사 빌딩 밖으로 나왔을 때,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윤 비서님, 사모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차 안에 강주환의 엄마 고은희가 앉아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다가가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사모님
송유미가 손에 들린 찻잔을 바닥으로 힘껏 내던졌다. “쨍그랑!”찻잔이 순식간에 산산이 조각났다.“무릎 꿇고 이거 다 정리해.”송유미의 괴롭힘은 점점 도가 지나쳤다. 그녀의 명령에 윤성아가 미간을 구겼다.반항 한 번 않던 그녀가 송유미를 바라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유미 씨, 당신은 대표님 약혼자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고 저는 당신의 어시로서 어떤 명령이든 따라야 해요. 제가 잘못하여 화를 내시면 참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저도 인권이 있습니다.”그러자 송유미가 가소로운 듯이 웃었다.“하, 지금 인권 얘기하는 거야? 윤성아, 네가 못 견디고 여기서 떠나지 않는 이상 넌 내 어시고 내 명령에 따라야 해. 지금 무릎 꿇고 여기 깨끗하게 정리하라고.”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 윤성아를 향해 송유미가 저벅저벅 다가와 그녀의 다리를 걷어찼다. “내 말 안 들려?”하이힐의 뾰족한 앞굽으로 힘껏 아랫배를 걷어차이니 눈물이 찔끔 나올만큼 아파서 저도모르게 허리를 굽혔다. “유미 씨, 빗자루 가지러 갈게요.”그녀는 비참한 몰골로 뒤돌아서 그곳을 떠났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챙겨와 말없이 그곳의 찻물과 유리 조각을 치우기 시작했다.하지만 송유미가 가로막으며 윤성아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처럼 말했다.“내 말이 이해가 안 돼? 무릎을 꿇으라고! 꿇은 채로 청소하라고!”윤성아는 묵묵부답이었다.자그마한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은 도도했다. 보고 있으면 누구든 마음이 아릴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이 송유미의 화를 더 부추겼다.송유미가 손을 뻗어 또다시 윤성아의 뺨을 때리려고 했으나 뜻밖에도 윤성아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유미 씨, 전 그저 당신의 어시로 일했을 뿐이에요. 전에 저를 괴롭히고 화를 내도 다 참았죠. 유미 씨가 절 싫어한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윤성아가 차가운 눈동자로 송유미를 응시했다.“제가 이 회사에 있는 것이 싫으시면 당신은 대표님 약혼녀의 자격으로 저를 회사에서 내보낼 수 있습니다.”
송유미가 그를 보며 말했다.“강주환, 네가 윤성아를 스폰하든 안 하든, 네 약혼녀는 나야. 앞으로 네 아내가 될 사람은 나라고. 난 그 여자가 싫어. 나를 위해서 회사에서 내보내 줘, 응?”윤성아의 업무 능력은 아주 뛰어나고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이미 익숙해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송유미에게 알려준 강주환은 떠나기 전 그녀에게 나지막이 얘기했다. “네 신분으로 아무것도 아닌 비서를 질투할 필요는 없어. 네 신분에 맞게 행동해. 이미 지나간 일은 더 묻지 않겠지만 앞으로 또 반복하는 일은 없길 바라.”“내가 기어코 이대론 못 넘어가겠다면?”송유미가 강주환을 보며 말했다.“난 그냥 아무것도 아닌 비서를 내보내고 싶었을 뿐이야. 주환아, 이 요구도 들어줄 수 없는 거야?”강주환이 차갑게 웃으며 송유미를 바라봤다.“내가 원하는 약혼녀는 질투에 가득 차서 트집이나 잡는 여자가 아냐. 특히 회사 일은 여자가 너무 많이 간섭하지 말았으면 해.”그리고 한 걸음 더 다가가며 말했다.“우리 두 집안이 약혼에 관한 얘기를 마쳤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았어. 강씨 집안 결혼 상대가 꼭 너여야만 하는 건 아냐.”그는 이미 경고하고 있었다.그날 밤. 드디어 윤성아와 같은 곳의 아파트를 구매한 송유미가 망원경으로 발코니의 강주환과 윤성아를 보게 되었다.건장한 체격의 강주환이 등 뒤에서 윤성아를 끌어안더니 키스하기 시작했다...“X발!”송유미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맹세했다. ‘빌어먹을 X, 내가 너 꼭 망쳐버릴 거야! 주환이가 널 혐오하며 직접 내쫓게 만들 거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할 거야!”...호진 그룹은 아주 컸다. 본사 아래 많은 자회사가 있었는데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패션, 쥬얼리등 여러 분야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미 연말이었고 설날이 되자 호진 그룹 본사 및 자회사의 경영진들이 성대한 연말 만찬회에 참여하게 되었다.대표님의 수석 비서로서 윤성아는 타이트한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었는데 등이 뚫린 스타일이 대범하면서도 지적이었
그곳은 크고 긴 커튼에 가려져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았다.남자의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를 점차 집어삼켰고 윤성아는 그와 발코니 난간 사이에 깔리게 되었다. 그가 무거운 낯빛으로 윤성아를 향해 물었다.“너, 나엽이랑 무슨 사이야?”“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윤성아가 사실대로 답했다. 연회장에 들어오기 전에 나엽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하.”강주환이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나엽이 어떤 사람인데? 모르는 사람인 너에게 작업을 걸 리가 없어.”윤성아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저 강주환을 바라보며 말했다.“작업을 건 게 아니라 몇 마디 얘기 나눴을 뿐이에요.”담담한 그녀의 얼굴엔 별다른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최근 너무 많은 뒷담화와 욕을 들어서 였을까, 갑자기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그녀가 물었다.“그러니까 대표님은 비천한 내가 나엽 씨에게 작업을 걸었다고 생각하는 거네요?”강주환이 미간을 구겼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하지만 윤성아는 자신을 비웃듯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는데 보고 있기가 불편했다. “난 나엽 씨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어요. 나엽 씨는 그저 내가 어릴 적 알고 지내던 여자애랑 닮았다고 말했을 뿐이에요.”“그 남자랑 너무 가까이하지 마.”“네.”윤성아가 답하곤 강주환을 바라봤다.“대표님, 다른 일 없으시면 저 놓아주세요.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요.”윤성아가 남자를 밀어내려 했다.“누가 볼까 봐 겁나?”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순식간에 화가 나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입을 맞췄다...“씁...”입술에서 피가 흐르자 윤성아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남자를 바라봤다.예전엔 화려한 새장 같은 그 아파트 외 다른 곳에서 그는 절대로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하지만 오늘은...강주환이 멈췄다.그의 검은 눈동자는 깊은 바다 같았고 싸늘함 외에 다른 감정을 품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그는 커다란 손으로 자신이 키스를 퍼붓다 물어버린 윤성아의 입
다행히 이성까지 잃은 것 같진 않았다.“유미 누나, 어떻게 오셨어요?”송유미는 대답 대신 독한 눈빛으로 이종원을 바라보며 물었다. “윤성아는?”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윤성아가 메시지를 보내서 이곳으로 찾아왔는데 그녀는 없었다. 그래서 잠시 기다리면 올 줄 알았는데 앉아있을수록 몸이 더워지며 벌레가 온몸을 무는 것 같았다.지금 송유미를 바라보면서 오직 한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는 송유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시선이 점차 흐릿해지더니 눈앞의 송유미가 윤성아로 보였다.그는 대뜸 송유미를 안았다. “성아 누나, 저 누나 좋아해요!”“성아 누나!”그가 중얼거리며 송유미를 향해 입술을 내밀었고 송유미는 버둥거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이종원을 향해 외쳤다.“정신 차려! 똑바로 봐! 내가 어떻게 그 빌어먹을 윤성아로 보일 수 있어?”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점점 흐리멍덩해지는 눈빛을 하고 송유미를 끌어안던 이종원은 그녀의 옷을 벗기려 하며 바닥으로 깔아 눕혔다...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몸부림쳤지만 송유미는 건장한 남자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핸드폰을 찾아 강주환에게 전화를 걸었고 울먹이며 소리쳤다.“구해줘! 주환아, 나 좀 구해줘...”강주환이 미간을 구기며 싸늘하게 물었다. “어디야?”송유미는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있었다. “주환아, 나 드레스룸에 있어.”곧이어 달려온 강주환은 옷이 찢긴 채 바닥에 깔린 송유미와 그녀의 위에서 뭔가 하려는 듯한 이종원을 보게 되었고 화가 치밀어 폭발하듯 발로 이종원을 차서 날려버렸다.“퍽!”옷장에 부딪혔다가 옷 속에 파묻힌 이종원은 몸을 일으키려 했고 일어나다가 옷에 발이 걸려 뒤로 넘어져 버렸다. 뒤통수를 크게 다친 그는 단번에 기절해버렸다.강주환은 정장 외투를 벗어 처참한 몰골의 송유미를 감싸주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주환아...”송유미는 강주환의 품을 파고들며 엉엉 울었다. 그녀는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고 서럽고 무서워서 못 견딜
기겁한 나엽이 그녀를 말리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윤성아는 차가운 엘리베이터 벽에 머리를 찧고 이마가 커다랗게 부어올랐는데 빨간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철 막대기에 맞아 이미 머리가 어지러웠던 그녀는 자신의 바람대로 기절해버렸다.“윤성아 씨!”나엽이 쓰러지려는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는 단숨에 그녀를 안아 들었다. 이리저리 생각하더니 그는 결국 다시 윤성아를 내려놓고 정장을 벗어 그녀의 머리를 가려준 후, 다시 안아 들었다.윤성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새벽이었다.“깼어요?”나엽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가 깨어나자 기다란 눈매에 부드럽게 웃음기가 감돌았다. “배고파요? 뭐 좀 먹을래요?”“괜찮아요.”윤성아는 몸을 일으키며 여전히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여긴...?”“내가 사는 아파트예요.”“연예인이다보니 당신을 병원에 데려갈 수 없어서 의사인 친구를 불렀어요. 이마의 상처는 이미 처리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고마워요.”나엽이 해명했고 윤성아는 감사를 전했다. 그녀는 더 머물 생각 없이 떠나려는 듯했다. 아무래도 이렇게 깊은 밤 낯선 남자의 집에 남아 보내는 건 아닌 것 같았다.“내가 어떻게 할까 봐 걱정돼요?”나엽은 부드럽게 웃었다. “정말 성아 씨를 어떻게 하려면 기절했을 때 더 쉽지 않았을까요?”윤성아는 담담하게 말했다.“나엽 씨는 올바른 사람이에요. 그리고 왜 저 같은 여자에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누가 그래요?”윤성아를 바라보는 나엽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만약 내가 정말 윤성아 씨에게 마음을 품었다면요? 말했잖아요. 내가 어릴 때 알던 사람과 엄청나게 닮았다고요.”“...”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나엽이 어색한 침묵을 깨트리며 입을 열었다.“쓰러졌을 때 핸드폰이 여러 번 울렸어요. 전부 강주환 대표님 전화였어요.”그리고 그녀의 핸드폰을 돌려줬다. 핸드폰을 받고 나엽
조사한 바로는 확실히 윤성아때문에 송유미의 와인이 쏟아졌고 윤성아가 먼저 옷을 갈아입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또한 윤성아가 이종원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도 확인됐다.「종원아, 이따가 드레스룸에서 만나.」“이종원을 드레스룸으로 부른 이유는 뭔데?”아무것도 알 수 없었던 윤성아는 남자가 따져 묻자 얼굴을 들고 말했다.“종원이를 드레스룸으로 부른 적 없어요. 그때 머리를 맞고 기절한 다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맞아서 기절했다고? 나엽이 너 안고 간 거 몰라? 윤성아, 거짓말도 사람 가려서 해. 나를 속일 수 있을 것 같아?”말문이 턱 막혀왔다. 하지만 누군가 그녀에게 이상한 약을 먹었다고 얘기하려는데 강주환이 성난 사자처럼 엄청나게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고 결국 입을 닫아버렸다.그가 한층 짙어진 눈빛으로 윤성아를 바라봤다.“왜? 벌써 다음 고객을 찾았어? 그 남자한테서 돈을 받으려는 거지? 그래서 내가 필요 없어? 그 사람, 나엽이지?”연거푸 질문을 던지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윤성아를 덮쳤다. “찍-!”그녀의 옷이 찢겼고 강주환은 마치 사냥감을 보듯이 그녀를 보며 차갑게 명령했다.“나엽이 널 안고 가서 건드렸는지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어.”견딜 수 없는 수치스러움에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남자를 바라봤다.“왜 가만히 있어?”그는 그녀의 턱을 강하게 잡고 허리를 숙여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부으며 옷을 하나하나 벗겨냈다.눈밭처럼 하얀 그녀의 몸에 수상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제야 약간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반항하는 윤성아를 보면 화가 치밀었다. 그녀는 그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윤성아는 지금 머리가 굉장히 어지러웠다. “몸이 불편해요.”“하.”강주환은 차갑게 웃었다.“나엽을 알게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내 손길을 거부하는 건데? 윤성아, 내가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넌 내 사람이야. 몸이 불편하다고? 숨이 겨우 붙어 있어도 견뎌야 해. 내가 너한테 얼마나 많은 돈을 줬는지 잊지 마.”그는 윤성아를